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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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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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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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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6,278

작성
08.10.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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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Gloomy Feast - 결말

DUMMY

“바쁘신 분이 오셨군요.”


타루엘이 안전가옥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길 때, 머리 위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루엘은 이미 그의 존재를 눈치 채고 있었다는 듯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은 채 갈 길을 걸었다. 그러며 그 여자에게 인사하는 걸 잊지 않았다.


“레이지스는 잘 지내겠죠?”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왜요? 안 될까요?”


타루엘은 고개를 살짝 들어 허공에 떠 있는 여자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에 허공에 떠 있는 여자는 타루엘을 향해 지금까지 빈정대는 것 같은 말투와는 다르게 고개를 숙이는 제법 공손한 인사를 했다. 타루엘 역시 레이지스의 직속 시녀이자 비서인 엘린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았다.


“아무래도 이번 일이 제법 큰 일인가보군요. 명령을 직접 전달하기 위한 건가요?”

“예, 그래요.”


엘린은 부정하지 않았다. 애써 부정해봐야 이미 레이지스의 직속 시녀이자 비서인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답이 나오는 시점이니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타루엘은 엘린의 말에 빙그레 웃어보였다. 엘린의 주인인 빛과 미의 여신 레이지스와 타루엘 베루카야는 적대 관계였다. 서로 가이아의 신전을 찾는다는 목표는 같지만 수단과 방법이 다른 탓에 레이지스는 인도자를… 타루엘은 호법자를 창설해 서로 기나긴 싸움을 해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싸웠던 탓일까. 언제 어디서든 굳이 전투 상황이 아니라면 제법 이상한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었다. 실제 호법자와 인도자가 만나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정도는 어느 정도 있었다.


“그렇군요. 수고해요.”

“예, 타루엘 당신도요.”


엘린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타루엘을 지켜보다 다시 사건 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강경파 순례자들의 행보가 너무 눈에 띄고 있었다. 벨로드 하나를 잡아 죽이기엔 너무 쓸데없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순례자가 넘어와 싸우는 게 아니라 샤르피도, 샤볼도, 그리고 이제는 트리올까지… 모두 강경파 순례자들의 소행이라는 점에서 강경파 순례자들 사이에서 무언가 변화를 겪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었다.


“우선은 보고하는 게 맞겠지.”


엘린은 주머니에서 덱샤를 꺼내들고 화면에 무언가를 빠르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


“이제 안정이 되나요?”


준성이 깨어나고 처음 보는 가정집이라는 사실에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과 재회했을 때가 떠올라 준성은 본능적으로 방어를 취했고, 결국 한 시간가량의 짧은 소동 끝에 결국 준성은 주방에서 뺏은 식칼을 바닥에 내려놓고 순순히 침대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침대에 누운 채 40대의 중년 여성과 20대의 젊은 여성에게 병간호를 받고 있었다.


“…당신은?”


분명 이름을 밝혔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불과 몇 분 전에 들은 이름이었음에도 스스로 일으킨 소동에 완전히 잊어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준성을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타루엘 베루카야는 입을 열었다.


“난 타루엘 베루카야라 해요. 그리고 이쪽은 내 비서 윤미호.”


준성이 먹을 약을 준비하던 흑발에 검은색 여우 귀를 가진 미호는 타루엘이 자신을 소개하자 고개를 살짝 숙여 준성에게 인사를 하였다.


“호법자 하르멘스의 주인이었죠.”

“하르멘스?”


준성은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 나오자 타루엘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오히려 놀란 표정을 지은 건 타루엘이었다. 준성이 모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르멘스라는 이름을 누구 하나 말해준 적 없었고, 만난 거라곤 명동에서 있었던 전투 이외엔 없었던 탓이었다.


“하르멘스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나보군요.”

“…글쎄…”


타루엘은 손을 들어 준성의 말을 막았다.


“명동에서 전투가 벌어졌을 때, 당신을 지키려다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의 손에 숨을 거둔 10대 소년이라고 하면 기억하실까요?”


준성의 눈동자가 커졌다. 타루엘의 설명은 정확했고, 준성은 이해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명동에서 전투할 당시 마법 진을 펼쳐들고 싸우다 결국 등 뒤에서 찌른 시머스의 공격에 심장이 관통당해 숨을 거둔 소년의 얼굴이 기억난 것이었다.


“당신이…”


그제야 호법자라는 이름이 생각났고, 그와 함께 성별과 나이, 종족에 대한 자유자재의 변신이 가능한 유일한 인물인 타루엘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자라는 사실도 함께 기억이 났다. 결국 그 부하에게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고, 이번엔 그 부하의 주인의 손에 도움을 받아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걸 드시도록 하세요.”


지금껏 침묵을 지키며 곁에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던 미호가 약 봉지와 물이 담겨져 있는 컵을 준성에게 내밀었다. 크기가 다른 3개의 새하얀 알약이었다. 의대생이라 해서 모든 약의 종류를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고, 카로마니아에서 넘어온 사람들이라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처음 보는 알약이라 느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보는 알약이었다.


“이 약은…”


의심하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의심하는 것보다는 확인하고 싶었다. 적어도 꼭 먹어야 한다면 먹어야 할 약물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정도는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뼈에 좋은 약과 수면제, 그리고 소염제에요.”

“…그렇군요.”


준성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약을 받아들었다. 의심하고 싶어도 굳이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었다. 약을 하나하나 집으면서 그 약이 어떤 약이라 말해주는 탓에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거짓말을 할 생각이었다면 그냥 뼈에 좋은 약이라고만 했어도 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좀 쉬도록 해요.”

“…예.”


준성이 약을 삼키고 컵에 담겨져 있던 물을 모두 마시자 미호가 재빨리 컵을 받아들어 치웠다. 그 손이 매우 빠르고 정확해 마치 기계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준성은 타루엘의 말에 마치 최면이 걸린 사람처럼 순순히 따르며 침대에 다시 몸을 눕혔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리고 눈꺼풀이 무거웠다.


“좋은 꿈 꿔요.”

“…예…”


준성의 두 눈은 완전히 감겨졌다.


----------


“쳇, 타루엘이 선수를 치다니.”


시머스는 타루엘과 준성이 있는 안전 가옥에서 꽤 멀리 떨어진 건물의 옥상에서 타루엘의 안전 가옥을 노려보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호법자 중에서도 넘어오면 골치 아픈 자들이 꽤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상대하기 가장 힘든 상대는 바로 타루엘이었다. 인도자 중에서 가장 최고 서열에 올라있는 그레베 B. 문드리히트 마저도 타루엘에게 목숨을 구걸해야 할 만큼, 거의 신이 되었다는 말이 나올 만큼 타루엘은 강한 상대였다.

그런 자를 상대로 준성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젠장.”


시머스는 주먹을 꽉 쥐고는 몸을 돌려 신경질적으로 옥상에서 내려갔다.


----------


“다녀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야박 이틀 만에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일 년 동안 가출 아닌 가출에 이번엔 야박까지 했으니 한소리 들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준성은 곧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버렸다. 침대가 출렁이며 폭신하게 감싸 안기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 기분을 준성은 느낄 시간이 없었다.

‘당신의 가족까지 위험해질 거예요.’ 타루엘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만일 이 말이 협박이었다고 해도 쉽게 털어버리기 힘든 말을 타루엘은 충고라며 준성에게 말했다. 그젯밤 저녁처럼 그 소머리 괴물이 쳐들어오고… 시머스라는 놈이 다시 쳐들어와 싸우게 된다면… 가족들을 지킬 수 있을까?

준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은 비교적 간단하게 내려졌다. 불가능했다. 이게 게임이라면 가능할 것이었다. 하룻밤 여관에서 자고 일어나면 모든 상처가 치료될 것이고, 약병 하나 마신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회복이 될 테니까. 그러나 이건 게임이 아닌 현실이었다. 지금 당장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면…


“후…”


준성은 침대에서 일어나 땀 냄새가 밴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다시 타루엘을 찾아가기 위해서 어디 가냐는 부모님의 질문에 대충 얼버무리며 집을 나섰다. 타루엘의 집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전설이나 설화에서 보던 것처럼 유령처럼 사라지는 집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준성은 자신을 향해 비웃었다. 웃기지도 않는 생각을 하는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웃겼던 것이다.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리고 미호가 보였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준성을 반기는 타루엘이 보였다.


“결정을 했나요?”

“예. 전, 돌아갈 생각은 없어요.”


미소 짓고 있던 타루엘의 표정이 아주 짧은 순간 살짝 굳어졌다가 다시 그 온화한 미소로 돌아갔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제가 돌아간다고 해서 부모님이 안전하리란 보장이 있나요?”

“…….”


타루엘은 준성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보장하라고 한다면 호법자들을 보내 호위하게 하면 될 테니 아주 못할 건 없지만, 지금 준성이 바라는 대답이 그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준성이 한 질문의 의미는 무슨 소릴 해도 자신은 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안심이 되지 않을 테니까.


“…부모님을 모두 카로마니아로 데리고 가야 된다는 소리로 이해해도 될까요?”

“…비슷합니다.”


꼭 가야 한다면 그 방법도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결국 타루엘의 반응과 질문의 의미로 인해 결국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답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확고히 하기로 했다.


“걱정해주셔서, 그리고 치료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어쩔 수 없군요.”


이것이 준성이 내밀은 답이라면 타루엘은 그 선택을 인정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타루엘의 손에 양성된 자들은 모두 그들의 선택에 따라 남거나 떠나갔으니 준성 역시 그다지 달라질 건 없었다. 그저 그 선택의 책임을 모두 준성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 뿐.

준성은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할 말이 끝나자 곧바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타루엘의 안전가옥은 다시 조용해졌다.


“미호.”

“예, 주인님.”


미호가 다가와 타루엘의 앞에 납작 엎드렸다.


“가서 준성을 호위해라. 하지만 가능하면 직접 나서는 일은 없도록 해라.”

“예, 주인님.”


타루엘의 명령이 내려졌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천재누피님의 지적에 따라 다음화에선 준성이 자유를 느끼는 분위기를 만들겠습니다. 본래라면 진작에 나왔어야 했겠지만, 그런 거 잘 모르는 글쟁이인데다가... 이미 써서 연재한 걸 가지고 다시 지우고 쓸 순 없다는 생각에, 다음화에서 넣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지적해주신 천재누피님께 감사드립니다.


잡설 3.

타루엘은 오지랖이 넓은 케릭터인 겁니다. 근데, 시녀 없이 밥은 어떻게 해먹을 건지? 라는 문제가 남긴 했지만... 뭐, 알아서 하겠죠.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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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24 천누
    작성일
    08.10.19 12:01
    No. 1

    오지랖 넓은 캐릭터.
    계승자에서 그나마 아주우우우 쪼금이나마 준성을 생각해주는 캐릭터인가요? ㅎ 결국 가지 않기로 했군요. 잘했다, 준성! 그런 곳을 왜 가!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키리샤
    작성일
    08.10.19 20:17
    No. 2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10.19 21:41
    No. 3

    천재누피님 :
    ㅎㅎ... 아뇨, 타루엘이 걱정하는 건 피의 군주일 뿐입니다. 결국 타루엘도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다는 뜻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10.19 21:42
    No. 4

    키리샤 DX 님 :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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