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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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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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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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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벨로드 에르테르프 - 첫 발자국

DUMMY

준성은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 벌레들의 공격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그 뒤로 제대로 된 잠을 잔 적이 없었다. 거의 대부분 밤늦도록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그리곤 1~2시간 정도만 겨우 잠든 뒤 일어나기 일쑤였다.

죄책감?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준성의 불면증은 죄책감만으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복잡한 감정이 잠을 이루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허무함. 돌아갈 곳이 없다는 절망감. 부모님의 복수를 해야 한다는 증오. 더 이상 칼을 쥐고 싶지 않다는 죄책감. 이것들이 준성의 머릿속에서 그를 잠들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어있었다.

애초에 바네사에게 매달리는 이유라곤 아는 사람이 바네사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웃긴 일이지만, 바네사를 제외하곤 준성이 매달릴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이 카로마니아라는 미쳐있는 세계로 넘어온 가장 큰 이유는 복수였다. 그러나 바네사와 재회하곤 준성은 다시 방황할 수밖엔 없었다. 또 다시 두 손에 피를 칠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준성은 숨어버리기로 한 것이었다. 돌아갈 순 없었다. 자신이 지구로… 한국으로 돌아감으로 인해 또 다시 그 괴물들이 넘어올 테니까. 그럴 바엔 이 카로마니아에 남는 게 현명한 판단이었다. 솔직히 자신이 이곳 카로마니아로 넘어온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삶을 선택함으로 죄책감이 더욱 커져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복수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내뱉는 자신을 향한 심장을 도려내는 분노였던 것이다.


“으으윽…”


요즘 들어 부정맥의 고통이 여느 때완 다르게 더욱 아파왔다. 얼굴 근육이 일그러졌고, 몸은 공처럼 말렸다.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독극물을 먹은 뒤 죽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 손으론 왼쪽 가슴을,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론 베개를 꽉 쥐었다. 미쳐버릴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그 고통 때문일까. 한편으론 이대로 죽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쉽게 죽을 수도 없는 목숨… 죽을 거라면 복수는 하고 죽어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가 준성을 부추겼기 때문이었다.


“제…제길… 차, 차라리 그냥 죽여…”


준성의 입이 비틀어졌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흘러가고 심장의 통증이 서서히 사그라져갔다. 준성은 겨우 이리저리 비틀어졌던 몸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었다. 한숨을 몰려나왔다. 아니, 지금까지 목에서 막혀 나오지 못하던 숨이 한꺼번에 튀어나온 곳이었다. 준성은 이제야 겨우 몸을 펴고 힘이 다 빠져버린 몸을 침대 위에 대충 펼쳐놓았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준성아, 나야. 들어가도 될까?”

“…….”


준성은 침대에 누운 채로 고개만 돌려 문을 쳐다보았다.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준성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주 잠깐 동안 문을 열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준성은 이내 그 생각을 떨쳐버리고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는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 이레인이 있었다.


“어디 아픈 거야? 또 심장?”

“…아니.”


준성의 입에선 퉁명스런 말이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적어도 퉁명스럽다곤 할 수 없는 말투였던 준성이었지만, 화가 쌓이고, 그곳에 고통까지 쌓이고 나니 좋은 말투가 튀어나올 순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바네사가 고개를 숙였다.


“…미안, 걱정돼서…”


바네사가 고개를 숙인 이유야 알 것 같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아쉽게도 준성의 목소리는 쉽게 돌아올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 그래. 괜찮아.”


미안한 마음에 대한 대답일까. 아니면 자신의 몸이 괜찮다는 말일까. 그 말의 의미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진 준성을 제외하곤 알 수 있는 사람이 없지만, 준성은 그 말을 해석해 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방해해서 미안해. 잘 자.”

“응.”


바네사를 문 앞에 내버려 둔 채 준성은 문을 닫았다. 죄책감이 다시 몰려왔다. 자신의 곁엔 너 밖에 없다는 말을 한 지 고작… 2시간도 안 되서 이러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당장은 분노가 우선이었다. 문제는 그 범주 안에 바네사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준성은 침대에 누워 다시 몸을 말았다. 오늘 밤은 더욱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


“크윽!”


이온은 전신이 불길에 뒤덮이며 앤 볼타비아의 이그니스에 맞고 날아가 꼴사납게 처박혔다. 그리고 뒤를 이어 피리야 역시 이온과는 반대쪽으로 그러나 같은 모습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살의가 없었기에 칼 날에 살기가 없어서 그나마 칼에 베이지 않았다는 것뿐이지 완패였다.

이온은 몸을 굴려 몸 전신에 붙은 불을 끄며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젠장, 이게 무슨…”


앤 볼타비아의 실력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전에 이온은 재빨리 어금니를 깨물고 허리를 숙여 빠르게 다가오는 불길을 피해야 했다. 뜨거운 기운이 뒤통수를 시작으로 허리까지 빠르게 타고 흐르는 걸 느끼며 이온은 한 바퀴 굴러 앤이 휘두르는 이그니스의 사정거리 밖으로 빠져나왔다.


“젠장!”


암중무도


이온의 전신에서 검은색 기운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앤은 그런 이온을 쳐다보고만 있을 뿐,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이온이 돌진해오자 앤은 그제야 자세를 잡았다. 늦어도 한참 늦은 앤의 행동에 이온은 의아했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베고 들어갔다. 그러나 앤을 막 베려는 순간, 앤은 이온의 칼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미 빠져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이어서 앤이 내뱉는 충격적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누굴 바보로 알아? 그런 정형화된 공격으로 나와 몇 번이나 싸웠다고 생각해?”


앤 볼타비아는 재빨리 몸에 불길을 치솟게 했다. 이라 이그니스였다. 지금까지 이그니스라는 칼 이름을 빌려 칼리고로서 이온의 앞에 나타났을 때의 앤 볼타비아의 수십 가지 전력 중 하나였다. 몸 주위를 감싸던 붉은 색의 뜨거운 열기는 이내 앤 볼타비아의 주위를 덮었다.


“네 자존심을 꺾기 위해서라도 보여줄게. 제 6대 벨로드 에르테르프가 피의 악마라 불리도록 했던 그 포락지형이란 기술의 극히 일부분을…”


앤 볼타비아의 모습이 불길에 타들어가듯 사라졌다. 그리고 퍼져가던 열기는 어느새 이온의 주위를 완전히 덮어버린 상태였다. 이온은 재빨리 건곤지묵도를 고쳐 잡고 어디서 들어올지 모르는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기술이라는 게…


“아아악!”


이온의 전신에 불이 붙었다. 사방에서 빠르게 이온의 몸을 감싼 열기가 이온의 옷을 태우며 화상을 입히고 있는 것이었다. 그와 함께 모든 방향에서 수십 개의 칼날이 빠르게 들어와 이온의 몸 여기저기를 베어댔다. 결국 그렇지 않아도 화끈거리는 칼로 인한 상처에 불까지 전신을 덮어버리자 더 이상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불과 몇 초 걸리지 않은 싸움의 결과였다. 이온이 쓰러지자 이온을 감싸고 있던 열기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게 제 6대 피의 군주 벨로드 에르테르프가 썼던 힘의 극히 일부분이야. 네놈의 멸화엔 비교도 안 되는 기술이지.”


건곤지묵도 안에 잠들어 있는 오로지 살인만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 멸화에 비교도 안 되는 힘이란 말에 이온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앤 볼타비아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었다. 너무 어지러워 정신을 차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준성과 바네사는 겨우 잠이 들었을 때, 불청객들의 방문을 받고 불쾌하게 깰 수밖엔 없었다. 멀쩡히 달려있는 문을 내버려두고 항상 창문을 깨고 들어와만 침입이라 생각하는 건지 그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고 창문을 부수고 들어온 괴한 중 한명의 목을 먼저 친 바네사는 뒤따라 들어온 괴한을 피해 준성에게로 달려갔다. 준성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준성아!”


문을 열고 들어온 방 안엔 2대 1로 괴한들과 대치하고 있는 이미 방바닥을 녹여 칼로 만들어 양 손에 쥐고 싸울 준비를 끝낸 준성이 있었다. 준성은 온화의 순례자 바네사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바네사를 향해 칼을 던졌다. 그것도 칼을 쥐라고 던진 것이 아닌 바네사를 맞추려는 듯 똑바로 던졌다.

바네사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고, 준성이 던진 칼은 바네사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퍽! 바네사는 어깨를 감싸고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으면서도 등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쫓아왔던 괴한의 머리에 준성이 던진 돌칼이 박혀있었다.


“제, 젠장…”


바네사의 등 뒤에서 칼을 내려찍으려는 괴한의 모습에 너무 놀라 본능적으로 던지긴 했지만, 그 칼에 맞아 괴한이 쓰러지자 준성은 다시 욕지기를 내뱉으며 몸을 떨었다. 또 다시 누군가를 죽였다는 것에 대한 공포였다. 그리고 그걸 놓치지 않겠다는 듯, 남은 두 명의 괴한들이 준성에게 덤벼들었다. 바네사 역시 준성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의 앞으로 달려들었다.

두 괴한의 칼이 준성의 심장과 목을 노리고 정확하게 들어왔다. 그러나 준성은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너무 놀란 표정으로 그 괴한들의 칼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바네사가 늦었다. 상대적으로 괴한들이 가까웠던 탓이었다. 그렇게 그 칼이 준성의 굳어있던 몸에 박히려는 순간, 갑자기 마치 꼭두각시처럼 떨리던 준성의 몸이 딱딱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피하는 행동이었다. 덕분에 허공을 베고 만 암살자는 바네사의 반격에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또 한명의 암살자… 그 암살자는 재빨리 준성의 목을 감고 그 목에 칼을 겨눈 채 바네사와 자신사이에 준성을 방패로 삼았다.


“이, 이런… 준성아!”


바네사의 외침에 준성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그 즉시 몸이 마치 폭발하려는 듯 빠르고 강하게 떨렸다. 암살자가 잡고 있지 못할 만큼 심하게 떨려왔고, 덕분에 암살자의 칼이 준성의 목을 살짝 찔렀다. 그 순간… 준성의 몸이 멈췄다. 칼이 목을 찌르자 죽음의 공포가 더욱 확실해졌기 때문이었다.


“죽을 수… 없어. 죽을 수 없어. 죽을 수 없어. 난…”


준성은 암살자를 돌아보았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두 벨로드의 수난 시대인 겁니다. 위의 설명만으론 아마 6대 벨로드의 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으실텐데요. 1부 끝에서 멸화를 써서 이온을 잡으러 왔던 군대를 몰살시키기도 하고, 피리야를 구하러 갔을 때, 덤벼들던 20여 명의 적을 몰살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파괴력이 그것 이상이라는 뜻입니다.


잡설 3.

슬슬 현실에 대해 알아가는 장면입니다. 두 벨로드 에르테르프의 선택과 결정을 한 1, 2화였다면 이제 남은 건 그 선택과 결정을 관철시킬 결심을 다잡는 것입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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