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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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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9.01.29 13:24
최근연재일 :
2009.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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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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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2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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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Gloomy Feast - 결말

DUMMY

준성은 하늘에서 느릿느릿하게 내려오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비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는 남자…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이었다. 준성은 재빨리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적어도 집 앞에서 싸울 순 없기 때문이었다. 시머스는 그런 준성을 향해 비웃더니 곧바로 준성의 뒤를 쫓아 따라오기 시작했다. 시머스에게 있어 준성 이외의 사람은 관심 밖의 일이니까.


“뉴스에라도 나오고 싶은 거냐?”

“…반말을 허락한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


준성은 저녁 시간이 되면 사람이나 차가 잘 다니지 않는 집 뒤의 도로로 올라갔다. 도착하자마자 도로의 가드레일을 녹여 자신의 칼로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양 손에 칼을 쥐고 자세를 잡자 그의 앞에 시머스 그레헴 역시 칼을 뽑아들어 자세를 잡고 섰다.


워터 블레이드(water blade)


준성의 손에서 시작된 검푸른 색의 물결이 쇠로 만들어진 두 자루의 칼을 감싸 안았다. 준성은 싸움에 앞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불레를 끓어오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천천히 호흡이 안정을 찾는 것과 반대로 불레가 뜨겁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불레가 끓는 한도가 지나자 준성은 눈을 뜨고 상체를 숙이고는 시머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준성의 앞을 가로막는 것들이 있었다. 언뜻 봐도 지구의 생명체가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만큼 기형적으로 생긴 벌레들이었다. 샤볼과는 다르게 촉수처럼 생긴 것들이 전신을 뒤덮고 있는 형태였다.

준성은 처음 보는 것이지만, 촉수로 먹잇감을 휘감아 몸에 붙여 피부에서 새어나오는 소화액으로 천천히 녹여먹는 티볼이라는 이름의 벌레들이었다. 먹잇감의 종류는 딱히 구별이 없으며 자기 몸과 비슷한 크기면 다 잡아먹는 벌레였다. 작을 때도 커다란 크기의 개만하며, 다 자라면 소만한 크기로 자라는 엄청난 크기의 벌레였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벌레들은 준성의 앞을 가로막자마자 곧바로 촉수를 뻗으며 준성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고, 그 공격에 돌격하던 준성은 자세를 바꾸고 도약한 뒤 촉수를 피해 서너 발자국 물러났다. 그러나 멈춰서 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 준성은 다시 자세를 낮추었다.


대쉬(dash)


준성의 몸에 빨리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보조마법이 펼쳐졌고, 준성은 곧바로 벌레들을 향해 정면으로 치고 들어갔다. 싸움의 기술은 제법 다져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아직 제대로 된 전투가 어떤 건지 이해하지 못한 준성이기에 가능한 판단이었다. 단순히 주먹질 발길질 하다 끝나는 싸움이 아닌 서로 목숨이라는 걸 걸고 싸워야 하는 게 자신의 싸움이라는 걸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 듯 보였다. 본능적인지는 몰라도 가장 앞에 있던 벌레와 충돌하는 순간 준성의 자세가 바뀌었다. 달려들던 자세에서 전투의 자세로 바뀐 것이었다. 그리고 그 벌레의 몸을 베어버리자마자 준성은 칼을 던져버렸다. 최근 벌어진 싸움에서 익힌 싸움의 방식 중 하나인 칼 손잡이에 마력으로 만들어진 줄을 이어 그 줄을 붙잡고 칼을 휘두르는 검술을 펼친 것이었다.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준성의 손짓, 그리고 그 손짓에 따라 휘둘러지는 칼날에 맞은 벌레들의 살점과 수은처럼 은빛이 나는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잔혹한 장면이었지만, 준성의 춤사위가 지속될수록… 준성의 몸은 물론이고 그 일대가 모두 달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은색으로 물들어갔다. 그 모습은 진정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전투 방식은 제법 제대로 익혀가는 것 같군.”


준성이 티볼들을 살육하는 광경을 지켜보던 시머스가 자신을 향해 날아온 벌레의 살점을 마법으로 태워버리며 입을 열었다. 분명 비웃는 말투였지만,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적어도 지금 내뱉은 말이 비웃는 것이 아닌 진심이라는 걸 말하는 중이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아직 멀었어.”


시머스는 한손을 들어 준성을 향했다. 그 즉시 시머스의 손바닥에 무색의 불레가 뭉쳐들었다. 그리고 손을 살짝 튕기는 순간, 둥글게 뭉친 마법 구가 준성과 티볼떼를 향해 날아갔다.


브레트


준성이 또 한 마리의 티볼을 베어버리는 순간 그 마법은 준성의 바로 앞에 도착해있었다. 싸움에 집중하느라 마법이 날아오는지 몰랐던 준성은 재빨리 마법 방어막을 펼쳤지만, 이미 시머스의 마법은 이어지고 있었다. 준성이 마법을 막는 순간 마법 구는 다시 수십 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 준성의 사방을 포위하듯 둘러쌌다. 언뜻 봐도 스무 개는 넘어보였다.


“뭐, 뭐야?”


당황한 나머지 집중력이 끊어져버렸다. 끓어오르던 불레마저도 다시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마력 증폭에 벌써 두 번이나 집중력이 흐트러져버렸다. 유일한 전투 수단이라 할 수 있는 불레를 끓어오르게 하는 방식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준성의 어설픈 전투력을 입증하는 증거였다.


“너희들 세계에선 이렇게 부른다지? 익스플로우젼(explosion)!”


시머스의 외침에 맞춰 준성을 포위하고 있던 마법이 폭발했다.


----------


“이번엔 남자인가요? 타루엘 베루카야.”


그 시간, 타루엘은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과 만나고 있었다. 며칠 안본 사이에 엘더브런의 얼굴은 많이 초췌해져 있었다. 생기가 없는 얼굴이라고 할까. 이번 피의 군주를 부활시키는 일 때문에 너무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었다.


“얼굴이 많이 안 좋아졌군요.”

“이런 얼굴이라 죄송합니다.”


염원의 순례자 샬롯 페데리카 엘더브런은 힘없는 목소리로 타루엘을 반겼다. 그 탓에 타루엘은 괜한 방문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당장 벨로드의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건 준성을 벨로드로 만든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 뿐이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은 자신의 비서인 진실의 순례자 발레리아 펠레그리니가에게 손짓을 해 집무실 중앙에 자리한 탁자로 타루엘을 안내하도록 했다. 타루엘이 자리에 앉고 자신도 타루엘의 맞은편에 앉은 뒤 다시 진실의 순례자 발레리아에게 손짓해선 이번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다과를 준비하도록 했다. 진실의 순례자 발레리아가 물러나자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은 타루엘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나 자신의 시녀인 미호를 지구에 둔 채 급한 걸음을 한 타루엘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피의 군주 벨로드 에르테르프의 일로 상의 드리고자 왔습니다.”

“…예.”


역시나 그 문제였다. 솔직히 이제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오랜 지인인 타루엘을 그냥 내칠 순 없는 일…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은 묻고 싶은 게 있으면 어서 물어보라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타루엘 역시 염원의 순례자 엘더브런의 얼굴을 보고선 쉽게 입을 열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쉽게 포기할 순 없었다. 가이아 여신과 관련된 일이니까.

타루엘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준성은 마법 폭탄이 아닌 누군가 자신을 앞으로 뛰어들었다는 걸 느끼는 순간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가 던져놓았던 마법 폭탄이 터졌다. 마법 폭탄이 터지는 순간 본능적으로 몸을 동글게 말고 주저앉았다. 방어마법을 펼치고 방어해야 올바르겠지만, 아직은 그런 판단을 재빨리 할 만큼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준성이기에 스스로는 가장 현명한 판단을 한 셈이었다.

그러나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들었지만, 더 이상의 어떠한 느낌도 받을 수 없었다. 폭발에 휘말린다거나 하는 느낌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에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자 자신의 앞에서 회사원이나 입을 법한 정장을 입고 있는 여자가 두 팔을 벌리고 서있었다. 흙먼지가 가라앉고, 그제야 상황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보는 여자가 자신의 앞으로 뛰어들어 방어막을 펼친 것이었다.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 레이지스님의 명령은 타루엘 베루카야를 지켜서 무사히 데리고 돌아 와라가 아니었습니까?”

“무명의 인도자 엘린 세스타!”


시머스는 약하게 으르렁거렸다. 시머스와 엘린이라는 이 여자는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준성으로선 더더욱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 보는 여자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도와주지 않나. 그 여자를 보며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은 진리의 인도자라 부르지 않나. 애초에 인도자라 하면 같은 소속일텐데 서로를 적대시 하고 있다는 점이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배신자?

가능성은 충분했다. 문제는 누가 누구를 배신한 건지 알 수가 없다는 것 정도였다.


“당신까지 넘어왔었던 것인가?”

“정확하겐 저도 넘어왔습니다.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


시머스는 등 뒤에서 들려온 쇠가 긁히는 듯한, 기분 나쁜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동공이 커졌다. 미간에 아주 작은 갈색의 돌기를 가진 남자. 이름은 행법의 인도자였다. 이름은 없었다. 애초에 행법의 인도자는 딱히 한 대상을 위해 지어진 이름도 아니었다.

암약 기관인 인도자들 속에 존재하는 암살부대 행법의 인도자. 줄여서 행법자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소속인원은 고작 4명으로 인도자 내의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하는 부대였다. 이들이 하는 일은 별 것 없었다. 그저 레이지스를 호위하거나 그녀의 명령에 따라 처리해야 할 일을 처리하는 것뿐이었다. 일반적인 인도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게 행법의 인도자이지만 차이점이라면 명령을 어긴 인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레이지스의 칼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행법의 인도자를 공격할 경우 더 이상 살아남는 건 무리라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명령 불복종으로 당신의 신변을 구속합니다.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 자세한 내용은 레이지스님께서 직접 물으실 겁니다.”


시머스는 칼을 칼집에 꽂은 뒤 칼집이 매달려 있던 허리띠를 풀러 내려놓았다. 무장 해제를 한 것이었다. 그제야 무서운 표정으로 적법의 인도자 시머스 그레헴을 노려보던 무명의 인도자 엘린 세스타가 준성을 향해 돌아섰다. 그녀의 얼굴은 차분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여신 레이지스님의 명령으로 피의 군주 벨로드 에르테르프를 모시러 왔습니다.”


엘린 세스타는 주저앉아있는 준성을 향해 한손을 내밀었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선작수가 갑자기 폭등! 하루 사이에 20계단 상승! 홍보도 안했고, 추천도 없었습니다만... 이것이 소위 말하는 기적인가요... 헐헐... 왠지 기쁘면서도 무서운;;;

선작수 32. 선작해주신 서른 두 분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실망 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잡설 3.

세스타라는 거... 세스터라는 네팔의 성에서 따왔습니다만, 어이없게도 스페인어라더군요. 블리치에 나온답니다. 왠지 일본어 같아서 검색했다가 뒤통수 맞았습니다. 헐헐...


잡설 4.

제 소설은 크게 두 가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전쟁 반대,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운명론입니다. 운명은 개척할 수 있다. 와 개척할 수 없다. 는 것의 사이를 걷는 글입니다.


잡설 5.

본래는 어제 저녁에 연재할 수 있었지만, 갑자기 일이 꼬이면서 마구 생겨나서... ㅡ_-)a 이제야 연재하고 갑니다.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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