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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더
작품등록일 :
2021.12.19 17:56
최근연재일 :
2022.02.12 00:04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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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45,662

작성
22.02.0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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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율곡

DUMMY

방송국 안.


'율곡과 함께하는 쉽고 편한 주식투자' 프로그램을 녹화하기 위해 사람들이 스튜디오에 모이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로고와 함께 프로그램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진행자들이 가볍게 인사를 하며 주식 시황을 알리는 여러 그래프들을 소개하며 서로 대화를 했다.


"지금까지 개별 종목들의 단기적, 장기적 전망을 쭉 봤는데요. 율곡님, 그래서 지금 시기가 신규 투자자분들도 주식시장에 입문하기 좋을 때라고 보시나요?"


진행자 한 명이 율곡이라는 사람에게 물었다.


율곡은 대단한 말을 하려는듯 잠깐 뜸을 들이다가 힘 있게 말했다.


"조선 시대 율곡 이이 선생께서 예언하신 것이 있습니다. 그분이 임진왜란도 예견하신 건 다들 아시죠?"


"율곡님 예명도 율곡 이이에서 따온 것 아닙니까."


"예. 그분이 학자기도 했지만 여러 예언을 하시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그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얀 토끼를 따라 청림으로 가라-"


"청림이라면...?"


"청림은 한자로 푸른 숲이라는 뜻인데요. 주식시장에서 푸른색은 뭐죠?"


율곡의 물음에 진행자들이 합창하듯 입을 모아 대답했다.


"하락장이죠!"


진행자들은 사이비 교주의 강연이라도 온 것처럼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그게 바로 지금입니까 율곡님' 하고 오바를 했다.


율곡은 그들의 텐션에 맞춰 더 오바를 하며 말했다.


"맞습니다! 푸른 숲! 바로 하락장이죠! 파란 그래프가 연이어 있는 파란 기둥의 숲! 바로 그것입니다!"


진행자들은 자기들끼리 웅성웅성하며 놀라워하다가 한 명이 율곡에게 물었다.


"그럼 그 예언은 하락장으로 가라는 말일까요?"


"예 그렇습니다! 하락장이 곧 기회입니다! 하얀 토끼는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그런 토끼죠. 그 토끼를 따라가야 여러분이 꿈꾸는 기회가 펼쳐집니다! 요즘 근로소득만으로는 집을 사기 힘들죠? 배당과 주가상승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바로 하락장에 뛰어드셔야 합니다!"


율곡이 말하는 동안 옆에 띄워져 있는 실시간 시청자 채팅창에서 '오오', '지금 저도 시작합니다 율곡님', '시드머니 일렉트론 만개면 어떤가요?' 등의 채팅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시각 방송국 바깥.


윤후는 근처 구조물 뒤에 숨어 율곡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우가 확보해준 주소는 율곡의 거주지였지만 그곳에 가서 기다리기에는 그곳이 실제 거주지가 아닐 수도 있고 집에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확실한 스케줄인 방송국 녹화 시간에 맞추기로 한 것이다.


윤후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방송국 건물 근처에서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예정된 시간에 딱 맞게 방송이 끝났는지 율곡이 다른 사람들과 나오는 모습이 금방 보여서 윤후는 순간 긴장을 했다.


율곡은 사람들과 인사하며 헤어진 다음 지상에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율곡은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걸었고, 그 틈을 타서 윤후는 발소리를 죽인 채 율곡과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율곡과의 거리가 확보되자 순간 속도를 높여 빠르게 율곡의 핸드폰을 낚아채 달리기 시작했다.


홀로그램과 AR 등의 기술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핸드폰이라는 실물기계는 필요했고 그 안에 저장된 정보들은 중요했다.


정보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사회에서 각종 정보들이 저장된 핸드폰은 사람의 신체 다음으로 다치면 안 되는 소중한 것이었기 때문에 율곡은 소리를 지르며 윤후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평소 파쿠르로 단련된 윤후를 따라올 수는 없었다.


윤후는 주차장에 즐비한 자동차들 위로 날아올라 빠르게 점프하며 율곡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율곡은 뛰어서 조금 따라가다가 포기하고 주저앉았다.


그런 율곡에게 어떤 사람이 '무슨 일이시죠?' 하고 지나가다가 멈춰 도움을 주려 했지만 어쩐 일인지 율곡은 그 사람에게 '아무 일도 아니다. 그냥 아는 친구가 장난을 좀 쳤다'고 얼버무리고는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할 수 없는 어떤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한편 윤후는 율곡의 핸드폰에 어떤 장치를 꽂은 다음 귀에 꽂은 무선 통신장치로 선우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윤후는 통화를 하면서도 계속 뛰면서 움직였다.


"장치 연결했어요."


평택의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율곡의 핸드폰 정보와 연결된 선우는 '일단 비밀번호를 풀겠다'며 작업을 시작했다.


선우와 주원 두명이서 붙어서 비밀번호를 풀기 시작했다.


양자 역학 컴퓨터가 등장해도 절대 풀 수 없다는 비밀번호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회사의 핸드폰이었지만 핸드폰의 1차 비밀번호는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풀렸다.


그러자 선우와 주원이 보고 있는 모니터에 핸드폰에 있는 자료들이 업로드되기 시작하고, 선우는 사진첩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다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사람도 비밀번호를 다 캡쳐해놨네."


주원이 '어디 봐봐요' 하며 옆으로 왔다.


‘3Acx90QDLKadfFJMCXd4589XdNKMKNdfA9328JCKCMed983478cnDU0589k’ 같은 길고 복잡한 각종 비밀번호가 모두 사진이나 텍스트로 여기저기 저장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고, 어느 곳의 비밀번호인지까지 친절하게 다 적혀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거의 이렇죠 뭐. 귀찮으니까."


주원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같이 웃었다.


그 정보들을 이용해 여기저기 로그인을 해보던 선우가 갑자기 전과는 다른 싸늘해진 말투로 말했다.


"이거 아주 도둑놈의 새끼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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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증발 21.12.19 12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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