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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더
작품등록일 :
2021.12.19 17:56
최근연재일 :
2022.02.12 00:0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13
추천수 :
0
글자수 :
45,662

작성
21.12.20 01:15
조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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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하노이

DUMMY

윤후가 공항에서 나오자 여기저기 베트남어로 된 표지판들이 보인다.


윤후는 앞에 늘어선 택시 중 아무거나 집어서 탔다.


경찰에 연락도 해봤지만 '그런 사람은 기록에 없다'는 답변을 듣고 나서 윤후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기록이 삭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진위 판별에 새로운 장이 열린다던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한지 오십년이 지난 지금이었다.


그런데 블록체인 상에서 완전히 기록이 삭제가 되어버리다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단순한 계약이나 거래 사실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삭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택시는 완전 자율주행차로 운전자가 없이 ‘목적지를 입력하라’는 말이 여러 국가의 언어로 흘러나왔다.


윤후는 트릭시티에서 캡쳐해 온 주소를 택시 안의 네비게이션에 입력한 다음 택시를 출발시켰다.


택시 요금이 실시간으로 몇 일렉트론인지 계산되어 앞에 있는 화면에 나타났다.


택시 안에서는 딱히 할 게 없었으므로 윤후는 택시 뒷자리에 기대 앉아 창밖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창밖에 보이는 풍경은 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발전 없는 모습이었지만 길거리 곳곳에 있는 CCTV들은 최첨단이었다.


360도로 회전하면서 스스로 위치를 바꾸고 레이저를 쏘기도 하는 CCTV가 윤후의 눈에 들어왔다.


무엇을 감시하기 위한 CCTV인지 윤후는 잠깐 생각했다.


택시는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윤후는 일렉트론으로 결제를 하고 택시에서 내리는데, 윤후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 오토바이를 타고 윤후에게 돌진하며 윤후의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평소 파쿠르로 단련되어 반응 속도가 빨랐던 윤후는 바로 그 오토바이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윤후는 건물 벽을 타고 사람들이 있는 테이블 위를 밟고 점프해 오토바이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길은 좁고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에 오토바이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못했고, 바로 윤후에게 따라잡혔다.


윤후는 오토바이를 덮쳐 오토바이를 쓰러뜨림 다음 오토바이를 탄 사람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았다.


윤후가 핸드폰을 확인하는 동안, 오토바이를 타던 사람은 윤후가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재빨리 일어나 도망가기 시작했다.


핸드폰이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한 윤후가 더러워진 옷을 툭툭 털고 원래 가려던 길을 가려는데, 어떤 사람이 윤후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파쿠르 하시나봐요?"


다른 나라에서 들리는 한국말이었기 때문에 윤후는 반사적으로 그쪽을 봤지만 그냥 '아 네' 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냥 지나치려던 윤후는 갑자기 생각난듯 한국말로 말을 건 사람에게 다가갔다.


"혹시 베트남어 하실 줄 아시나요?"


그사람- 민성-은 처음 본 윤후에게 친절하게 대꾸했다.


"뭐. 네. 여기서 산지 꽤 돼서요. 저기서 마사지샵 하고 있어요."


"그럼... 제가 보수는 넉넉히 챙겨드릴테니까 잠깐만 같이 가주실 수 있을까요? 번역기 앱은 좀 틀릴 때도 있는 거 같아서요."


민성은 윤후와 같이 가주려고 그러는 것인지 노상 카페에서 마시던 맥주를 원샷했다.


"뭐 그래요. 어디 가는 건데요?"


윤후는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여자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데··· 그게 좀 이상해서요. 경찰에 연락했더니 여자친구 기록이 하나도 없다고 하고... 여자친구가 마지막으로 만난다고 한 사람이 여기 사는 거 같아서 무작정 찾아왔네요."


윤후가 그런 말을 꺼내자 민성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자친구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베트남 사람인 건 어떻게 알죠?"


윤후는 핸드폰에서 트릭시티 영상을 보여주며 말했다.


"트릭시티에서 메시지 같은 거 보내고 광고 같은 거 같이 한다고 강남에서 만난다고 했었거든요. 그때 여자친구가 보여준 영상이 기억나서 그걸로 찾았는데."


민성은 윤후가 보여주는 영상과 메시지를 한참 본 다음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거. 영상 속 사람이랑 실제 연락한 사람이랑 다를걸요?"


"예?"


민성은 후- 하고 한숨을 푹 쉰 다음 말했다.


"여긴 그런 사람들 되게 많아요."


처음 친절한 태도와는 다른 모습에 윤후는 낯설어하면서 물었다.


"어떤 사람들이요?"


민성의 눈이 빛났다.


"신분을 도둑맞은 사람들이요."


그렇게 말한 다음 민성은 길거리에 보이는 CCTV들을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높은 사람 중에 누가 베트남 사람들 얼굴인식 정보를 통째로 중국에 팔아넘겼거든요. 여긴 공산 국가라 얼굴인식 정보는 전국민이 의무적으로 다 등록돼 있었는데. 그리고 블록체인도 해킹당하면 얼굴에 정보에 돈에··· 다 털리는 거예요."


"블록체인이 그렇게 쉽게 해킹된다구요?"


블록체인 어쩌고 하는 말에 옆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윤후와 민성을 흘긋 쳐다보기 시작했다.


언어가 달라도 '블록체인'처럼 영어로 된 단어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윤후와 민성은 사람들 눈치도 보이고 해서 일단 트릭시티 상에 표시된 주소로 가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해킹."


민성이 아까에 이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들한텐 어려운데 아는 사람들한텐 쉬운가봐요. 아무튼 그렇게 되면 그냥 신분이 없는 상태로 살아가게 되는데. 그럼 법의 보호를 잘 못 받게 돼서 범죄의 표적이 되죠. 또 그런 사람들은 블록체인 상에서 인증을 못 받기 때문에 현금만 써야 되니까 현금은 도둑맞기 쉽고. 도둑들은 더 늘어나고."


"현금이라면... 베트남 화폐 '동'을 말하는 건가요?"


"아 네."


윤후는 전세계적으로 가상화폐만 써야 하는 상황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서는 예전의 법정화폐를 쓰는 게 합법인가요?"


민성은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불법이죠. 국가가 모든 걸 통제하려고 하는 나라들은 다 블록체인 상에 정보가 기록되길 원하지 않나요?"


그렇게 지도를 보며 걷기 시작한지 한참 되었을까, 윤후와 민성의 앞에 기찻길이 나타났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아보이는 기찻길이었다.


기찻길 양 옆으로 쭈르륵 늘어서 있는 작은 카페들과 바, 가정집들에서 뭘 먹거나 빨래를 널고 있거나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트릭시티에 나타난 주소가 기찻길 부근이라는 걸 떠올린 윤후는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찾아야 하는 장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민성은 트릭시티에 올릴 영상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두고 기찻길 한가운데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사람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해킹을 안 당해도 문제죠. 맨날 저렇게 트릭시티 영상 찍고 일렉트론 구걸하는 게 일상이에요. 일렉트론 생기면 또 인터넷에서 다 써버리고 다시 또 일렉트론 구걸하고. 또 다 써버리고. 실제 생활은 아주 개그지같은데 실제 생활에서 쓸 생각은 안 해요. 제가 하는 마사지샵도 거의 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손님이지 여기 현지인은 없어요. 메타버스인지 뭔지가 아주 사람들을 다 망쳐놨다니까요. 한국도 요즘 그렇다던데 그래도 여기보단 낫죠?"


윤후는 영상을 찍고 있는 사람을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뭐... 비슷해요."


그때 윤후의 눈에 영상 속에서 보이던 카페가 보였다.


주소에 나타난 대로 그 카페의 맞은편으로 가기 시작하고, 민성도 윤후를 따랐다.


윤후가 들어간 곳에는 영상 속과 똑같이 가족들끼리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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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블록체인 22.02.01 12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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