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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더
작품등록일 :
2021.12.19 17:56
최근연재일 :
2022.02.12 00:04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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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45,662

작성
22.01.0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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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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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누명

DUMMY

밤.


윤후는 퇴근하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풀리지 않는 의문에 마음이 무거운 윤후였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 혹은 무력감이 엄습했고, 윤후는 생각에 잠겨 천천히 걷고 있었다.


윤후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리 보이고 윤후가 문득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윤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소각장 관장님'이다.


윤후가 전화를 받으니 소각장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며 관장이 말을 걸었다.


"아이고 윤후 팀장님~ 아까 전화 주셨는데 일하느라 못 받고 이제야 생각나서 전화드리네요. 무슨 일로 전화주셨는지."


원화 소각 업무상 형식적으로 한 전화였지만 원화를 담은 박스가 잘 도착했는지, 잘 소각되었는지 꼭 확인을 해야 하는 절차였다. 윤후가 대답했다.


"아 네 관장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기 다른 게 아니라 뭐 좀 여쭤보려구요. 아까 저희 팀에서 간 원화 박스 잘 소각됐나해서요."


관장은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거의 소리지르듯 말을 했다.


"아 네. 팀장님도 아시다시피 여기서 소각하는 거는 도착부터 소각까지 다 녹화가 되고 또 실시간으로 블록체인에 정보가 저장되니까요. 자료 필요하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네... 아닙니다. 아까 운송 과정에서 좀 차질이 있었던 것 같아서요. 평소랑 다른 게 있나 해서 전화드려봤습니다."


"예예. 평소랑 다른 거 전~혀 없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관장님."



아까 윤후가 데이터 센터에서 봤을 때 원화의 위치가 잠깐 사라졌었기 때문에 그것을 확인하려고 물어본 것이었지만 평소랑 다를 게 없다는 말에 전화를 끊으려는데, 관장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평소처럼 아주 돈이 빳빳한 게 자알~ 타더라구요. "



윤후는 멈칫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돈이 빳빳했다구요?"


관장은 이상한 점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


"제가 어렸을 때 본 원화들은 사람들이 실제로 돈으로 써서 그런가 다 너덜너덜하고 더러웠던 거 같은데. 압수하신 것들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잘 못 써서 그런가 아주 새돈 같아요. 다른 직원들은 어려서 그런지 별로 원화에 관심이 없는데 저 같은 경우는 예전에 그걸 쓰던 시절을 아니까 돈이 불타는 걸 보면 뭔가 기분이 싱숭생숭해서 소각되는 장면을 자주 구경하는 편입니다~"


윤후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지금까지 윤후가 압수하러 간 현장에서 본 돈들 중 빳빳한 돈은 하나도 없었다.


신권이 발행되지 않은지 몇십년이 지났기 때문이었다.


또 숨겨야 하는 돈들이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구석에 쑤셔넣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되지 않았더라도 구겨지는 경우가 많았고 구겨지지 않게 최대한 잘 보관을 하더라도 몇십년 된 돈이 빳빳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소각장으로 간 원화와 윤후가 현장에서 본 원화가 다르다는 걸 의미했다.


예전에 원화를 사용하던 추억에 잠겨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관장의 전화를 대충 끊은 윤후는 바로 정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환은 퇴근하자마자 잠든 듯 자다 일어난 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예 팀장님..."


"아까 압수한 원화들 말이야."


"예. 그게 왜요?"


"새 돈이었어?"


"네?"


안 그래도 비몽사몽인데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듯 정환이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윤후는 지금 정환의 기분을 살필 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론에 집중했다.


"그니까 빳빳하고 아무튼 새거 같았냐고."


그래도 정환은 웃음 반 짜증 반으로 성실하게 대답을 했다.


"아니 팀장님 뭐 저희랑 한두 번 일 나갑니까··· 아까도 더럽고 냄새나서 토할 거 같다면서 윤지가 오늘은 모기약까지 뿌렸다니까요. 근데 오늘 심하긴 심했어요. 장판 밑에 그걸 숨겨놨는데 집이 그닥 좋은 것도 아니라서 장판 밑에 습기가 찼는지 진짜 돈 썩는 냄새가··· 저는 그런 거 잘 참는 편인 거 아시죠. 근데도 저도 욱했다니까요. 아직도 머리 아픈 거 같아요. 아우."


"그니까··· 빳빳하진 않았다는 거지?"


하지만 윤후가 자꾸 이상한 말을 하자 정환은 슬슬 짜증이 나는지 목소리에 짜증이 섞이기 시작했다.


"아니 뭘 빳빳해요··· 아주 너덜너덜했는데요. 찢어진 것들도 있고."



윤후는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판단이 잘 되지 않아 잠시 멍하게 있었다.


윤후가 대답이 없자 '팀장님?'하고 정환이 물었지만 윤후는 그냥 알았다고 쉬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누군가가 진짜 원화를 빼돌렸다.


실시간으로 금감원 블록체인에 위치 정보가 기록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금감원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일까 아니면... 하고 윤후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윤후는 동생의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받기로 했다.


"어 왜."


하지만 동생 윤하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오빠 지금 어디야?"


"집 가고 있는데 왜."


"왜 이렇게 태평해?"


"뭐가? 왜 또 시비야? 니나 잘해. 지금 안 그래도 머릿속 복잡한데."


윤후는 아까 소각장 관장과의 전화처럼 대충 대답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윤하가 울먹거렸다.


"아니··· 지금 뉴스에 오빠 집 나온단 말이야."


"엥 우리 집이 왜?"


"오빠 집에 막 피가 뿌려져 있고. 아무튼 오빠가 누굴 집에서 죽였대."


"무슨 소리야."


안 그래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 일 때문에 머리가 아픈데 무슨 소리인가 싶어 윤후는 조금 짜증을 냈다.


윤하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빨리 인터넷 봐봐..."


윤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인터넷 포털앱을 켰다.


메인 화면에 ‘금감원 직원 정모씨, 신원미상의 사람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수배령 내려져’ 하는 기사가 걸려 있다.


동영상을 클릭해보니 동생의 말처럼 자신의 집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들이 보이고, 혈흔 반응검사 결과 집안 곳곳에 피가 뿌려져 있던 흔적이 나오는 영상도 함께 있었다.


기사 댓글에는 ‘사이코패스도 공기업에 다니는데 나는 왜 취업이 안 될까’, ‘사형제도 부활 안하나요?’, ‘미친놈 아무나 잡아와서 재미로 죽였겠지’하는 말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핸드폰 화면을 보다가 고개를 든 윤후는 맞은편에서 잠복해 있던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들은 사복을 입고 있었지만 윤후는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본능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뒤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도 바로 윤후를 따라 뛰어오기 시작했다.


윤후는 달리면서 핸드폰을 던져서 버린 다음 나선형으로 이어진 공원의 계단 위에서 점프해서 한번에 2층 높이를 내려가서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 파쿠르 동호회에서 자주 뛰었기 때문에 윤후는 다치지 않고 바로 착지해 다시 뛸 수 있었다.


가다가 금감원 직원 목걸이가 들어있는 가방도 버리고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는 6차선 차도도 그냥 건너면서 윤후는 계속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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