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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더
작품등록일 :
2021.12.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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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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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12.2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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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DUMMY

민성은 베트남어로 그 사람들과 말을 하기 시작했다.


대화는 꽤 길어졌다.


베트남어를 하나도 모르는 윤후가 보기에는 왜인지는 몰랐지만 주변에 있는 그 사람의 가족들까지 민성과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들과 말하던 민성이 윤후에게 말했다.


"거봐요. 제가 아닐 거 같다고 했죠."


윤후는 '강남에서 지윤이 만났냐고 물어봤어요? 한국 여자... 만났냐고 했어요?' 하고 애절하게 물었지만 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윤후는 '맞는데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민성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니에요··· 여권도 만든 적 없다는데. 강남에 어떻게 가요. 그리고 얼마 전에 트릭시티 해킹 당했다가 다시 계정 찾았대요."


할 말을 잃고 멍하게 있는 윤후를 민성이 햇빛이 내리쬐는 카페 바깥으로 끌어냈다.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햇빛이 기찻길에 내리쬐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지금 윤후의 눈에 그런 것들이 들어올 리 없었다.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 윤후를 보며 민성이 한 마디 했다.


"여자친구 못 찾아서 어떡해요."


쓸데 없는 얘기었지만 윤후는 그 말에 가슴이 먹먹해져서 한참을 말을 못하다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그··· 신분 도둑맞은 사람들 있잖아요. 그 사람들도 다 제 여자친구처럼 실종되나요?"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거라며 무시했던 사실이었지만 이미 현실이 되어버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윤후였다.


민성은 윤후를 안쓰럽게 보며 말을 이었다.


"뭐 저 사람처럼 그냥 단순히 해킹 당해서 신분만 도용되거나 돈만 뜯기는 경우가 가장 많은 거 같구요. 그냥 단순 실종이 아니라 실종도 되고 블록체인도 해킹도 당하는 경우라면···?"


"그런 경우라면요?"


윤후가 다급하게 물었다.


"이렇게 생각하기는 싫은데. 제가 들었던 경우는 의료정보 같은 게 털려서 그 사람 장기나 혈액 같은 게 필요한 사람한테 납치당했다는···"


민성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표정이 굳어버리는 윤후를 보고는 잠깐 멈추고 다시 말했다.


"에이 근데 그런 거 아니겠죠 설마. 일단 한국 돌아가셔서 알아보는 게 더 좋을 거 같네요 제 생각에는."


민성은 이만 가보겠다며 윤후에게 인사를 하고 가고. 윤후는 잠깐 근처에 있는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서 기찻길을 오고가는 사람들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금융감독원에서 일하고 있는 아는 후배였다.


"네 선배님. 오랜만이네요."


하고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윤후는 다짜고짜 용건부터 말했다.


"지금 내가 어떤 사람 이름이랑 계정 정보 보낼테니까. 위치정보랑 접속기록 이런 것 좀 봐줘."


후배는 난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선배님 이거 사적인 용도로는 추적 금지인 거 아시잖아요."


"너한테 피해 안 가게 할게. 만약에 걸리면 내가 협박했다고 해."


단호한 윤후의 목소리에 후배는 잠깐 고민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이신데요."


"진짜 급한 일이라 그래. 부탁할게. 내가 협박했다는 증거 영상도 만들어줄테니까 제발 좀."


평소 성실한 태도로 어린 나이에 팀장으로까지 진급한 윤후였기 때문에 이러한 부탁은 평소와 다른 거라는 걸 깨달은 후배는 고민하다가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윤후에게 대답했다.


"진짜죠? 진짜 증거도 만들어주실거죠?"


"응 빨리."


윤후는 전화를 끊고 여자친구의 정보와 방금 만난 베트남 사람의 정보를 보냈다. 시간이 좀 걸린다는 말에 윤후는 안절부절하지 못하다가 앞에 보이는 카페 아무데나 들어가서 코코넛 커피를 하나 시켜서 테이블에 앉았다.


손이 떨려왔다. 그러고있는데 아까 그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윤후는 커피는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전화를 받았다.


"응. 찾았어?"


후배는 접속 기록들을 보며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첫번째 보내준 분은 정보를 찾을 수가 없구요. 두번째는 베트남에서 계속 접속하다가 며칠 전에는 한국에서 접속한 걸로 뜨네요."


"한국?"


"네. 몇번 우회해서 접속한 거라 파악하는 데 좀 걸렸어요."


"정확히 어딘데?"


"그건 직접 와서 보세요. 전 여기까지밖에 못 알려드려요."


"알았어. 고마워."


윤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국. 금감원 사무실.


여느 때와 다름 없어보이는 하루 같지만 윤후에게는 아주 다른 하루였다.


윤후는 '접근할 수 없음'이라는 말이 떠 있는 모니터를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찾고자 하는 것을 금감원 시스템 안에서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들 외근을 나가고 아무도 없는 트레이서팀에서 혼자 앉아 있는 윤후를 보고 지나가던 금감원 직원 한 명이 말을 걸었다.


"윤후씨. 오늘은 트레이서팀 외근에 팀장이 빠진 겁니까?"


윤후는 어색하게 인사하며 '오늘은 일반 가정집에 조금 있는 거라 금방 끝날 거기도 하고 또 여기서 할 일도 따로 있다'고 대답한 다음 모니터에 다시 시선을 집중했다.


직원은 '수고하세요'라며 영혼 없는 인사를 건넨 뒤 돌아섰고, 윤후는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그 직원이 가는 걸 확인하고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번을 시도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접근할 수 없음'이었다.


윤후는 고민하다가 특수업무국 국장을 찾아갔다.


국장실 문을 빼꼼히 열고 윤후는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저··· 국장님?"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하다가 국장은 깜짝 놀라 윤후의 말에 대답했다.


"어. 무슨 일이야?"


윤후는 최대한 평소의 성실한 태도와 같이 얘기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그게 저··· 일렉트론 주식시장에 펌핑세력이 있는 거 같은데 그 인터넷에서 선동하고 그런 증거들이 잘 안 잡혀서요. 잠깐만 보안등급을 올려주실 수 있을까요?"


국장은 딴 짓을 하고 있으면서도 예리한 눈빛으로 윤후를 한번 쏘아본 다음 말했다.


"그건 자금세탁국 트레이서팀이 할 일은 아니지 않나?"


윤후는 최대한 순진하게 보이려고 애쓰며 말했다.


"네 그쵸 근데 이번 건은 원화 거래랑도 연결되어 있는 거 같은데 그부분이 명확하지가 않아서···"


평소와 같은 성실한 태도에 국장은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는지 윤후에게 선심을 쓰듯 말했다.


"그럼 데이터 센터 제한 1시간 풀어줄 테니까 그 안에 알아보고 와."


윤후는 '예 알겠습니다!'하고 웃으며 국장실을 나왔다.


국장실을 나와 데이터센터로 향하는 윤후의 맞은편에 사람들이 윤후를 흘긋거리며 지나갔다.


데이터센터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금감원 내부에서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앞에 도착한 윤후는 센서에 똑바로 서서 전신스캔을 받기 시작했다.


윤후의 생체 정보 중 금감원에 등록된 것은 윤후의 혈관 정보였다.


윤후의 혈관 정보를 파악한 기계가 '인증되었습니다'는 소리를 내며 문을 열어줬다.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서버 관리 시스템과 각종 슈퍼컴퓨터들이 즐비한 데이터센터 안이 보인다.


윤후는 그 안으로 들어가 데이터 스토리지’ 쪽으로 가서 백업된 파일들에서 여자친구의 정보를 찾기 시작하는데, 그 안에서 여러가지로 검색해보지만 결과는 ‘검색 결과 찾을 수 없음’이다.


윤후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메인 서버 관리실로 향했다.


모니터에는 현재 금감원 직원들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윤후가 그것들을 보고 있는데, 정환에게서 전화가 왔다.


"팀장님. 일 다 끝났구요. 경찰들한테 인계하고 원화는 차에 태워서 보냈어요. 오늘은 소각장으로 바로 가는 거 맞죠?"


"응. 양 별로 안 되니까. 수고했어. 오늘은 거기서 다들 퇴근해."


"와우 알겠습니다~"


정환의 일상적인 업무 대화에 대충 대답한 윤후는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모니터에는 원화를 실은 차량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량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지도에서 위치정보가 사라졌다.


뭔가 이상한 점을 감지한 윤후가 정환에게 연락하려고 핸드폰을 든 순간, 다시 지도에 차량의 위치정보가 표시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각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윤후는 데이터센터를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와 지금까지 원화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모두 바로 소각장으로 가거나 금감원에서 검토를 거친 다음 소각장으로 가거나 둘 중 하나로, 결국 모두 소각장으로 간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윤후는 이것저것 둘러보기 시작했지만 방금 전 위치정보가 사라진 이유는 딱히 보이지 않았다.


1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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