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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더
작품등록일 :
2021.12.19 17:56
최근연재일 :
2022.02.12 00:0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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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45,662

작성
21.12.1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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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증발

DUMMY

윤후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취미인 파쿠르를 하고 있었다.


일하는 거 말고는 유일한 낙이었기 때문에 윤후는 높은 곳에서 점프하고 담장을 뛰어넘기도 하며 빠르게 뛰어 불규칙적으로 솟아오른 구조물들을 밟아 공중에서 돌기도 하며 꽤 상급 난이도의 기술을 쓰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숨을 돌리는 윤후 곁으로 다른 파쿠르 동호회 사람들도 도착하기 시작했다.


다들 뛰어서 파쿠르로 여기까지 도착해 친한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윤후 옆으로는 영민이 음료수를 두개 들고 다가왔다.


"형 평일에는 잘 안 나오더니. 오늘은 왔네요?"


윤후는 영민에게서 음료수를 받아 캔을 따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영민은 자기 옷을 손가락으로 집어보이고 말했다.


"형. 나 오늘 이렇게 오고 스마트워치도 안 차고 나왔는데 이거 음료수 어떻게 결제했게요?"


윤후는 기분도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대충 대답했다.


"뭐 얼굴인식했겠지."


"아니 저는 얼굴인식 찝찝해서 등록 안했잖아요."


영민은 '짜잔'하면서 손톱을 보여줬다.


영민의 엄지 손톱에 뭔가가 발라져 있었다.


"너 뭐 네일도 해?"


윤후가 영민을 이상하게 보며 말했다.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영민은 웃으며 엄지 손톱을 이리저리 흔들며 말했다.


"이거 여자친구가 해줬는데. 여기 맨 위에 바르는 걸 탑코트라고 하거든요? 여기 밑에 칩이 있어요."


"무슨 칩?"


"카드에서 칩만 뺀 다음에 칩을 여기 손톱 위에 고정시킨 거예요."


윤후는 영민의 손톱을 잡아서 이리저리 보기 시작했다.


위에 불투명한 걸 발라서 그런지 보거나 만지는 걸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오... 그럼 손톱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 되겠네?"


"그니까요. 완전 편해요. 형도 여자친구한테 해달라고 해봐요."


윤후는 여자친구라는 영민의 말에 한숨을 쉬고 말했다.


"하... 안 그래도 오늘 여자친구 때문에 답답해서 나왔는데."


"왜요? 형이 여자친구 때문에 답답할 일이 뭐 있어요."


"아니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했는데 아까부터 계속 연락도 안 되고 그래서."


"형 곧 결혼도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응 다음주에 상견례도 하기로 했어."



다들 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잠깐의 휴식시간이 끝나자 다들 다시 파쿠르를 하러, 혹은 파쿠르를 위한 기초훈련을 하러 일어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윤후도 다시 일어나려고 음료수 남은 걸 다 마시고 일어나려는데 영민이 말을 걸었다.


"형. 요즘에 완전히 증발해버리는 사람들 있는 거 알아요??


윤후는 일어나려는 동작을 멈추고 물었다.


"증발이라니?"


영민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엄청난 비밀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얘기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연락 안 되고 사라져서 잠수탔나 싶은데 실종 사건이고. 그냥 실종 사건인가 싶으면 그것도 아니예요."


"그럼?"


"말 그대로 증발되는 것처럼. 그냥 몸만 실종된 게 아니라 블록체인에서 기록들이 다 증발되는 거예요."


영민의 말을 진지하게 듣던 윤후가 블록체인에서 기록들이 다 사라진다는 말을 듣자 피식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블록체인에서 기록들이 어떻게 사라져. 기록이 안 사라지니까 블록체인인 건데."


영민은 계속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증발이죠. 인터넷에 그런 글들 요즘에 꽤 있는데. 분명히 자기 가족인데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증발해버렸다고."


윤후는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음료수 캔을 버리며 '야 넌 인터넷 좀 그만해.'하고 말했다.


영민은 '아님 말고요' 하고서는 음료수 캔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파쿠르로 여기저기 날아가기 시작했다. 윤후는 잠깐 찜찜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곧 영민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


파쿠르를 마치고 지윤의 집에 돌아와 씻고 핸드폰을 하고 있던 윤후는 문득 '형. 요즘에 완전히 증발해버리는 사람들 있는 거 알아요?' 하는 영민의 말이 떠올랐다.


윤후는 트릭시티에 접속해 지윤의 계정을 찾았는데 친구 목록에 뜨지 않아 검색창에 아이디를 검색했다.


하지만 '없는 아이디'라고 나왔다.


친구 목록을 다시 봐도, 다시 검색을 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편한 자세로 누워있던 윤후는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지윤에게 전화를 거는데,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안내가 나왔다.


윤후는 잠깐 멍하게 있다가 냉장고로 달려갔다.


지윤이 항상 새벽배송을 시키는 내역이 담겨있는 스마트 냉장고였다.


냉장고에 떠 있는 화면에서 결제내역을 확인하는데, '결제내역이 없습니다' 하는 빈 화면이 떴다.


지윤이 일주일에도 몇 번씩 냉장고에서 식료품을 결제하는 걸 알고 있는 윤후는 눈 앞에 보이는 글자를 믿을 수가 없었다.


윤후는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트릭시티에 다시 들어가 아까 지윤과 함께 봤던 베트남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베트남 사람들이 망고를 자르고 과육을 분리하는 영상을 몇백개씩 보며 아까 봤던 사람을 찾기 시작하고, 윤후는 결국 아까 봤던 사람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영어로 메시지를 보냈다.


"아까 강남역에서 지윤을 만났습니까?"


하지만 그 사람은 메시지를 읽기만 하고 답장이 없다.


윤후는 화면을 번역기 모드로 돌려 베트남어를 한국어로 자동으로 번역해서 보여주는 상태로 바꾸고 그 사람이 올린 게시물들을 뒤져 위치정보가 나와 있는 영상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시태그에 위치정보가 저장된 영상을 발견한다.


하노이에 있는 기찻길을 배경으로 그 사람과 그 사람의 가족들이 찍힌 영상이 있고 ‘우리 가족이 하는 카페’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져있다.


윤후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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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누명 22.01.02 1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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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노이 21.12.20 15 0 8쪽
» 증발 21.12.19 13 0 6쪽
2 윤후 21.12.19 19 0 8쪽
1 트레이서 21.12.19 3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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