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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6.12 18:00
연재수 :
6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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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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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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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8쪽

제 317화 살인귀와 천사의 문답.

DUMMY

“내 몫의 요리도 마련해줘서 고마워. 람히르.”


살인귀는 모닥불에 앉아. 자신이 낚시한 물고기와 그가 가지고 있던 감자로,

피시 앤 찹스를 만들어준 람히르를 향해 감사인사를 하였지만.

람히르는 흥!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곁에 앉더니 살인귀가 이전에 만든 ‘요리’를 가리켰다.


“당신이 만든 그 검댕이를 먹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죠!”


살인귀가 람히르에게 미안하다는 의미로 만든 요리는 검게 타버린 물고기랑 감자뿐..

이 때문에 람히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직접 요리를 시작하였고,

그녀는 네메시스에게 선물 받은 고급 기름을 이용하여, 살인귀랑 똑같은 재료를 사용했는데도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러운 피시 앤 찹스를 만들어냈다. 살인귀는 맛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정상적인 요리군.

나에겐 요리스킬이 없어서 무조건 검댕이로 나오거든.

너에게 대접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내가 대접을 받아버렸군... 미안해.”


“...됐어요! 이쪽도 당신의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맛있게 먹기나 해요.”


람히르는 그 말과 함께 혈액 표본을 모두 모은 의료 상자를 곁에 두고는 의료 상자의 겉면에 있는 마법진을 확인했다.

이 마법진이 있는 이상. 채집한 피들은 상하지 않으므로, 같이 식사하고 떠날 시간 정도는 있었고 이 때문에 살인귀가 먹고 자는 듯한 모닥불로 오게 된 것이었다.

.....물론 살인귀의 요리가 엉망이라. 그녀가 만들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 그녀의 힐난에 살인귀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하다니까. 난 666의 괴물들 말고는 헤칠 생각은 없어. 적어도 지금은 말이지...”


“?”


“난 패시브 스킬로 ‘살인충동’을 가지고 있거든.”


살인귀의 알 수 없는 말에 람히르는 고개를 갸우뚱 할 뿐이었고 이에 살인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말을 이해할 필요는 없어. 그냥... 나란 존재는 살인을 주체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돼.”


“...무슨 말이죠..? 살인을... 주체할 수 없다니....? 혹시... 당신의 이름과도 관련 있는 건가요?


“응. 그것이 나의 이름이 ‘살인귀’인 이유. 난... ‘원래 세계’에서도 살인을 하는 악당이었거든.”


살인귀에 대한 의문증이 증폭해나가고,

람히르는 자신이 만든 피시 앤 찹스에 있는 물고기 튀김을 바삭! 소리가 나도록 물더니 살인귀를 바라보았다.


“....악당요? 확실히 멋대로 시비를 건 것을 보면 악당이 맞긴 하지만...”


“....그건 미안하다니까. 오해였다고!!!”


살인귀는 람히르의 앙금어린 말에 그렇게 항의할 수밖에 없었고 람히르는 흥!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렸다.


“그럼 뭐죠?”


“살육을 하도록 만들어진 존재. 그렇게 생각하면 돼.

난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렇게 만들어졌거든...”


살인귀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언제라도 붉은 피가 묻어있어도 이상하지 않는 자신의 손이었다.


“죽이고 또 죽이고.... 정의의 사도란 존재에게 죽도록 만들어진 그러한 흔한 악당...

아무런 이유 없이 살인을 행하는 그런 악당.... 나란 존재는 그런 거야...

네가 이해하지 못해도 좋아. 이건 나의 지병이나 다름없는 것이니..”


피로 물들지 않는 시간보다 피로 젖은 시간이 많은 자신의 손.

살인귀는 그러한 충동이 일어나려고 하면 언제라도 람히르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의 ‘나’는... 4세계 괴물들만 보면 그런 충동을 결코 참지 못하거든... 단 ‘한 명’만 빼고 말이지.”


“그것은 저주인가요?”


“그래... 저주라... 그것도 맞는 말일 거야.”


4세계 괴물을 보면 무조건 적대하여 죽이려고 한다. 이것이 저주가 아니면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을 소환한 빛의 주신의 옛 부관인 프레이야가 그에게 남긴 저주였다. 이에 살인귀는 튀긴 감자를 씹었다.


“.....대체 당신은 누구죠?”


“빛의 주신의 옛 부관인 프레이야가 소환한 ‘괴물’.”


“...괴물? 그렇다면 당신도 4세계 괴물에 속하는 건가요?”


람히르의 물음에 살인귀는 재미있는 소리를 들은 듯이 씨익! 웃더니 기름이 묻은 손을 빨아먹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괴물은 4세계 괴물들만 있는 것이 아니야. 람히르. 그것과 비슷한 아종은 많다고? 나는 ‘그런 쪽’이야.”


“저를 놀리는 건가요?”


“미안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진실이야. 나란 존재는... 본래는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

‘괴물’이란 말을 제외하고는 딱히 설명할 단어가 없거든.”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살인귀는 자신의 다른 동료들을 생각했다.


“한때는.... 우리는 7명이나 있었지만...

이젠 나 혼자 1세계에 남아있는 괴물이지.”


“동료들은.... 모두 죽은 건가요?”


쓸쓸함이 어린 살인귀의 모습에 람히르는 조심히 물었고 그런 람히르가 귀여운 듯이 살인귀는 킥킥거렸다.


“이쪽도 4세계 괴물들처럼 노화는 없어.

다만.... 내 동료들은 ‘원래 세계’들로 각각 돌아갔어.

나만 빼고, 전부 말이지.”


살인귀는 무사히 귀환한 나머지 6명을 생각하며, 그리움이 담긴 표정을 지으며 웃었고 이에 람히르는 물었다.


“당신의 동료 분들은... 어떤 분들이셨나요?”


“내 동료들? 그 녀석들은 분명...”


람히르의 질문에. 살인귀는 피시 앤 찹스를 먹는 것을 잠시 멈추고,

모닥불을 보며 옛 생각에 잠겼다. 천 년 전에 같이 1세계로 넘어온 동료들은 분명...


“너도 싸워! 지금 사방에서 레지나 연합들이 몰려드는데 거기 뭐하는 거야!? ‘영웅왕’!!!”


“아하하하하핫!! 짐이 직접 싸울 리가 없지 않느냐! 너희나 가서, 저것들과 진흙탕에서 굴러라! 아하하하핫!!!!”


7명의 거짓된 영웅들 중 제일 강력한 존재이지만,

같이 1세계로 온 주제에 전장에서 왕좌를 소환하여 거기에 앉아 턱을 괴며 싸움을 구경만 하는 ‘영웅왕’...


“이건.... 새로운 생물... 조사...조사....”


“마법을 쓰라고! ‘도서관’!!! 하다못해 버프라도 써줘!”


“....새로운 생물 조사가 우선. 스케치만 하고 돕겠음.”


모든 상황에 대응이 가능한 만능 마법사지만. 새로운 4세계 괴물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자신이 들고 있는 책에 글을 적어가는 데에 정신이 팔려, 힐이나 마법을 쓰지 않는 ‘도서관’...


“난... 내 아내가 있는 원래 세계로 반드시 돌아가겠어!

겨우 그 데스 게임에서 빠져나왔는데! 으아아아아앗!!!! 죽어! 모두 다 죽어!!!”


“탱커가 멋대로 돌진하지 마! ‘검귀’!!!!”


근접 데미지 기술과 온갖 방어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세계로 소환되었다는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여,

메인 탱커이면서도 동료들과는 협력하지 않고 적진에 홀로 돌격하여, 작렬하게 산화하는 쌍수의 전사 ‘검귀’...


“<메테오 스트라이크>!!!!!!”


잠잠.


“....아무 일도 없는데?!”


“3일 뒤에 이곳에 도착해요. 주위를 파앗☆!. 전부 날려버린답니다!”


“그럼 아무런 쓸모가 없잖아!!!!!!!! ‘마법소녀’!!!!”


“데헷~!”


스킬 데미지는 훌륭하다. 하지만 스킬 도착시간은 한 세월이고, 마법 딜러이면서도 근접전을 벌이는 힘법사. ‘마법소녀’...


“팀의 체력을 책임진다! 뿌뿌뿡! 뿌뿡!!!<힐>!!”


“너 탱커 아니었어!? 어째서 자기 힐을 하는데!?”


“나 힐러인데...?!”


“...판급 갑옷에 방패를 왜 들고 있는 건데!?”


“내가 살아야 힐을 하니까!”


“으아아아아악!!!! ‘힐 하는 마왕’!!!”


“화를 내지 말라고! 친구! 이건 게임이잖아?!!

게임은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힐러 주제에 방패를 들고 있는 반 탱커이고, 1세계로 넘어온 후에도 이 상황을 게임으로 인식하여.

혼자서만 즐겜을 벌이는 반 탱커. 반 힐러. ‘힐 하는 마왕’...


“<힐>!!!”


“.....왜 네 소환물에게만 힐을 하는 건데. ‘소환사’야...”


“당신들보다 다치는 우리 애기들이 더 소중하다고요!!! 우리 애기 다쳤어? <힐>!!”


맹수들을 소환하여 전장을 휩쓸지만. 정작 같이 1세계로 소환된 동료들 따위는 신경 안 쓰는 ‘소환사’...


“............”


그러한 그들을 떠오르자. 살인귀는 조용히 이마를 부여잡았고 자신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았다.

몰려오는 4세계 괴물들을 손쉽게 살육해나가는 살인귀.

하지만.... 살인욕구를 견디지 못하여, 아군에게 칼질하거나 혹은 피난민들을 노리는 4세계 괴물보다 더 4세계 괴물 같은 마물.

그러한 7명의 거짓된 영웅들의 개인사정에 살인귀는 두통이 생기는 것을 느끼며 입맛이 뚝!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냥.... 우리는 답도 없는 헬파티였어.”


“???”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천 년 전 전쟁에서 ‘666의 괴물’들에게 승리했는지.

이해가 안 되는 동료들이라고 살인귀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랑 내 동료들은 다들 처음에는 666의 괴물들마냥 반쯤 맛이 가 있는 놈들이었어.

같은 동료라는 의식은커녕. 스스로가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고자 잔머리를 굴렸지.

우리는... 처음에는 모조리 병신이었어. 나도... 내 동료들도... 모두 말이야.”


“......평가가 박하네요.”


스스로를 자칭하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살벌한 말에 람히르는 그렇게 평하였고 이에 살인귀는 미소 지었다.


“박하다라....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긴 한데... 미안하지만 그것이 사실이야.

우리들은 모두 프레이야란 이름의 여신에게 소환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공통점은 그것 뿐.

서로가 완전히 다른 타인이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당시에 서로를 경계했는지도 몰라.”


살인귀는 그렇게 말하고는 처음으로 그들이 뭉쳤던 순간을 회상했다.


“이런 우리들이 뭉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666의 괴물.

그래... 서열 404위 강물의 에린.... 그녀랑 첫 교전 했을 때였지..”


“잠깐?! 당신과 동료들이 666의 괴물들과 싸웠다고요?!”


“응. 나와 동료들이 이곳에 소환된 것은 ‘천 년 전 전쟁’ 당시였거든.

우리는 애초에 4세계 괴물들을 막으려고 소환된 거라고?”


“그렇다면... 그때의 전쟁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이렇게 너의 눈앞에 있지. 공격해온 666의 괴물들을 모조리 쓰러트리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말이야.”


“......!!!!!!!!!!!!!!!!!!!!!!!!!!!!!!!!!!!!!!!!!!!!!!!!!!!!!!!!!!!”


“뭐. 너도 천족이니 그때의 전쟁에 대해서 들은 것이 있나보지만..

우리도 666의 괴물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무참히 깨졌어...”


드림랜드의 전역의 모든 물들을 강제로 모으게 하여, 그것들을 용의 형태로 다루는 666의 괴물.

그것은 거짓된 영웅들이 처음 만난 666의 괴물이었고. 그녀와의 전투에서 거짓된 영웅들은 쓴맛을 제대로 보았다.


“우리는 서열 404위 괴물. 강물의 에린에게 처참하게 유린 됐지.

우리들 중 제일 강하다는 ‘영웅왕’도... 2초가 채 안 되는 시간에 사지가 분해되었어..

그것도... 단 한 번의 공격에 말이야... 너는 상상조차 못할 거야. 666의 괴물들의... 힘을....”


살인귀는 씁쓸하게 그렇게 말했지만. 서열 13위 퀸의 힘을 알고 있던 람히르를 속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힘은 직접보지 않는 이상.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재앙이었다.


“그 년은 모조리 죽였어. 지금까지 레지나 연합과 엑스트라 괴물들을 도륙내면서.

자신감이 붙은 우리들이... 너무나 쉽게... 그녀에게 전부 죽어 버렸지....

그 패배로 우리는 전선을 물러야만 했고 그곳에 있던 이들은....”


그때부터였다. 거짓된 영웅들이 스스로의 약함을 체감하고... 4세계 괴물들의 공격을 막으면서 그들을 도와주었던 이들이...

한 순간에 4세계 괴물들의 송곳니와 발톱에 찢겨나간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살아남은 존재들이라도 지키기 위해 서로가 모여,

그녀에게 대항했고 그러면서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모두가 어떤 곳에서 왔는지.

그리고 스스로의 정의가 무엇인지. 등... 그들은 그제야 서로를 ‘동료’로 인지할 수 있었다.


“4세계의 군세와 666의 괴물들에게 모조리 도륙 당했어.

한 명도 남김없이 4세계 괴물들의 뱃속으로 들어갔지....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우리들은 뭉칠 수가 있었어.”


살인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주머니칼을 보았다.


“우리는... 지키고자 하는 것이 생겨버렸으니까... 말이지...

여신의 협박 때문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싸우게 된 거야.”


서로를 알아갈수록.. 그들은 왜 처음에 서로가 그랬는지 깨달아갔고.

마침내 전선을 밀고 온 강물의 에린을 향해 도전장을 다시 내밀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불가능을 현실로 이끈 ‘영웅’이 되었다.


“우리는 천 년 전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 우리가 소환된 도시를 지켜냈어.

몇 번이나 스스로를 죽여가면서도... 우리는 부활해서 전장으로 달려 나갔고 666의 괴물이란 이름을 가진 존재들을 죽여 왔지...”


그 어떤 영웅들도 해내지 못한 업적. 하지만 살인귀는 자랑스러움은 없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666의 괴물들은.. 어땠나요?”


“......”


살인귀는 람히르의 질문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고, 그녀의 표정에 있는 복잡한 감정을 읽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거짓된 영웅들의 손에 죽은 그들에 대해서 말이야?”


“네....”


“그들은......”


살인귀는 자신과 동료들이 쓰러트린 666의 괴물들을 생각했다.


“모두 달랐어. 어떤 존재는 자기만 아는 지독한 이기주의자,

어떤 존재 살육에 미친 발명가... 어떤 존재들은 두 명이서 한 팀으로 찾아왔고 그 다음으로 온 존재는 명예를 아는 전사였지...

그리고 천 년 전 전쟁의 마지막 날에 찾아온 괴물은....”


살인귀는 거짓된 영웅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666의 괴물을 생각하였다.


“우리들을 진심으로 동정했어. 정말.... 가지각색의 성격을 가진 괴물들이었지...”


살인귀는 자신들이 맞붙었던 6명의 괴물들을 생각하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당신들이 상대한 666의 괴물들... 모두가 악은 아니었나보군요.”


“악이라... 애초에 전쟁에선 모두가 ‘악’이야. 전쟁에 참여한 모두가....

자신이 살기 위해 상대를 죽이게 되고, 이것은 너희의 도덕에는 악이라 칭해지는 행동이니까 말이지...”


4세계 괴물들과 연합군. 천 년 전 전쟁에서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죽였고 서로의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

중반부터는 일방적인 4세계 괴물들의 학살로 넘어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4세계 괴물들의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고 전쟁범죄는 양측이 거리낌 없이 터트렸다.


“선악의 구별은 의미 없어. 모두가... 각자의 정의만이 있을 뿐. 아무리 거창한 명분을 가져온다고 하들...

전쟁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어.”


살인귀는 식사를 마치고 모닥불 앞에서 무릎을 가슴으로 가져가더니 꺼져가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그 녀석들도 하나의 존재로서 자신의 정의를 위해 싸웠어.

처음 만났던 2명은 확실히 정신 나간 놈들이었지만.

그 이후로 만난 4명은... 너희의 도덕관으로는 결코 악이라고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지....”


살인귀는 자신의 손으로 죽여 버린 존재들이지만 그들에 대해 생각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전쟁을 일으킨 윗대가리들이 문제지.

그렇기 때문에... 난 네메시스.... 그 괴물을 용서할 수가 없어.”


천 년 전 전쟁에서 단 한번. 거짓된 영웅들은 멀리서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8개의 거대한 날개와 그 주위에서 네메시스를 막기 위해 분주하는 6명의 주신들.

그가 날개를 휘두를 때마다 산이 평지가 되고, 강은 검은 피로 오염된 죽음의 땅이 되었으며 공중의 수많은 생물체들이 지상을 향해 낙하했다.

보기만 하더라도 숨이 막히는 압도적인 존재감과 힘의 파장.

그것은 그가 있던 전장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확실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누구도 막아낼 수 없는 최악의 괴물.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그 말 뿐. 본능은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고 비명 질렀으며.

이성은 생각하길 멈출 정도의 ‘공포’였다.


“당신은... 네메시스님을 결코 이길 수가 없어요. 그분은....”


람히르는 동정어린 시선으로 살인귀를 보더니 조용히 눈을 감았다.


“666의 괴물들의 대다수가 대항해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서열 9위권 밖. 모든 666의 괴물들을 동시 상대하여, 이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네메시스는 직접 자기 입으로 말하였고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괴물의 특성상 확실한 진실이겠지. 이에 람히르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고 그녀의 말에 살인귀는 미소 지었다.


“스스로 네메시스와 관계있다고 말하는군.”


“전 4세계 괴물이 아니지만. 그분의 일행이거든요. 어차피... 당신도 이미 눈치 채고 있었을 텐데요?”


그 말에 살인귀의 입 꼬리가 올라간다. 람히르의 예상이 정답이란 소리겠지.


“맞아. 네 상태창이 갱신이 안 되는 것부터 네가 어느 정도 4세계 괴물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눈치 채고 있었어. 그리고...”


살인귀는 람히르의 곁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목에 코를 가져가 냄새를 맡고는 속삭였다.


“너의 몸에서 희미하지만 네메시스의 냄새가 나. 구역질나고도 역겨울 정도로... 결코 놓칠 수 없는 냄새지...”


스윽!


그 말에 람히르는 자신의 검 손잡이를 슬며시 잡았지만 살인귀는 오히려 물러났다.


“걱정하지 마. 적대할 생각이면 방심하던 순간. 기습으로 목을 따버렸을 테니... 난 너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어.”


“.......?”


람히르의 경계어린 눈빛에도 살인귀는 그녀와 마주보는 방향에 앉더니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적대하는 것은 666의 괴물. 그 외는 아니라고 말했잖아?”


“....대체 왜 그들을 아직도 적대하는 거죠? 살인귀? 전쟁은... 이미 끝났잖아요!!”


“죽을 장소를 찾기 위해서지.”


“....네?!”


“내가 죽을 장소를 말이야.”


살인귀는 자신의 주머니칼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람히르를 바라보았다.


“난 이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현재는 ‘친구’의 도움으로 이성을 되찾았지만...

얼마 못 가겠지.... 난 내가 이성을 잃기 전에 죽어야만 해.”


살인귀는 그 말과 함께 주머니칼로 자신의 머리에 꿰뚫었고 이에 람히르는 깜짝 놀랐지만.

피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그의 모습에 그대로 굳었다.


“4세계 괴물들은 적어도 ‘생물’로 분류되지만...

나란 존재는 이런 괴물이야....”


스스로 머리를 주머니칼로 반으로 절개한다. 이에 뇌수가 흘려 나올 것을 생각하고 눈을 감아버린 람히르였지만.

곧 눈을 떠 그 내부를 보았고 람히르의 눈에는 텅 빈 살인귀의 머릿속이 보였다.

그의 머릿속 내부는.... 그저 검은색 바탕으로 텅비어져있었고 그건 마치 마네킹과도 같았다...

그 괴리감에 람히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살인귀를 볼 뿐이었고 이에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보여? 나는 너희와 같은 존재가 아니야. 그저 ‘괴물’... 프레이야란 개년이 이 세상에 남겨둔.... 저주지...

너희는 머리가 잘리면 죽지만. 난 그렇지 않아.

그저 HP란 것이 조금 깎이고 손을 놓으면 바로 재생되지...

이런 나란 괴물은... 죽어야만 해...”


살인귀는 그 말과 함께 머리를 재생시키며 자신의 손을 보았다.


“나는 살인충동 때문에 가끔씩 이성을 잃어. 그리고 정신을 차릴 때마다 내 손은 피로 물들여져있지.

죽이고 또 죽여서....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까지... 계속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귀.

그것이 나란 이름의 괴물이야. 처음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천 년이란 시간이 지나서... 점점 내 이성이 잠식되는 시간이 길어졌어.

이젠.... ‘나’로서 남을 수 있는 시간이 훨씬 적어졌지... 그러니..”


그리고는 자신의 주머니칼을 집어넣고는 람히르를 보며 씨익! 웃었다.


“나를 확실히 죽일 수 있는 존재랑... 싸우다 최후를 맞이해야지.”


“당신은... 영웅이잖아요?! 분명 다른 방법이...”


“...없어. 이건 나란 존재가 만들어진 순간부터 적용된 거라 그 ‘친구’도 방법이 없다고 한 거야.

이 충동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나의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는데....”


살인귀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그 기회를 걷어 차버렸지. 그러니 내가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이 방법 밖에 없어.

지금까진 도적떼나 살육하며 어떻게든 억제했지만... 그것도 한계.

네가 다음에 나를 만나게 되면....

난 너를 확실하게 죽일 거야... 이건 농담이 아니야.”


“..........”


“네가 4세계 괴물들의 왕과 연결점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 그러니 이곳을 떠나면 그에게 가서 전해.

세계수의 경계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나오면 바로 날 죽이러 오라고... 이건... 부탁이다.”


“정말 그 방법뿐인가요...?”


스스로 죽음으로 걸어가는 듯한 살인귀의 모습에 람히르는 월검향이 떠오르는 듯이 걱정하며 물었고.

이에 살인귀는 입 꼬리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나도 내가 싸웠던 666의 괴물들처럼 사라지고 싶을 뿐이야. 그것이...”


살인귀는 별이 뜨기 시작한 하늘을 보며 웃었다.


“무모한 도전이어도 말이지.”


“..........”


잠시 동안의 침묵. 람히르는 10분 가까이 그를 조용히 바라보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네메시스님에게... 그 말을 전해드리도록 하지요....”


“그래. 난 이성이 남아있는 대로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어. 하지만....”


살인귀는 불안한 눈빛으로 저 멀리 있을 인간들이 있는 도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이곳에 없다면.... 무차별적인 살인이 일어나는 곳을 찾아. 아마도... 난 거기에 있겠지....”


“.....네. 알겠습니다.”


람히르는 떠나기 전. 살인귀를 조용히 바라보더니 곧 날개를 펼쳤고 이에 살인귀는 외쳤다.


“잠깐! 한 가지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


“너에게서 네메시스의 냄새가 많이 나는데... 4세계 괴물은 아니란 말이지... 이상해...”


“그렇습니다만....?”


“너.... 혹시..?”


살인귀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물었다.


“네메시스와 연인?”


“.......네에에에에에에엣!?!?!?!?!?!??!?!?!?!?!?!?!?!?!?!!?!”


살인귀의 물음에 람히르는 뺨을 빨갛게 물들이며 경악을 내뱉었고 이에 살인귀는 재미있는 듯이 자신의 배를 잡고는 웃었다.


“아하하하하핫!!!! 정답이구나!!!! 둘이서 대체 어디까지 간 거야....!? 아하하하핫!!!

물을 필요도 없겠네!! 너의 몸에서 그 녀석의 냄새가 나는 것을 보면! 아하하하핫!!!”


“자...잠깐잠깐! 왜 혼자서 말하고 멋대로 결론을 내버리는 건데요!?!? 살인귀!!!!”


람히르는 당황한 듯이 귀까지 빨개진 채로 백색의 날개를 파닥이며 항변하였고.

이에 살인귀는 더더욱 웃어재끼며 짓궂게 물을 뿐이었다.


“오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빨개진 걸까? 응?! 람히르?!”


“살....인....귀!!!!!!!!!!!!!!!!!!!!!!!!!!!”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람히르 등 뒤로 흘려 나오는 듯한 살기에 살인귀도 슬슬 겁에 질린 듯이 킥킥거리더니,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은 후. 헛기침했다.


“흠흠! 그렇다면....?”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저랑 네메시스님은... 그저... 스승과 제자.....”


그녀는 침울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고 이에 살인귀는 좀 더 놀려먹기로 마음먹었다.


“스승과 제자의 로맨스?”


“진짜!!!!! 이 인간이!!”


“그 반응을 보면 단순한 스승과 제자는 아닌 것 같은데...?”


“전.....전.....(울먹!) 네메시스님과...(울먹!) 정말로.....(울먹) 아무 사이도... 흐흑...!!!”


“....자...잠깐만!!”


람히르는 살인귀의 놀림에 귀까지 빨개진 상태로 울먹이더니, 입술을 깨물며 그를 노려보았고.

이 순간만큼은 살인귀도 섬뜩해진 것을 느꼈다.


“.........?!”


끼익...! 끼익...!!


람히르의 이성이 무너지기 직전... 폭발하려는 듯이 나오는 시공간의 파장. 이에 살인귀는 잘못 건든 것을 느끼며 두 손을 내저었다.


‘뭐야? 이거!? 상태창이... 미친 듯이 치솟기 시작한다고?!’


“농담이야! 농담! 진정해!!!”


상태창을 뚫고나가는 숫자에 살인귀도 놀란 듯이 그녀를 진정시키기 시작하였고.

잠시 뒤. 람히르는 삐진 듯한 시선으로 살인귀를 노려보고 있었고 그는 진땀을 빼고 있었다.


“아하하하! 장난이었다니까....!!”


“...네메시스님의 손에 죽기 전에 제 손에 먼저 죽을래요? 네?! 살인귀씨...?”


그 말에 살인귀는 람히르도 나름 괜찮은 상대라고 생각했지만.....


울먹....! 울먹....!


겨우 울음을 그치고 자신을 보며 이를 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건 너무한 것 같아서. 살인귀는 그 생각을 버렸다.

마지막 가는 길. 4세계 괴물들의 왕으로 악명 높은 네메시스에게 죽는 것이 낫지.

놀리다가 칼 맞아 죽는 것은.... 아무리 자살을 결심한 자신이라지만 그다지 하고 싶은 선택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에게 감정은 있는 거지?”


“이미 사랑하는 상대가... 있으신 분이지만요...”


람히르는 화를 내는 것도 지친 듯이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한숨을 내쉬었고 이에 살인귀는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괜찮아!!”


“.....?”


“골키퍼가 있다고 골대에 골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잖... 커억!!!”


다시 장난을 시작하는 살인귀의 말에 람히르는 검 손잡이로 그의 옆구리를 찔렀고.

이에 살인귀는 폐에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지면을 굴렸다.

그런 살인귀를 람히르는 쓰레기 보는 듯한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그럴 순 없어요. 네메시스님이.... 네메시스님이.... 세레나님을 얼마나 생각하는데....”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뭔데?”


“......?”


“네가 사랑하는 존재가 다른 이랑 맺어지는 것을 곁에서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것? 그게 네가 바라는 거야?”


“............네.”


“거짓말.”


“.............................”


“....뭐. 이 이상은 너의 연애문제에 신경 쓰진 않겠다만...

헤어지기 전에 이 한마디만을 하도록 할게.”


살인귀는 맞은 부위를 털어내며 일어나더니 람히르의 눈과 마주보았다.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네가 후회하질 않을 선택을 해.

적어도... 내가 상대했던 666의 괴물들은... 모두 그랬어.

내 동료들도 그랬고... 그러니....”


살인귀는 그녀를 향해 따뜻하게 웃어보였다.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선택을 해. 바보같이 입을 다문 체.

지켜보기만 하다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것이 삶이란 거니까 말이야.”


살인귀는 그 말과 함께 가라는 듯이 손을 내저었고 이에 람히르는 동요한 듯이 그를 보며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곧 고민이 끝난 듯이 작게 끄덕이고는 자신의 날개를 펼쳐 하늘로 치솟아 올랐고.

그녀가 서서히 작아져가는 모습을 살인귀는 조용히 지켜보았다.

자신의 거짓된 삶을 끝내줄 죽음이 저곳에서 찾아오길 기다리며...


작가의말

딜도! 탱도! 힐도! 모든게 안 되는 7명의 헬파티! 하지만 6명의 666의 괴물을 막아낸 대영웅들에 대한 떡밥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 드는 7명 아닌가요? 후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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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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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제 325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6 +1 22.02.15 30 2 32쪽
325 제 324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5 +2 22.02.10 28 3 14쪽
324 제 323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4 +1 22.02.10 26 3 17쪽
323 제 322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3 +1 22.02.10 27 3 36쪽
322 제 321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2 +1 22.02.10 29 3 22쪽
321 제 320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1 +1 22.02.03 42 3 34쪽
320 제 319화 모든 세계를 비추는 녹색의 광채. +1 22.02.03 29 2 40쪽
319 제 318화 괴물은 어둠 속에서 기다린다. +1 22.02.03 29 2 20쪽
» 제 317화 살인귀와 천사의 문답. +2 22.01.27 40 3 28쪽
317 제 316화 허당의 괴물. +1 22.01.27 32 3 22쪽
316 제 315화 플로라의 그림자3 +1 22.01.26 30 3 20쪽
315 제 314화 플로라의 그림자2 +2 22.01.19 36 4 18쪽
314 제 313화 플로라의 그림자1 +2 22.01.14 34 2 24쪽
313 제 312화 네메시스가 걱정하는 것 +1 22.01.14 35 3 23쪽
312 제 311화 구조. +1 22.01.14 30 2 17쪽
311 제 310화 생존자 수색 +1 22.01.14 32 3 23쪽
310 제 309화 프라이팬으로 싸우는법3 +2 22.01.11 33 3 27쪽
309 제 308화 프라이팬으로 싸우는법2 +1 22.01.11 29 3 18쪽
308 제 307화 프라이팬으로 싸우는 법1 +1 22.01.11 30 3 18쪽
307 제 306화 용의 여왕의 골칫거리 +1 22.01.11 31 2 21쪽
306 제 305화 움직이는 살인귀 +1 22.01.11 34 2 14쪽
305 제 304화 친구와의 약속 +2 22.01.03 31 2 28쪽
304 제 303화 사이버틱스 +1 22.01.03 35 3 28쪽
303 제 302화 4세계 주인이 결정되다. +1 22.01.03 39 3 31쪽
302 제 301화 4세계의 주인이 되는 자2 +1 22.01.03 33 3 28쪽
301 제 300화 4세계의 주인이 되는 자1 +1 22.01.03 34 2 33쪽
300 제 299화 4세계 최후의 결전 속으로3 +1 22.01.03 32 3 41쪽
299 제 298화 4세계 최후의 결전 속으로2 +1 22.01.03 31 3 20쪽
298 제 297화 4세계 최후의 결전 속으로1 +1 22.01.03 34 2 23쪽
297 제 296화 노병의 최후. +2 21.12.28 34 3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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