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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6.18 17:27
연재수 :
687 회
조회수 :
55,461
추천수 :
2,108
글자수 :
6,096,931

작성
22.02.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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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추천
3
글자
22쪽

제 321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2

DUMMY

천 년 전 전쟁 이후. 세력을 빠르게 확장하기 시작한 4세계는 모든 ‘세계’를 향해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하였고.

그에 따라 황량하기만 하던 4세계에 다른 세계로부터 수많은 물자들이 공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중 오늘 제가 가게 된 ‘르뤼에’. 이곳은 4세계가 다른 세계로부터 사들이거나 혹은 얻어낸 수많은 책들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천 년 동안 4세계 괴물들이 긁어모은 그 물량은 너무나 많아서...


“우와...! 길도... 바닥도.... 건축물도... 전부 책이에요!!!!”


“예상은 했지만... 너무 많은 걸요...? 이곳의 책들은..”


자체 중력으로도 하나의 행성을 이룰 정도입니다.

크기는... 제가 이전 2세계에서 살고 있던 지구보다도 조금 큰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이에 저는 주위 풍경에 입이 벌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늘이 검은색으로만 빛나는 것을 보면 지하철을 통해 들어온 르뤼에 차원 한 가운데 책으로 이루어진 이 행성만이 달랑 있는 것 같은데... 주위 건축물들의 벽이 모두 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은 처음 보는 제목의 책들이군요..


“대체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건지...”


“후훗! 이곳에 처음 오셨나요?”


“앗!?”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저는 깜짝 놀라 몸을 돌렸고.

그러자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턱에 댄 채로 볼에 보조개가 인상적인 금발벽안의 미녀가 보입니다.

근데... 4세계 괴물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했습니다.


“...철과 기름의 냄새.”


제가 비록 인간출신인 괴물이기 때문에 후각 쪽은 그다지 좋지 못하지만...

그런데도 눈앞의 존재에게서는 똑똑하게 그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철과 관련된 능력이기라도 한 걸까요? 저의 의문에 그녀는 입을 가리며 웃더니 저희를 향해 가슴을 손으로 가져가 살짝! 숙이는 군요.


“사이버틱스. B.T.-01입니다. 가볍게 비티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저는 이곳에서 666의 괴물분들의 안내를 맡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404위 괴물. 설원의 아쿠아마린님. 그리고 그 분의 친구이신 김마리씨.”


아아...!! 4세계 기계종족인 사이버틱스로군요. 그렇다면 철과 기름의 냄새가 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아마 안드로이드로 이루어진 육체이기 때문이겠지요.

이에 제가 훑어보니.. 음... 냄새를 제외하면 딱히 위화감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아뇨. 다만... 너무나 인간 같은 느낌이 들어서...”


“후후. 과거의 사이버틱스들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성격을 보이지만.

저희 사이버틱스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한다고요?

최신의 기체들은 당신들과 교류하기 위해 이런 성격이 부가되었습니다. 게다가...”


“게다가....?”


비티씨는 주위에 있는 책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저희에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여러분이 텔레포트 해온 이곳은 연애소설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라서...

아무래도 저는 다른 사이버틱스보다 더 ‘인간적’으로 되어버렸다고 밖에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저의 근무시간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주위 책들을 읽게 되는지라..”


“........”


이 많은 것들이 전부 연애소설이었나..? 이에 마리는 멋쩍은 듯이 볼을 긁적였고 비티는 아쿠아마린에게 다가왔다.


“만약 이곳의 안내가 필요하시지 않으면,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666의 괴물에 속해 있는 아쿠아마린님.”


“그럼 서열 10위. 카르마님이 있는 곳으로 부탁드릴게요. 비티씨.”


귀족처럼 평소에 입고 다니는 하얀 드레스를 살짝 들어 올려 대답해주는 아쿠아마린입니다.

이에 한 가지 궁금증이 드는 저이기에 길을 검색하기 시작한 그녀에게 물어봤습니다.


“저기... 이곳의 책들은.. 대체...?”


“이곳의 책들을 왜 이렇게 보관하는가 말이신가요?”


“....네.”


책을 사거나 빌려주는 지역이면서 건축물 벽돌대신으로 끼워 넣는 책들이 너무나 많이 보이기 때문에 저는 그것에 대해 물었고 이에 사이버틱스도 익숙한 질문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검색이 끝난 듯.

카르마가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이에 저희는 그녀를 따라갔습니다.


“이 인공행성에 있는 책들은 전부 ‘공간’속성으로 코팅을 해서 보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4세계 공간의 주신. 말리고스님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책 하나하나에 공간 속성의 결계를 치는 역할을 하고,

그 작업은 몇 개의 차원으로 주위를 차단하여 책을 보호하기 때문에 666의 괴물들 정도가 아니면 이곳에서 보관되고 있는 책을 손상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 겁니다.

이렇게 모든 세계에서 구해온 책들이.... 너무나 많아서 하나의 행성 분량이 되어버렸는데.

이것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보관해야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이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르뤼에 행성입니다.

책 자체가 공간의 주신에 의해 공간 속성으로 코팅되어있기 때문에 내구성이 보장되고,

이곳에서 생산하는 책 자체는 이 행성을 구성하고 있는 원본의 책을 복제해서 만들기 때문에,

이렇게 건축물의 재료나 길의 바닥으로 사용해도 원본 책의 내구도에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보호는 아닙니다. 조화 속성이라든지, 파괴 속성으로 어느 정도 상해를 입힐 가능성은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그녀는 잠시 뒤돌아서 우리들을 쭈욱! 살핍니다.


“이곳은 서열 555위 살인인형 엘리스님, 엑스트라 정부의 경찰, 저희 사이버틱스,

이곳에 학업을 위해 오는 레지나 연합의 여왕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는 레지나 연합의 군대 등.

수많은 세력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지키고 있으며... 이곳은 서열 101위 죽음의 둠로드님, 서열 124위 위치퀸님, 서열 500위 가렌님에... 서열 10위 카르마님까지 거주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들은 모두 이 행성을 보호해주겠다고 스스로의 이름을 걸었으며,

만약 이 행성에서 물리적인 난동을 부릴 경우...”


으드득!


“....경우에 따라선 해당하는 666의 괴물이나 기타 세력들에게 사살됩니다.

이곳은 4세계의 가장 중요한 곳들 중 하나이니까요.”


꽤나 살벌한 곳이군요. 뭐... 모든 세계에서 끌어 모은 지식들이 있는 곳이니.

그럴 법도 하지만... 웬만하면 이곳에서 사고를 치지 않는 것이 좋겠군요..


“대형 도서관치곤 너무나 살벌한데요...”


“이곳에 테러를 시도하는 존재들이 종종 있으니까요.”


그녀는 눈썹을 찡그리더니 이전에 있었던 사건들을 생각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음... 정말 생물체 같은 모습입니다.


“전생에 자기가 배워온 왜곡된 역사와 이곳에서 적혀진 진실의 역사가 다르다고 다짜고짜 테러행위를 저지르는 괴물,

자신이 믿는 신에 대한 기록을 보고는 그 사실을 믿지 못해서 주위에 불 지르는 괴물,

이곳의 책을 물리적으로 먹어치우고 소화시키려는 레지나 연합의 일부 종족 등.

아주 다양한 종류의 빌어먹을 자식들이 이곳에서 사고를 지금까지 치고 왔습니다.

부디.. 여러분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꽤나 한이 서린 표정입니다. 마치 눈앞에 보이면 찢어죽이겠다는 듯한 분노가 느껴지는 군요.

확실히... 아까 전에 만났던 그 광신도들이라면 그러한 사고를 칠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이곳은 그 만큼 근무할 가치가 있는 곳이니 괜찮습니다.”


비티는 그 말과 함께 멈추어서더니 허공에 손가락을 가져가 설정을 하고는 저희를 향해 뒤돌아봅니다.

음.. 바닥에 쓰여진 글씨들이 서서히 빛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을 보면 이 마법진은 서열 10위 카르마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가는 마법진 같군요.

4세계는 곳곳에 이러한 마법진이 있고, 제가 이전에 살던 2세계에서의 버스나 택시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마법진은 활성화되는 데에 시간이 꽤 걸리다보니,

가까운 거리는 지하철이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분들의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고 편리합니다.


“주위가 보이신가요? 이곳에 있는 책들은 대부분 종이책이지만, 양피지, 인피, 동물가죽 등. 수많은 종족들의 문화와 역사, 지식, 꿈, 상상 등이 담겨서 이 행성으로 모여 일부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당신이 특정 책을 원하신다면... 검색기나 카운터에서 이런 것이 가능합니다.”


비티가 허공에 손짓하니 그녀의 손으로 빛의 입자가 모여 곧 하나의 책을 이룹니다.


“이렇게 대기 중에 떠도는 나노머신들이 당신이 원하는 책을 4D프린팅으로 복제를 해줍니다.

물론 계산은 이 행성에서 나가는 입구에서 해야 하지만...

사기 전에 읽는 것 정도는 허가되어있습니다.

이 만큼 이곳의 시스템은 책을 구입하는 데에 편리하게 짜여있고 무엇보다....”


그녀는 갓난아기를 대하는 것처럼 책을 부드럽게 만졌습니다.


“이 행성만큼 4세계에서 교육 및 최신 연구시설이 완비되어 있는 곳은 없습니다.

수많은 필멸자 연합체인 레지나 연합들이 앞으로 연합을 이끌어 갈 여왕개체들을 앞 다투어 이 행성으로 보낼 정도니까요.

그 만큼 이곳은 신체나 종족에 상관없이 교육받기 편하고 그에 따라 수많은 종족들이 화합을 이룹니다.

서로 토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은 곧 4세계의 성장동력으로 사용되죠.

그러기에 이곳은 4세계 지식의 심장부이자. 4세계의 미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데에 만족합니다.”


“꽤나... 자부심이 느껴지시네요.”


“저란 개체에게 이곳은 제가 태어난 발할라에 이른 제 2의 고향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후훗.”


그녀는 마법진이 반쯤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책의 내용을 향해 눈을 돌립니다.


“책을 상당히 좋아하시네요... 당신이 사이버틱스라면..

보통 전자정보로 읽어 들이지 않나요? 그 편이 빠를 텐데..”


사이버틱스는 그 어떤 종족보다 학습속도가 빠릅니다. 그 본질이 프로그램이란 것을 생각하면,

그 속도는 4세계 괴물조차 쫓아갈 수 없는 영역의 존재들이죠. 그런데 그런 종족이 종이책을 읽는다라... 특이하군요.


“확실히 저희의 방식에 비하면 ‘독서’라는 것은 너무나 느린 행동입니다.

정보를 얻기를 위한 행위로는 최악의 선택지이죠. 하지만... 제가 독서를 통해 얻는 것은 정보만이 아닙니다.

그들이 이런 책을 쓰면서 느낀 감정, 사회적 배경, 그들의 지식, 그들의 문화 등.

저는 독서를 하면서 딸려오는 그러한 감각이 즐겁습니다.”


그녀는 그 말과 함께 마법진이 어느 정도 끝을 향해 도달하자.

손에 있던 책을 나노머신으로 분해하고는 아쉬운 표정으로 마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요컨대... 제가 책을 읽는 것은 필멸자들이나 4세계 괴물들을 이해하는 ‘공부’란 뜻이지요.”


흠칫!


공부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몸을 떨고 말았습니다.

으으... 이놈의 수험생 체질이란... 수능이 2달 전에 끝났는데도. 공부라는 말을 듣자마자 몸이 반응해버리는 군요.

그런데 공부라... 마법진이 활성화되면서 시야를 밝게 비추는 와중에 저는 이 르뤼에로 오게 된 계기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전날 새벽--------------------


제가 치느님의 치킨집 서빙을 끝내고 지친 몸으로 하은씨와 달기씨의 집에 도착할 때였습니다.

그때 시간은 새벽이기에 저는 다른 괴물들이 일어나 있을 것을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고, 그대로 씻고 잠들려고 했지만..

제가 샤워를 마친 후. 달기씨의 방을 향해 갈 때. 하은씨의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호기심에 문을 열어보니..


“하은씨?”


“음? 마리?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불이 켜져 있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왔어요. 그런데... 무엇을 하시는 거죠?”


음... 남자의 방인가요. 여고생이었던 저에겐 꽤 감흥이 드는 곳이군요.

특히나 이곳은 하은씨의 방이라 더 묘한 감각이 듭니다. 음.... 꽤나 깔끔하게 정리되어있고 벽 한쪽은 서재인 것처럼 책으로 채워져 있군요. 좀 더 조사하고 싶지만,

현재 하은씨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몰래 들어와서 뒤져 봐야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 한 구석에 있는 침대 밑에 하은씨의 취향을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죠. 그런데..


“안경?”


“아아. 이거? 내가 눈이 워낙 좋아서 말이야. 인위적으로 시력을 떨어뜨리려고 착용한 거야.

안 그럼 공부 중에 별게 다 눈에 보이거든.”


하은씨는 그 말과 함께 안경을 잠시 벗는군요.

음... 어울렸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는데..

뭐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요. 그런데.. 공부라니...?


“666의 괴물들도 공부를 하는 건가요.....”


다소 어두운 목소리로 물어봅니다. 저의 인생의 90%가 주입식 입시공부로만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저는 공부에 대해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신분상승의 방법이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에 하은씨는 저에게 미소 짓는군요.


“그거야 물론이야. 마리. 특히 나의 경우에는 4세계에 오래 머물지 않다보니.

이렇게 주기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다른 동료들의 지식을 따라갈 수가 없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엇보다도...?”


“나는 공부가 즐겁거든.”


“헤에?!!!”


무언가... 들어선 안 되는 것을 들어버렸습니다. 이에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속으로는 크게 경악했습니다.


“왜 그렇게 놀래?”


“이...이해가 안 되어서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읍!”


하여간 멋대로 진실을 내뱉는 4세계 괴물의 주둥이란... 변명할 시간도 없이 속마음을 털어버리고 마는 군요.

이거 조심하지 않으면 곤란할 것 같습니다.

하은씨는 다행히도 저의 사정을 이해한 듯이 저에게 온화한 눈빛을 보내는군요.


“음.. 확실히 마리는 얼마 안 되는 필멸자로서의 삶을 억지로 거위의 위를 채우는 푸아그라처럼 공부로 채워왔으니.

그럴 반응을 보일만도 해. 하지만.. 마리. 공부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좋은 대학교로 가기 위한... 수단요...”


하은씨가 따뜻하게 물어오자. 저의 육체는 다 들켰다는 태도로 속마음을 불기 시작했습니다.

음.. 망할...! 이때만은 거짓말을 내뱉고 싶은데...!! 몸이 말을 안 듣습니다.


“후우... 꽤나 부정적인 모습이네... 뭐.. 네가 있었던 그 국가에선 당연한 일이지만..”


음? 하은씨가 제가 있던 2세계 국가를 알고 있었나요? 이에 저도 모르게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하은씨의 말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공부란 그 본질적으로는 다른 이의 지식을 자신의 지식으로 흡수하는 과정이야.

그리고 그것이 완료되어, 응용해야만 그제야 ‘공부를 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개념이지.

공부는 단순히 대학교를 가는 수단만이 아니야. 물론...”


하은씨는 저에게 다가와 따듯하게 안아줍니다. 구미호의 기본적인 체온이 인간보다 높기 때문에 엄청나게 따뜻한 감각이 몸을 감싸는군요. 하은씨의 품은 겨울의 난로로는 제격입니다.


“마리가 있던 곳은... 네가 생각하는 대답이 정답이겠지만 말이야...

이제 마리도 4세계 괴물이니. 그런 것에 얽혀있을 필요는 없어.

우리는 괴물이란 존재들이니까 말이야.”


그는 그 말과 함께 저에게서 떨어져가는 군요. 음... 아쉬워라..


“알고 있어요... 아쿠아마린에게도, 아라크네 언니에게서도 이전에 들은 깨달음이니까요. 하은씨...”


저의 대답에 하은씨가 방긋 웃더니 자리로 돌아가는 군요. 마치 성장한 어린아이를 보는 표정이라 조금 마음이 심란합니다.

확실히 하은씨가 살아온 세월에 비하면 저는 갓난아기나 다름없다지만...

마음이 있는 존재에게 저런 눈빛을 받게 되다니. 후우...

전 하은씨에게 꼬마로만 보이는 걸까요?


“마리는 4세계에서 공부해볼 생각은 없어?”


“.........”


다소 무리한 요구로군요. 4세계 괴물이 된 이후. 마음 한 구석에선 공부에 대해 해방되었다고.

기뻐하는 저였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말입니다.


“물론 억지란 하라는 말은 아니야. 마리가 좋아하는 공부를 배워볼 생각은 없냐는 말이지..”


“?”


그건 무슨 말일까요? 이에 제가 의문이 담긴 표정을 짓자. 그는 미소 짓는군요.


“필멸자로서 살아갈 시절에 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취미라도 있어?

만화그리기라든지, 운동이라든지 말이야. 내가 지금 묻고 있는 것은 그런 종류의 공부를 묻는 거야.

네가 살아가던 세계의 국영수 위주의 공부가 아니라.”


“..에?! 에에에에에에엣!?!?! 그런 것들도 공부에 포함된다고요?!!!”


제가 필멸자 시절에 살았던 국가에서 말한다면 공개적으로 조리돌림 당하거나 미쳤다고 욕을 먹어도 이상하지 않는 말입니다.

대부분 학부모들은 쓰레기라 욕을 해도 이상하지 않는 분야인데도.

눈앞의 하은은 전혀 장난이 아니라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에 제가 어이없어하자. 하은씨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합니다.


“그거야 당연하잖아? 공부는 ‘지식’을 흡수하는 것.

그 지식에 너희 세계의 말로 ‘국영수’만이 있을 리가 없잖아?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분야에 대해 학습하는 것도 당연히 공부라고 말할 수 있어.

오히려 네가 생각하는 ‘국영수’라는 분야는 너무 좁은 개념에 불과해.”


“.......”


새삼 제가 4세계에 살아가는 것이 느껴지는 군요. 이것이 ‘세계’에 따른 생각의 틀의 차이일까요?

조금은... 충격인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하은씨의 말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너의 세계에 없는 개념도 4세계에선 공부가 가능해.

이를테면.. 마법이라든지..”


마법이라.. 확실히 다른 세계에 그런 개념이 있다고는 들었고,

아쿠아마린이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저였지만 이번만은 다소 놀랐습니다.


“마법이라.. 저도 그걸 사용할 수 있나요?


“마법에 대해 공부한다면. 마리씨도 사용이 가능해.”


상당히... 흥미가 끌리는 제안입니다. 만약 하은씨의 말대로라면... 저도 마법이란 것을 사용할 수 있는 걸까요?


“그...그러면.... 해.. 해볼게요!”


“좋은 생각이야. 마리야. 만약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 다른 분야에 발을 들여 보는 것도 괜찮아.

우리 4세계 괴물에겐 시간이란 한없이 남아도는 개념이니까 말이야.”


제가 이전에 살았던 인간으로서의 삶은 길어야 100년 정도. 하지만 4세계 괴물로서의 육신은 누군가에게 죽지 않는 이상.

늙지도 병들지도 않기 때문에 시간에 연연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새삼 스스로가 4세계 괴물인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하은씨도 만족한 듯이 귀를 좌우로 까닥이는 군요.


“그럼.... 내일이면 휴일이니까. 아쿠아마린이랑 ‘르뤼에’를 가봐.

거기만큼 책을 구입하기 좋은 곳은 없으니까 말이야.”


“네에.”


“그리고....”


“?”


“부끄럽지만. 지금 내가 공부하고 있는 것 좀 도와줄 수 있을까?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부분이 2세계 분야인데. 조금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말이야.”


그 요청에 제가 고개를 끄덕이고 하은씨가 앉은 책상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제가 수능생 출신인 괴물이다 보니.

당시에 공부했던 것들이 그대로 머리에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의 저라면 웬만한 국영수 문제들 따위는 1등급을 맞을 자신이 있습니다.

3세계 요괴출신인 하은씨가 저에게 물어보는 2세계의 개념이면 아마 수학인 걸까요? 이에 제가 책상 위의 책을 보니...


[핵 물리학.]


“...............”


하은씨가 공부하고 있던 분야는 핵물리학...이었습니다....

이에 하은씨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저를 보며 물어보는 군요.


“여기 중성자별 간의 충돌에 대한 부분인데...

내가 아무리 계산해도 이 부분이 막힌단 말이지..”


“...........”


미안해요! 하은씨! 이건 아무리 저라도 모른다고요!!!!!!!

아니. 대체! 무슨 3세계 출신인 요괴가 그것을 공부하는 것 인가요!?!? 네에!?!?!?!?!?!?


-------------------------------------------------


“도착했습니다. 바로 이 앞이. 서열 10위 괴물. 카르마님이 거주하시는 곳입니다.”


발밑의 마법진의 빛이 사라지자마자. 눈앞에 푸른색의 문스톤으로만 이루어진 크리스탈 건축물이 보입니다.

음... 무슨 짓을 해도 흠집조차 나지 않겠군요.. 그리고 이곳이 아쿠아마린이 르뤼에에 방문하게 된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비티씨.”


“후훗! 아닙니다. 아쿠아마린님. 그럼 자신의 상징이 될 문스톤을 잘 고르시길...”


“아하핫?! 들켰나요.”


“아직 문스톤을 받지 않는 666의 괴물이 이곳에 방문한다면 이유는 하나뿐이니까요.”


앞으로 666의 괴물로서 그녀의 상징이 될 문스톤을 받기 위함이지요.

그것을 받은 이상. 그녀는 666의 괴물에서 물러나더라도 ‘노네임’이라는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요컨대. 받아두면 4세계에서 살아가는 데에 편해진다는 소리이지요. 그걸 주는 업무를 하는 것이 서열 10위 괴물. 카르마였습니다.


“그럼 안녕히....”


몸이 산산이 가루가 되어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비티씨입니다.

음... 저것도 4d프린터로 만들어진 육체였을까요? 철과 기름의 냄새도 사라지는 것을 보니.

어쩌면 공간연결이동 기술일지도 모릅니다. 정확한 것은 저로서는 알 수 없겠지만 말이지요.

이에 아쿠아마린이 저의 손을 잡아끄는군요. 상당히 시원한 감각이 손에 느껴집니다.

음... 역시 인간과 인어의 체온의 차이이군요.


“자아! 빨리 들어가죠! 저곳엔 문스톤으로 만들어진 상징들이 가득하다고요? 마리씨.”


그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따라갔고 곧 서열 10위의 괴물을 그곳 내부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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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제 326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7 +1 22.02.15 25 3 27쪽
326 제 325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6 +1 22.02.15 30 2 32쪽
325 제 324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5 +2 22.02.10 29 3 14쪽
324 제 323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4 +1 22.02.10 27 3 17쪽
323 제 322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3 +1 22.02.10 28 3 36쪽
» 제 321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2 +1 22.02.10 30 3 22쪽
321 제 320화 마리. 4세계에서 책을 사러가다1 +1 22.02.03 43 3 34쪽
320 제 319화 모든 세계를 비추는 녹색의 광채. +1 22.02.03 31 2 40쪽
319 제 318화 괴물은 어둠 속에서 기다린다. +1 22.02.03 29 2 20쪽
318 제 317화 살인귀와 천사의 문답. +2 22.01.27 40 3 28쪽
317 제 316화 허당의 괴물. +1 22.01.27 34 3 22쪽
316 제 315화 플로라의 그림자3 +1 22.01.26 32 3 20쪽
315 제 314화 플로라의 그림자2 +2 22.01.19 37 4 18쪽
314 제 313화 플로라의 그림자1 +2 22.01.14 34 2 24쪽
313 제 312화 네메시스가 걱정하는 것 +1 22.01.14 36 3 23쪽
312 제 311화 구조. +1 22.01.14 32 2 17쪽
311 제 310화 생존자 수색 +1 22.01.14 32 3 23쪽
310 제 309화 프라이팬으로 싸우는법3 +2 22.01.11 34 3 27쪽
309 제 308화 프라이팬으로 싸우는법2 +1 22.01.11 30 3 18쪽
308 제 307화 프라이팬으로 싸우는 법1 +1 22.01.11 30 3 18쪽
307 제 306화 용의 여왕의 골칫거리 +1 22.01.11 32 2 21쪽
306 제 305화 움직이는 살인귀 +1 22.01.11 34 2 14쪽
305 제 304화 친구와의 약속 +2 22.01.03 31 2 28쪽
304 제 303화 사이버틱스 +1 22.01.03 35 3 28쪽
303 제 302화 4세계 주인이 결정되다. +1 22.01.03 39 3 31쪽
302 제 301화 4세계의 주인이 되는 자2 +1 22.01.03 34 3 28쪽
301 제 300화 4세계의 주인이 되는 자1 +1 22.01.03 34 2 33쪽
300 제 299화 4세계 최후의 결전 속으로3 +1 22.01.03 32 3 41쪽
299 제 298화 4세계 최후의 결전 속으로2 +1 22.01.03 33 3 20쪽
298 제 297화 4세계 최후의 결전 속으로1 +1 22.01.03 34 2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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