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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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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58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1.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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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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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252.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 3

DUMMY

“모두가 작당모의를 했다, 멍. 키토와 리코를 데리고 나쁜 짓을 벌이고 있다, 멍! 둘을 이용하고 있다, 멍!”


루프는 어흥선생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조금의 보탬이나 거짓없이 그대로 전달했다. 그러자,


“이미 예상은 했어 그 정도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것일까. 현과장은 큰 리액션 없이 담담하게 사실을 받아들였다.


“정말 괜찮은 거냐? 멍?”

“그 정도 시련은 있어야지. 그래야 할 맛이 나잖아, 루프 씨.”


현과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현과장의 얼굴에 가득 찬 비장함. 그는 마치 전쟁에 임하는 장군처럼 각오를 다지는 듯이 보였다. 그런 그때,


“저기... 노래 안 배우실 거예요?”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현과장이 애써 만들어놓은 분위기를 산산이 부셔놓는 청년. 그는 알약을 손에 준 채 그저 현과장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 그렇지. 노래. 노래가 필요하지. 그렇지.”

“그렇다, 멍. 노래를 잘 해야 한다, 멍.”


청년의 말에 현과장 뿐만 아니라, 루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런데, 여기서 배워? 여긴 그냥... 골목이잖아.”


현과장이 서 있는 곳은 노래 교습소가 아닌 그냥 골목. 그것도 일반적인 골목이 아닌, 범죄가 일어날만한 으슥한 골목이었다.


“...범죄가 일어날 것 같은 골목이다, 멍.”

“그러게, 여긴 너무 분위기가...”


현과장과 루프는 주변의 분위기에 한 것 움츠러 들었다. 그러자, 고개를 저으며 둘을 안심시키는 청년. 그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현과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런 어두운 골목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물론 못 부르면 맞아 죽겠지만, 잘 부르면 이 어두운 골목에 빛을 내려 주는 효과를 준다고요.”


청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현과장은 자타가 공인한 음치. 과연 이 음침한 골목에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그런데, 난... 노래를 잘...”

“그건 지금까지의 이야기고. 자자, 이걸 드셔보세요.”


청년은 자신 있다는 듯 웃으며 현과장을 향해 알약을 내밀었다. 평범하게 보이는 하얀 알약. 하지만 그 정체를 모르는 현과장은 그냥 고래를 기울일 뿐이었다.


“이게 뭔데?”

“노래를 잘하게 만드는 알약이죠. 이거 한 알만 먹으면 노래가 그냥 술술술~ 노래 뿐만 아니에요. 못하는 일이 없어진다니까요.”

“못하는 일이 없어져?”


현과장은 의심이 들었다. 원더랜드에 그런 알약이 있다고? 그런데 왜 지금까지 아무런 소문을 듣지 못했던 것일까.


“난 이런 소문은 처음 듣는데.”

“당연하죠! 이건 비밀 중의 비밀인데! 어르신 정도 되니까 말씀 드리는 거라니까요.”


청년은 더울 환한 미소를 지으며 현과장을 향해 알약을 내밀었다. 청년의 미소에서 느껴지는 꿍꿍이. 그의 마음속을 알 수는 없었지만, 깨끗하지 못하고 시커멓다는 것은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


현과장은 알약을 바라보며 고심했다.

분명 이 청년이 만들어 놓은 함정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법. 원더랜드 전역이 재건에 힘쓰고 있는 이 때, 이런 위험한 물건이 나돌아 다니면 큰 문제로 돌아올게 자명했다.


“그럼 한 번 먹어볼까?”


먹는다는 현과장의 말에, 더욱 표정이 밝아지는 청년. 현과장의 직감이 사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현과장, 멍! 그건...”

“루프 씨, 괜찮아.”


현과장은 루프를 향해 빙긋 웃더니, 그대로 알약을 입 속으로 털어 넣었다.

이 알약이 무슨 작용을 하는지 모르는 현과장. 연기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어때요? 자신감이 막막 솟구치지 않아요?”


현과장의 예상과 다르게, 순순한 눈빛으로, 뭔가 기대한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는 청년. 현과장은 순간 조금 당황했다. 설마, 진짜 노래를 잘부르게 만들어 주는 약이었던 거야?


“글쎄... 전혀...”

“그럴 리가! 얼마나 많은 임상 실험을 거쳤는데!”


청년은 좌절하며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도대체 청년과 이 알약에 무슨 사연이 담겨 있는 것일까.




때는 바야흐로 1년 전.

아직 현과장이 원더랜드에 떨어지기 전의 일이다.

매일 매일이 평온함의 연속이었다.

팔리지도 않는 붉은 재킷을 마을 중앙에서 파는 갓패치.

숲에서는 분노에 지배당한 검은 귀염둥이가 이리저리 뛰어 놀고 있고,

어흥선생은 성밖마을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귀여운 머리띠나 동물친구들을 찾아 헤맸다. 아주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애지중지, 머리띠만큼은 아니지만, 키우는 옹달샘을 가꾸러 가기도 했다.

채야 역시 평범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가끔 남자들을 납치해 젊음의 비약을 만들어 내는 것만 빼면 말이다.

그런 평온한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단, 이 청년만 빼고.


“아니, 할배! 요즘 사람들은 그렇게 노력하는 걸 안 좋아 한다고요! 알약 한 번에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갖게 된다면 너나 나나 다 사러 올 걸!”

“노력 없이 얻는 건 그냥 쓰레기에 불과해. 무조건 노력해서 얻어야 그 가치를 알지.”

“어휴, 말에서 쉰내가 나네.”


청년은 노신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진절머리 난다는 듯이.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내가 개발한 거 한번 손님들에게 먹여 보라니까요!”

“떽! 손자만 아니었으면 넌 벌써 죽었어. 알아?”


노신사는 청년이 내민 알약을 매몰차게 내려쳤다. 그런 그의 태도에 두 눈이 시뻘게진 청년은, 연신 노신사를 노려보았다. 원망이 가득 찬 눈빛으로.


“그렇게 째려본다고 뭐 다랄질 거 같아? 떽! 그럴 리 없다! 사람은 뭐든지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법이라고.”

“그런 건 다 옛말이라고요! 이 알약만 있으면... 이 알약만 있으면!”

“시끄럽다! 넌 그 소리 그만하고 이제 노래 연습이나 해. 전국 노래 잘함에 나가서 데뷔 수순을 밟아야지.”


노신사는 청년의 손에서 알약을 낚아 채, 그대로 바닥에 위로 떨궜다. 떨어지는 알약을 바라보며 천천히 커지는 청년의 동공. 이내 그 눈동자에는 신발에 으깨지는 알약의 모습이 비춰졌다.




“저는 절대 할배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없다고요! 그토록 노력을 강조한 사람이, 내 노력을 그 딴 식으로 짓밟다니!”

“아... 그래...”


현과장은 청년의 이야기를 듣더니,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노래도 잘 부르는 천재 과학자가 음치들을 위해 알약을 발명했다는 말이잖아. 분명 하소연을 들은 것 같은데, 왜 머릿속엔 청년의 잘난 척만 남아있는 것일까. 현과장은 살며시 인상을 찌푸렸다.


“마음에도 없는 가수 데뷔라니. 저는 그런 거 원하지도 않습니다.”

“어... 그래...”


대부분 반대 아닌가? 연구를 고파하는 손자와 노래를 강요하는 할아버지라니. 도대체 이 세계는 어찌되어 먹은 세계인 걸까.


“그냥 가수가 되면 끝나는 일 아닐까? 가수가 된다고 연구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인생의 고민을 들은 이상, 가만히 넘어 갈 수 없었던 현과장. 그는 나름 현명한 방법으로 그의 고민을 해결해 주려고 했다. 하지만,


“아니요! 못 합니다! 가수가 뭐 한가한 직업인 줄 아세요? 하루에 행사만 몇 개인데. 행사 끝나면 작곡에 작사까지 해야 한다고요. 난 그런 귀찮은 짓 못합니다. 난 무조건 집 안에서 연구만 할 겁니다!”


청년은 완고했다. 마치 그의 할아버지처럼.

그의 말투는 이미 유명 가수가 된 듯한, 아니 그 생활을 경험해 본 듯한 말투였다.


“이미 경험해 본 거 같은데... 맞아?”

“신물 나게 봤으니까요. 아부지와 어무니의 모습을.”


신물 나게 봤다고? 그럼 아버지와 어머니가 최정상급 가수란 말이잖아. 이거 완전 갖은 자잖아. 음색을 가지고 태어난 자. 금수저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수저네.


“그런 이야기는 이제 접어두고, 노래 한 번 해 보시죠. 약효가 돌 시간입니다.”

“글쎄... 난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어르신은 어르신이니까 그런 걸 겁니다! 절 믿어보세요.”


청년은 현과장에세 노래 부르는 것을 재촉했다. 자신감 넘치는 청년의 목소리. 현과장은 그의 넘치는 자신감 때문에, 어쩌면 그가 말한 대로 엄청난 음색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한번 불러 보지!”


이내 마음을 다잡고, 한 곡조 뽑아내는 현과장. 루프와 청년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아니! 어떤 미친 놈이 비명에 리듬을 싣는 거야?! 미쳤어? 미쳤냐고!”

“누구야? 누가 죽어가는 거야?! 구급차! 구급차!”


노래가 시작된 지 단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사람들의 다급한 목소리. 알약의 약효는 모르겠지만, 단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알약은 현과장에게 전혀 소용이 없었다는 것 말이다.


“전혀 바뀐 게 없는 거 같은데.”

“그럴 리가... 일생일대의 연구가... 내 인생 최고의 업적이...!”


청년은 좌절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바닥 위로 떨어지는 닭똥 같은 눈물. 그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이 아려질 정도였다.


“잠깐만. 이거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진 거야?”


젊은 청년의 좌절에 가만히 있을 수 없던 현과장. 그는 자신의 머리를 청년을 위해 굴리기 시작했다. 이미 머릿속에서 「원더랜드 지식의 50%」는 없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남아있는 지식들. 현과장은 분명 자신이 도움이 될 거라 믿었다. 그런데,


“아무 것도 모르는 쌩초보에게 뭘 말해요? 말 한다고 아세요?”


돌아오는 건 성격을 건드리는 짜증. 순간 현과장의 얼굴에 그늘이 내려앉았다.


“뭐?”

“뭐요? 아시냐고요. 내가 뭘 어떻게 만들었는지 말하면 아시나고요!”


청년의 대꾸에, 현과장은 아무런 말없이 그저 그를 바라보았다.

남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

자신의 일에 보였던 무한한 자신감.

그리고 남을 향한 원망.

현과장은 이 청년을 바라보며 눈이 훤히 보이는 결론을 내렸다.

이 인간, 태어나서 실패라는 걸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풋내기 중의 풋내기. 보통의 그였다면, 상종조차 하지 않을 인간이었다. 저런 인간은 말을 해도 알아 처먹을 생물이 아니니까. 하지만,


“잠깐, 내가 네 아빠냐? 할아버지야?”


뼛속까지 지멋대로인 이런 인간들을 고처 먹는 것도 작은 즐거움. 특히나 어르신이라고 대접받는 상황에서는 꽤 즐길만한 놀거리였다.


“...네?”

“묻잖아. 내가 네 아빠냐고.”

“아, 아닌데요...”


확 바뀐 현과장의 모습에 순간 겁을 집어 먹은 청년.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티가 풀풀 풍겨왔다.


“그런데 그 말투는 뭐지? 내가 그렇게 만만해?”

“아, 아닙니다.”


잔뜩 위축된 청년은 포식자 앞의 먹잇감마냥 몸을 움츠렸다. 누가 뭐라고 해도 눈앞의 현과장은, 어르신이라고 불리는, 원더랜드의 주인 중 한명이니까.


“그럼 말투를 바르게 해야지. 다시 해봐.”


현과장은 되도록 근엄하고 권위 넘치는 자세를 청년에게 보여 주었다. 그런데,


“말 해드려도 모르실 테니, 저는 입을 다물겠습니다.”


정중하기는 한데, 뭔가 많이 건방진 청년의 말투. 현과장은 순간 느꼈다. 눈앞의 이 인간이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무개념의 인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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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2.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 3 23.11.08 18 5 11쪽
251 251.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 2 23.11.07 17 4 11쪽
250 250.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2 23.11.06 24 4 11쪽
249 249. 고양이귀머리띠 23.11.05 19 4 11쪽
248 248. 데빌 위딘의 주인 - 2 23.11.04 14 4 11쪽
247 247. 데빌 위딘의 주인 23.11.03 19 4 11쪽
246 246. 딸, 은아 23.11.02 20 5 11쪽
245 245. 메모리 스트림 23.11.01 12 4 11쪽
244 244. 사라지지 않은 위협 23.10.31 15 4 11쪽
243 243. 전세 역전! 23.10.30 16 4 11쪽
242 242. 함정 - 2 23.10.29 17 4 11쪽
241 241. 함정 23.10.28 19 4 11쪽
240 240. 아버지의 결심 23.10.27 24 4 11쪽
239 239. 흑막 - 2 23.10.26 16 3 11쪽
238 238. 흑막 23.10.25 15 4 11쪽
237 237. 걸즈 토크? 응? - 2 23.10.24 14 4 11쪽
236 236. 걸즈 토크? 응? 23.10.23 22 4 11쪽
235 235. 다가오는 귀염둥이들?! 23.10.22 19 4 11쪽
234 234. 현과장 구조대 출동!! 23.10.21 24 4 11쪽
233 233. 데빌 위딘 안에서 23.10.20 26 3 11쪽
232 232. 데빌 위딘의 목표 23.10.19 19 4 11쪽
231 231. 다시금 다가오는 위협 23.10.18 23 4 11쪽
230 230. 비장의 김치 - 3 23.10.17 21 5 11쪽
229 229. 비장의 김치 - 2 23.10.16 21 4 11쪽
228 228. 비장의 김치 23.10.15 26 5 11쪽
227 227. 변한 건 현과장... 아니 원더랜드?! 23.10.14 27 5 12쪽
226 226. 김장전쟁 - 3 23.10.13 28 4 11쪽
225 225. 김장전쟁 - 2 23.10.12 24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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