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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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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11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13 10:00
조회
27
추천
4
글자
11쪽

226. 김장전쟁 - 3

DUMMY

“지금부터 김장을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김장을 시작한다고? 아직 아무런 준비도 안 했잖아. 지금 겨우 배추를 절였을 뿐인데. 현과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그건 무리다냥! 고춧가루도 넉넉지 않다냥!”


비관적이면서 단호한 어흥선생의 말투. 현과장의 말에, 어흥선생은 불가능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아니. 지금 가능한 김치가 있어. 손이 많이가서 힘들긴 하지만.”


현과장의 얼굴에 핀 자신감. 도대체 뭐가 가능하다는 걸까.


“그게 뭐냥?”

“백김치.”


어흥선생은 고개를 살며시 기울였다. 백김치라니. 설마 백 선생이 만들어서 백김치인 걸까. 그 있잖아. 요리 잘하시는 그분.


“그건 무슨 김치냥?”

“간단히 말하자면, 시원한 김치. 한번 먹으면 시원함에 눈이 돌아갈 정도지. 그냥 김치와는 또 다른 맛이 있어.”


말을 하던 도중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이런 그의 반응을 보고 가만히 있을 어흥선생이 아니었다. 한껏 맛이 궁금해진 그는 눈동자를 번뜩이며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럼 당장 만들자냥!”

“그럼 사람을 뽑아줘. 칼질 좀 하는 사람으로.”


목소리 안에 가득히 묻어있는 자신감.

드디어 오래간만에 현과장의 새로운 무기가 등장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런데, 무기가... 백김치?




“아니, 이런 문제를 풀라고? 그것도 달랑 한 문제?”


아담은 어이가 없다는 듯 창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이런 표정은 너무나 익숙한 그녀. 수험자를 다루는 스킬 또한 출중한 그녀이기에, 이런 단순한 수험생의 짜증 따위는 그저 앙탈에 지나지 않았다.


“하나만 풀면 되니까 얼마나 편하게요!”

“뭐라고?”

“인생은 한 방! 말 그대로 문제도 한 방!”


당찬 그녀의 목소리에 이상하게도 뭔가 묘한 설득력이 느껴진다. 이런 게 바로 베테랑의 능력인 것일까.


“잔말 말고 풀어. 우리의 작전... 아니, 미래를 위해서.”


주변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깜빡한 탓에, 말실수를 해버린 켄지. 하지만 다행인 것일까. 그녀는 눈치를 못 챈 모양이었다.


“시험 시간은 2시간입니다. 그럼 파이팅!”


짤막한 응원의 메시지만을 남긴 채, 창포는 시험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런 문제를 풀고 앉아있어야 하다니. 이게 신의 창이 할 짓인가.”

“신의 창이고 나발이고. 지금은 풀어. 완벽하게 원더랜드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니까.”


말을 하면서 켄지는 천천히 답안을 작성하였다. 물론 답을 알 리 없었다. 하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그는 온갖 아양이 가득한 문구만 줄줄이 답안지에 나열했다.


“지금, 그게 답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켄지?”

“당연히 답일 리 없지. 혹시 알아? 이렇게 쓰면 귀여워서 봐줄 지도.”

“그렇군. 그럼 나도.”


켄지의 답안을 보더니, 비슷하게 적어 내려가기 시작한 아담. 이 인간들 뭔가 대단히 잘못 알고 있다. 인간들아,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누가 그딴 답안에 점수를 줄 거 같아?


“이 정도 쓰면 확실히 합격할 수 있겠지.”


답안 가득한 아부의 메시지를 보인 아담.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아니지, 아니지. 뒷장도 채워야지. 그래야 우리의 정성과 열정을 잘 전달되지 않겠어?”

“그런가? 그렇군.”


그렇게 다시금 답안을 적기 시작한 아담과 켄지. 그들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잊은 채, 그냥 시험장에 앉아서 글을 적어 내려갔다. 정답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글자들을.




한편, 백김치 준비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던 현과장은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그것은 바로...


“미치겠네, 너무 손이 많이 가잖아...”


김치에 비해 너무나 많은 과정들. 평소에 두 포기 정도만 만들어 먹었던 그였기에, 미처 깨닫지 못 했었다. 백김치를 만드는 데는 정말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왜 그러냥?”


현과장의 푸념을 들은 것일까. 그의 주변에서 무를 썰고 있던 어흥선생이 슬그머니 그에게 다가왔다.


“할 게 너무 많아. 배와 사과도 갈아야 하고, 무도 갈아야하고. 간 야채와 과일에 물을 넣어 희석한 뒤 망에 넣어서 짜야하고. 정말 할게 많다고.”


현과장은 무와 과일을 믹서기에 넣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미 욕조만큼이나 갈아 놓은 과일과 채소가 있었지만, 그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백김치로 만들어야 할 배추가 사방에 널려있었기 때문에.


“지원군이 필요하다! 이대로는 지고 말겠어!”

“그렇게 백김치라는 게 어려운 김치냥?”

“어려운 게 아니라 과정이 많다고. 손이 많이 필요해.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서는.”


하지만 지금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은 집 앞에 있는 군인들과 기사들이 전부. 상황은 악화되기 일보직전이었다.


“어쩔 수 없다. 이 방법까지는 쓰고 싶지 않았는데...”


각오한 듯 입을 연 현과장. 그는 주변의 기사와 군인들을 바라보며 힘껏 외쳤다.


“이대로는 우리가 이 전쟁에 지고 만다! 군인의 가족도 군인! 기사의 가족도 기사! 제군들, 가족을 불러라!”


비장하게 외치긴 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바로 가족찬스.

엄마, 아빠, 형, 누나, 동생까지 되는 대로 다 부르라는 일종의 버스터 콜이었다.


“집안사람들을요? 여기에요?”


당연히 군인들은 달갑지 않은 눈치였다. 심지어,


“우리 가족들은 다른 별에 있는데도요?”


기사들의 가족들은 다른 별에 있는 상황. 그들이 가족 전원을 데리고 오기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갓패치가 차원문 열어주면 되잖아! 그리고 이 싸움에서 질 거야? 원더랜드의 군인이 이딴 배추 따위에게 질 거냐고?!”


영업 사원시절부터 닦은 심리전으로, 군인들과 기사들의 마음을 살며시 흔드는 현과장. 하지만 그들은 마음에 내키지 않은 것일까. 하던 작업을 멈춤으로써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했다.


“그럴 수는 없다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가족을 건드는 건 아닙니다, 어르신.”


군인들의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졌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단번에 타개할 최고의 아이템이 있었는데...


“가족을 모시고 온 군인들에게는, 호떡을 지급한다. 군인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 전원에게.”


현과장의 파격적인 조건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 군인들. 그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정말 주는 겁니까, 어르신?”

“뭐 속고만 살았어? 그리고 생각해 봐. 이렇게 어려운 걸음 해주셨는데 호떡을 대접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군인들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호떡과 가족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들. 이런 그들을 향해 현과장이 쐐기를 박아 버리는데...


“가족들에게 호떡을 대접하는 건 흔치 않을 기회일 텐데... 어디 가서 먹지도 못한다고. 이건 비매품이니까.”


흔들리던 그들의 마음이 단번에 정리되어버렸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한 군인들. 그 모습에, 씨익 미소를 짓는 현과장. 하지만 이런 상황에 전혀 웃을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다급한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는 기사들. 목소리에서도 간절함이 짙게 풍기고 있었다.


“어떻게 하긴, 원더랜드로 데리고 와야지.”


그런 그들을 향해 당당하게 외친 현과장.

그런데, 정말 데리고 올 순 있는 거야? 갓패치가 과연 가만히 있을까?




“제정신이야? 그 인원들을 전부 데리고 오겠다고?”


화가 잔뜩 담긴 갓패치의 목소리. 그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현과장의 말에 반기를 들었다.


“내가 왜 그 사람들을 데리고 와야 하는데? 내가 뭐 셔틀 버스야? 왜 남 좋은 일을 해야하냐고. 난 현과장이 아닌데.”


그는 연달아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현과장이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쏟아지는 배추에 원더랜드 전역이 몸살을 앓을지도 모르는 상황. 현과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설득해야만 했다.


“아니, 내 말을 들어봐. 백김치 이거 맛이 좋아. 좋다고. 아삭하고 시원하고 깔끔하고. 그런 김치를 담그기 위해 사람을 모으는 거라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원더랜드를 구하는 수단 중 하나나 바로 백김치를 담그는 거니까. 그런데, 이 말을 들은 갓패치의 표정이 조금 이상해졌다. 뭔가 크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 도대체 뭐가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일까.


“제정신이야? 백김치? 그냥 김치가 아니고 백김치?”


백김치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갓패치. 풍겨오는 분위기로 봐서는, 아무래도 그는 그냥 배추김치만을 바라는 것만 같았다.


“백김치도 맛있다니까.”

“그럼 보여줘. 맛이 있으면 바로 하나 만들어 보라고.”


갓패치는 당당하게 백김치를 요구했다. 그래, 하나 만들어서 본때를 보여주라고, 현과장!


“아니, 그게...”


그러나 현과장은 당당한 갓패치와는 다르게, 약간 주눅 든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눈동자에 나타난 당혹감. 과연 무슨 이유 때문에 이러는 것일까.


“지금은... 지금은 못 만들어 줘.”

“왜? 사람이 없어서? 그런 아니잖아?”

“그렇다냥. 사람이 없어서 만들 수 없는 건 아닐 거다냥.”


가만히 듣고만 있던 어흥선생도 갓패치의 말에 입을 보탰다. 그렇다면 현과장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이러는 걸까.


“백김치는 숙성시간이 필요해. 만들고 나서 하루 반나절에서 이틀은 필요하다고.”

“하루 반나절? 이틀? 제정신이야? 나보고 그 긴 시간동안 김치를 참고 기다리라고?”


현과장의 말에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젓는 갓패치. 마치 벌레를 보는 듯한 그의 눈빛에는 경멸감만이 가득했다.


“갓패치. 김치찌개도 새 김치로 만들어 먹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왜 그렇게 반응하는 거야?”

“제정신이야? 백김치가 김치찌개야? 백김치는 백김치! 김치찌개는 김치찌개!”


갓패치는 막무가내였다. 하긴 먹는 것에는 그 누구보다 진심인 갓패치니까. 이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백김치 정말 맛있다니까! 내 기억 속에 있어, 와서 보면 되잖아!”

“난 안 먹어봐서 모른다고. 그리고 기억 속 어디에 있는데? 그거 찾는데 한 나절이야, 한 나절.”


현과장의 다양한 논리 공격도, 능수능란하게 피해버리는 갓패치. 비협조적인 태도로 봐서 기사들이 가족을 데리고 오기는 힘들 것만 같았다.

더는 진전이 없자, 그만 자리에서 일어서는 현과장. 그는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마당에 있는 기사들에게로 걸어왔다.


“미안, 아무래도 힘들 거 같다.”

“어쩔 수 없지요. 우린 그냥... 배추나 나르는 수밖에.”


기사들은 풀은 죽은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때, 현과장의 눈에 들어온 풀 죽은 쪽파들. 축 쳐진 그 모습에서 기사들이 자꾸 겹쳐보였다.


“잠깐... 한 가지 방법이 생겼다, 갓패치의 마음을 돌릴 방법이.”


쪽파를 보자 뭔가를 떠올린 현과장. 그의 눈빛에는 어느새 희망이 자리를 잡고 피어나 있었다.


“백김치가 지금 안 되면, 다른 김치로 유혹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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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236. 걸즈 토크? 응? 23.10.23 22 4 11쪽
235 235. 다가오는 귀염둥이들?! 23.10.22 19 4 11쪽
234 234. 현과장 구조대 출동!! 23.10.21 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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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230. 비장의 김치 - 3 23.10.17 21 5 11쪽
229 229. 비장의 김치 - 2 23.10.16 21 4 11쪽
228 228. 비장의 김치 23.10.15 25 5 11쪽
227 227. 변한 건 현과장... 아니 원더랜드?! 23.10.14 27 5 12쪽
» 226. 김장전쟁 - 3 23.10.13 2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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