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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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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2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1.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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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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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246. 딸, 은아

DUMMY

딸이 데빌 위딘 안에 있는데 그냥 참고만 하라고? 이게 말이야 방귀야? 당연히 찾아서 데리고 나와야지!


“아니! 딸이 저 안에 있는데, 그냥 참고만 하라고? 아빠라는 놈이 그럴 수 있겠어?”

“진짜 딸이 아니다냥. 덤프 파일이다냥. 딸이었던 존재는 맞지만...”


담담하게 대답하던 어흥선생이 그만 말을 끊었다. 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게 정말 어처구니없는 진실이라는 걸.


“모든 건 현과장에게 맡기겠다냥. 그럼 행운을 빈다냥.”


황급히 말을 마친 어흥선생은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어서 점점 무너지는 주변의 풍경. 무너지는 게 아니라, 작은 한 점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난 또 한 번 데빌 위딘의 안으로 진입했다.




한편, 원더랜드에 큰 일이 벌어진 것을 전혀 모르고 있던 아담과 케인은, 전심전력으로 현과장과 그 일행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라니가 자신들의 일에 반기를 들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이 반대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두 사람. 작은 밀실에 앉아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신의 능력자들에게 위협이 되는 이들이 저리 버젓이 살아있는데, 희희낙락 반대를 하다니.”

“그러게, 정신이 나간 거지, 정신이 나간거야. 평화에 취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라고.”


음성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 안에서 답답함과 깊은 분노가 진하게 풍겨 나오고 있었다.


“...켄지. 물을 게 있다.”


그 진지함에 취한 것일까. 아담은 두 눈을 게슴츠레 뜨며 켄지를 바라보았다.


“뭔데?”


아담의 분위기에 지지 않게, 잔뜩 무게를 잡고서 대답하는 켄지. 그러자, 아담은 다시 한번 진지하게 물었다.


“... 언제 이 닦았나?”

“응?”


심하게 진지한 아담의 눈빛. 하지만 켄지의 얼굴에는 진지함 대신 당황함이 가닥 차올랐다.


“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입에서 냄새가... 아니면 시궁창을 입 안에 들이 부은 건가?”


심지어 아담은 손가락으로 코를 부여잡고 말을 이어갔다. 그 모습에,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켄지. 그는 살며시 돌아 자신의 입 냄새를 확인했다. 음식물 쓰레기와 타지 않는 쓰레기가 적절하게 섞인 냄새. 순간, 켄지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렇게 심하지 않은데?”

“지금 뭐라고 했나? 뭐? 심하지 않다고?”

“이 정도는 다 난다고.”


켄지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나, 곁에 있는 아담은 그와 반대인 모양이다. 여전히 코를 막고 원망하는 듯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입에서 쓰레기장 냄새가 나는데 그게 정상이란 건가?”

“사흘 안 닦은 것 치곤 괜찮은 건데.”


사흘이란 말에, 동공이 커진 아담. 그의 잠잠했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고 말았다.


“아니! 4일이나 안 닦았다는 건가?! 미친 건가? 돌아버린 건가?”


아담의 호통을 듣던 켄지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아니! 사흘이 왜 4일이야? 사흘은 3일이라고! 4일은 나흘!”


아니, 깨끗한 척 고상한 척 하면 뭘 한가. 머리에 든 게 없는데.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많이 알면, 청결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도 알 텐데. 지금 뭐 하는 거지?”

“바쁘다 보면 못 씻을 수도 있지!


둘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심지어 머리를 서로에게 들이밀며 신경전을 벌이는 두 사람. 가까이 다가가니 썩은 내가 더욱 심하게 느껴졌다.


“가서 닦아라, 켄지.”

“멍청한 네 말을 들을 거 같아?”


코를 막아도 뚫고 들어오는 시궁창 냄새. 결국 손을 든 건 아담이었다. 그는 급하게 몸을 떨어뜨리며 구석으로 붙었다.


“자리가라, 더러운 썩은 내 옮으니까.”

“고상한 척, 깨끗한 척. 그러니 머리 속도 깨끗한 모양이지.”

“당연. 두피 청결은 기본이지.”


켄지는 할 말을 잃었다. 그가 첫 번째 원더랜드 침공 때 대파해 도망친 이유가 바로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다.


“개소리는 그만하고. 지금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는 알지?”

“내가 머리가 잘 안 돌아가도 그건 알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우선적인 목표는 회의에 참가하지 않은 두 명의 표를 확보하는 것. 켄지는 이 사실을 전제로 말을 이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우선 목욕탕부터 가야지. 아니, 찜질방이 나을 거 같군. 오랜만에 땀 좀 빼야겠어.”


찝찝하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아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켄지는 어이가 없는 것을 넘어서, 순간 머릿속이 새하얀 백지가 되었다.


“뭐? 지금 뭐라고 했어?”

“씻어야지.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청결이다, 켄지.”


그렇게 방을 나선 아담. 켄지는 멀어져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 정말 괜찮은 걸까.




“골라! 골라! 아저씨도 골라! 아가씨도 골라! 형도 골라! 누나도 골라!”

“씨앗호떡! 단 1사과 코인!”

“커피 있어요~ 맛있는 커피~”


귓가 따가웠다. 주변에서 연신 들려오는 장사 소리. 성밖마을이 이렇게 소란스러운 곳이었던가. 난 나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저기요~ 씨앗호떡 드세요~ 씨앗호떡~”


씨앗호떡? 견과류가 듬뿍 들어간 그 호떡을 말하는 건가. 씨앗호떡도 비율이 중요한데. 견과류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역효과다. 견과류가 가진 식감이 호떡의 쫀득함을 해쳐서는 안 되는 법. 이건 호떡을 만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씨앗호떡 얼마에요?”


난 확인할 겸 호떡 장수의 곁으로 다가갔다.


“1개 1사과 코인! 5개에 3사과 코인! 몇 개 드려요?”

“일단 하나...”


난 순간 말을 멈췄다. 잠깐 사과 코인이라고? 당근 코인이 아니라? 사과 코인?


“사과 코인이라고요? 당근 코인이 아니라?”

“무슨 소리에요? 당연히 사과코인이지.”


호떡 장수는 날 미친 놈 보듯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천천히 떠올랐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아, 미안해요. 조금 전까지 자다 나와서.”

“도대체 어떤 꿈을 꿔서 아직도 안 깼데?”


다행히 호떡 장수는 큰 의심을 품지 않고 넘어가는 듯 했다.

내가 알던 성밖마을과 다른 분위기의 여긴, 바로 데빌 위딘. 난 데빌 위딘이 만든 가상의 성밖마을에 있다. 어쩌면 과거 수많은 리셋 중 사라진 한 성밖마을일지도 모른다.


“좀 이따 다시 올게요. 잠 좀 깨고.”

“그러슈.”


나는 호떡 장수를 등지고 천천히 마을 밖으로 나왔다. 사실 난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머릿속의 영혼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은아를 찾을 수 있을까.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두운 터널을 걷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말이다. 앞으로 걷고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답답함이 목 위로 차올랐다.

그러던 와중에 내 발걸음이 향한 곳은 채야의 집. 난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빠!”


아빠라고? 설마...?


“은아니? 은아야?”


난 나를 향해 달려오는 아이를 그대로 안았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따스한 감촉, 사랑스러운 느낌. 머리가 아닌 가슴이 말하고 있었다. 이 아이가, 자신의 딸 은아라고.


“어떻게 이 안에 들어왔어? 여긴 위험해!”


은아의 목소리에서는 나를 향한 걱정이 느껴졌다. 어쩜 이렇게 마음씨도 착한 걸까. 도대체 뉘집 자식이니? 도대체 네 아버지는 누구야? 응? 나라고? 그래, 내가 아빠다! 내가 아빠야!


“은아야, 내가 아빠다! 내가 야빠야!”

“알아, 잘 안다고. 그런데 왜 여길 온 거야? 여기 진짜 위험해! 여기 아저씨가 아빠 잡으려고 난리도 아니야!”


은아의 눈빛에서도 걱정이 느껴졌다. 그렇게 지금 위험한 것일까.


“그렇게... 위험해?”

“당연하지! 칼을 갈고 있다고!”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다급함. 확실히 위험한 건 맞은 듯 했다. 하지만 나도 내 몸과 은아를 위해 이곳에 온 상황. 그냥 도망칠 수는 없었다. 지금 도망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니까.


“은아야, 아빠가 꼭 지켜 줄게. 이번엔 꼭!”


이번엔 꼭?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내 의지나 생각이 아니었다. 내 안의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 비록 내 마음이 건넨 말은 아니었지만, 마음에 쏙 드는 단어들이었다. 이상하리만큼.


“...아빠, 지금 뭐라고 했어?”

“아빠가 지켜 줄게. 이젠 걱정 하지 마, 은아야.”


걱정 가득했던 은아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흡사 못 볼 걸 본 것처럼.


“...진짜 아빠야?”

“그럼 진짜 아빠지! 진짜 아빠야!”


내 입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음대로.


“아빠, 그만 해!!”


집안에 울려 퍼진 은아의 날카로운 목소리.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 내가 왜... 은아를 안고 있는 거지?


“내가 왜...”

“지금 진짜 아빠가 들어왔던 거지? 그치?”


진짜 아빠라고? 그럼 리셋되어버린 현과장의 기억이 들어왔다는 건가?


“난 잘 모르겠는데... 그냥 내 머릿속에 엄청난 영혼들이 있다는 거 밖에...”

“영혼 공명 현상인가 보네.”

“영혼 공명?”


말을 마친 은아는, 내 품에서 벗어나 방으로 들어가더니, 작은 책을 한 권 가지고 나왔다.


“그게 뭐니?”

“내가 연구한 거. 이것저것 읽은 걸 정리했어.”


이내 은아는 작은 책의 책장을 열어 내용물을 살폈다.

은아는 자신의 작은 책을 온 집중을 해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천천히 책장이 덮이고. 은아는 심각한 얼굴이 되어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빠, 지금 그런 현상이 시작된 지 얼마나 지났어?”

“글쎄... 조금 된 거 같은데.”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았다. 언제부터 내가 「원더랜드 지식의 50%」를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능력을 얻자마자 바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상관없어. 그 시작을 안다고 해서 이미 그런 상황이 벌어진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은아는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은아가 날 데리고 간 곳은 바로 주방. 정확히는 주방...처럼 보이는 연구실이었다. 그녀는 날 정 중앙에 있는 침대로 데리고 갔다.


“여기 누워. 내가 고쳐 줄게.”

“으, 응...”


고쳐준다고?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난 그녀가 시키는 대로 침대 위에 누웠다.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 밀려왔다.


“누워있으면 내가 고쳐 놓을게.”

“어, 그래...”


스르르 감기는 눈. 난 그렇게 편안함에 몸을 맡기려했다.


[아빠! 아니야! 그건 내가 아니야!]


순간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은아의 목소리.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은아야!”


난 은아의 이름을 부르며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황급히 다가오는 은아. 아니, 은아처럼 보이는 아이. 그 아이는 날 향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아빠, 무슨 일이야? 꿈이라도 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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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250.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2 23.11.06 24 4 11쪽
249 249. 고양이귀머리띠 23.11.05 19 4 11쪽
248 248. 데빌 위딘의 주인 - 2 23.11.04 14 4 11쪽
247 247. 데빌 위딘의 주인 23.11.03 19 4 11쪽
» 246. 딸, 은아 23.11.02 20 5 11쪽
245 245. 메모리 스트림 23.11.01 12 4 11쪽
244 244. 사라지지 않은 위협 23.10.31 14 4 11쪽
243 243. 전세 역전! 23.10.30 1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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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240. 아버지의 결심 23.10.27 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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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236. 걸즈 토크? 응? 23.10.23 22 4 11쪽
235 235. 다가오는 귀염둥이들?! 23.10.22 19 4 11쪽
234 234. 현과장 구조대 출동!! 23.10.21 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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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229. 비장의 김치 - 2 23.10.16 21 4 11쪽
228 228. 비장의 김치 23.10.15 26 5 11쪽
227 227. 변한 건 현과장... 아니 원더랜드?! 23.10.14 2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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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225. 김장전쟁 - 2 23.10.12 24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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