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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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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8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23 10:00
조회
22
추천
4
글자
11쪽

236. 걸즈 토크? 응?

DUMMY

“준비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죠?”


공장을 시찰 중이었던 무리나는, 뒤를 돌아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뒤를 따르던 하얀 가운의 사람들.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조아렸다.


“개조는 거의 끝났습니다, 여왕 폐하.”


그 중 한 여성이 입을 열었다. 마치 그녀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내일 중으로 최초 전투형 안드로이드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여성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그녀의 보고를 듣고 있던 무리나의 표정이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관리소장은 언제까지 예상한다는 말만 할 건가? 정확한 계산이 그렇게 힘든 건가? 우유나는 척척 해내던데.”


‘예상’이라는 단어가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무리나는 관리소장을 향해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


“죄송합니다, 여왕 폐하. 당장 제대로 계산하겠습니다.”

“이미 했어야지. 아직도 안 한 건가? 이러니까 건달이 원더랜드의 주인들에게 박살이나 나지.”


무리나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래도 건달의 실패는 그녀에게 있어서 뼈아픈 실수인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실수가 아니라 실패 아닐까, 관리소장. 실수는 내가 그대를 이 자리에 앉힌 거고.”


차갑게 내려앉은 공장의 분위기. 듣고 있던 다른 기술자들은 살얼음을 걷는 느낌이었다. 언제 자신에게 불똥이 튈지 몰랐기 때문에.


“아무튼, 이번에는 제대로 된 결과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분위기를 인지한 것 같진 않지만, 무리나는 그만 말을 줄이고 공장의 안쪽으로 이동했다. 멀어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문 관리소장. 그녀의 눈빛에 작은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




한편, 집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던 채야와 밀크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가며 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미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되었지만, 그녀들의 토크는 결코 끊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끊이지 않고 튀어나오는 이야깃거리. 이게 설마 걸즈토크라는 걸까?


“로봇이 된 느낌은 어떨까나?”

“로봇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입니다. 안. 드. 로. 이. 드.”

“그래 안드뭐시기. 그래 기분은 어떨까나?”


채야의 질문에, 밀크나는 살짝 고민에 빠졌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기분. 그런 그렇고 이게 기분이라는 걸까? 아니면 기분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일종의 시스템적 반응인 걸까. 그녀는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모르겠어요. 난 살아 있는 걸까요?”

“살아있는 거 아닐까나?”

“살아있다고요?”


밀크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지금 이 몸뚱이에 있는 영혼이라는 것도 데빌 위딘에 의해 저장된 단순한 데이터. 과연 이런 자신이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이 몸은 고철로 만들어 졌고, 내 영혼도 그냥 전자 신호일 뿐인데 제가 살아 있다고요?”

“세상 모든 건 살아있다랄까나. 난 그렇게 생각한다랄까나.”


채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운 공대 언니인 밀크나는 이런 생각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상 모든 것들이 살아있다고?


“채야 님은 이 탁자에도 영혼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랄까나. 난 그렇게 생각한다랄까나. 마법은 그런 영혼들의 힘을 빌리는 거랄까나.”

“마법은 그럴지 모르지만, 과학은 달라요, 채야 님.”


이야기가 점점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엔 단순한 기분을 묻는 질문이었는데, 생존이라는 주제를 거처, 이제는 마법과 과학이라는 주제로 바뀌고야 말았다. 도대체 무슨 대화가 이렇지?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뱉고 보는 거야?


“마법도 따지고 보면 무척이나 복잡하고 정교하다랄까나. 과학처럼.”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밀크나는 채야를 향해 온 정신을 집중했다. 이 모습은 마치 배움에 목이 마른 대학원생의 모습. 우린 이 모습을 결코 마주한 적이 없다. 왜? 배움에 목마른 대학원생은 없으니까. 소주나 맥주면 모를까.


“마법이란 건 영혼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따져서 만든 거랄까나. 예를 들어 내 불꽃.”


채야는 순식간에 하얀 불꽃을 만들어 밀크나의 앞에 내보였다. 그런데,


“이상한데요. 왜 제 예상과 다르죠?”


불꽃을 보더니 화들짝 놀란 밀크나. 그녀의 눈동자가 쉬지 않고 채야의 불꽃을 관찰했다.


“뭐가 다른 걸까나?”

“뿜어져 나오는 화력이요. 예상치의 10배가 넘는데...”


이어서 밀크나는 채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뽀송뽀송한 그녀의 얼굴과 편안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 확실했다. 그녀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은 채 이 불꽃을 만들어낸 것이.


“뭔가 잘못 된 거 같은데.”

“그래 내가 뭐랬어. 이 집 사람들은 지금 신의 가호를 받은 상태라니까.”


어느새 자리를 잡고 앉아 그녀들의 대화에 끼어드는 라니.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채야의 곁으로 찰삭 붙었다.


“그쪽과 친하게 지낼 생각이 없다랄까나.”


채야는 그런 라니를 향해 적대적인 감정을 마구 쏟아냈다. 그러자,


“아이, 참 왜 그래. 내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적도 있잖아.”

“그런 적 없다랄...”


단호하게 반박하려던 채야는 자신도 모르게 말끝을 흐렸다. 그러고 보니, 「전국 노래 잘함」 때 그녀의 난입 때문에 덕 아닌 덕을 본 건 맞는 사실. 인정하긴 싫지만 위기를 모면한 건 맞았다.


“생각이 난 모양인데?”

“인정하긴 싫지만... 그때는... 고마웠다랄까나.”


채야는 순순히 그녀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점차 입꼬리가 올라가는 라니. 그녀는 이내 대놓고 두 사람의 수다에 입을 보탰다.


“그럼, 나도 좀 끼자.”

“당신은 이 집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런 게 중요해? 그냥 이야기하고 떠드는 건데.”


밀크나가 거절의 의사를 두루뭉술하게 표현했지만, 라니는 그녀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근슬쩍 흘려버렸다. 이렇게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MBTI검사를 하면 분명 E가 나올 게 확실했다.


“그래, 그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라니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눈앞의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제정신이야? 나를 두고 지금 노가리를 까고 있다고?”


갑작스럽게 천장에서 뚝 떨어지는 갓패치. 그는 억지로 모두의 사이에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갓패치! 지저분하다랄까나!”

“지금 제정신이야? 옆으로 좀 가면 되잖아! 나도 이야기 좋아한다고!”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 하면서 먹는 다과를 좋아하는 거겠지. 채야는 이미 갓패치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여기 다과는 현과장이 만든 게 아니랄까나. 내가 만든 거랄까나.”

“제정신이야? 상관없어. 어차피 현과장은 호떡과 김치 빼면 별로 음식을 잘 하는 게 아니니까.”


맞는 말이다,. 호떡과 김치 관련 음식을 제외하면 현과장의 음식 솜씨는 거기서 거기. 그것에 비하면 채야의 음식솜씨는 원더랜드 최고, 아니, 우주 최고. 성밖마을 주막의 메인 셰프 하룡이 그녀의 제자일 정도니까.


“나도 이야기 할 거니까, 가서 다과나 좀 내와.”

“오늘은 여자만 이야기 하는 날이랄까나!”

“제정신이야?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남녀 차별을 해?”


갓패치는 채야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의 입가에 희미하게 번지는 미소. 노린 게 분명했다.


“교활하다랄까나!”

“제정신이야? 당한 채야가 멍청하다랄까나.”


자신의 마음을 들킨 갓패치는 그냥 대놓고 채야를 약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가만히 있을 라니와 밀크나가 아니다. 그녀들은 뜻을 모아 갓패치에게 대항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우리끼리 이야기 한다고요. 좀 나가요, 나가.”

“아니 사람이 눈치가 없어? 그냥 좀 나가지.”


밀크나와 라니가 감정을 잔뜩 담은 목소리를 뿜어냈다. 하지만,


“핫! 지껄여 봐라! 내가 여기서 나가나!”


오히려 그녀들의 신경을 긁어버린 갓패치. 하하호호 이야기꽃이 가득했던 거실 바닥에 싸늘한 감정들이 내려 앉았다. 한 사람과 세 사람의 싸움. 이렇게 보면 ‘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만 같이 보이지만, 상대는 갓패치. 억지와 무논리로 무장한 이야기계의 블랙홀이다.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아무리 갓패치라도 밀크나를 이길 순 없을 걸까나! 밀크나는 정말 유식하다랄까나!”

“유식하긴 개뿔. 지가 살아있는 지 죽어있는 지도 모르는 멍청한 주제에.”


순간 밀크나가 고개를 떨궜다. 맞는 말이었다.


“그, 그럼! 여기 라니도 대단한 사람이랄까나! 현과장의 폭주를 막은 사람이랄까나!”

“막긴 개뿔. 그냥 어쩌다가 한번 얻어 걸린 거지. 사람은 다 자기만 생각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원더랜드 사람들을 저 여자가 구해줄 리 없잖아.”


라니 또한 인상을 찌푸렸다. 분하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사실 라니는 그녀 자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몰랐다. 그냥 찔러본 말이 우연히 채야의 상황에 들어맞았을 뿐.


“훗! 날 말빨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제정신이야?”


갓패치는 그대로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진상 짓을 펼쳤다. 제대로 농락당한 세 여자. 그렇다고 해서 그냥 당하고만 있을 그녀들이 아니다. 여섯 눈동자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 그녀들은 이를 빠득빠득 갈며 이 얍삽한 궤변론자를 어떻게 요리할지 머릿속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기 시작했다.




“얌전하네. 이상한데.”


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얌전히 은아의 품에 안겨 있다니. 아무리 리코와 키토가 아이들에게 친절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처음보는 아이의 품에 안겨 있을 정도로 상냥하진 않았다.


“뭐가 얌전한 거냐능?”

“리코, 착함.”


목소리 또한 나긋나긋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일까.


“아니 나랑 처음 만났을 땐 이러지 않았잖아, 키토 님.”

“그건 현과장이 내 우물을 망쳐서 그랬다능! 나 그 일은 아직도 화가 난다능!”


순간, 키토의 목소리가 살며시 떨렸다. 그날 정말 화가 단단히 났던 게 분명했다.


“그래! 어떻게 그렇게 깨끗한 우물에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키토 님 불쌍하게!”

“맞다능! 나 정말 불쌍했다능!”


은아가 나를 바라보며 눈을 흘기더니, 이내 키토의 뺨에 볼을 비볐다.


“아니, 모르는 애가 볼을 비비는데 가만히 있어?”

“이상하게 친숙하다능! 자꾸 끌린다능!”

“나도! 나도!”

“알았어요, 리코 님.”


은아는 칭얼대는 리코에게도 살며시 볼을 비볐다. 그녀가 볼을 비비자 방긋 웃는 리코. 지금까지 저런 미소를 본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현과장, 할 말이 있다, 멍.”


이 모습을 보고 있던 루프가, 살며시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인데?”


내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 없이 날 데리고 그저 앞으로만 걸어가는 루프. 은아와 두 귀염둥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에 도착하자, 루프는 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과장, 현과장은 자신의 선택에 후회 안 할 자신이 있냐, 멍?”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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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250.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2 23.11.06 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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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248. 데빌 위딘의 주인 - 2 23.11.04 14 4 11쪽
247 247. 데빌 위딘의 주인 23.11.03 1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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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245. 메모리 스트림 23.11.01 13 4 11쪽
244 244. 사라지지 않은 위협 23.10.31 15 4 11쪽
243 243. 전세 역전! 23.10.30 16 4 11쪽
242 242. 함정 - 2 23.10.29 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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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231. 다시금 다가오는 위협 23.10.18 23 4 11쪽
230 230. 비장의 김치 - 3 23.10.17 21 5 11쪽
229 229. 비장의 김치 - 2 23.10.16 22 4 11쪽
228 228. 비장의 김치 23.10.15 26 5 11쪽
227 227. 변한 건 현과장... 아니 원더랜드?! 23.10.14 2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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