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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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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23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20 10:00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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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233. 데빌 위딘 안에서

DUMMY

“현과장, 무슨 꿈을 꾼 거야?”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다. 다정하고 근심 가득한 목소리.

호의가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도 위화감이 느껴졌다. 도대체 왜 이렇게 느껴지는 걸까.


“아빠? 아빠 아픈거냐능?”


아빠? 아빠라고? 게다가 이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말투인데...


“아빠! 걱정!”


익숙한 목소리 뒤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 목소리만큼이나 익숙한 목소리. 난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이렇게 호들갑들...”


말문이 턱 막혔다. 눈앞에 있는 건 정말 아름다운 여성과 두 아이. 그것도 흑발과 백발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누.. 누구?”

“현과장, 아니 여보? 우리 기억이 안 나?”


여자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연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진심이 가득한 눈빛. 그래, 이건 연기나 몰래카메라 같은 게 아니다.


“아빠, 우리라능! 키토라능!”

“아빠! 리코! 리코!”


두 아이는 자신을 가리키며 키토와 리코라 말했다.

잠깐, 이 아이들이 리코와 키토라고? 분명 키토와 리코는...


“둘이 리코와 키토라고?”

“그렇다능! 우리가 키토와 리코다능!”

“리코! 키토!”


내 기억과 완전히 다른 모습의 리코와 키토. 분명 이 아이들도 귀여운 건 분명했지만, 내가 알고 있던 귀염둥이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내 기억속의 키토와 리코는, 그러니까, 키토와 리코는...

키토와 리코는... 누구였지?


“어, 그래 키토... 리코... 그럼 그쪽은...”

“나야, 나, 채야! 당신 와이프!”


채야라고? 난 내 귀를 의심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럴 수 없었다. 채야가 집사람이라고? 내가 채야와 결혼을 했다고?


“내가 채야와 결혼을 했다고?”

“현과장, 왜 그래? 애들 보는 앞에서...”


채야는 무척 충격을 받은 듯 입을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만 같은 리코와 키토. 그들은 채야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


“엄마! 무섭다능!”

“엄마! 무섭!”

“괜찮아, 괜찮아. 지금 아빠 장난치는 거야. 장난.”


그녀의 싸늘한 눈빛이 내 얼굴 위로 올라왔다. 아무래도 장난이라 말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 그래. 장난이야. 아빠가 우리 귀염둥이들을 잊을 리 없잔아.”


내 말이 끝나자, 리코와 키토는 채야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나에게로 다가왔다. 내가 누워있는 침대 위로 살며시 손을 올리는 리코와 키토. 난 나도 모르게 둘의 손을 보드랍게 잡았다. 그러고 보니 왜 침대 위에 혼자 누워있는 걸까. 그리고 여긴 어디인 걸까?


“그런데 여긴 어디야?”

“병원.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병원이라고? 걱정했다고? 분명 조금 전에는...


“조금 전에는 무슨 꿈을 꿨냐고 물어보지 않았어?”

“내가? 여보,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내 말에, 그녀는 곧바로 날 바라보았다. 정색하는 건지 걱정하는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그녀의 표정. 그녀의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뭐 한 가지 확실한 건, 나에게 가정이 있다는 거다. 그것도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이 있는 행복한 가족 말이다.




“지금 현과장은 어디 있냥?”

“내 작업실이요. 지금 데빌 위딘과 단판을 짓는 거 같던데.”


거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우유나는, 양 어깨에 피곤함을 짊어진 채로 호떡을 집어 먹었다.


“피곤해 보인다냥. 빨리 들어가 쉬어라냥.”

“호떡만 먹고요. 호떡만.”


잠을 포기해도, 수명을 포기해도 호떡만큼은 절대 포기 할 수 없는 것일까. 그녀는 단호하게 말한 뒤, 다시 호떡을 집어 먹었다.


“지금까지 쭉 계산을 해 봤는데, 이 방법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바로 그때, 구석에 조용히 앉아있던 밀크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목소리에 일제히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 이런 모두의 시선에도 그녀는 끄떡없이 자신의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배추가 새끼 배추를 낳을 방법은 단 한 가지, 대지의 축복과 신의 가호를 동시에 받는 것. 대지의 축복도 신의 가호도 흔한 축복이 아닙니다. 대치의 축복은 정말 건실한 농부에게만 찾아오는 최고의 행복이라고요.”


건실한 농부라는 말에, 채야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좀 농사를 잘 짓는다랄까나.”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문제는 신의 가호입니다. 신의 가호는 대지의 축복과는 차원이 다른 축복이라고요. 신의 가호는 오직 신에게 선택받은 자만이 받을 수 있는 축복입니다. 온 우주에 몇 명 없다고요.”

“그래, 그렇긴 하지. 신의 축복은 우리 같은 놈들에게 내린 일종의 저주니까.”


밀크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직이 그 사실을 인정하는 라니.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현관문은 아직도 닫혀있는데.


“저 사람은 누구죠?”


라니의 존재를 모른 밀크나는 경계하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순간 당황하는 어흥선생과 채야. 그들이 당황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어, 어디서 나왔냥?”

“문이 열리는 걸 못 봤다랄까나?!”


라니가 곁에 있지만, 분명 닫혀있던 현관문. 도대체 그녀는 어떻게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일까.


“그런 게 중요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언제적 드립이냥. 그리고 상황에 맞는 드립을 써라냥. 촌스럽다냥.”

“애들 따라하는 어른같다랄까나. 젊게 사는 게 아니라, 젊은 척하는.”


어흥선생과 채야의 합동 공격에, 라니는 순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냥 한 말에 이렇게 피라냐 떼처럼 달려들다니. 덕분에 견고했던 그녀의 정신력에 작은 균열이 생기고 말았다.


“어쨌든! 신의 가호는 우리만 받은 거라고. 우리 신의 능력자들만.”

“그런데 왜 채야 님의 밭 배추에게서 신의 가호가 느껴지는 거죠?”


밀크나는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라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곧바로 입을 열며 밀크나를 쳐다보았다.


“당연히 현과장이 신의 가호를 받은 상태니까. 원더랜드에 신의 가호가 흘러넘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원더랜드에 신의 가호가 넘쳐난다고요?”


밀크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일 리가 있는 말이네요. 현과장의 축복이 원더랜드 전역에 퍼지게 되었다는 말.”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듯한 우유나. 그녀는 호떡까지 밀어 놓으며 그들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원더랜드에 신의 가호가 넘친다면, 원더랜드 전역의 생물들에게 신의 가호가 걸렸다는 말인데. 내 말 맞나요?”

“반은 맞지만, 반은 글쎄... 틀렸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조금 빗겨나갔다고 해야 하나.”


라니는 아리송한 말은 내뱉었다. 도대체 진실은 뭘까.


“신의 가호가 넘친다고 해서 이 땅의 모두에게 그 힘이 돌아갔다면 어떻게 될 거 같아? 우주가 망할 정도의 밸런스 붕괴라고.”


라니의 말에 확실히 일 리가 있었다. 만약 신의 가호가 모두에게 적용되었다면, 성 안에서 군인들이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식물들에게만 적용되었다는 거냥?”

“아니. 내 생각은 이래. 신의 가호는 현과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에만 깃들어 있다고.”


중요한 것들이라는 그녀의 말에, 거실 안의 인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물론 확실하진 않아. 하지만 제일 유력해. 그렇지 않고는 여기 두 사람의 능력 상승을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우리가 쎄냥?”


어흥선생이 의아하다는 듯 라니에게 물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비단 그 혼자뿐만이 아니었다.


“신의 창을 물리쳤다고 당신들. 신의 창을.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을 묵사발을 만들었다고.”

“그쪽은 묵사발 내지 못 했다랄까나.”


채야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작은 적대감. 하지만 라니는 그녀의 적대감에 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건 내가 적이 아니라서 그럴 걸. 난 이쪽에 붙기로 했거든.”

“이쪽에 붙는다고요?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 난 당신들 편이야. 호떡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거든.”


우유나의 질문에 대답한 그녀는, 이내 거실에 주저앉더니 그대로 남겨진 호떡을 주워 먹었다. 라니의 얼굴에 꽃피기 시작한 행복감.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는 그대로 호떡을 야금야금 먹었다. 행복감에 잔뜩 취한 채로




“이게... 점심이야?”


난 할 말을 잃었다.

분명 병원에서 영양가 많은 음식을 먹으라고 들은 거 같은데. 그런데 이 식단은 도대체 뭘까?


“왜? 매일 먹던 상차림이잖아, 당신.”

“으, 응? 당신?”


이상하게 거부감이 든다. 당신이라니. 조금 전에는 여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 상대방에 대한 호칭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이 식단은 완전히 선을 넘었잖아!


“아니, 그래도 그렇지, 왜 밥상에 풀 밖에 없어?”


순간, 채야의 얼굴이 굳어졌다. 두 귀염둥이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굳어졌다. 아니,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우린 언제나 이렇게 먹었잖아요. 여보? 왜 이래요?”

“어, 어? 항상 이렇게 먹었다고?”


난 그녀의 말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내가 고기를 안 먹었다고. 그럴 리 없다. 만에 하나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도, 지금 나는 무척이나 고기를 원한다. 육식을 원한다.


“식성이 바뀌었나 본데. 고기 좀 내주겠어, 여보.”


내 말을 듣던 그 순간, 싫은 척했던 인상을 찌푸렸던 그녀였지만, 이내 그녀는 인상을 풀고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난 지금 애들 밥 좀 먹일 테니까, 당신은 주방에 가서 무슨 고기가 있는지 한번 확인해 주세요.”

“응.”


그녀의 부탁에 난, 그대로 주방으로 걸어갔다. 익숙한 느낌. 자연스러운 발걸음. 그래, 조금씩 기억이 난다. 정확히는 몸이 기억하고 있다. 지금 느끼는 위화감은 그저 사고 후유증일 뿐일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했다. 주방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주방에 들어선 난, 서둘러 고기를 찾았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작은 케이지들. 난 무의식적으로 그 케이지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이, 이게 뭐야?!”


케이지 안에 들어있던 건, 검은 털빛이 우아한 토끼 한 마리와. 새하얀 비늘이 아름다운 드래곤 한 마리. 두 생명체는 다 죽어가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살려달라는 듯이.


“리코님! 키토님! 왜 그렇게 그 안에 갇혀있어?”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런데 뭐? 키토...님? 키토는 내 아이의 이름이 아니던가? 그런데 왜?


“아빠 불렀냐능?”

“리코! 여기!”


순간 뒤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내 아이들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섬뜩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여보? 왜 그렇게 서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 역시 싸늘하게 다가왔다. 도대체 왜 이렇게 느껴지는 것일까. 가족들이 왜 이렇게 무섭고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


- 케이지 문을 열어야 해요. 그래야만 해요. -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무척이나 다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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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250.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2 23.11.06 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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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245. 메모리 스트림 23.11.01 12 4 11쪽
244 244. 사라지지 않은 위협 23.10.31 14 4 11쪽
243 243. 전세 역전! 23.10.30 1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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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235. 다가오는 귀염둥이들?! 23.10.22 19 4 11쪽
234 234. 현과장 구조대 출동!! 23.10.21 24 4 11쪽
» 233. 데빌 위딘 안에서 23.10.20 26 3 11쪽
232 232. 데빌 위딘의 목표 23.10.19 18 4 11쪽
231 231. 다시금 다가오는 위협 23.10.18 23 4 11쪽
230 230. 비장의 김치 - 3 23.10.17 21 5 11쪽
229 229. 비장의 김치 - 2 23.10.16 21 4 11쪽
228 228. 비장의 김치 23.10.15 26 5 11쪽
227 227. 변한 건 현과장... 아니 원더랜드?! 23.10.14 27 5 12쪽
226 226. 김장전쟁 - 3 23.10.13 28 4 11쪽
225 225. 김장전쟁 - 2 23.10.12 24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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