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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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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21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15 10:00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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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228. 비장의 김치

DUMMY

“그게 뭐냥? 비장의 방법이라는 게?”


현과장은 어흥선생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않은 채 파를 다듬기 시작했다. 현과장의 손길에 의해 점차 깔끔하게 다시 태어나는 쪽파들. 어흥선생은 도대체 현과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도대체 ‘비장의 방법‘이라는 게 무엇일까. 어떤 방법이기에 저렇게 화가 잔뜩 난 갓패치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일까.


“이건 정말 김치에 질릴 때만 만드는 특급 김치지.”


특급 김치? 어흥선생의 귀가 솔깃해졌다. 과연 어떤 김치기에 그가 비장의 방법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궁금증이 자꾸만 커져갔다.


“도대체 무슨 김치냥?”

“파김치.”


짤막하면 그 한 마디에서 어머어마한 자신감과 힘이 느껴졌다. 그냥 김치를 담글 때와 차원이 다른 그의 분위기. 표정뿐만 아니라, 손과 팔, 심지어 옆에 있는 키토까지 당당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응? 키토까지? 키토는... 왜?


“현과장! 나 파 먹고 싶다능!”

“키토 님. 이건 중요한 요리가 될 파야. 조금만 기다려, 완벽한 요리로 만들어서 줄 테니까.”


현과장의 말에, 약간 시무룩해진 키토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겠다능!”


키토의 허락도 떨어졌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파김치를 담그기 시작한 현과장. 어흥선생과 여왕도 긴장한 얼굴로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이제 거의 다 되었어.”


응? 다 되었다고? 지금 한 건 파를 다듬고 씻은 것뿐이잖아. 그런데 거의 다 되었다고? 풀은? 양념은? 새우젓은? 아니, 이렇게 금방 끝난다고?


“현과장 지금 파만 씻었다냥. 뭔가 잘못 말한 거 아니냥?”

“아니, 이건 파만 씻으면 거의 끝난 거와 다름없어. 양념은 금방이니까.”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현과장의 목소리. 그런데, 양념이 금방이라니. 어흥선생은 지난 날의 김장을 돌아보았다. 현과장의 말과는 상반된 지난날들. 금방은커녕 온종일 매달려도 준비하기 힘든 날도 있었다. 뭐, 이건 엄청나게 먹어대는 갓패치가 원인이긴 했지만.


“그런 게 김치 맞냥?”

“파김치는 원래 빨리 만들 수 있지. 특히나 저장용이 아닐 때는.”

“저장용은 좀 다르냥?”

“들어가는 게 좀 달라. 맛도 조금 다르고.”


어흥선생에게 대답한 현과장은, 주방으로 가서 뭔가를 가지고 나왔다. 투명하지만 점성이 가득한 액체. 얼핏 봤을 때는 도통 눈 앞의 그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알 길이 없었다. 슬라임농축액일까. 아니면 신의 콧물? 어흥선생은 머리를 잘 굴러봤지만 도통감이 잡히지 않았다.


“현과장 그게 뭐냥?”

“이거? 물엿.”


물엿? 잠깐, 지금 김치에 물엿을 넣는다고? 어흥선생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물엿을 넣어도 되냥? 정말 넣는 거 맞냥?”

“풀 대신 넣는 거야. 풀 쑨 걸 넣으면 너무 양념이 묽어지거든.”


이렇게 말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현과장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거대한 대야 안에 거침없이 들어가는 물엿. 어흥선생의 본능이 현과장을 막으라고 소리쳤다. 김치에 물엿? 이건 어불성설이다.


“현과장! 그렇게 정신줄 놓으면 안 된다냥!”

“정신줄은 단단히 잡고 있어. 기다려봐, 정말 맛있는 김치를 선보일 테니까.”


현과장의 음성에서 여전히 느껴지는 자신감. 어흥선생은 본능을 잠시 억누른 채, 현과장의 행동을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어흥선생의 방해가 사라지자, 본격적으로 양념 만들기에 돌입한 현과장. 양념은 너무나 간단했다, 젓갈과 다진마늘, 그리고 고춧가루. 거기에 백김치를 위해 갈아놓은 과일과 양파 약간. 더는 없었다. 아니, 이런 거로 맛을 내겠다고? 이렇게 작은 재료로?


“그게 전부냥?”

“이게 전부야. 정말이야.”


현과장의 말에, 어흥선생과 여왕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맛이 있을 리 없다. 저런 단순한 양념이 맛이 있을 리 없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만을 앞세우던 바로 그때, 드디어 완성된 햔과장표 파김치. 제일 먼저 맛을 본 건 역시 현과장 자신이었다. 아무리 그가 김치 마이스터라고 해도, 항상 간을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까.


“흠... 약간, 아주 약간 간이 약한데.”

“현과장! 나도 먹고 싶다능!”

“나도, 나도.”


어느새 키토 뿐만 아니라 리코까지 달려와 머리를 내미는 상황. 현과장은 작은 파를 곱게 접어서 둘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러자,


“이, 이건! 너무 맛있다능!”

“진짜! 진짜!”


완전히 파김치에 빠져버린 두 귀염둥이. 둘의 반응이 이러니, 어흥선생과 여왕도 은근슬쩍 현과장의 곁으로 다가왔다,


“정말 맛이 있냥?”

“그럴 리 없습니다만. 내가 확인해 드리겠습니다만.”


현과장의 허락이 떨어지지도 않았지만, 그대로 파김치를 맛보는 두 사람. 그들의 동공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아삭한 식감에 이어지는 알싸한 파의 향. 달콤함과 짭쪼름함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양념. 이 김치는 그냥 김장 김치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마, 맛이 있다냥!”

“이럴 순 없습니다만! 이렇게 쉬운데 이렇게 맛있다니!”


이미 눈이 돌아가 버린 두 사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이미 그들의 손에는 하얀 쌀밥과 젓가락이 들려 있었다.


“이, 이거 위험하다냥! 김치만큼이나 위험하다냥!”

“배가 부른데 계속 들어갑니다만! 이거 정말 위험합니다만!”


그들의 말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현과장.

현과장은 두 눈을 희번뜩이며 그들에게 한 마디 남겼다.


“제정신일까냥? 아직 놀라긴 이르다랄까냥.”




“지금 나보고 그걸 먹어보라고? 제정신이야?”


나무 밑에 앉아 놀고 있던 갓패치. 그는 파김치를 보더니 고개를 바로 돌렸다.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이. 그러자,


“그럼 내가 먹겠다능! 내가 먹는다능!”

“나도! 나도!”


파김치를 향해 달려드는 두 귀염둥이. 갓패치는 그 모습에, 반사적으로 현과장의 손에 들린 파김치 접시를 가로 챘다.


“무슨 짓이냐능! 우리 거라능!”

“우리 거! 우리 거!”

“제정신이야? 아직 내 거야.”


파김치가 내키지는 않지만, 키토와 리코의 반응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김치를 처음 먹었을 때도 김치 때문에 자신과 눈싸움까지 벌었던 키토. 이러한 경험이 있던 그였기에, 그냥 무시 할 순 없었다. 이거 맛있을 지도 모른다.


“안 먹을 거면 주라냥. 나도 먹을 거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갓패치의 동공이 커졌다. 아니, 어흥선생까지 이런다고? 이거 쉽게 무시할 게 아니다.


“아니, 먹는다고, 먹어. 제정신이야?”


말을 마친 갓패치는 그대로 파김치를 하나 잡아 입안으로 가지고 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현과장. 비열한 악역 같다. 이게 정말 주인공?


“아, 아니 이게 왜... 맛있어?”


파김치를 먹어본 갓패치는 한동안 멍하니 파김치만을 바라보았다. 세상에는 정말 모르는 음식도 많고, 맛있는 음식 역시 많다. 대놓고 무시하고 거부할게 아니다. 그는 오늘 하나를 또 배웠다.


“아니지, 아니지. 거기서 놀라면 내가 준비한 게 뭐가 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현과장은, 갓패치의 앞에 가스버너와 솥뚜껑을 살며시 놓았다. 아직 이 물건들의 용도를 전혀 모르는 갓패치. 단지 그 뿐만 아니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모두 고개를 기울였다. 과연 현과장이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일까.


“지금 뭘 하는 거지?”

“뭐긴 뭐야? 삼겹살을 굽는 거지.”


삼겹살? 그게 파김치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주변에서 기웃거리던 기사와 군인들까지도 고개를 기울였다.


“어허, 한 번 먹어봐. 또 먹어보기 전에 그런다.”


의심하는 듯한 갓패치를 향해, 잘 익은 삼겹살, 그리고 그 위에 갓 만든 파김치를 올려서 내미는 현과장. 이미 깨달음을 얻었던 터라, 갓패치는 의심하지 않고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아, 왜... 왜 맛있지?!”


그래, 맛있겠지. 그게 얼마나 꿀조합인데. 기름진 고기와 파김치라니. 생각만 해도 군침이 싹 도네.


“봐봐. 맛있잖아. 백김치도 맛있다니까.”


현과장의 말에, 갓패치의 동공이 흔들렸다. 먹을 것 때문에 자존심을 버려야 하는 상황. 원더랜드의 주인인 그가, 자신의 말을 번복한다는 것이 정말이지 말이 되지 않았...


“제정신이야? 빨리 위치 불러! 빨리! 빨리!”


갓패치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기사들에게 접근했다. 그의 이런 반응이 갑작스럽긴 했지만,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기사들. 그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갓패치의 손길을 덥석 잡았다.

그렇게 군인들의 가족들과 기사들의 가족들까지 불러들여, 다시금 배추 전쟁에 박차를 가하는 현과장. 그는 앞마당과 텃밭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전원 전투 준비! 배추에게 질 순 없다!”




한편, 방 안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켄지와 아담. 그들이 문 열기를 포기하려 할 때쯤, 눈앞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철컥.]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문이 열리는 소리. 확신이 서지는 않았지만, 시도해본다고 큰 일 날 것도 아닌 상황. 아담은 슬그머니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그러자,


[스르륵.]


너무나도 쉽게 열리는 문. 지금까지 총을 쏘고 빛기둥을 날리던 자신이 완전 바보같이 느껴졌다.


“켄지, 문이 열렸다.”

“문? 무슨 문? 설마 그 문?”


아담의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진짜로 열린 문을 보자, 그 자리에 굳어버리는 켄지. 아무래도 그 역시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진 모양이었다.


“나가자. 여기서 이럴 시간이 없어.”

“자, 잠깐! 이거 함정이면 어떡해?”


곧장 문 밖으로 나가려는 아담과는 다르게, 켄지는 면밀하게 상황을 바라보았다. 진지하고 심각한 켄지의 눈빛. 그는 조금 열린 문과 자신의 총을 연달아 바라보더니,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열어, 뭐라도 보이면 쏴버릴 테니까.”


곧바로 문쪽을 향해 총구를 향하는 켄지. 그는 무척이나 신중한 표정으로 문을 겨냥했다.

아담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피어났다. 과연 문밖에는 누가 있을까. 어떤 존재가 자신들을 작은 방 안에 가둬 놓을 수 있었던 것일까.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밀려오는 불안감에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집중하는 아담. 그의 손에도 환한 광채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럼, 연다.”


나직하게 내려앉는 아담의 목소리.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사라지려고 할 때쯤, 기습적으로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그런데,


“이, 이게 뭐야?”


문 밖의 풍경을 보더니, 동공이 떨리기 시작한 켄지.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두 눈을 껌뻑였다.


“무슨 일이야? 뭣 때문에 그래?”


이런 켄지의 반응에 더욱 겁을 집어먹은 아담은, 한 가득 양손에 힘을 모았다. 밖에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럴 때 일수록 답은 선제공격. 아담은 몸을 날리며 문 밖으로 자신이 모아놓은 힘을 순식간에 방출했다. 그런데,


“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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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235. 다가오는 귀염둥이들?! 23.10.22 19 4 11쪽
234 234. 현과장 구조대 출동!! 23.10.21 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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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230. 비장의 김치 - 3 23.10.17 21 5 11쪽
229 229. 비장의 김치 - 2 23.10.16 21 4 11쪽
» 228. 비장의 김치 23.10.15 26 5 11쪽
227 227. 변한 건 현과장... 아니 원더랜드?! 23.10.14 2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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