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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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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80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22 10:00
조회
18
추천
4
글자
11쪽

235. 다가오는 귀염둥이들?!

DUMMY

걸어가도 또 걸어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거리. 사람은커녕 벌레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그 거기를, 나와 은아는 쉬지 않고 전진해 나아갔다.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감시 좀 피하려고. 그 사람들 지금 잔뜩 열 받아 있을 테니까.”


내 손을 잡고 묵묵히 걸어가던 은아는 날 살짝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경계하듯이.


“그 사람들?”

“데빌 위딘에 사는 다른 덤프 파일들. 그 사람들이 아빠를 여기에 묶어 두자고 했거든.”

“날? 묶어둬?”


아니, 날 이곳에 묶어둔다고 해서 도대체 얻게 되는 게 무엇일까. 난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날 여기에 묶어둬서 뭘 얻겠다는 거야?”

“우주의 평화?”

“우주의 평화? 아니 데빌 위딘이 왜 그런 걸 생각해?”


어처구니가 없었다. 우주의 평화라고? 한낱 시스템인 데빌 위딘이 왜 우주의 평화를 걱정하는 것일까.


“여기 남아있는 덤프 파일들은 자신들이 우주의 평화를 위해 희생 되었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우주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아.”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럼 날 여기에 잡아두면 우주의 평화가 유지 돼?”

“적어도 원더랜드를 고립시킬 수 있다고 믿는 거 같던데.”


들으면 들을수록 황당한 이야기들뿐이다. 원더랜드를 고립시켜? 내가 없으면 무력으로 원더랜드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말일까. 난 황당함에 그만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


“왜 아빠?”

“아니, 날 여기 가둔다고 해서 원더랜드가 무너질 리 없잖아. 어흥선생도 있고 채야와 갓패치도 있다고. 키토 님과 리코 님도 있고.”


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그녀는,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날 바라보았다. 노려보는 듯... 아니, 이상하게도 아련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눈빛. 그 눈빛의 이유는 ㅇ;내 ㅇ;어지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리코 님 키토 님 보고 싶다.”

“리코 님과 키토 님을 알아?”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그러자,


“당연하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들인데.”


두 눈을 반짝이며 두 귀염둥이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는 은아. 그녀의 목소리와 행동에서 그들을 향햔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키토 님과 리코 님의 덤프 파일은 없는 거야?”

“있긴 한데... 두 분은 사람들을 무척 싫어하시거든. 그래서 항상 둘이 따로 돌아다니셔.”


은아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서운함. 난 이런 그녀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두 분에게 은아의 마음이 닿는 날이 올 거야.”

“아빠, 정말 그럴까? 그 날이 올까?”

“그럼, 언젠가...”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능!”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주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에서 매번 들었던 목소리. 그래, 이건...


“키토... 님?”

“그래, 난 키토다! 능!”


키토였다. 분명 키토였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 숨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사방을 쳐다봐도 도무지 보이지 않는데.


“키토 님 지금 어디야?”

“훗 애송이! 난 주변에 있는 게 아니다! 능! 발밑이라! 능!”


갑자기 땅 밑에서 검은 손이 불쑥 솟아났다. 보드랍고 윤기 난 털은 어디가고, 헝클어지고 뒤엉킨 털뭉치가 두 눈에 들어왔다. 정녕 이게 키토의 손이 맞는 것일까.


“키, 키토님?”

“그렇다! 능! 내가 키토라! 능!”


땅 속에서 불쑥 튀어 나온 키토는, 당당하게 날 쳐다보았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세월의 풍파를 직격으로 맞은 것처럼 윤기 없는 털과 탄력 없는 피부가 내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정말 키토 님이야?”

“그렇다! 능! 오래간만이다! 능!”


난 너무나 자연스럽게 키토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거 진짜가 아니다능! 진짜는 여기다능!”

“여기! 진짜!”


순간 뒤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 난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내 눈 안으로 들어오는 온전한 두 귀염둥이의 모습. 분명 날 부른 존재는 키토와 리코였다.


“키토 님? 리코 님?”

“그렇다능! 우리다능!”

“리코! 키토!”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키토의 덤프 파일이 한두 개가 아닌 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저 것들은 전부 아니다능! 내가 진짜라능!”


이렇게 고민에 차있던 바로 그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나 키토였다. 붉은 제복으로 한껏 멋을 낸 키토.


“아니, 키토 님이 왜 이렇게 많아?”

“아빠, 일단 도망가자! 여긴 위험해!”


은아는 내 손을 빠르게 잡아 끌었다. 그녀의 손에 이끌려 빠르게 도망치게 된 나는, 도망가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도대체 저 많은 귀염둥이들 중, 진짜는 누구일까?




어두운 지하실. 빛바랜 기계 곁으로 낡은 침대가 나란히 붙어있었다.

희미한 조명 아래, 넓게 드리우는 그림자. 바로 어흥선생이었다.


“잘 들어야 한다냥. 데빌 위딘 안은 정말 위험하다냥.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냥!”


긴장감이 가득한 어흥선생의 얼굴. 그는 눈앞의 세 귀염둥이를 바라보며 몇 번이나 당부의 말을 늘어놓았다.


“알겠다능!”

“리코! 명심!”

“잘 보살피겠다, 멍!”


어흥선생의 긴장감이 전염된 걸까. 키토와 리코, 그리고 루프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그럼 보내주겠다냥! 모두 침대에 누워라냥!”


그의 말이 떨이지기 무섭게, 루프는 키토와 리코를 등에 얹히고 침대로 달려갔다. 이윽고 각자의 침대에 몸을 누인 세 귀염둥이. 그들은 어흥선생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그들이 침대에 눕자, 어흥선생의 손길이 빨라졌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의 팔과 다리.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손이 멈췄다. 그와 반대로 그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더욱 짙어졌다.


“루프 씨가 키토님과 리코님을 잘 챙겨줘야 한다냥. 데빌 위딘이 주인님들의 존재를 알 가능성이 크다냥.”

“알겠다! 멍!”


루프의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어흥선생의 긴장감이 짙어진 만큼 루프의 표정도 진지해져 있었다. 그만큼 이번 작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럼 데빌 위딘 안으로 간다냥!


말을 마친 어흥선생은, 모두의 머리에 기기를 연결한 뒤, 곧바로 빛바랜 기계에 스위치를 올렸다. 짤막하게 울려퍼지는 기계음. 그렇게 리코와 키토 그리고 루프는 현과장을 구하기 위해 데빌 위딘 안으로 영혼을 던졌다.




“도대체 누가 진짜 키토 님이지? 누가 진짜 리코 님이야?”


난 난감할 뿐이었다. 모두가 키토이자 리코였다. 자그마한 특징까지도 실제의 귀염둥이들과 완벽하게 닮은.


“내가 진짜다! 능!”

“난! 진짜!”

“내가 진짜!”

“아니아니! 내가 진짜라능!”


여기저기서 자신들이 진짜라고 아우성인 리코와 키토들. 도대체 누가 진짜 키토와 리코인 걸까. 아니, 여기에 진짜 귀염둥이들이 존재하기라도 하는 걸까. 어차피 전부 그저 지난 원더랜드가 만들어낸 덤프 파일들일 뿐이잖아.


“찾았다! 멍!”


멍? 머엉? 갑자기 웬 멍? 두 귀염둥이의 말버릇에 ‘멍’이란 단어가 있었던가?


“앗! 진짜다능! 여기 현과장이 있다능!”

“현과장! 현과장!”


‘멍’ 이란 외침 뒤로 들려오는 익숙한 두 귀염둥이의 목소리들. 분명 리코와 키토였다.


“아니 또 있는 거야? 어디서 이렇게 자꾸 튀어 나오는 거지?”

“아빠, 잠깐만. 저 둘은 뭔가... 다른데?”


은아는 멀리서 다가오는 두 실루엣, 아니 세 실루엣을 보더니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러고 보니, 둘이 아니라 셋이라고? 셋이라...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걸까.


“뭔가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나다! 멍! 루프다! 멍!”


루프라는 이름에, 뿌옇게 가려졌었던 지난 기억들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래, 루프. 시간의 번견(番犬). 그의 존재를 어떻게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일까.


“루프 씨! 여긴 어쩐 일이야?!”

“현과장을 데리러 왔다! 멍!”


의기양양하게 외친 루프. 그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 은아가 다음 이야기를 전하기 전까지는.


“아니! 왜 왔어요! 이제 곧 탈출 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모두가 여러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요!”


은아는 답답하다는 듯 루프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의 태도에 곧바로 의기소침해진 루프. 그는 연신 분위기를 살피는 듯 눈동자를 좌우로 굴렸다.


“머엉? 우리 때문이냐? 머엉?”

“그런 거 같다능.”

“우리, 실수.”


덩달아 키토와 리코도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리코 님? 키토 님?”


은아가 갑자기 두 귀염둥이들의 앞에 서더니 말똥말똥한 눈동자로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와락!]


갑작스레 둘을 껴안았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응? 누구냐능?”

“꼬마, 누구?”


둘은 어리둥절한 듯 은아의 품이 안긴 채로 그 큰 눈동자들을 꿈뻑일 뿐이었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리코 님! 키토 님!”


은아는 그들을 꼭 끌어안은 채로 둘을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서로의 눈빛이 스쳐지나갔다.


“나쁜 꼬마는 아니는 거 같다능!”

“맞음. 착한 꼬마.”


다행인 것일까. 리코와 키토는 큰 거부감 없이 은아를 받아들였다. 지난 번 날 받아들였던 때처럼.


“예전에는 말 못했는데. 이젠 잘 하네!”

“그건 내가 있기 때문이다, 멍.”


조심스레 자신을 어필하는 루프. 조금 전 은아에게 당차게 혼났던 그였기에,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전혀 묻어있지 않았다. 잠깐, 그런데 주변의 리코와 키토들도 계속 말을 하지 않았던가?


“은아야, 지금 주변에 있는 리코와 키토의 목소리는 못 들었던 거야?”

“아빠, 난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던데.”


순간 소름이 오싹 돋았다. 나에게만 들렸던 것일까, 리코와 키토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럴 리 없었다, 이건 데빌 위딘이 주는 착각일 가능성이 컸다. 날 잡아두려는 데빌 위딘의 계략.


“아, 루프라고 하셨죠? 저는 은아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두 귀염둥이를 안은 채, 꾸벅 고개를 숙이는 은아. 루프도 덩달아 은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빠가 참 속 많이 썩히죠? 다 이해합니다.”

“아빠? 현과장이 아빠인 거냐능?!”

“현과장, 아빠?”


모두의 눈동자가 날 향했다. 뭔가 해명을 바라는 듯 했지만, 여기서 하나하나 설명할 수는 없는 일. 지금은 탈출이 우선이니,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설명은 나중에 할게. 일단 여길 피하자. 아무래도 이 시스템이 날 잡아두려고 하는 거 같으니까.”


난 모두를 데리고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우리의 주변을 쫙 둘러싸고 있던 리코와 키토의 덤프 파일들. 그들은 우리가 멀어지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원망스러운 눈빛도 다정한 눈빛도 아닌 감정이 죽어 있는 눈빛을 연거푸 쏘아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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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228. 비장의 김치 23.10.15 25 5 11쪽
227 227. 변한 건 현과장... 아니 원더랜드?! 23.10.14 2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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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225. 김장전쟁 - 2 23.10.12 23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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