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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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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26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1.01 10:00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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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245. 메모리 스트림

DUMMY

안드로이드들과의 전쟁은 원더랜드에 큰 상처를 남겼다.

폐허가 된 마을과 성. 그리고 반 이상 타버린 원더랜드의 숲. 별이 살이 있는 것 자체가 기적같이 느껴졌다.


“다시 처음부터라 생각할까나. 그게 정신 건강에 좋을 거 같다랄까나.”


황폐해진 마을을 바라보며 나직이 한숨 섞인 목소리는 내는 채야. 그녀의 얼굴에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가득히 묻어있었다.


“미안하지만 아직 아니다냥. 데빌 위딘이 제거 되지 않았다냥.”


어느새 받아온 건지 모르겠지만, 고양이귀머리띠를 쓴 채 다가오는 어흥선생. 그러고 보니, 이 드넓은 폐허에는 채야와 어흥선생 단 둘뿐이었다.


“지금은 그쪽보다는 재건에 힘써야 한다랄까나. 모두가 살아갈 터전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랄까나.”


채야는 폐허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점차 빛이 모이기시작하는 그녀의 손끝. 찬란히 빛나던 그 불빛은 이내 그녀의 손을 떠나 폐허 쪽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서서히 뒤바뀌기 시작하는 마을. 움푹 파인 바닥에 땅이 차오르고, 바닥에 떨어진 건물의 잔해들이 지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더니 바닥에서 갑자기 튀어 오르는 건물들. 하지만 전부 이상한 모양의 건물들뿐이었다. 마치 놀이동산에서나 볼 듯한 건물들. 당근모양, 사과모양, 수박모양. 가지각색의 과일과 채소 모양의 집들이 폐허가 된, 아니 폐허였던 마을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언제 봐도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냥. 취향은 존중 못 하겠지만.”

“그건 무슨 소리일까나. 그냥 봐도 참 탐스럽지 않을까나? 흐뭇하지 않을까나?”

“하아... 내가 이래서 마을을 만들 때 채야에게 부탁하지 않았다냥. 지금은 어쩔 수 없지만.”


채야의 말에 어흥선생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에게 있어서 최고의 디자인은 오직 전통 한옥. 정말이지 취향이 전혀 맞지 않는 두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조금 더 힘내줘라냥. 모두가 돌아갈 터전이다냥.”


마음이 내키지 않은 어흥선생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그에게는 다른 중요한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어흥선생은 어딜 가는 걸까나?”


돌아서는 어흥선생을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이는 채야. 그러나 어흥선생은 아무런 대답 없이 손만 흔들었다. 마치 다른 일들은 자신에게 맡겨두라는 듯이.




“제정신이 아닌데... 현과장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런저런 기기들이 즐비한 우유나의 작업실 안.

갓패치의 얼굴에 근심이 내려앉았다. 자인 이외의 타인에게는 전혀 관심도 없던 갓패치가 말이다. 창백한 얼굴이 되어 식은땀까지 흘리며 침대에 누워 있는 현과장. 그런 현과장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걱정과 연민이 그득했다.


“모르겠어요. 일종의 메모리 스트림의 오류인 거 같은데... 밀크나는 어떻게 생각해?”

“인간인 현과장에게 이런 오류가 발생한 것 자체가 이상해요. 이건... 저 같은 안드로이드들에게나 생길 법한 상황이라고요.”


우유나의 질문에, 밀크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녀들의 대화에, 갓패치는 두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게 언어가 맞아? 그냥 생각나는 대로 지껄이는 거 아니야?


“어이, 지금 내가 모른다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 건 아니지?”

“모르면 공부를 하세요. 사람은 죽기 직전까지 배워야한다는 말 못 들으셨어요?”


밀크나는 갓패치를 바라보며 살며시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자,


“제정신이야? 내가 왜 뭘 배워? 너희들 뒤처리하기에도 바쁜데.”


오히려 성질을 부리며 언성을 높이는 갓패치. 정말 그가 주변 사람들의 뒤처리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유나와 밀크나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갓패치는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인물이니까.


“다른 말은 하지 말고, 이것만 대답해. 현과장 다시 건강해 질 수 있는 거야?”

“몰라요. 원인을 알아야 손을 쓰는데 원인을 모르니...”


우유나는 갓패치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그때,


“아마도, 데빌 위딘 안에서 있었던 일이 원인일 거다 같다냥.”


어흥선생이 작업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모르는 현과장의 원인과 함께.


“데빌 위딘이요?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데빌 위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 리가 없었던 우유나와 밀크나. 그녀들은 동시에 어흥선생 쪽으로 다가왔다.


“현과장의 머리에 막대한 지식이 들어갔다냥. 그것도... 수억 명의 영혼들과 함께.”

“수억 명이요? 그게 가능해요?”


우유나는 어흥선생의 말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리셋 중에 분명 현과장이 어흥선생이 말한 지식을 얻은 적이 있었어요.”


밀크나는 분명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수십억 번의 리셋 중에 일어난 작은 사건을.


“하지만, 이런 엄청난 후폭풍을 가지고 온 적은 없었다고요.”

“밀크나, 그건 모르는 거다냥.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리셋된 것일 수도 있다냥.”


어흥선생은 딱 잘라 말했다. 그의 말이 어쩌면 맞을지 모른다. 리셋이 된 세상은 모든 결과를 보기 전에 강제로 사라진 상황들이니까.


“이 상태를 타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이 하나 있다냥.”


어흥선생은 현과장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담담한 표정으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점차 그의 얼굴에도 나타난 근심과 걱정. 더는 현과장이 괴로워하는 걸 볼 수 없는 것일까. 어흥선생은 결심한 듯 모두를 바라보았다.


“안으로 옮기자냥. 방법은 이거 밖에 없는 거 같다냥!”





“뭐야? 왜 아무도 없어?”


이상하다. 왜 아무도 없는 것일까. 밭에 일 나갈 시간이었나? 그러고 보니 지금 몇 시지? 난 고개를 돌려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 어..?!”


시계가 보이지 않는다. 어찌된 일일까. 분명 우리 집 같은데, 내가 알던 우리 집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긴 집이 아니다냥.”


어딘가에서 어흥선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흥선생? 어디야?”

“뒤다냥.”


난 서둘러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장난해? 없잖아!”


내 시야에 보이는 건 평범한 내방의 풍경. 그 어떤 이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있다냥.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냥. 그게 지금 상황이다냥.”


상황이라니. 무슨 상황을 말하는 거야? 머리가 어지러웠다. 도대체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황? 그게 뭔데?!”

“잘 들어라냥. 지금 그 집이 현과장의 집이 맞냥?”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내 집이 맞냐니. 당연한 거 아닐까. 여긴 바로...


“맞지! 여긴 내 집...”


그래, 내 집이 맞는 듯했다. 그 순간 까지는. 하지만 점차 다가오는 위화감. 지금 내가 있는 이 방은 내 방이 아니었다. 내 집이 맞다. 하지만 내 방이 아니다. 내 방이 맞지만, 내 집이 아니다. 이게 무슨 조화일까.


“거긴 현과장의 집이 아니다냥. 현과장의 속에 들어간 다른 영혼의 집이다냥.”


내 안에 있는 다른 영혼의 집이라고? 아니 이 작은 몸뚱아리에 다른 이의 영혼이 들어있다고? 당혹감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왔다.


“아니, 지금 내 몸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고?”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다냥. 1억 명 이상의 영혼들이다냥.”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한 사람이 아닌 일억 명 이상이라니. 그냥 철지난 만우절 농담이 아닐까.


“장난인 거지?”

“아니다냥. 정말이다냥. 그 영혼들 때문에 지금 현과장은 쓰러져 있다냥.”


내가 지금 쓰러져 있다고? 이렇게 팔팔한데? 설마 내가 모르는 내 존재가 있는 것일까. 이렇게 내가 모르는 영혼들이 있는 것처럼.


“설마 내가 모르는 내가 있어?”

“무슨 헛 소리냥. 지금 여긴 가상현실이다냥. 데빌 위딘으로 진입하기 전 영혼 고정을 위한 테스트 서버다냥.”


어흥선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모습이 내 앞에 나타났다. 물론 내가 알던 방의 형체와 구성, 그리고 벽걸이 시계도 함께.


“어, 이게 어떻게...”

“내가 고정했다냥. 지금 현과장의 상황은, 여러 영혼들이 현과장과의 융합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냥.”

“융합? 그걸 왜 나랑 해?”

“몸의 주인이 현과장이니까 그렇다냥.”


그럼 내 몸을 빼앗고 싶어 한다는 걸까. 수억 명의 영혼들이? 그건 그렇고 그 영혼들은 어디서 온 걸까? 설마...?!


“그 영혼들, 설마 「원더랜드 지시의 50%」 때 희생된 영혼들이야?”

“그렇다냥. 지식들에 남은 영혼의 찌꺼기들이다냥.”


어흥선생의 대답을 들은 난,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가끔 자신에게 나타났던 기시감. 그리고 엄청난 지식을 발산한 후 자신 같지 않았던 행동들. 전부 영혼들의 영향, 아니 내 몸의 지식들의 영향인 모양이었다.


“날 고치려면, 지식을 다 버리면 될까?”


그래, 지식을 다 버리면 이런 상황들로부터 자유로워지진 않을까? 난 작은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현과장은 「원더랜드 지시의 50%」의 영향을 전혀 안 받는 게 분명하다냥. 그렇게 단순하게 말하는 걸 보니까.”


뭐야, 내가 틀렸어? 그럼 그렇다고 이야기를 하면 되지. 뭘 그렇게 빙빙 돌려 이야기를 하고 그래. 사람 무안하게.


“아니, 사람 무안하게 그렇게 말하기야?”

“참아라냥. 요즘 현과장의 잘난 척 때문에 내 존재감이 옅어졌다냥.”


아, 존재감. 그렇지 존재감은 중요한 거니까.


“현과장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건 지식을 지우기 위함이 아니다냥.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걸주고, 현과장이 원하는 걸 받아야 한다냥.”

“원하는 걸 주고, 원하는 걸 받으라고? 말이 쉽지. 그 영혼들은 내 몸을 원한다면서!”


내 몸은 나도 모르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혹시 내 안에 다른 내가 있는 건 아닐까? 영혼들에게 잠식된 거 아니야?!


“이거 봐봐! 내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 나 몸 뺏긴 거 아니야? 아니냐고!”


순간적으로 불안이 엄습해 왔다. 내가, 내가 아닌 걸까? 내가, 내가 아니면 누가 나라는 거지? 그렇다면 난 누구? 여긴 어디?


[퍽!]


순간 얼굴 정면으로 날아온 익숙한 충격. 매콤한 그 맛에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정신차려라냥! 그럴 리 없다냥! 아직은!”


잠깐만, 아직이라고? 그럼 언젠간 빼앗긴다는 말이잖아!


“그럼 빼앗길 거란 말이잖아!”

“여기서 잘 협상하면 그럴 리 없다냥.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려라냥.”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라는 말인가. 그건 자신 있었다. 나 현과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영업사원이었으니까.


“그래, 정신을 차리고 협상을 할게!”


정신을 차린 난, 그 영업사원 시절 최 전성기 때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준비를 마쳤다. 가슴 속에서 의지와 투지가 들끓어 올랐다. 어흥선생의 다음 말을 듣기 전까지.


“아참, 잊은 게 있다냥.”


잊은 게 있다고 했지만, 누가 들어도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말투. 난 본능적으로 이 이야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다.


“현과장 딸이 아직 데빌 위딘 안에 있다냥. 참고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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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251.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 2 23.11.07 17 4 11쪽
250 250.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2 23.11.06 25 4 11쪽
249 249. 고양이귀머리띠 23.11.05 20 4 11쪽
248 248. 데빌 위딘의 주인 - 2 23.11.04 15 4 11쪽
247 247. 데빌 위딘의 주인 23.11.03 19 4 11쪽
246 246. 딸, 은아 23.11.02 20 5 11쪽
» 245. 메모리 스트림 23.11.01 14 4 11쪽
244 244. 사라지지 않은 위협 23.10.31 15 4 11쪽
243 243. 전세 역전! 23.10.30 16 4 11쪽
242 242. 함정 - 2 23.10.29 17 4 11쪽
241 241. 함정 23.10.28 19 4 11쪽
240 240. 아버지의 결심 23.10.27 24 4 11쪽
239 239. 흑막 - 2 23.10.26 16 3 11쪽
238 238. 흑막 23.10.25 17 4 11쪽
237 237. 걸즈 토크? 응? - 2 23.10.24 15 4 11쪽
236 236. 걸즈 토크? 응? 23.10.23 23 4 11쪽
235 235. 다가오는 귀염둥이들?! 23.10.22 20 4 11쪽
234 234. 현과장 구조대 출동!! 23.10.21 24 4 11쪽
233 233. 데빌 위딘 안에서 23.10.20 27 3 11쪽
232 232. 데빌 위딘의 목표 23.10.19 19 4 11쪽
231 231. 다시금 다가오는 위협 23.10.18 23 4 11쪽
230 230. 비장의 김치 - 3 23.10.17 21 5 11쪽
229 229. 비장의 김치 - 2 23.10.16 23 4 11쪽
228 228. 비장의 김치 23.10.15 26 5 11쪽
227 227. 변한 건 현과장... 아니 원더랜드?! 23.10.14 28 5 12쪽
226 226. 김장전쟁 - 3 23.10.13 28 4 11쪽
225 225. 김장전쟁 - 2 23.10.12 2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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