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4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31 10:00
조회
15
추천
4
글자
11쪽

244. 사라지지 않은 위협

DUMMY

“아무리 친절하게 설명해 줘도, 과학 덕후로만 보일 뿐이다. 여자들은 자세한 내용에 작은 관심도 없다.”


그래, 어흥선생의 말이 맞다. 관심이 없다.

과학에 관심이 없어서? 아니다, 그냥 관심이 없다.

단지 여자들만 그럴까. 아니, 남자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한번쯤 경험이 있지 않을까. 열심히 설명하는 자신을 향한 무관심과 딴청. 다들 한 번씩 경험해 봤잖아.


“그렇지. 과학 같은 건 관심 없겠지.”


현과장은 지난 자신의 날들이 떠올랐다. 열심히 과학 이론을 설명하는데 관심조차 주지 않던 친구들. 그는 그 당시 너무나 시무룩했다. 이런 반응을 보일 거면 물어보질 말던... 잠깐, 현과장이 과학자였던가? 아님 과학 덕후? 이 기억은 도대체 뭐지?

순간 불안감이 그를 감쌌다. 도대체 지금 그의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의 동공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수고했다, 현과장. 이제 모든 게 끝난 것 같군.”


어흥선생은 쓰러져 있는 밀크나를 들쳐 업으며 폐허가 된 마을을 등지려 했다. 그런데 그때,


“아... 아직 끝이 아니다... 원더랜드의 주인들...!”


성밖마을 안쪽에서 들려오는 어흥선생의 목소리. 분명 어흥선생은 눈앞에 있는데, 이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란 말일까.


“아직 결판이 안 난 모양이군, 현과장.”

“어? 어...”


현과장은 반사적으로 대답했지만, 그는 지금 누군가와 싸울 상태는 아니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모르는 이들의 기억. 「원더랜드 지식의 50%」가 가지고 온 부작용이 분명했다.


“현과장 왜 그런 걸까나?”


이런 그의 변화를 제일 먼저 눈치 챈 건 바로 채야였다. 그녀는 현과장의 눈빛이 흔들리는 순간부터 그를 쭉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렇게 곧바로 달려오는 걸 보니까.


“어? 어...”

“어흥고양이! 현과장이 이상하다랄까나!”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채야의 다급한 목소리에, 어흥선생은 곧바로 현과장에게 달려왔다. 달려와 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현과장의 상태. 외상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눈동자와 표정으로 봐서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한 듯이 느껴졌다.


“채야는 현과장을 부탁한다. 미우, 그대는 밀크나를.”


어흥선생은 현과장을 채야에게 맡기더니, 이내 자신의 품에 있는 밀크나를 여왕의 곁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내가 만들어낸 일이다. 내가 결판을 내겠다.”


담담한 그의 목소리에서 다부진 각오가 느껴졌다. 그렇게 목소리가 들려온 마을 안쪽을 바라보는 어흥선생. 그렇게 모두를 남겨 둔 채, 그는 자신의 숙명을 끝내기 위해 데빌 위딘이 있는 마을 안쪽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채야의 집 근처 숲에서 대피 주민들을 통솔하고 있던 갓패치와 우유나. 그들은 조금 전 있었던 거대한 폭발음에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무슨 일이죠? 모두 괜찮을까요?”

“제정신이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우유나의 질문에 무심한 척 대답한 갓패치였지만, 그의 마음도 어흥선생과 모두를 걱정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 그는 당장이라도 그들의 곁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행여나 자신이 부재가 원더랜드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기에.


“젠장! 내 인생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토생! 마음대로 되는 건 없다능!”

“용생, 마찬가지.”


키토와 리코가 갓패치의 곁에 붙어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마치 땅이 꺼질 것 같이 묵직하게 내려오는 그들의 깊은 한숨. 보고 있는 우유나와 루프에게도 전염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숨 쉬지 마라고요! 그런 마이너스한 사고는 금방 전염된 다니까!”

“마이너스는 개뿔! 은행잔고가 마이너스겠지.”


갓패치의 암울한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급기야, 주민들 사이를 파고들며 그들에게 우울한 생각을 심어주기 시작한 갓패치. 그는 세상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힘없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방금 그 소리 들었지? 그거 너네 집 날아가는 소리야.”

“네?! 우, 우리집이요?”


갓패치의 말에 절망적인 얼굴로 고개를 숙인 마을 주민. 순차적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불안감과 허탈감은 안겨준 갓패치. 하지만 그의 트롤짓은 이쯤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마수는 키토와 리코 그리고 루프에게까지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리 와! 귀여운 녀석들!”

“도망이라능!”

“도망! 도망!”


즉각 그 자리에서 도망치는 키토와 루프. 그들은 갓패치의 시야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상대는 차원문의 마술사. 어디를 도망가더라도 그 앞에는 갓패치가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이리 와! 요 녀석들!”

“리코! 도망이라능! 루프의 곁으로 달리라능!”

“루프! 루프!”


마지막 보루로 루프의 곁을 선택한 두 귀염둥이. 그렇다고 해서 폭주를 멈출 갓패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좋아! 오히려 좋다고!”


갓패치의 눈빛에 광기가 맴돌았다. 루프의 눈빛에는 두 귀염둥이를 지켜야겠다는 책임감이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시작된 술래잡기. 키토와 리코를 태운 루프는 피난한 주민들 사이로 이리저리 빠르게 도망 다녔다.


“제정신이야?! 내가 놓칠 거 같아!”


갓패치는 무척이나 집요했다. 차원문뿐만 아니라 직접 발로 뛰어가며 그들의 뒤를 맹추격했다.


“루프! 달리라능!”

“루프! 빨리!”

“나만 믿어라! 멍!”


갓패치가 다가올수록 점점 다급해지는 그들의 목소리. 이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주민들까지 덩달아 긴장하기 시작했다.


“도망치세요!”

“절대 잡히지 마세요!”

“파이팅! 파이팅!”


여기저기서 귀염둥이들을 응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격렬한 응원을 보내는 원더랜드의 주민들. 마치 지금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하는 듯이 보였다.


“이렇게 도망만 다닐 수 없다능! 반격이라능!”

“반격! 반격!”


루프의 등 위에 올라 타 있던 키토는 결의에 찬 눈빛과 함께 루프의 머리 위로 얼라타며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목소리를 얹는 리코. 그 역시 작은 날개를 펄럭이며 반격의 의지를 다졌다.


“갓패치를 몰아내자! 멍!”


루프 또한 두 귀염둥이와 함께 마음을 합쳤다. 그렇게 시작된 세 귀염둥이들의 반격. 하지만 갓패치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어쭈! 덤벼? 제정신이야?”

“우리도 한다면 한다능!”

“한다! 한다!”


원더랜드의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주인들의 격돌. 주민들은 자신의 비참한 상황을 귀염둥이들에게 투영한 듯, 그들을 격렬하게 응원했다. 그러자,


“제정신이야? 날 응원해야지! 왜 저 귀염둥이들을 응원해?”

“이게 인기라는 거라능!”

“리코! 인기 많음!”


인기가 많다는 둘의 말이 가슴으로 날아와 꽂혔다. 그러고 보니 갓패치, 원더랜드의 주인들 중 제일 인기가 없잖아.


“이것들이 얼굴만 믿고 감히! 제정신이야?!”


이성을 잃은 갓패치는 그대로 리코와 키토를 태우고 있는 루프를 향해 달려왔다. 바로 그때,


“거기 까지라고요!”


갓패치의 뒤로 다가와 그의 귀를 사정없이 당기는 우유나. 모두의 시선이 순간 우유나를 향했다.


“지금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데, 지금 여기서 이러는 게 말이 돼요? 응원이라도 못할 망정!”


그녀의 말이 천번 만번 옳았다. 여기서 이런 애들 장난 같은 걸 할 때는 아니었다.


“알았으면 저기 가서 사람들 안전이나 챙겨주세요! 리코 님 키토 님도요!”

“아, 알겠다능...”

“우유나, 무섭...”


두 귀염둥이는 순순히 루프의 등에서 내려 주민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여전히 가슴에 응어리진 분노가 풀리지 않는 갓패치. 그는 우유나에게 귀를 잡힌 채로 리코와 키토를 주시했다.


“그만 바라보세요! 일 하시라고요! 일!”

“제정신이야?! 난 원더랜드의 주인이라고!”

“주인도 일해야죠! 빨리 사람들 케어하시라고요!”


우유나의 윽박에 못 이겨 주민들을 케어하기 시작한 갓패치. 하지만 그는 마음에 칼을 갈고 있었다. 인기 절정의 두 귀염둥이를 끌어내리겠다는 비수를.




“비참하군. 이게 그토록 그대가 원한 종말인가?”


어흥선생은 눈앞의 상대를 향해 담담한 눈빛을 쏘아 내고 있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연신 삐걱대는 안드로이드. 하지만 목소리만큼은 그 누구보다 정상이었다.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고 생각하나, 어흥선생?”


어흥선생은 대답없이 그를 그저 바라만 보았다. 둘 사이에 흐르는 정적. 대화는 오고가지 않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원더랜드는 존속 되어야 한다, 데빌 위딘.”

“그건 산 자의 발상이다, 어흥선생. 우린 죽은 자, 아니 존재한 적 없는 자다. 우리가 산 자를 미워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우리의 운명을 빼앗은 그들을.”


데빌 위딘의 목소리에는 울분이 녹아있었다. 이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어흥선생. 이해하는 듯, 아니 이해를 하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그였지만, 이어지는 목소리에서는 그를 향한 연민은커녕 원망만이 가득했다.


“그대의 운명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대가 이 영혼들을 이끌 이유는 없다.”

“그러기 때문에 내가 이끌어야 했다. 나에겐 미워해야 할 대상조차 없었으니.”


입을 열면 쏟아지는 궤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이 비참하고 의미 없는 전쟁을 끝내는 수밖에.


“이제 그만 작별 하자. 그대는 내가 만든 실수였다.”

“아니, 난 그대의 최고의 작품이다, 어흥선생. 그대가 만든 도시보다, 그대가 만든 그 어떤 지식보다 난 위대했단 말이다!”

“도움 안 되는 도구는 그냥 짐일 뿐. 그대는 짐이다. 그것도 우리에게 큰 불행을 안겨다 준 짐.”


어흥선생은 안드로이드에게 다가가 그 머리통을 강하게 움켜 잡았다. 점차 뭉개져가는 기계인간의 얼굴. 비명도 광기섞인 웃음도 없다. 그저 금속이 일그러지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작별이다, 데빌 위딘.”

“그래 작별이다. 나도 그리고 현과장의 딸도.”


현과장의 딸이란 말에 그의 얼굴에서 황급히 손을 뗀 어흥선생이었지만, 이미 데빌 위딘은 완전히 정지된 상황. 어흥선생은 부들부들 떨며 남겨진 몸뚱이를 응시했다.


“교활한 것까지 날 닮으면 어쩌자는 건가, 데빌 위딘.”




“이제 그만 날 놔주라고요! 아빠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잊은 건가. 지금의 현과장은 그대의 아버지가 아니다. 그대는 시간의 우연이 만든 실패작이다.”


회색정장의 남자는 허공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무도 없는 순백의 공간. 눈에 보이는 인물은 분명 정장을 입고 있는 데빌 위딘 혼자뿐이었지만, 다른 인기척들이 느껴졌다.


“EMP공격으로 90%가 소실되었습니다, 주인님.”


주변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안감이 가득한 그의 목소리. 하지만, 데빌 위딘은 전혀 불안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에 불타오르고 있는 듯한 그의 눈빛. 그의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상관없다. 전멸하지 않은 것만으로 우리가 이긴 것과 다름없다. 이젠 그들이 우리의 세계에서 싸워야 하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4 254.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 5 23.11.10 17 4 11쪽
253 253.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 4 23.11.09 19 4 11쪽
252 252.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 3 23.11.08 18 5 11쪽
251 251.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 2 23.11.07 17 4 11쪽
250 250.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2 23.11.06 25 4 11쪽
249 249. 고양이귀머리띠 23.11.05 20 4 11쪽
248 248. 데빌 위딘의 주인 - 2 23.11.04 15 4 11쪽
247 247. 데빌 위딘의 주인 23.11.03 19 4 11쪽
246 246. 딸, 은아 23.11.02 20 5 11쪽
245 245. 메모리 스트림 23.11.01 14 4 11쪽
» 244. 사라지지 않은 위협 23.10.31 16 4 11쪽
243 243. 전세 역전! 23.10.30 16 4 11쪽
242 242. 함정 - 2 23.10.29 17 4 11쪽
241 241. 함정 23.10.28 19 4 11쪽
240 240. 아버지의 결심 23.10.27 24 4 11쪽
239 239. 흑막 - 2 23.10.26 16 3 11쪽
238 238. 흑막 23.10.25 17 4 11쪽
237 237. 걸즈 토크? 응? - 2 23.10.24 15 4 11쪽
236 236. 걸즈 토크? 응? 23.10.23 23 4 11쪽
235 235. 다가오는 귀염둥이들?! 23.10.22 20 4 11쪽
234 234. 현과장 구조대 출동!! 23.10.21 24 4 11쪽
233 233. 데빌 위딘 안에서 23.10.20 27 3 11쪽
232 232. 데빌 위딘의 목표 23.10.19 19 4 11쪽
231 231. 다시금 다가오는 위협 23.10.18 23 4 11쪽
230 230. 비장의 김치 - 3 23.10.17 21 5 11쪽
229 229. 비장의 김치 - 2 23.10.16 23 4 11쪽
228 228. 비장의 김치 23.10.15 26 5 11쪽
227 227. 변한 건 현과장... 아니 원더랜드?! 23.10.14 29 5 12쪽
226 226. 김장전쟁 - 3 23.10.13 28 4 11쪽
225 225. 김장전쟁 - 2 23.10.12 25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