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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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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1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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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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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238. 흑막

DUMMY

그렇게 나와 은아, 그리고 두 귀염둥이들을 태운 루프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달렸다. 바람이 뺨을 스치고, 이런 저런 흙냄새와 햇살 내음이 풍겨오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머리가 그렇게 인식하는 것뿐이었다. 이곳에 실체라는 건 없으니까.

얼마나 지났을까. 주변의 풍경도 점차 바뀌고 있었다. 아무도 없던 거리는 이제 싱그럽게 느껴지는 풀밭으로, 그 풀밭은 점차 음산한 숲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로 가도 되는 거야?”

“여기라면 안심이야, 아빠. 여긴 다른 인격들이 오지 않는 곳이니까.”


오지 않는 곳이라고? 오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텐데.


“여긴 데빌 위딘 고유의 영역이야. 데빌 위딘이 탄생할 때 제일 처음 만들어진 영역.”

“그런데 왜 여길 기피하는 거야?”

“그건 나도 몰라. 우리 덤프 인격들 사이에서 여긴 저주 받은 지역이거든.”


저주받은 지역이라는 말에, 한참 잘 달리던 루프가 그 자리에 곧바로 멈춰 섰다.


“저주는 정말 지긋지긋하다, 멍.”


하긴, 루프는 저주받은 시간의 영역을 지켰던 존재.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일지 모르겠다.


“너무 안 쪽에만 안 들어가면 될 거 같은데, 그렇지 아빠?”

“응? 응. 그래 그렇지.”


말을 마친 은아는 날 그냥 빤히 바라보았다.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그 눈빛이 거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편안했다. 정말, 그리고 무척이나.


“여기서 잠시 쉬자, 멍.”


루프는 우리를 바로 땅 위에 내려 주더니, 주변 냄새를 샅샅이 맡기 시작했다. 행여나 위험이 숨어있지는 않을까 노파심에서 하는 행동이었다. 아무런 냄새도 느껴지지 않을 텐데.


“음... 여긴 안전하다, 멍.”


안전하기는 개뿔. 여긴 덤프 인격들도 안 오는 곳이라고 했잖아. 루프, 제정신이야?


“정말 안전한 거 맞아?”

“... 아무 냄새도 안 나면, 안전한 거 아닐까, 멍?”


조금 전 말투 보다 확연히 떨어진 자신감. 그가 왜 현명한 늑대를 신붓감으로 원하는 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위험한 거 같으니까, 빨리 작전을 세우고 여기서 빠져나가자.”

“천성한다능!”

“리코도 찬성!”


내 말에 크게 호응하는 두 귀염둥이. 그때였다. 음산한 숲이 요동치기 시작한 때가.




“아니, 정말 그 요구를 수용한 거야? 언니, 제정신이야?”


우유나는 통화기에 대고 연신 언성을 높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확인은 했어야지! 정말 내가 보냈는지 확인을 했어야지! 지금 날아갈 테니까 모든 작업을 중단해. 알았지!”


통화를 끊은 우유나는 곧바로 작업실을 나갈 채비를 했다. 그런 그녀의 눈가에 들어오는 한 남자, 현과장. 침대 위에 축 늘어진 그를 놔두고 그냥 나갈 순 없었다.


“누굴 부르지...”


딱히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이 것뿐. 우유나는 마음을 정한 듯, 작업실 문을 열며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아무나 한가한 사람을 데리고 오면 되지, 뭐.”




수산한 기운이 발밑에서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정확히는 머리가 스산함을 느낀다고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뿐이겠지만.


“아빠! 도망쳐야 해!”


은아도 이 기운을 느낀 것일까. 그녀는 나를 향해 서둘러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가 소리를 질렀을 때는, 이미 시커먼 어둠이 내 발목을 완전히 삼키고만 뒤였다.


“멀리 떨어져! 빨리!”


난 은아와 루프를 나로부터 되도록 멀리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런 내 생각과 다르게, 그들은 결코 내 곁에서 떠나려 하지 않았다. 어두운 바닥이 점점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에도.


“그럴 수 없다, 멍! 우린 현과장을 구하러 왔다, 멍!”

“아빠! 조금만 힘 내! 방법을 찾을 게!”


방법을 찾는다라... 은아는 조금 믿음직하긴 하지만, 루프를 믿으라고? 엉뚱함으로 무장한 저 늑대를 믿으라고? 저 말썽쟁이를?


“루프 씨, 무슨 방법이 없을까?”


내 염려와 정반대로, 은아는 제일 먼저 루프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좋은 방법이 있다, 멍!”


의기양양하게 말을 건네는 루프. 그는 이내 은아와 두 귀염둥이를 자신의 등 위에 태웠다.


“조금 전처럼 빠르게 달리는 거다, 멍. 달리다가 현과장을 낚아채는 거다, 멍!”

“좋은 생각이야, 루프 씨!”


이게 좋은 생각이라고? 은아야, 그건 아니다. 절대 아니야!


“은아야, 좋은 생각이 아니야, 절대 아니라고!”

“아니, 난 루프 씨를 믿어!”


은아의 생각은 확고했다. 아니야, 믿을 늑대를 믿어!


“은아야, 그건 절대 좋은 생각이...”

“루프 씨 부탁해!”

“나만 믿어라, 멍!”


루프는 곧장 주변을 뛰며 맴돌았다. 점점 가속이 붙는 그의 움직임. 쏜쌀같은 그 움직임이 이상하게... 믿음이 간다. 어쩌면 점점 빨려 들어가는 내 몸을 구해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어쩌면....”


기대감 어린 목소리가, 내 입 밖으로 멋대로 흘러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루프가 나를 향해 달려온 그 시점이.


“현과장, 우리가 간다! 멍!”

“아빠 우리가 간다! 멍!”

“우리가 간다능! 멍!”

“우리! 멍”


도대체 멍은 왜 따라하는 건지. 아무튼, 루프와 모두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느릿하게. 설마 정말 느린 걸까, 아니다. 그런 망상을 해보았지만, 그냥 내 느낌일 뿐이었다.


“현과장, 준비해라, 멍!”


루프의 말에, 난 잔뜩 긴장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우잉, 멍?”


루프가 허공에서 미끄러졌다. 그렇게 잘 달리고 빠르게 달리던 늑대가, 목적지를 눈앞에 놔두고 너무나 어이없게.


“아니, 지금 무슨...!”

“갑자기 힘이 풀렸다, 멍. 다시 간다, 멍!”


다행히도, 곧바로 몸을 세운 루프. 그가 그렇게 실수를 저지른 순간에도, 내 몸은 점점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이거 위험한데!”


이미 허리 밑까지 빠져버린 내 몸. 이 모습을 본, 루프와 은아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참아라, 멍! 이번엔 성공한다, 멍!”

“아빠, 힘내!”


그들의 목소리에서도 초조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불안함을 잔뜩 품은 늑대는 다시 한번 나를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어어어어....!”


그렇게 내 몸을 미끄러져 버린 루프. 키토와 리코를 품에 안은 은아가 내 머리위로 떨어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야? 준비하라며, 기대하라며!


“아니, 루프 씨!”

“미안하다, 멍. 아까 너무 달렸었나 보다, 멍.”


아, 아까 너무 달려서 다리가 풀려버렸다고. 이게 말이야, 방구야?


“루프 씨!!!”

“정말 미안하다, 머어어어엉!!”


루프의 단발마같은 외침과 함께 그렇게 어둠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한 우리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호떡 없습니까? 난 호떡 먹으러 왔습니다만.”

“아니, 지금 호떡이 문제가 아니랄까나. 갓패치가 우리를 농락하고 있다랄까나!”


채야가 열을 올려가며 여왕을 설득했지만, 도무지 여왕은 들은 체를 하지 않았다. 그녀의 관심은 오직하나, 호떡. 그녀는 다과 자리에 호떡이 없는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채야가 차려놓은 다과상을 슬쩍 앞으로 밀어버렸다.


“호떡 먹고 싶습니다만.”


그녀의 목소리에서 살짝 짜증이 느껴졌다.


“현과장은 지금 없다랄까나.”

“얼려놓은 호떡이 있는 거 알고 있습니다만.”


여왕은 두 눈동자에 독을 품은 채 채야를 바라보았다. 의심과 원망을 가득 담아서.


“그건 지난 김치 만들 때 쫙 풀었다랄까나. 그래서 하나도 남지 않았다랄까나.”

“그럴 순 없습니다만!”


여왕의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바로 그 때, 때마침 집으로 들어온 우유나. 집 밖에서 이 모든 이야기를 전부 들었던 것일까. 그녀는 울먹거리는 여왕을 바라 보더니, 그대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현과장이 야속한가요?”

“야속합니다만! 정말 야속합니다만!”

“그럼, 가시죠! 현과장이 있는 곳으로!”


그녀는 그대로 여왕의 손을 이끌고 거실을 나섰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떻게 대응도 못한 사람들. 그렇게 그들은 여왕과 우유나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 볼뿐이었다.


“뭔가 빠르게 지나간 거 같은데.”

“무슨 일인데 우유나가 여왕을 데리고 갔을까요?”

“궁금하다랄까나. 정말 궁금하다랄까나.”


그녀들은 일제히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사뭇 달라진 분위기 때문에 순간 긴장하고 만 갓패치. 하지만 그는 이런 모습을 결코 티내지 않았다.


“왜 쳐다보는 거지?”

“갓패치는 궁금하지 않는 거랄까나?”


채야의 물음에, 갓패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정신이야? 거기에 뭐가 있는데? 호떡이 있어, 김치가 있어?”

“현과장이 있잖아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갓패치였지만, 현과장이 있다는 밀크나의 말에 순간 동공이 흔들렸다. 현과장이 있다면, 이런 주전부리 대신 따끈한 김치찌개를 음미할 수 있는 거잖아.


“나, 갑자기 궁금해졌어.”


갓패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더니 그대로 차원문을 열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의 손을 붙잡는 밀크나. 이내 그녀는 똘망똘망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잠깐만요! 현과장은 지금 데빌 위딘 안이라고요.”

“제정신이야? 그게 그렇게 중요해?”


갓패치에게 현과장이 데빌 위딘 안에 있건, 이블 위딘 안에 있건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사는 무조건 김치찌개. 그렇게 그는 자신만의 욕망을 위해 차원문으로 몸을 던져 넣었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랄까나!”


갓패치의 뒤를 따라, 헐래벌떡 차원문 안으로 들어가는 채야. 채야까지 차원문으로 들어가자, 밀크나는 현과장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막무가내인 두 사람이 행여나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을까. 그리고 작업실의 물품들을 마음대로 만지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에 휩싸인 밀크나 역시 차원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이제 남은 건 라니, 그녀 혼자. 하지만 그녀는 차원문을 멀뚱이 바라만 볼뿐.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난 여기까지인 거 같은데.”


그렇게 차원문이 닫히는걸 지켜만 본 라니, 그녀는 차원문이 완전히 닫혀서 사라지자, 현관문을 열며 나직이 인사를 전했다.


“오늘 즐거웠어. 그럼 또 보자고 원더랜드의 주인들. 다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온 난, 멀어져가는 의식을 붙잡고, 무작정 내 일행들을 찾았다. 귀여운 키토와 리코. 말썽쟁이 루프. 그리고 내 딸 은아를.


“은아야 어디 있니? 리코 님! 키토 님! 루프 씨 대답 좀 해줘!”

“불러도 대답이 없을 거다. 그들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으니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이 목소리는...


“어흥선생?”

“그대는 누구인데 그 이름을 아는가?”


목소리는 어흥선생의 이름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그 반응은 결코 반가움에 이끌린 행동은 아니었다. 불쾌함과 원망이 잔뜩 섞인 목소리였다.


“그럼 그쪽은 누구인데 어흥선생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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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250.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2 23.11.06 2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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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248. 데빌 위딘의 주인 - 2 23.11.04 15 4 11쪽
247 247. 데빌 위딘의 주인 23.11.03 1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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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245. 메모리 스트림 23.11.01 13 4 11쪽
244 244. 사라지지 않은 위협 23.10.31 15 4 11쪽
243 243. 전세 역전! 23.10.30 16 4 11쪽
242 242. 함정 - 2 23.10.29 17 4 11쪽
241 241. 함정 23.10.28 19 4 11쪽
240 240. 아버지의 결심 23.10.27 24 4 11쪽
239 239. 흑막 - 2 23.10.26 16 3 11쪽
» 238. 흑막 23.10.25 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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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236. 걸즈 토크? 응? 23.10.23 23 4 11쪽
235 235. 다가오는 귀염둥이들?! 23.10.22 20 4 11쪽
234 234. 현과장 구조대 출동!! 23.10.21 24 4 11쪽
233 233. 데빌 위딘 안에서 23.10.20 27 3 11쪽
232 232. 데빌 위딘의 목표 23.10.19 19 4 11쪽
231 231. 다시금 다가오는 위협 23.10.18 23 4 11쪽
230 230. 비장의 김치 - 3 23.10.17 21 5 11쪽
229 229. 비장의 김치 - 2 23.10.16 23 4 11쪽
228 228. 비장의 김치 23.10.15 26 5 11쪽
227 227. 변한 건 현과장... 아니 원더랜드?! 23.10.14 28 5 12쪽
226 226. 김장전쟁 - 3 23.10.13 28 4 11쪽
225 225. 김장전쟁 - 2 23.10.12 2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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