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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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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04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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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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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229. 비장의 김치 - 2

DUMMY

아무 것도 없다. 그들이 마주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 빛보다 어둠이 즐비한 그 공간은, 마치 우주의 한 복판 같았다.


“여긴 어디지? 어떻게 우릴 이런 곳으로 옮긴 거지?”

“그걸 알 리 없잖아! 이런 능력은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켄지는 눈앞의 어둠에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모양인지, 방의 구석에 가서 몸을 웅크렸다.


“넌 신의 활이다. 그런 나약한 모습 따윈 보이지 마.”

“아니, 그게 말이라고 지껄이는 거야? 봤잖아! 우리의 능력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고!”


켄지는 무척이나 흥분한 상태였다.

그에 비해, 아담은 조금 담담한 듯 보였지만, 내심 두려운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능력을 상회하는 능력이라니. 이런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 어째서 죽을 운명의 별에 있는 것일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선은 나간다. 이대로는 위험해.”

“미쳤어? 나간다고 안 위험할 거 같아?”


켄지가 달려와 아담의 팔을 잡았지만, 아담은 그를 뿌리친 채,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짙고 어두운 사방. 간간히 빛나는 불빛.

그리고 원더랜드보다 확연히 낮아진 온도. 그리고 산소.

그저 우주 같이 보였던 이 곳은, 실제로 우주였다.


“나와라. 여긴 우주다. 원더랜드가 아니라.”

“우주라고? 어떻게 여기가 우주야?”

“나와서 봐. 여긴... 진짜 우주다.”


아담의 말에, 켄지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 방 밖으로 빠져 나왔다.

아담이 말한 대로 방 밖은 우주였다. 저 까마득히 먼 곳에 태양도 보였고, 얼마 떨이지지 않은 곳에 원더랜드도 보였다.


“나가라는 말이 이런 뜻이었군.”


아담은 자신들의 시험지에 적힌 나가라는 말의 뜻을 곱씹어 보았다. 정말 원더랜드에서 내보낼 줄이야.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런데 그때,


“어어, 문이...!”


갑작스레 닫히는 방문. 켄지가 서둘러 다가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문은커녕 문의 형체조자도 그곳에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이게... 말이 돼?”

“말이 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이젠 모두를 소집해야 하겠군.”


두려움 가득한 아담의 얼굴에, 비장함이 녹아들었다. 자연스럽게 떨리는 그의 전신. 우주의 한기에는 이미 익숙해진 그였지만, 당최 몸의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마치 이 추위가 원인이 아니라는 듯이.




“라스트 체크. 시작합니다.”


우유나의 말에, 그녀의 연구실 안에 존재하는 모든 기기에 불이 들어왔다. 단 한 존재, 바로 밀크나를 위해.


“얼굴 체크, 예쁨!”


밀크나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밀크나가 사랑스러운 모양인지, 연신 그녀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볐다.


“이게 체크 리스트라고요?”


이 상황이 어딘지 모르게 달갑지 않은 밀크나. 그녀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우유나를 힐긋 바라보았다.


“어허! 외모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런 그녀를 향해, 단호한 표정을 짓는 우유나. 그래, 외모도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옛말에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잖아. 시각적인 부분도 무시할 건 아니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체크를 해야하는 걸까.


“중요하긴 한데...”

“그럼 잠자코 있어. 몸매 체크! 환상적임!”


밀크나의 말문을 틀어막은 우유나는, 다시금 그녀의 외모를 하나 둘 확인하기 시작했다. 허리의 굴곡부터 발가락의 발톱 모양까지, 아주 세세하게. 우유나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함을 머금고 있었다. 밀크나의 몸을 만들 때보다도 더.


“이런 열정으로 만들었다면, 벌써 완성했을 텐데.”

“아니지, 아니지. 언제나 제일 중요한 건 마지막이라고. 완성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때가 제일 위험하고, 제일 신경이 분산되지. 그러니까 이렇게 제일 신경을 쓰는 게 맞아.”


묘하게 설득력을 가진 우유나의 말이었지만, 종말 이 말이 맞는 것일까. 밀크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던 그때,


“그런데 뭔가 부족해! 이상하게 한방이 없어!”


갑자기 좌절하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 우유나. 그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블랙홀 캐논이 있는데 뭐 한 방이 없다는 거죠? 까딱 잘못하면 원더랜드도 날릴 수 있는데.”

“아니! 그게 아니고! 외모에 한 방이 없다고!”


실소가 터져 나왔다. 외모라니. 지금 외모를 걱정할 때일까. 데빌 위딘의 마수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럴 시간이 없어요, 우유나. 데빌 위딘이 지금...”

“아니! 이건 중대한 결함이야! 난 인정 못 한다고!”


급기야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리고 만 우유나. 그런 그녀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밀크나는, 이내 고개를 돌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채야의 외모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얼굴.

아기 피부보다 더 곱고 투명한 살결.

그리고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만한 완벽한 몸매.

도대체 뭐가 부족하다는 것일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니야... 뭔가 하나 빠져 있어...”

“미완성도 완성의 일부분이야. 그냥 넘기는 편이...”


밀크나가 말을 마치려던 바로 그때, 우유나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마치 뭔가 중요한 대책이 떠올랐다는 듯이.


“그래, 바로 그거야!”


바닥에서 벌떡 일어선 그녀는, 이내 각종 도면과 서류가 켜켜이 쌓여있는 책상 쪽으로 달려왔다. 그녀의 눈에서 느껴지는 광기. 도대체 뭐 때문에 그녀는 이렇게 ‘외모’에 집착하는 걸까. 자신의 외모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요? 그냥 얼굴이라고요. 그냥 몸뚱이라고요.”

“노놉! 그냥 얼굴도 아니고 그냥 몸뚱이도 아니야! 바로 나만큼이나 똑똑한 밀크나의 몸이라고!”


순간 밀크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사람 사귀는 게 서툰 그녀가, 이토록 타인을 생각하고 있다니. 살며시 눈물이 나왔다.

잠깐, 눈물이 나왔다고? 로봇인데, 눈물이 나와?


“어라? 눈물이...”

“당연히 나오지! 내가 만든 몸인데! 크흠!”


로봇을 만든 건지, 아니면 사람을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당한 외침과 함께 밀크나의 곁으로 다가온 우유나는, 곧바로 밀크나의 얼굴 위로 손을 올렸다.


“지금 이게 무슨...”

“잠깐만 있어 봐요. 멋진 걸 선사해 줄 테니까.”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살포시 밀크나의 얼굴 위에 얹힌 작은 물건. 그 물건은 다름 아닌... 안경! 응? 안경이라고?


“호불호가 갈리는 안경! 누구는 갓경! 누구는 혐경! 하지만 이게 밀크나의 얼굴 위로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안경도 가리지 못하는 빛나는 미모! 이제 모두들 알게 될 거야! 이 세상 최고의 미인은 밀크나다!”


밀크나의 입에서 아무런 단어도 나오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일까. 지금 데빌 위딘에 어떤 위험한 짓을 꾸미고 있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우유나!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라고요! 원더랜드가 위험하다고요!”

“그렇다고 해서, 성치 않은 몸으로 위험에 도전할 수 없는 법.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요.”


그 만전이라는 것에 외모가 왜 포함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녀들은 그녀들 나름대로 다가오는 위협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안경인거지? 도대체... 왜?




한편, 지원군의 등장으로 인해 배추 전쟁을 승리로 이끈 현과장은, 마당 앞에 모인 승리의 주역들을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발 앞에 놓인 거대한 김치통들과 호떡 봉투. 마치 그 김치통들이 이번 전쟁의 전리품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아니, 전리품이라고 해야 맞는 걸까. 이 김치들은 적군의 시체로 만든 음식이니까.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현과장의 입에서 낮고 엄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목소리 때문인지, 진지해진 마당의 분위기. 군인들도 기사들도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도. 심지어 채야와 어흥선생도! 잔뜩 긴장한 채로 현과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김치는 이틀 정도 묵혔다가 드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드시면 안 돼요! 꼭 냉장고에 넣어서 시원하게 만드신 뒤, 드셔야 합니다, 아셨죠?”

“네! 알겠습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들의 눈에 담겨 있던 긴장감은 이내 기대감으로 변모했다.


“그럼 해산!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현과장의 외침을 끝으로, 군인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길을 따라 채야의 집에서 멀어졌다. 기사들과 그들의 가족들도 차원문 안쪽으로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현과장과 그의 가족들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티가 나는 법이라고 했던가. 사람들이 떠나가고 난 자리는 너무나 쓸쓸했다. 하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떠나 간 뒤니 이런 감정도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도 들어가자.”


현과장은 남은 김치통을 집어들며, 천천히 집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런데,


“제정신이야? 그냥 이렇게 가겠다고?”


갑자기 현과장의 어깨를 잡는 갓패치. 그의 눈빛은 참으로 진지했다. 마치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처럼.


“다 끝났는데 당연히 집에 들어가야지.”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갓패치는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아니,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이미 김치도 다 만들었는데.


“아직 백김치 맛도 못 봤는데, 그냥 이렇게 간다고?”


현과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 백김치 맛을 보겠다고? 조금 전 그렇게, 입이 닳도록 설명하고 경고했는데? 도대체 갓패치의 뇌 속에는 뭐가 들어있는 것일까.


“말했잖아. 지금은 먹어서는 안 된다고. 조금 익어야 한단 말이야. 그래야 맛이...”

“아니지, 그건 아니지! 김치를 담그고 바로 먹지 않는 건 어불성설이지!”


갓패치는 막무가내로 현과장의 김치통을 빼앗아 들었다. 그 모습에 일제히 달려온 어흥선생과 채야. 두 사람의 눈빛에 걱정과 두려움이 솟아났다.


“갓패치, 그건 아니다냥.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라냥.”

“이건 고양이 말이 맞다랄까나. 지금 그걸 먹으면 안 된다랄까나.”


두 사람은 고개를 살며시 저으며, 갓패치의 손에 쥐어진 김치통을 낚아채려고 했다. 하지만,


“제정신이야? 나에게서 김치를 빼앗겠다고?! 제정신이야?!!”


막무가내를 넘어서 오기와 광기로 김치통을 사수하는 갓패치. 마치 김치통을 지키는 그 모습이, 어느 영화에서 나오는 반지 스토커와 꼭 닮아있었다.


“마이 김치~! 콜록! 콜록!”


갓패치는 결코 김치통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김치통 뚜껑을 열고 마구마구 퍼먹을 것만 같은 그의 눈빛. 현과장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비장의 카드를 내놓는 수밖에.”


결심한 것일까. 현과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건 그렇고 비장의 카드는 뭘까?


“김치를 먹기 전에, 먼저 부를 사람이 있어.”

“누구? 누굴 부른다는 거야?”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갓패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어서 현과장의 입에서 튀어 나온 예상 외의 인물. 갓패치의 얼굴에서 순간 미소가 굳어지고야 말았다.


“여왕, 지금 여왕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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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230. 비장의 김치 - 3 23.10.17 21 5 11쪽
» 229. 비장의 김치 - 2 23.10.16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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