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56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0.12 06:00
조회
24
추천
5
글자
11쪽

225. 김장전쟁 - 2

DUMMY

설마, 배추가 배추를 낳는 것일까. 채소가 새끼를 낳는다고? 이게 맞아? 이게 맞는 상황이냐고?


“우선 빨리 끄집어 내! 빨리!”


현과장은 밖에 서 있는 군인들과 기사들을 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ㄷㅏ른 생각을 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이미 거실 안으로 배추의 역습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마당뿐만 아니라 텃밭 앞까지 쌓여있는 절인 배추. 이미 마당을 완전히 점령한 배추들이었지만, 군인들과 기사들은 끊임없이 배추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 그 좁고 좁은 부엌에서.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이 절망적인 상황은, 김치에 환장하는 갓패치 마저도 당황스럽게 만들고야 말았다.


“이러면 내가 가져온 새우젓으로는 택도 없잖아! 안 돼! 더 가져와야해!”


원더랜드의 하늘을 가르는 갓패치의 행복한 음성. 그는 곧바로 차원문을 열고 몸을 던져 넣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로.


“이거 왜 이러는 거지? 이게 말이 안 되잖아. 이런 일이 없었잖아!”

“뭔가 이상하다냥! 배추가 배추를 낳은 건 나도 처음이다냥!”


어흥선생도 처음 접하는 이상한 광경. 혹시 채야라면 이 사건의 진상을 알지 않을까. 누구보다 더 많은 시간 농사를 지었던 그녀라면 답을 알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배추들은 채야의 밭에서 나온 배추이니까.


“채야를 부를까?”

“불러도 소용없다냥. 채야는 지금 부엌에 있다냥. 어제부터 쭉.”


현과장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어제부터 계속 배추를 절이고 있었던 거였어? 지금까지?


“그럼 어제부터 쭉? 쉬지도 않고?”

“채야가 재료 준비를 두고 그냥 쉴 리 없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미안한 마음이 든 현과장은,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가 채야를 찾았다. 그런데,


“뭐 하는 걸까나. 빨리 안 옮기고.”


신들린 속도로 절인 배추를 씻고 있는 채야. 팔팔한 그녀의 모습 앞에, 현과장은 걱정을 한 자신이 너무나 바보 같았다.


“아니 밤을 샜다면서? 괜찮은 거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랄까나. 그렇게 서있지 말고 빨리 배추를 옮겨야 한다랄까나! 배추가 계속 태어난다랄까나!”


절인 배추를 꺼내자마자, 채야의 앞으로 떨어지는 작은 배추들. 작은 배추라 우습게 생각했던 현과장이었지만, 채야의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싹 사라졌다.


“저렇게 보여도 금방금방 자란다랄까나! 소금물에 담가도 금방이랄까나!”


채야는 보여 주겠다는 듯이 막 태어난 배추를 그대로 소금물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쑥쑥쑥 자라는 새끼 배추. 이 정도면 소금물이 아니라 배양액 아니야?


“그거 소금물 맞아?” 정말 맞아?“

“소금만 집어넣은 소금물 맞다랄까나! 가만히 내버려두면 더 금방이랄까나.”


그녀의 말이 맞았다. 발밑에 떨어져 있던 새끼 배추들은 진즉 거대한 배추로 자라 있었으니까.


“이 상태라면 김치 공장을 차려도 될 거 같은데...”

“농담할 시간이 없다랄까나! 빨리 배추를 치워야 한다랄까나!”


다급한 그녀의 음성에, 황급히 절인 배추를 들고 나온 현과장. 그가 자리에서 비키가, 뒤에서 줄을 서 있던 군인과 기사들이 부엌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정말 수 많은 군인들이 부엌을 들락날락했지만, 여전히 배추가 수북한 부엌 안. 4000포기가 아닌 10000포기, 아니, 그냥 세는 걸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배추의 습격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진 현과장. 그는 밖으로 나와 절여진 배추의 상태를 확인했다.


“더는 안 생기지?”

“절인 배추는 괜찮다냥. 지금까지 문제 없다냥.”

“여, 여기 배추가 태어났습니다!”


어흥선생의 말이 귓가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일어나버린 비극. 현과장과 어흥선생은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재빠르게 달려갔다.

마당 한 구석에서 현과장과 어흥선생을 향해 손을 번쩍 들고 있던 군인. 그는 안절부절못한 채로 그들을 바라봤다.


“가, 갑자기 배추가...”

“잠깐만, 내가 좀 볼게.”


현과장은 떨어져 있는 새끼 배추와, 그 주변의 배추들을 살펴보았다. 주변의 배추들 중 은근슬쩍 푸른빛이 감도는 한 배추. 현과장의 가슴속에 작은 확신이 피어났다.


“저, 저 배추. 이파리 한 장만.”


현과장의 말에, 군인은 그가 지목한 배추의 잎사귀를 한 장 뜯어서 내밀었다. 그러자, 망설임없이 크게 한입 베어 무는 현과장. 입 안에 감도는 맛을 예상했던 것일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제대로 안 절여졌어. 새끼 배추와 함께 다시 주방으로 보내, 어서!”

“넵! 어르신!”


현과장의 명령에 곧바로 배추들을 들고 집 안으로 달려간 군인. 현과장은 이런 배추가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군인들과 기사들 중 일부는 순찰을! 새끼 배추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 인원은 내가 맡겠다냥!”


어흥선생은 집 안으로 달려가는 몇몇 군인과 기사들을 붙잡고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시작으로 막이 열리게 된 「배추 전쟁」. 현과장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 사건이 길고 긴 이야기의 첫 한 걸음이라는 것을.




한편, 신의 방패를 제거하기 위해 작당모의를 했던 아담과 켄지. 그들은 완벽한 승리를 위해, 원더랜드에 숨어들기로 작전을 짠 상태였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냐, 켄지?”

“다른 놈들에게까지 손 벌리기 싫으면 내 말대로 해.”


아담은 영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인 듯 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다른 신의 능력자들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이번 한 번만 믿어보겠다, 켄지.”

“이번만 믿지 말고 계속 믿으라고. 난 이런 일에 무척이나 뛰어나니까.”


켄지는 얼굴에 한껏 자신감을 가득 품은 채로, 아담을 향해 작은 수첩을 내밀었다. 그의 손에 있는 것은 바로 위조 여권. 어느새 그는 아담의 위조 여권까지 준비한 모양이었다.


“이런 것까지 준비하다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 컨셉이나 잘 숙지해. 우린 부자 사이야, 아빠와 아들이라고.”

“머릿속에 잘 새겨두도록 하지.


여권을 받더니, 켄지에 대한 깊은 믿음이 생긴 것일까. 그는 의기양양해진 켄지를 향해 무한한 신뢰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자, 이제 남은 건 입국뿐. 뭐 입국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과정일 뿐이겠지만.”


호언장담하며 앞으로 걸어간 켄지. 그는 그대로 성출입관리소로 들어가 버렸다.


“어서 오세요. 성출입관리소입니다!”


켄지와 아담이 들어오자, 무척이나 반갑게 그들을 맞이하는 관리소 직원, 창포. 그녀는 오래간만에 입장한 사람들 때문에 무척이나 흥분한 상태였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인간 체스 관련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인간 체스는 완전히 폐지되었으니까요.”

“우리는 원더랜드에 이주하기 위해서 왔는데요.”

“이주? 혹시 성 주민권을 따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순간, 창포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들은 이 순간 무조건 자리를 떠났어야만 했다. 그녀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바로 그때 말이다.


“여기 우리 여권을...”

“그런 건 필요없습니다! 우린 주민권을 따려는 모든 사람들을 환영합니다!”


창포의 입 밖으로 나온 신명 난 음성. 그녀는 그들이 내민 여권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오직 자신의 일만을 시작했다. 시험 준비를 위한 그 일들을.

이윽고, 그들 앞에 놓이게 된 거대한 책자들. 창포는 두 눈을 반짝이며 그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시험은 오후 1시에 시작됩니다! 장소는 이 건물 2층에 있습니다!”

“시, 시험?”


아담은 살짝 당황한 듯, 그대로 켄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은 켄지. 그는 책들을 만지작거리며 당당하게 말했다.


“당연하죠! 시험은 아버지만 통과하면 되는 거죠? 그렇죠?”


뭐야, 이 거대한 똥덩어리를 모두 아담에게만 짊어지게 할 생각인 거야? 순간, 아담의 얼굴에 핀 분노. 가득했던 당황함은 모두 사라지고, 순수한 분노만 남아 있었다.


“당연히 아니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아버지와 자식은 엄연히 다른 존재인데. 시험도 당연히 각각 통과해야죠.”


켄지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저은 그녀는, 그대로 거대한 책더미를 케닞 앞으로 내밀었다.


“꼴좋군. 나한테만 전부 뒤집어씌우려고 하더니.”

“시, 시끄러워!”


부자 관계란 설정에 작은 금이 간 것 같았지만, 창포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아니 눈치 채려고, 눈치 채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마냥 좋았다. 이렇게 오래간만에 수험생이 등장한 것 자체가.

켄지와 아담이 책들을 집어들자, 점점 미소가 번지는 창포의 얼굴. 그녀는 기특한 수험생들을 향해 마음을 흠뻑 담아 인사의 말을 전했다.


“그럼 두 분 조금 뒤 1시에 2층 시험장에서 뵙겠습니다!”




“젠장! 아직이야? 아직도 남아있어?”


현과장은 아직도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배추들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한껏 올렸다. 새벽같이 배추를 빼내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남았다니. 배추만 나르던 군인들과 기사들도 이제는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현과장! 모두 지쳐간다냥!”


어흥선생의 우려 가득한 음성이 현과장의 귓가를 때렸다.

이제는 결단을 내릴 상황이다. 이대로 소모전만 벌이다간, 지쳐 쓰러지는 쪽은 현과장의 쪽일 테니까.


“...호떡을 준비하겠다.”


나직이 말한 현과장이었지만, 기사들과 군인들의 마음을 들썩이기에는 충분했다.


“와!!!!!”


원더랜드의 하늘을 수놓는 군인과 기사들의 함성. 호떡의 효과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다 죽어가던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환호를 할 줄이야.


“우선 먹자, 먹고 다시 가자!”


현과장은 배추로 둘러싸인 적진 한 가운데에서 호떡 반죽을 꺼내 들었다. 고된 전쟁에 힘들고 지친 군인들과 기사들을 위해. 그리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배추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현과장은 빠르게 호떡을 구워나갔다.

언제 호떡 준비를 했는지는 묻지 말았으면 한다.

사실, 배추가 새끼를 낳는 것도 말이 안 되잖아. 내가 설정한 원더랜드가 아니라고, 이젠. 완전히 내 손을 벗어났으니까.


“배식 준비!”

“배식이다냥! 모두 줄을 서라냥!”


어흥선생의 말에 군인들과 기사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오직 호떡만을 먹기 위해서. 오로지 호떡만을 먹기 위해서.

그렇게 시작된 호떡 배식. 호떡을 받아 든 군인들과 기사들은 쉴 새 없이 호떡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배추들이 보라는 듯이 맛있게, 그리고 전투적으로.

어느덧 끝난 배식. 충분히 사기를 올린 군인들과 기사들. 그들은 현과장의 지시가 없음에도 자발적으로 배추들을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밖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어...”


호떡을 구우면서 마음과 생각을 차분히 가라앉혔던 현과장. 그는 이 싸움이 단순한 노동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한다는 거냥?”


어흥선생의 말에, 진지한 눈빛을 보이는 현과장. 이윽고 그의 입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4 254.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 5 23.11.10 16 4 11쪽
253 253.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 4 23.11.09 18 4 11쪽
252 252.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 3 23.11.08 18 5 11쪽
251 251.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 2 23.11.07 17 4 11쪽
250 250. 재도전! 전국 노래 잘함! +2 23.11.06 24 4 11쪽
249 249. 고양이귀머리띠 23.11.05 19 4 11쪽
248 248. 데빌 위딘의 주인 - 2 23.11.04 14 4 11쪽
247 247. 데빌 위딘의 주인 23.11.03 19 4 11쪽
246 246. 딸, 은아 23.11.02 20 5 11쪽
245 245. 메모리 스트림 23.11.01 13 4 11쪽
244 244. 사라지지 않은 위협 23.10.31 15 4 11쪽
243 243. 전세 역전! 23.10.30 16 4 11쪽
242 242. 함정 - 2 23.10.29 17 4 11쪽
241 241. 함정 23.10.28 19 4 11쪽
240 240. 아버지의 결심 23.10.27 24 4 11쪽
239 239. 흑막 - 2 23.10.26 16 3 11쪽
238 238. 흑막 23.10.25 16 4 11쪽
237 237. 걸즈 토크? 응? - 2 23.10.24 14 4 11쪽
236 236. 걸즈 토크? 응? 23.10.23 23 4 11쪽
235 235. 다가오는 귀염둥이들?! 23.10.22 19 4 11쪽
234 234. 현과장 구조대 출동!! 23.10.21 24 4 11쪽
233 233. 데빌 위딘 안에서 23.10.20 26 3 11쪽
232 232. 데빌 위딘의 목표 23.10.19 19 4 11쪽
231 231. 다시금 다가오는 위협 23.10.18 23 4 11쪽
230 230. 비장의 김치 - 3 23.10.17 21 5 11쪽
229 229. 비장의 김치 - 2 23.10.16 22 4 11쪽
228 228. 비장의 김치 23.10.15 26 5 11쪽
227 227. 변한 건 현과장... 아니 원더랜드?! 23.10.14 28 5 12쪽
226 226. 김장전쟁 - 3 23.10.13 28 4 11쪽
» 225. 김장전쟁 - 2 23.10.12 25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