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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음여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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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음여류
작품등록일 :
2012.11.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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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11.2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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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2]

DUMMY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설마 지금 그가 죽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지?”

“불가능한 일이겠지?”

"그러니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는 왜 해?"


순식간에 숯덩이가 된 시체를 보며 툴툴거리던 폭탄마는 퉁명스레 되물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답지 않게 마른 침을 삼킨 도살자는 온몸에 두른 파우쳐에서 수류탄을 꺼내 발사기에 장전하며 흥얼대는 폭탄마를 보며 신중한 얼굴로 답했다.


“만약에 불청객이 조장이라면 상황이 또 설명된다. 한발 빨리 움직여서 타깃을 치고 돌아온 다음에 우리를 노린다면, 모든 게 맞아 들어가. 바로 치지 않고 4조로 경고해 준 것도 설명이 되고..”


그가 말끝을 흐리기 무섭게 폭탄마의 노랫소리가 멈췄다. 그는 휙, 고개 돌려서 도살자를 바라봤는데, 시뻘건 살의로 일렁거리던 동공에 새파란 광기가 차오르는 게 보였다.


“그거 재미있네, 말이 되잖아? 사냥개가 조장의 진면목을 봤다면 인간이 아니라 여겨도 이상하지 않고.. 이거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데? 흥미진진해! 그러면 이제..”


말끝을 길게 늘이며 낄낄대던 폭탄마는 뭘 망설이냐는 듯 양손으로 제스쳐를 취하며 도살자를 채근했다.


“뭐야, 지우개란 단어를 꺼내기가 그렇게 어려워? 내가 대신해줘?”


그가 무전을 열려고 하자 도살자는 살짝 고개를 흔들어 그를 제지하곤, 상황을 다시 한 번 되짚었다.


‘주 타깃인 무샨 일행은 우리 중 누가 가도 처리할 수 있지만, 불청객들에게 학살조장급의 무력이 없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물론 그런 슬러거가 부대의 눈을 피해서 숨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정말 조장급이라면 또 가능한 게 문제야. 만일 무샨의 전멸을 알린 사령부의 마지막 보고가 사실이라면, 새로운 적보다 조장 쪽에 무게가.. 빌어먹을, 정보가 너무 부족해.’


다시금 마른 침을 삼켰지만, 더는 망설이지 않고 무전을 열었다.


-추적대장, 4조를 통한 적의 정보는?


즉시 브리핑이 들려왔다.


-추적4조, 인간형 생명체와 교전, 심장을 비롯한 가슴부위에 철갑탄 3발을 명중, 제블린 직격 후 교전 종료. 사살확인 등의 사후처리는 작전 이후로 미루고 드론을 수동 조작해서 상황 스캔 중..


추적 대장은 잠시 뒤끝을 흐리다가 나직이 말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사후처리 명령은 내가 내렸네. 적이 살아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제블린에..


가만히 듣고 있던 도살자가 그의 말을 단호히 잘랐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넘어갑시다.


얼굴을 붉힌 추적대장은 브리핑을 짧게 마무리 지었다.


-10분후 대규모 폭발 감지, 동시에 추적4조 전멸신호 수신, 간이 무기고의 자폭장치 작동, 폭발, 수동 조작되던 드론이 추락 전 보내온 영상에.. 빌어먹게도 멀쩡한 적이 등장, 여기까지네. 한데 말일세..


잠시 시간을 끈 추적대장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적과 대치 전 수신된 데이터에 약간의 오류가 있어. -오류? -3km밖에서 처음 생명체를 감지한 후, 2분 안에 미확인 생명체와 교전을 벌였다는 기록이야. 상대는 생명체였는데 말이지.


자신 없는 추적대장의 보고를 듣는 순간 말없이 무전을 듣던 구원자의 얼굴까지 굳었다.


‘빌어먹을.’


그런 초고속이동이 가능하고 제블린에 직격당해도 죽지 않는 생명체를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 넓은 세상에 많지도 않고 그저 단 한 명뿐이었는데.. ‘젠장.’ 속이 답답해서 길게 한숨을 뱉어낼 때, 폭탄마가 뒤틀린 웃음을 터트렸다.


“야, 이거 진짜 지우개인가 본데?” 그는 새빨간 혀를 내밀어 마른 입술을 축였다.


정말로 지우개가 발동돼서 조장이 1조를 비롯한 추적대를 말살시키기로 했다면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졌다.


‘조장이 우리를..’


학살조원들은 전장 한복판에 발가벗겨진 채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적불가의 적 앞에서 자신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도살자, 지시를 기다리고 있네. 도살자?


추적대장의 목소리가 몇 번이고 귓속을 울리고서야 정신차린 도살자는 깊이 들이쉰 호흡을 서늘한 긴장감과 함께 뱉어냈다. 그리곤 살육할 때와는 전혀 다른 색깔의 광기를.. 너무 짙어서 눈에 보일 것만 같은 투지를 뿜어대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사신이 원한다면 죽을 수밖에 없겠지. 하나 이곳은 전장이고 우리는 1조다.


그의 선언이 뭐가 그리도 좋은지 낄낄대는 폭탄마의 웃음과 더할 나위 없이 장중한 구원자의 기도문이 만들어낸 기괴한 앙상블은, 조용히 무전을 듣던 백전노장마저도 마른침을 삼키게 했다.


‘이것들이.. 대체 뭐 하는 거야? 사..신, 사신이라니?’


불길한 단어를 서너 번 곱씹어보면서 ‘이곳에 온 사신은 지놈들 뿐이잖아?’ 따위를 생각하던 그는 뜬금없이 어떤 결론이 유추되자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짚었다.


“이런 씨팔.”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오래전 들은 노승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카르마, 빌어먹을 놈의 업보.’


설명키 어려웠지만, 여기 이 지랄 같은 전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저 더럽혀진 대지에 뼈를 묻게 되리라는 예감이 엄습해왔다. 그는 절로 흘러나오는 욕설을 억지로 삼키며 생각했다.


‘진정하자, 욕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 그래, 어쩌면 받아들여야 할지도 몰라. 몸 성히 은퇴라니, 배부른 생각이었어. 날 이대로 보내 줄 리가 없지. 그런데, 내 생각에 그는 아닌 것 같은데.. 뭐, 도살자의 예상대로 지우개라면 누구든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한 추적대장은 작게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곤 무슨 해탈이라도 하려는지 눈앞의 죽음을 정말로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려다가, 제 마음대로 갖다 붙여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구원자의 기도문이 또 들려오자 참지 못하고 욕설을 뱉었다.


“이런 씨 팔, 환난의 날은 또 무슨 개소리야?”


평소에는 그냥 무시하곤 했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구절이 하나하나 뇌리에 새겨졌다. 괜스레 서글프고 짜증이 솟구친다.


‘하필이면 저 미친 놈들과 마지막을.. 아니지, 저들도 나처럼 골수까지 피에 절어버린 놈들이잖아. 젠장 맞을 카르마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나와 함께 가는 게 옳아. 그럼, 지극히 올바른 일이지. 한데, 저놈들까지 보내는 건..’


바로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1조원을 비롯한 부대원들의 얼굴이 떠오르자 그는 나름의 결정을 내렸다. 때마침 도살자가 무전을 연다.


-추적대장.

-듣고 있소.

-현시간부로 작전을 종료한다. 마을 상공에 띄울 추적 1조의 드론을 제외한 모든 장비는 회수, 처분하고, 1조의 것과 연결된 랩톱은 마을 입구에서 내게 인계한 뒤에 철수 할 수 있도록.


예상치 못한 지시에 추적대장은 의문을 제기했다.


-중단 명령은 알겠는데 드론을 회수하라니? 곧 어둠이 닥칠 텐데 눈마저 감을 생각인가? 그리고 자네 예상과 달리 적은 그가 아니네. 내 미처 말하진 못했지만, 아니지.. 자네가 직접 와서 이 영상을 보고 판단하라니까? 이놈은 인간이 아니야. 암살대에 이런 괴물이 몇몇 존재한다는 풍문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이거.. 일단은 자네가 와서..


그의 정리되지 않은 말이 길어지자 도살자가 바로 끊어버렸다.


-이리 시끄럽게 움직이는 암살대를 본 적이 있소?

-그건 그렇네만..

-그럼 1조장, 그의 본모습을 본적은 있소?

-본모습이라니?

-시간 낭비 그만합시다.

-아니 그래도..

-추적대장, 명령에 따르시오.


도살자의 강압적인 목소리에 그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명령? 1조장이 없는 상황에서 선임요원이 임무를 주도한다는 건 나도 잘 아네. 하지만 자네와 나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는 걸 명심하게. 이런 판국에 말싸움하자는 건 아니니까, 그냥 짧게라도 상황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짙은 한숨이 들려오더니 무전이 중단되었다.


‘상황 설명이라.’


짧은 논쟁 끝에 찾아온 침묵 속에서 머릿속을 정리하던 도살자는 그의 요구를 깨끗이 무시하는 명령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추적대장, 이번 전투에서 당신들이 할 일은 없소. 현 시간부로 직할대에 관한 모든 명령체계를 당신에게 넘길 테니 알아서 처리하시오. 살려면 지금부터 철수준비를 해야 할 테니까.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지시가 들려오자 말문이 막힌 추적대장은 의구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가 아는 한 이 전쟁광들은 추적대의 화력과 감시망을 최대한 이용하고 병력을 미끼로 삼아서라도 승리를 위한 전투를 수행할 집단이었다. 한데 철수명령이라니? 그 모습이 마치..


‘그렇군, 이들은 마지막 전투를 장식하려는 거야. 나처럼 이곳이 무덤이 될 거라는 예감을.. 설마, 이들도 그놈..처럼 전장의 낭만인지 따위를 간직하고 있었던 건가? 잠깐만, 그러면 정말로 그 괴물의 정체가 1조장이라고? 이런 빌어먹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또 대비해도 막상 맞닥뜨리면 암담한 게 절망이라는 놈인데, 이렇게 아무런 대책 없이 마주하고 보니 그냥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빌어먹을, 이런 씨팔, 개 같은 거! 그럴 리가 없는데..’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욕설 대신 기다란 한숨을 뱉어낸 추적대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입에 담지 않으려던 단어를 조심스럽게 흘렸다.


-도살자, 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겠네.

-듣고 있소.

-그가 암살대를 대신해서 지우..개를 진행하고 있는 건가?


같은 물음을 반복한다는 건 자신을 비롯한 모두에게 짜증이 나는 일이었지만, 이제 곧 부대원에게 내릴 명령을 위해서라도 확답이 필요했다. 그래서 같은 무전을 몇 번이고 더 보내며 답변을 재촉했다.


-도살자, 말살명령이 발동된 게 분명한 건지 물었네.


그 사이 도살자는 구원자에게 무력화된 감시용 지프에서 시체를 끌어내리고 마을 입구로 차를 모는 중이었는데, 계속해서 무전기가 울어대자 결국에는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무덤덤했지만, 살짝 찌푸린 눈살처럼 날이 서 있었다.


-추적대장, 만일 지우개가 발동된 거라면 타깃이 그 여부를 알 방법이 있던가?

-그건 그렇네만, 우리는 그렇다 쳐도 자네들은 자그마치 1조가 아니던가? 비꼬는 게 아니라, 이딴 임무의 증거를 지우려고 그렇게 큰 희생을 치른다는 게.. 자네는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올리던 도살자는 추적대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 이제와서 굳이 원인을 따질 필요 또한 없다 여겼기에, 조금 더 짜증 섞인 어조로 답했다.


-우리를 공격하는 적이 정말로 그라면 지우개의 발동 여부와 관계없이 이곳은 무덤이 될 거요. 나와 수평적 관계인 당신이 그렇게 뭉그적거리면서 남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대원들의 생사는 어쩔 거요? 지휘관은 당신이고 나는 더 할 말이 없소.

-결국은 내 판단이라는 건가? 그렇군,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알겠네.


관자놀이를 짚은 채 무전을 닫던 추적대장은 이제 어떻게 하실거냐는 추적 1조장의 물음에 눈길을 돌렸다. 내용을 대충 들어서 그런지 연신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하는 그와 세상 모르고 먹잇감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신입을 빤히 쳐다보다가, 전투지역 내 모든 요원을 향한 통신을 개방했다.


‘길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


그는 크게 한 번 심호흡하고는 억양을 최대한 죽이려고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추적대장이다. 현 시간부로 지우개가 발동되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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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아프가니스탄 [붉은 여인.. 전운] 16.12.09 508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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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아프가니스탄 [Soulmate..붉은 여인] +1 16.12.08 618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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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아프가니스탄 [Soulmate..2] +1 16.12.07 634 11 12쪽
47 아프가니스탄 [Soulmate..1] 16.12.07 620 13 13쪽
46 아프가니스탄 [바토리..의지] 16.12.06 626 16 15쪽
45 아프가니스탄 [바토리..성역] 16.12.06 587 14 15쪽
44 아프가니스탄 [학살조장..괴물] +2 16.12.05 632 13 14쪽
43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허무] +1 16.12.02 627 16 13쪽
42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8] +1 16.12.02 652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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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6] +4 16.12.01 574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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