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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난세의 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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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4.05.19 17:44
최근연재일 :
2024.07.07 18: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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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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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6
글자수 :
250,411

작성
24.05.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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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1쪽

낭관(郎官) 중에서도

DUMMY


1


그로부터 스무날 후.

간옹이 조정으로부터 낭관(郎官)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간옹은 순유와 함께 유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갔다. 그리하여 유우로부터 관리로 임해야 할 자세에 대한 당부를 받고는 군부를 물러 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이 찾아간 것은 공손찬이 현령으로 재직 중인 현정이었다. 두 사람이 현 청사에 도착하니 마침 공손찬이 있어 그와 대면할 수 있었다. 전에도 할 일 없는 두 사람이 찾은 적이 있으므로 공손찬은 두 사람의 등장에도 놀라지 않았다.


“요 며칠 뜸하더니,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날 찾아왔는가?”

“작별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간옹의 말에 공손찬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엉?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사실은 유 공의 추천이 있었으나, 조정의 부름이 있기 전에 섣불리 발설할 수도 없어 함구해 오다가, 낭관으로 출사하라는 조정의 명이 도달했기에 작별 차 찾아뵌 것입니다.”

“허허, 그건 좋은 일이나 아우가 꼭 명심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있어.”


“그게 무엇입니까?”

“나만 해도 이곳 현령으로 부임하기 위해 집안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많은 신세를 졌네. 3백 만전이라는 거금을 상납하고서야 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말일세. 아니면 발령이 났더라도 금방 취소되는 게 요즘 조정의 실정일세.”


“허허, 짐작은 했지만 그런 관행이 지속되고 있을 줄이야.”

“그러하니 대책(對策)에 통과되어 모종의 관직에 임명되더라도, 미리미리 준비해, 낙마하는 일이 없도록 하시게.”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형님!”


“장도에 조심하고.”

“네, 형님!”

정사에 바쁜 공손찬을 더 붙들고 있을 수 없어 곧 두 사람은 공손찬의 배웅을 받으며 현 청사를 등졌다.


이후 간옹은 외삼촌 유위, 첫째 매부 악하당, 위진 표국 국의에게 각각 100만 전씩을 요청해 그들로부터 그만큼의 액수를 지원받았다. 거기에 간옹의 건의로 장세평과 함께 유주, 기주의 나귀를 수집해 낙양에 파는 것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는 매제 소쌍에게는 2백만 전을 요청하니 그 역시 그의 청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그렇게 거둔 5백만 전에 유비로부터도 1백만 전을 기탁받았다. 그리고 송별연을 개최하니 이번에도 장비와 진도가 따라가겠다고 졸랐다. 이에 허락하니 두 사람 또한 순유와 함께 길동무가 되었다.


물론 그 전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과 밤새 시국 토론을 하며 한결 가까워진 종요와도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그렇게 하여 중간에 유자평 등의 호족들로부터 200만 전에 이르는 찬조금까지 받은 간옹은 지난번 행로와는 다르게 사례주에 이르자 진로를 바꾸었다.


즉 진류(陳留) 쪽으로 방향을 잡아 황하를 건넌 것이다. 그렇게 하여 진류군 양읍현(襄邑縣)에 이르자 위씨((衛氏) 호족의 대저택을 찾아들었다. 때는 마침 어스름이라 관청에서 퇴근한 주인 위자(衛玆)와 곧장 대면할 수 있었다.


위자의 자는 자허(子許)로 이 당시 위자는 태수 부중의 군리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 그와 대면한 후 수인사를 끝내자 간옹이 그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번에 탁군 태수의 추천으로 낭관으로 부름을 받았으나, 요즘 돌아가는 현실로 보면 시간 낭비만 하고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나 또한 효렴으로 천거되었으나 요즘 돌아가는 세태를 잘 알고 있어, 출사하지 않고 군리로 만족하고 있다오.”


“그러고 보면 이 옹이야말로 벼슬에 눈이 먼 미욱한 놈이군요.”

“내 말뜻은 그런 것이 아니라, 각별히 언행이나 행실에 조심해, 가문에 화가 미치는 일이 없도록 하란 말이오.”

“충고 각골명심 하겠습니다.”


곧 위자는 주안상을 들여 두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시사에서부터 병략, 치도(治道)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어언 자시를 넘어 축시에 이르렀다. 그제야 토론을 끝내기로 작정한 위자가 간옹을 보고 말했다.


“실로 인걸(人傑)! 천하가 어지러워지면, 천하를 평정할 사람이야말로 헌화 자네가 아닌가 생각하네. 또한 공달 역시 일국의 군략(軍略)을 담당할 명군사가 될 것이니, 두 사람이야말로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이 좋겠네.”


“칭찬 고맙습니다.”

간옹이 새삼 고개를 조아리는데 순유는 단지 빙긋 웃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던 위자가 끝으로 한마디 했다.


“내가 일러놓을 테니, 만약 내가 없더라도 집사를 찾아 2백만 전을 찾아가시게.”

“네? 그런 거액을 초면의 이 옹에게 희사하신단 말씀입니까?”

“하하하......! 공짜는 아니고, 여불위(呂不韋)처럼 나도 통 크게 투자하는 것이니, 그런 줄 알면 되네.”


“그래도......”

감격해 말을 잇지 못하던 간옹이 갑자기 정색한 표정으로 위자에게 말했다.


“이런 환대를 받고 보니, 소제도 한 점 충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일 당장이라도 군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미구에 닥칠 화를 면할 수 있으니, 반드시 이 옹의 말대로 하셔야 됩니다.”


“자네 점술에도 능한가?”

“이 몸이 천문 역술에도 능한 정현 선생의 고제(高弟)임을 절대 잊으셔선 안 됩니다.”


“스스로 금칠하는 것은 그렇지만, 역술(易術)에도 도통했다니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군. 내 아우의 뜻에 따름세.”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간옹이 대례를 올리며 답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허허, 진정 고마운 것은 우형인데, 아우에게 절까지 받으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일세. 하하하......!”

“하하하......!”

위자에 이어 간옹도 따라 크게 웃으니 놀란 하인들이 문틈으로 일행을 엿보았다.


* * *


보름 후.

두 사람이 도성에 도착해 출사해 보니 둘 다 낭관으로 임명되어 있었다. 이에 두 사람은 상의하여 전에 묵었던 객잔에 여장을 풀고 며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매일 출근하여 궁문을 지키는 일로 며칠을 보냈는데 하루는 금년에 추천받은 사람들 전부를 황제가 정무를 보는 덕양전 뜰에 불러 모았다.


간옹이 척 보니 한 나라 120여 군 가운데 추천한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어 낭관에 임명된 자가 80여 명에 이르렀다. 그런 자들을 모아놓고 관리 하나가 나타나더니 황제의 책문(策問)에 대해 답하는 대책을 내놓도록 했다. 그런데 책문 내용이 가관이었다.


[매관매직(賣官賣職)에 대해 논(論)하라]라는 것이었다.

책문을 읽어보는 순간 간옹으로서는 기가 막혔다. 이걸 곧이곧대로 논술했다가는 추방 잘못하면 하옥되게 생겼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를 피하면서도 나라에 도움이 될까 궁구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한동안 궁리하던 간옹이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예로부터 자연재해 즉 한발과 홍수, 명충 떼의 습격으로 나라의 수입이 줄면 이를 만회할 목적으로 매관매직을 실시한 예가 많았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민족을 회유하는데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므로 궁실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평 원년(58) 선비가 귀부하자 해마다 2억 7천만 전을 지급하였고, 화제 시기에는 남흉노에만 매해 1억 90만 전을, 서융에게는 7,480만 전을 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하니 이민족에게 돈을 주고 평화를 사기보다는 매관매직을 통해서라도 중앙 재정을 확보하여 강군을 육성함으로써 그런 폐단을 막아야 할 것이 옵니다.


그러나 폐하께서도 아시는 바와 같이 돈을 주고 태수나 현령 자리를 산 자들은 본전을 뽑기 위해서라도 백성을 상대로 가렴주구를 일삼으니 대량으로 유민이 발생하고 있는 세태입니다. 그렇다고 세입을 줄일 수도 없는 일이니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여 본 낭관 그 대책을 진술하고자 합니다. 진 나라 때 보면 관직은 내다 팔지 않고 이십등작에 이르는 관작만 내다 팔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관작을 산 자들은 법을 어겨 벌 받을 때 작위를 대신 반납하는 것으로 무마되었으니 나라에 큰 해독은 없을 것이 옵니다.


또 하나 염철에 이어 주세(酒稅)를 신설하시어 세입을 충당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면 끼니도 잇기 어려운 자들이 돈 주고 술을 사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니, 부자들에게서 돈을 거두게 되는 것이므로 큰 폐해도 없을 줄 압니다.


여기에 돈을 받고 죄를 사해주는 대사면령도 수시로 내린다면 국가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옵니다. 또한 관리들에게도 궁실이 어려우니 내핍을 종용해야 합니다. 관리들에게 지급하는 녹봉이며 심지어 말먹이 풀에 이르기까지 절반으로 줄이면, 이 또한 나라의 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 옵니다.


끝으로 여기에 더하여 농잠과 상공업을 장려하여 흥성하면 국고가 더욱 충실해질 것이니, 이십등작의 관작만 팔아도 나라 곳간이 어느 정도는 찰 것이니 그대로 시행하시옵소서!]


곧 책문을 제출한 간옹은 순유가 다 쓰고 나오길 기다렸다. 그러길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그도 책문을 제출하고 나왔다. 그런 순유를 보고 간웅이 물었다.

“어떻게 썼소?”


“곧이곧대로 썼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대충 휘갈겨 제출했으니 임관되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네.”

“흐흠......! 그것 참 걱정인데.”

“아우는?”


“저도 대충 썼습니다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잘된 일이군.”

“어쨌거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객잔 가서 술이나 한잔 합시다.”

“그래.”


* * *


그로부터 사흘 후.

낭관 80여 명을 관리 하나가 집합시켜 놓았다. 그리고 한 사람씩 불러내어 그에 대한 처분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 그 많은 사람 중에서 간옹이 제일 먼저 이름이 불렸다.


“탁군 출신의 간옹!”

“네!”

“자네를 의랑(議郞)에 제수한다는 명이 내려왔네.”

“감사합니다.”


이어 계속 호명되고 처분이 내려지는데 의랑(議郞), 중랑(中郞), 시랑(侍郞), 낭중(郎中)의 직책을 받거나, 추방 또는 하옥되는 자들도 삼십여 명에 이르렀다. 그런데 순유는 낭중(郎中)이라는 직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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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고맙습니다!

늘 좋은 날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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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신부감 +2 24.06.04 898 19 11쪽
18 순욱 +2 24.06.02 899 19 11쪽
17 평준령(平準令) +2 24.06.01 900 23 11쪽
» 낭관(郎官) 중에서도 +2 24.05.31 902 21 11쪽
15 조정 출사 +2 24.05.30 903 20 10쪽
14 종요와 순유 +2 24.05.29 913 21 11쪽
13 상계리로서의 임무 +3 24.05.28 922 19 11쪽
12 낙양행 +2 24.05.27 946 19 12쪽
11 관우 및 진도 +4 24.05.26 975 21 11쪽
10 관우 +1 24.05.25 1,008 20 10쪽
9 출사 +1 24.05.24 1,028 19 11쪽
8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3 24.05.23 1,051 21 11쪽
7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24.05.22 1,089 18 10쪽
6 보은 24.05.21 1,135 24 11쪽
5 성을 바꾼 개자식이 되다 +1 24.05.20 1,180 21 11쪽
4 국연 왕수 +1 24.05.19 1,217 20 10쪽
3 국의 +2 24.05.19 1,284 20 10쪽
2 공손찬 +2 24.05.19 1,411 24 10쪽
1 노식 문하 +7 24.05.19 1,683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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