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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난세의 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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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4.05.19 17:44
최근연재일 :
2024.07.02 1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31,736
추천수 :
699
글자수 :
223,335

작성
24.05.22 18:00
조회
936
추천
15
글자
10쪽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DUMMY



1


그런 세 사람과 외삼촌을 바라보다가 퍼뜩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무협지에 많이 등장하는 ‘전장(錢莊)’을 외삼촌이 운영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머지않아 난세가 닥칠 것인데, 그렇게 되면 돈을 떼일 염려가 많았다.


그래서 생각나는 것이 전당포(典當鋪)였다. 전당포야말로 물건을 담보로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니 결코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간옹이 외삼촌에게 물었다.

“외삼촌! 여유돈 좀 있죠?”


“그래. 왜?”

“그 돈으로 전당포를 개설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전당포?”

“물건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것인데, 손해 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자 감안해 운영하는 것입니다.”


“글쎄? 그건 생각 좀 해보자.”

“알겠습니다.”

동의한 간옹은 이내 외삼촌과 작별하고 왕수만 데리고 경가장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여동생들을 만나보는 과정에서 간옹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스물한 살이 된 누님이 아직도 시집을 가지 않은 상태로 기거하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 시대에 여자 나이 열다섯 살이면 결혼 적령기라, 늦어도 보통 18세면 대부분 다 시집을 간다. 열다섯 이전에도 시집가는 사람이 더러 있기도 하고. 그런데 스물한 살이면 노처녀도 너무 노처녀다. 그래서 그 연유를 누님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왜 누이를 시집 안 보내는데? 이 인물이면 누가 봐도 빼어난 미인인데, 설마 중매가 안 들어오는 것은 아니겠지?”

“그건 아니고, 나를 반드시 사대부 집안에 시집보내려 하시는데, 또 그중에서도 부잣집으로 고르다 보니, 마땅한 집이 없다고 하셨어.”


말끝을 흐리는 누님을 보며 간옹은 결심했다. 자신이 주선해 올해 안에 반드시 누님을 시집보내기로.


* * *


다음 날.

조반을 뜨자마자 간옹은 왕수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아직 아버지의 노여움이 풀리지 않아 왕수를 훈장으로 앉히는 건에 대해서는 입을 뗄 게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와 동행한 것이다.


집을 나서 동행한 곳은 유비의 매장이었다. 그곳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유비는 벌써 매장에 나와 있었다. 그런데 어제는 안 보이던 유덕연도 있는 것을 보고 무어라 말하려는데 그가 먼저 달려와 품에 안겼다.

“형님! 보고 싶었습니다.”


눈물마저 글썽이는 덕연을 보고 그의 등을 토닥여준 간옹이 그를 떼어놓으며 물었다.

“어제는 안 보이더니 어떻게 된 일이냐?”

“스승의 품을 떠나, 어젯밤 늦게 도착했어.”


“그래? 공교롭기도 하구나. 내가 돌아오자마자 너도 돌아오다니 말이다.”

“그게 형님이 늘 말하는 불가의 인연 아니겠어?”

“그런가? 아무튼 잘 왔다. 한데 앞으로 무엇을 할 작정이냐?”


“당분간은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현덕 형님의 매장이나 돌보며 지내려고요.”

“이미 나랑 이야기가 끝났다.”

유비의 말에 간옹도 동의했다.

“그거 잘됐네. 그나저나 누이 시집을 보내야겠는데, 어디 거부 없을까?”


“춘부장 아니 스승님께서는 사대부 중에서도 명문가나 부호 아니면 시집 보내지 않으시려다 보니 지금까지 묵힌, 험험......”

말실수를 깨닫고 유비가 헛기침하는 데 간옹이 말했다.

“사대부고 지랄이고 다 필요 없어. 단지 돈만 많으면 돼.”


“너는 왜 돈에 그렇게 집착하지?”

“참새가 봉황의 뜻을 어찌 알리오(燕雀安知鴻鵠之志)!”

유비의 말에 일단 뻐긴 간옹이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조정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머지않아 난세가 도래할 것 같아. 그렇게 되면 우리도 그에 편승해 무언가를 도모해야 하는데, 그때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야.”

“흐흠......! 확실히 너는 범인과 다른 데가 있어.”


“다 좋은데, 내가 말한 조건에 부합하는 놈 있어, 없어?”

“있긴 있는데, 거리가 좀 멀어.”

“어디길래?”


“유주의 치소가 있는 계현에서 아주 큰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조상 대대로 내려온 부까지 합치면, 모르긴 몰라도 유주 경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부호일걸?”

“그래? 그렇다면 당장 그 작자에게 가보자.”


“성미 한번 급하군. 가려면 그냥 가면 안 되지. 가는 길에 죽제품이라도 싣고 가 팔아야 하니 준비 좀 하자. 참, 너는 말 있어?”

“네가 알다시피 아버지의 나귀밖에 없지.”

“하면 앞으로의 행보에 반드시 말은 필요하니 말부터 사자.”


“네가 사주게?”

“못 사줄 것도 없지.”

“숙치 것은?”

“그건 네가 사주고.”

“하하하......! 알았다.”


유비는 비록 집안은 가난하지만, 그가 어렸을 때부터 집 안에 말 한 필이 있었다. 그래서 그가 그걸 관리했는데, 그의 곁에 가면 늘 말똥 냄새가 난 기억이 있다.

“장비도 데리고 가고 싶은데, 그놈은 말 있나?”


“먹고 살 만한 집은 최소 말 한 필은 필수니, 당연히 있지.”

“잘 됐군. 팔러 갈 제품 준비하는 동안 마 시장부터 가볼까?”

“오늘이 마침 장날이니 잘됐다.”

답한 유비는 곧 세 명의 점원과 덕연을 불러 무언가 지시를 내렸다.


지시가 끝나자 유비는 앞장서서 장비의 집으로 향했다. 머지않아 그로부터 반 마장 거리에 위치한 장비의 집을 찾아드니 푸줏간에 그는 없었다. 그래서 노복에게 물어보니 안채에 있다고 했다. 이에 세 사람이 안채에 들어가 보니 장비는 아침부터 청승(?)을 떨고 있었다.


그 험한 생김에 어울리지 않게 아침부터 미인도(美人圖)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빼어난 미인을. 그 모습을 본 간옹이 빈정거렸다.

“꼴에 장가는 일찍 가고 싶은 모양이지? 사군자 다 때려치우고 아침부터 미인도나 그리고 있게.”


“그게 아니고......”

어울리지 않게 얼굴마저 붉히며 변명하려는 장비에게 손을 내젓는 것으로 말문을 막은 간옹이 계속해서 말했다.

“얼른 집어치우고, 출타 준비나 해.”


“어디 가게요?”

“마 시장. 이어 준비되는 대로 계현까지 갈 것이니 그런 줄 알아.”

“알았습니다. 형님!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끼워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지 장비는 이내 서둘렀다.


그렇게 해 네 명은 잠시 후 장비의 집을 떠나 완현 북쪽에 있는 마 시장을 찾아들었다. 그런데 유비는 마 시장에 들어서자 한 곳을 향해 직진했다. 아무래도 아는 말 장수가 있는 모양이었다.


머지않아 그곳에 도착해 보니 영준한 젊은이와 그를 따라다니는 듯한 건장한 젊은이 다섯 명이 보였다. 그런 그들을 간옹이 주시하고 있는데 유비가 대뜸 말했다.


“인사해. 소쌍(蘇雙)이라고, 중산국을 거점으로 인근에 말을 팔러 다니는 대단한 거상(巨商)이야. 듣기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재산도 누만금에 달한다니 잘 사귀어 봐.”

이어 유비는 소쌍에게 간옹도 소개시켜주었다.


“유주의 자랑인 천재 경옹 아시죠?”

“물론이지. 그를 모르면 세작(細作:간첩)이지, 유주 출신이라고 하겠어.”

“바로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경옹이니 잘 사귀어 보세요.”


“아, 이거! 청맹과니가 따로 없었습니다. 당장 눈앞에다 천재를 두고도 몰라보니, 눈 뜨고도 앞을 못 보는 소경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간옹이 보아하니 스물두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인데 인물도 준수했다.


그래서 누님이나 바로 밑의 여동생과 짝을 지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를 표정으로 드러낼 만큼 하수가 아닌 경옹이 일단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경옹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누가 할 소릴, 누가 합니까? 나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의 인사가 끝나자 유비가 의아한 시선으로 소쌍에게 물었다.

“오늘은 어째 장씨 아저씨가 안 보이네요.”

“아, 오늘은 몸이 좀 편찮다고 해서 안 나왔다네.”


두 사람의 대화에 간옹이 끼어들었다.

“장씨는 또 누구야?”

“장세평(張世平)이라는 중늙은이로, 소 대인과 함께 말 장수를 하는 호상(豪商)인데, 그분 또한 누만금을 축적한 대부호이시지.”


“그래? 오늘 거상들을 많이 알게 되는군. 그러나저러나 나와 내 동생이 탈 적당한 말이 있을까요?”

“글쎄요? 오늘은 끝물이라 마음에 드는 것이 없을 것 같은데......”

말끝을 흐리며 주변 말을 둘러보던 소쌍이 다시 말했다.


“오늘 이것 처분하는 대로 말을 떼러 북방으로 갈 것이고, 새로 사오는 말 중에는 제법 쓸만한 준마가 많을 것이니, 그때 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유비가 끼어들었다.

“내 생각에도 그게 좋겠는데, 네 생각은 어때?”


“당장 계현까지 타고 가야되잖아?”

답은 소쌍이 했다.

“그건 걱정마세요. 두 마리는 남겨 계현까지 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 말은 처분해도 되니까요.”


“그렇게까지 편의를 봐주신다니 고맙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렇게 결정되자 내일 새벽 일찍 떠나기로 하고 일행은 소쌍과 헤어졌다.


* * *


다음 날 새벽.

동이 트기도 전인 미명에 모든 일행이 유비의 점포 앞에 집합했다. 그 점포 앞에는 이미 장사용으로 사용되는 마차 세 대도 준비되어 있고, 그 안에는 팔 물건도 잔뜩 채워져 있었다.


곧 출발한 일행은 보름 만에 유주의 성시(盛市) 계현에 도착했다. 그러자 소쌍은 생각을 바꾸어 추레한 말 두 필을 파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에게 대여해 주었다. 이에 간옹이 감사를 표한 가운데 그는 북방으로 말을 사러 떠났다. 고용한 장사(壯士)들을 거느리고.


오면서 들으니 소쌍은 주로 요동속국(遼東屬國)의 오환족(烏桓族)에게서 말을 떼어다 판다고 했다. 그러니 제법 시일이 소모될 것 같았다. 아무튼 그가 떠나자 일행은 다시 길을 재촉해 평소 유비가 거래하는 점포로 향했다.


------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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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낙양행 +2 24.05.27 802 16 12쪽
11 관우 및 진도 +3 24.05.26 826 18 11쪽
10 관우 +1 24.05.25 854 17 10쪽
9 출사 +1 24.05.24 877 16 11쪽
8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3 24.05.23 900 18 11쪽
»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24.05.22 937 15 10쪽
6 보은 24.05.21 983 21 11쪽
5 성을 바꾼 개자식이 되다 +1 24.05.20 1,026 18 11쪽
4 국연 왕수 +1 24.05.19 1,060 17 10쪽
3 국의 +1 24.05.19 1,119 17 10쪽
2 공손찬 +1 24.05.19 1,220 22 10쪽
1 노식 문하 +7 24.05.19 1,413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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