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난세의 간웅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새글

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4.05.19 17:44
최근연재일 :
2024.07.02 1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31,893
추천수 :
708
글자수 :
223,335

작성
24.05.29 18:00
조회
776
추천
18
글자
11쪽

종요와 순유

DUMMY

1


“들어보았는지 모르지만, 황제께옵서는 수시로 아예 당신 자신이 상인으로 차려입고 작은 모의 시장을 만들어 궁녀들을 저잣거리 여성들로 삼아서 장사 놀이를 한다고 하오. 하면 궁녀들은 사치품을 사고팔기는커녕 서로 자기가 갖겠다며 아귀다툼을 벌였고, 이를 보며 황제는 술을 마시며 즐긴다고 하오. 거기에다가 본인이 키우는 개에게 관료들이 쓰는 관인 진현관을 씌워놓고 희롱하고 논다고 하니, 참. 그뿐이 아니오.”


이 대목에서 유자혜는 씁쓸한 웃음을 머금고 술 한 잔을 자작하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나귀를 수레에 여러 마리 묶어놓고 낙양 도심을 질주하기도 하는데, 낙양 사람들은 이걸 한심하게 여기기는커녕 너도나도 즐거워하며 이 꼬락서니를 따라 하오. 그런 연유로 나귀를 타는 것이 유행되어 낙양에서는 나귀 값이 말보다 비싸다오.”


“허허, 말세는 말세일세.”

장비가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술 한 잔을 비우는데 마침 삶은 돼지고기가 나왔다. 이에 장비는 안주마저 먹었다. 그러나 간옹은 고기를 쳐다보지도 않고 골똘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진도가 간옹에게 물었다.


“형님,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십니까?”

“아, 아니다.”

얼버무렸지만 간옹은 나귀 장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런 그가 유자혜에게 물었다.


“바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시죠?”

“일 끝나면 간만의 휴가인데, 며칠 더 놀다가 가야죠.”

“하면 소제를 동무 삼아 길 안내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훗날 크게 될 것이니, 당연히 따라야지요. 하하하......!”


이를 받아 간옹이 유자혜에게 말했다.

“잘 보이려면 길 안내도 좋지만, 노자가 부족한데 보태주면 안 되겠습니까?”

“음......!”


잠시 생각하던 유자혜가 답했다.

“낙양에 머무는 동안의 모든 경비를 내가 책임지면 되겠소?”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감사합니다.”

간옹이 감사를 표하자 유자혜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이 자리 술값부터 내가 책임지리다.”

“역시 의리 있고 화통하오.”


간옹의 칭찬에 유자혜가 물었다.

“내가 의리 있는 줄은 어찌 아오?”

간옹으로서는 아차 싶었다. 간옹이 유자혜가 의리가 있다고 한 것은 그의 마지막 생애를 떠올리고 한 말인 까닭이었다.


[일부 종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복이 기주를 양도하겠다고 결정하여 원소가 업에 당도했다. 그러자 한복의 부하 1,000여 명과 대부분의 종사가 그를 버리고 도망쳤다. 그런 와중에 민순(閔純)과 유자혜만 남아서 칼을 들고 원소의 병사들을 막았다. 하지만 이 일로 원소에게 미움을 사, 원소의 지시에 의해 끝내 그는 전풍에게 암살당하고 말았다.]


이런 그의 마지막 운명을 떠올리고 의리 있다고 칭찬했지만, 막상 유자혜가 물어오니 간옹으로서는 대답이 궁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순발력이라면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는 간옹이 즉시 둘러대었다.


“이웃 친구가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의리 있는 사람이 아니면, 누가 의리의 남아라고 할 수 있겠소? 안 그렇소? 여러분!”

“맞소, 맞아!”

“형님 말이 지당하십니다.”


장비와 진도마저 호응하자 그제야 유자혜도 수긍한다는 듯 따라 놓은 술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오늘 한 번 죽어봅시다.”

“우와! 최고요!”


장비와 진도가 반기는 가운데 밤도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 * *


다음 날.

유자혜 포함 네 명은 낙양의 동쪽 시장으로 향했다. 낙양에는 동시(東市)와 서시(西市)가 있는데 동시가 더 번창하고 있었다. 거기에 우마 시장이 동시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그곳에 도착하여 실제로 거래되는 나귀 가격을 보니 정말로 나귀가 말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에 유자혜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탁군만 해도 나귀 두 마리 가격이 말 한 마리 값과 비슷했다.


그러니 낙양의 나귀 가격이 탁군보다 배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음을 알고 모두 놀란 것이다. 아무튼 소쌍과 장세평에게 이를 알려주어, 그들이 나귀를 전문으로 수집하여 낙양에 팔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한 간옹은 이 결심을 굳히고 그곳을 떠났다.


이날 저녁 어스름.

해 질 무렵이 되자 장비가 술 생각이 나는지 유자혜를 졸랐다.

“기껏 도성까지 와서 도성에서 가장 큰 기루 한번 다녀오지 못하고 왔다면, 친구들로부터 큰 놀림을 당할 것이오. 그러니 주려면 홀딱 벗고 주랬다고, 큰 기루에 가서 술 한잔 사 주는 것이 어떻겠소?”


잠시 생각하던 유자혜가 흔쾌히 답했다.

“좋소! 기왕 선심 쓰는 것, 그렇게 하리다.”

이렇게 되어 일행은 유자혜의 안내로 동시 초입에 위치한 낙양에서 제일 크다는 기루로 향했다.


그리하여 일행이 ‘해내 제일루(海內 第一樓)’라는 거창한 현판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전국 최고의 기루라는 명성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래도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으려는데 사람들이 빙 둘러싼 곳이 있었다.


이에 네 사람도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보니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이 전개되고 있었다. 23세 전후의 나약한 청년을 폭력배로 보이는 세 명이 둘러싸고 얼러대고 있었던 것이다.


“마셨으면 돈을 내고 가야 할 것 아니야? 생긴 건 어리숙하게 생겨가지고, 돈도 안 내고 도망치려고?”

“그, 그, 그게 아니라, 전대를 누가 훔쳐 가는 바람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천하 제일루를 이젠 도둑 소굴로 모네.”


더 있다가는 젊은 문사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대충 사연을 짐작한 간옹이 나섰다.

“그만합시다.”

나선 간옹을 아래위로 훑던 무뢰배 중 한 명이 거칠게 나왔다.


“너는 뭔데 나서?”

시비가 간옹에게 옮겨붙을 것 같자, 분개한 장비가 콧김을 씩씩 뿜더니 열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허리춤에 양손을 붙이더니 무뢰배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를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네 놈은 뭔데 우리 형님에게 반말해! 한 주먹도 안 되는 것들이 꼴에 문지기라고 한바탕 해보자는 거야, 뭐야?”

“이건 또 뭐야? 어디서 굴러온 촌닭인지 모르겠는데, 입 닥치고 있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거야.”


더 내버려 두었다가는 아무래도 큰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아 간옹이 다시 나섰다.

“이 문사가 자신 술값이 얼마인데 그러오?”

“1만 전이다, 왜? 네가 물어줄래?”


되나 가나 하대하는 것을 생각하면 한 방 날려주고 싶지만 참은 간옹이 답했다.

“그래. 술값은 내가 내줄 것이니 그리 알고, 자리나 안내 해.”

“그래?”


무리와 상의한 우두머리가 간옹에게 말했다.

“정 그렇다면 먼저 이 자가 마신 술값부터 계산해. 하면 내가 안내해 줄 테니까.”

“좋아! 가지.”


간옹이 앞장서서 계산하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물쭈물하던 문사도 사의는 표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엉거주춤 일행의 뒤를 쫓았다. 그리하여 간옹이 일만 전에 해당하는 은자로 계산을 마치고 나자 문사가 나서 사의를 표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대를 분실할 줄은 전혀 상상치 못한 일로, 아무튼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이를 받아 간옹이 물었다.

“보아하니 촌에서 상경한 것 같은데, 돌아갈 노자는 있는 것이오?”


“그, 그게......”

정곡을 찔리자 당황한 문사가 어쩔 줄 몰라 허둥거렸다. 이 모습을 빙긋 웃으며 바라보던 간옹이 말했다.

“기왕 돌아갈 노자도 없으면 우리와 술이나 더 마시고 대책을 강구해 봅시다. 따라오시오.”


여지를 주지 않고 몰아붙이니 문사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번에도 엉거주춤 일행의 뒤를 따라붙었다. 그리하여 드넓은 주청에 일행은 탁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러자마자 유자혜가 안주로 오리고기를 시키고, 술 열 근도 주문했다. 그런 상태에서 간옹이 문사에게 물었다.


“어찌 된 연유요?”

문사가 답했다.

“사실은 전대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함께 고향에서 올라 온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모든 돈을 갖고 있었소. 그런데 이곳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는 끝내는 나타나지 않아 그렇게 둘러대었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오.”


“그럼, 좀 더 기다려 보지 그랬소?”

“약속 시간보다 두 시진이나 지났는데, 어찌 더 기다린단 말이오.”

“하면 대낮부터 마셨구려.”

“그렇소이다.

이때였다. 헐레벌떡 일행의 좌석을 찾아드는 이가 있으니 30세쯤 되어 보이는 장년이었다.


이 당시는 평균 수명이 삼십 세 남짓으로, 사십 이상이면 중늙은이, 삼십이면 장년 취급을 받던 시절이었다.

“내가 너무 늦었네. 재당숙이 잡고 놓아주지 않는 바람에 그만 이제야 오게 되었네. 별일은 없지? 한데 이 사람들은 누구인가?”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질문에 모두 어리벙벙한 가운데 젊은 문사가 답했다.

“이 귀인들 덕분에 망신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놀란 눈으로 좌중을 훑어본 중년이 말했다.

“동향 아우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우리 통성명이나 하고 함께 즐겨봅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본향이 예주(豫州) 영천((潁川)으로 종요((鍾繇)라는 사람이외다.”


간옹이 놀라 눈이 커지는 가운데 그의 소개는 계속되고 있었다.

“앞에 앉은 젊은 친구는 동향 사람으로 순유(荀攸)라는 사람이외다.”

간옹이 더욱 놀라 입이 떡 벌어진 상태로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종요가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 소개는 끝났고, 그쪽도 소개하는 것이 예의 아니겠소?”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훗날 두 사람의 활약을 익히 알고 있는 간옹이 웃는 낯으로 자신 포함 일행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나는 탁군의 상계리로 있는 간옹이라는 사람으로 자는 헌화요. 그리고 바로 옆의 친구는 중산국 상계리로 있는 유자혜, 앞의 산적 같은 친구는 장비, 익덕이라고 하오. 그리고 어린 친구는 진도라는 이름을 갖고 있소.”


종요가 받았다.

“그쪽에서 자를 말하니 나도 알려주거니와, 나는 원상(元常)이고, 순유는 공달(公達)이라고 하오.”


간옹이 이어받아 말했다.

“이것도 인연, 일단은 함께 즐겨봅시다.”

“좋지요!”

“술값 낼 놈은 나인데, 생색은 엉뚱한 사람이 내니, 원!"


유자혜의 농담에 간옹 패거리가 왁자한 웃음을 터트리자, 술값 내준다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는 종요와 순유도 따라 웃었다.


-----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난세의 간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종요와 순유 +2 24.05.29 777 18 11쪽
13 상계리로서의 임무 +3 24.05.28 783 16 11쪽
12 낙양행 +2 24.05.27 805 16 12쪽
11 관우 및 진도 +3 24.05.26 829 18 11쪽
10 관우 +1 24.05.25 857 17 10쪽
9 출사 +1 24.05.24 880 16 11쪽
8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3 24.05.23 903 18 11쪽
7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24.05.22 940 15 10쪽
6 보은 24.05.21 986 21 11쪽
5 성을 바꾼 개자식이 되다 +1 24.05.20 1,029 18 11쪽
4 국연 왕수 +1 24.05.19 1,063 17 10쪽
3 국의 +1 24.05.19 1,122 17 10쪽
2 공손찬 +1 24.05.19 1,222 22 10쪽
1 노식 문하 +7 24.05.19 1,418 2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