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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난세의 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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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4.05.19 17:44
최근연재일 :
2024.07.02 18:0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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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98
추천수 :
704
글자수 :
223,335

작성
24.05.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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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1쪽

출사

DUMMY

1


왕수로부터 대충 이야기는 들어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파악한 누이는 등장부터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트리고 있었다. 그런 누이를 흘끔흘끔 바라보던 소쌍이 고개를 끄덕이자 간옹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실로 미인이십니다.”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소쌍이 확실하게 의사 표현을 했다.


이에 간옹은 잠시 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신랑 재목으로 어때?”

“부끄러워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

“잘하고 있다.”


빈정거리듯 말한 간옹이 이어 말했다.

“비록 말 장사를 하지만, 기주에서도 알아주는 부호고, 스물두 살이래. 거기에 생김도 영준해.”

“그런데 왜 아직 장가를 못 갔대요?”


당연한 의문에 간옹이 즉답했다.

“비록 부호지만, 말 장사로 외지를 떠돌다가 보니 시기를 놓쳤대.”

“그렇다면 말이 되네.”

손위 누이보다는 당돌한 면이 있는 동생의 말에 간옹은 미소로 화답했다.


“그런데 오늘 당장 소쌍을 따라가야 되는데 괜찮겠어?”

초야가 연상되었는지 당돌한 누이지만 붉어진 얼굴로 답했다.

“아버지한테 오라버니가 혼나지 않을까?”


“어쭈! 내 걱정할 정신도 있네.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너 요즘 생리하는 건 아니지?”

“오라버니!”

빽 고함치는 누이를 보고 간옹은 안도했다.


곧 누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 간옹이 소쌍에게 말했다.

“오늘 당장 데리고 가십시오.”

“나야 좋지만, 내가 오늘 끌고 온 준마 두 필을 처남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데, 괜찮지?”


“그런 일이야 백 번이고 환영하죠. 하하하......! 앞으로도 종종 신세 좀 지겠습니다. 매제.”

“얼마든지. 하하하......!”

이때였다. 무예 스승 최거업이 나타난 것은.


모두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는데 최거업이 말했다.

“장주께서 당장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언젠가는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으로 간옹이 최거업에게 물었다.


“호적에서 파낸다고 부르시는 것이겠지요?”

“그게 아니라 관에서 사람이 찾아왔는데, 자네를 태수님께서 효렴으로 천거하셨다는거야.”

“네?”


너무 놀라 무의식중에 반문한 간옹이지만 와중에도 머리는 민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럼, 가봐야죠. 잠시 밖에 나가 기다려주세요.”

“한데 둘째 소저는 왜 여기와 있지?”


최거업의 물음에 간옹이 얼렁뚱땅 둘러대었다.

“너무 집안에만 처박혀 있는 것 같아, 잠시 바람 좀 쐬라고 제가 불러내었습니다.”

“다 큰 처자를 함부로 내돌리면 못써.”


“알겠으니 잠시만 나가 계세요. 흥정마저 끝내야 되니.”

“밖에 훌륭한 말 두 필이 메어져 있던데, 그걸 사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알았네. 얼른 끝내고 나오시게.”


“네, 스승님!”

여간해서는 최거업에게 스승이라 부르지 않는 간옹의 대답에 최거업도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가 나가자마자 간옹이 소쌍에게 말했다.


“내가 떠나는 대로 얼른 수레 준비해 이곳을 떠나세요.”

“허허, 이거 훌륭한 신부를 맞는 것은 좋으나, 도둑장가 가는 것 같아 기분은 그렇군.”

소쌍의 말에 ‘도둑장가 맞고요’라고 대답하려다가 삼킨 간옹이 누이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팔아먹듯 너를 시집보내지만, 후일에는 아버지도 내 뜻을 알고 오히려 기뻐하실 거야. 그러니 누이는 아무 걱정말고, 행실 바르게 하고, 시댁 어른들 잘 모시고 순종하며 살아.”

“고마워요. 오라버니!”


동생이 눈물을 글썽이는 데 흘깃 보니 표정이 좋지 않은 또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유비였다. 그래서 왜 그러느냐고 물으려다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다음으로 미루었다. 그리고 간옹은 곧장 왕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 * *


그로부터 일각 후.

간옹이 집으로 돌아오니 그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손님이 있었다. 관아에서 찾아온 사람 외에 다른 손님이 그동안 찾아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평소 잘 알고 있던 인물이었다.


바로 간옹이 정현 문하에서 떠나기 입학한 청주 북해국 사람 손건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사형!”

“아니,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스승님께서 전해주라는 말씀이 있어서요.”

“그래? 무슨 이야기인데?”

“손씨 호족 건은 스승님께서 북해국 상께 손을 써 무난히 해결되었으니, 걱정말고 살라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그러니까 손가네 식객을 죽인 일이 무마되었다는 이야기네?”

“그렇습니다.”

일단 답한 손건이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가 듣기로 고밀 현령은 손가네의 위세가 두려워 방임했지만, 북해국 상은 매우 바른 분이라, 스승님의 서신을 받자마자 일군의 관군을 끌고 가 겁박했다는 것입니다. 손가의 평소 행실을 들먹이며 모두 잡아넣겠다고요. 그렇게 되니 겁을 먹은 손가가 먼저 그 건은 불문에 부치겠다고 하는 바람에 잘 타협이 된 모양입니다.”


“스승님의 은혜에 감사드린다고 전해주시게.”

“네, 사형!”

“그나저나 먼 길을 왔으니 오늘은 하룻밤 유하고 가시게.”

“아니래도 사형의 가르침을 받고 싶어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어찌 됐든 객사에 잠시 머무시게. 나에게 다른 손님이 찾아와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사형!”

곧 곁에 있던 왕수에게 손건을 안내하라 이른 간옹은 곧장 학당으로 향했다.


머지않아 간옹이 학당에 도착해 보니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가 간옹이 들어오자 두 사람 모두 그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런 가운데 아버지가 간옹에게 말했다.


“인사드려라. 탁군 태수 유 백안(劉 伯安) 공 밑에서 장사(長史)로 재직하고 계신 선우 보(鮮于輔)라는 분이시다.”

“처음 뵙겠습니다. 옹이라 하옵니다.”

간옹의 인사를 받은 선우 보가 말했다.


“명부께서는 일찍이 그대의 명성을 듣고 특별히 생각하고 계셨는데, 마침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조정에 효렴으로 천거했소이다. 한데 신동에 인물도 영준하니 유 공이 뵙는다면 매우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예로부터 자를 지어준 사람, 또 벼슬에 추천해 준 분은 모두 아버지와 같이 대우해야 하느니, 선우 장사님의 말씀대로 유 공을 뵙고 감사의 인사 올리는 것이 예의니라. 하니 즉시 장사님을 따라가거라.”

“네, 아버님!”


지은 죄(?)가 있어 아버지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간옹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에 선우 보도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께 몇 마디하고는 앞장서 나갔다. 이렇게 되어 간옹은 소쌍이 선물해준 준마를 타고 선우 보의 뒤를 따라 군 청사로 향했다.


탁군의 군 청사 역시 완현에 있었으므로 머지않아 경내에 든 간옹은 선우 보의 안내로 태수를 뵐 수 있었다.

“옹이 삼가 명부를 뵙사옵니다.”

간옹의 인사에 수염을 쓸며 바라보던 탁군 태수가 말했다.


“천재에 인물도 준수하니 장차 나라의 동량이 될 것 같다. 한데 나의 이름은 알고 있느냐?”

아버지의 말씀에 유 백안이라는 말을 들을 때만해도 무심코 흘려들었는데 태수가 자신의 이름을 아느냐고 묻자 퍼뜩 생각나는 것이 있어 간옹이 답했다.


“유(劉) 자, 우(虞) 자를 쓰시는 분으로 황실 종친이시며, 할아버지께서 광록훈을 지내신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더하여 명부께옵서는 민정에 능하시고 온후하고 사려가 깊으며, 명성과 지위에 의지해 자신을 높이지 않고 항상 겸손하며, 검약한 태도를 지키고 계시므로 영내의 백성들 모두가,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허허, 내가 추천을 잘못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무슨 말씀이신 지요?”

“상대의 칭찬에 능하니 간신모리배가 될까 걱정이라는 말이다.”

“그럴 일은 전혀 없을 것이옵니다. 추천해 주신 것은 감읍할 일이오나, 조정에 출사할 뜻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기껏 추천해 주었더니 출사를 마다하다니, 무슨 말이 그러하냐?”

“이 옹 바른말을 너무 잘하는 까닭에, 조정에 출사하면 반드시 화를 입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 몸 하나쯤 화를 입는 것은 괜찮으나, 그 화가 삼대에 미친다면 분명 재고해 볼 일 아니겠사옵니까?”


“허허, 딴에는 그렇다.”

“하오나 명부 밑이라면 이 옹이 바른말을 하더라도 용인해 주실 것 같아, 군리(郡吏)로 출사할 생각은 있사옵니다.”

“허허, 마침 잘 되었다. 군에 상계리(上計吏) 자리가 비어있는데, 그 자리라도 괜찮다면 당장 내일부터 출사하거라.”


“감읍하옵니다. 명부!”

간옹의 공손한 인사에 만족한 표정을 지은 유우가 물었다.

“상계리 자리가 무슨 일을 하는 줄은 알고 승낙한 것이냐?”

“네.”


일단 답한 간옹이 계속해서 말했다.

“8월 즈음하여, 현에서는 호구의 수, 새로 개간한 농경지의 면적, 전곡(錢穀)의 수입과 지출, 도적(盜賊)의 다소 등을 헤아려 군에 보고했는데, 이를 상계(上計)라 했으며, 그것을 담당하는 관리를 상계리(上計吏)라고 알고 있사옵니다.”


“잘 알고 있구나. 군에서는 속현에서 올라온 상계리의 보고를 받고 등급을 매겨, 가장 우수하면 ‘최(最)’라 하고, 가장 열등하면 ‘전(殿)’이라 하니, 이를 통칭하여 ‘전최(殿最)’라고 한다. 전최(殿最)하여 우수한 현의 관리들은 표창하고, 열등한 현의 관리들은 불러서 태만함을 나무라는데, 그들의 대답이 곤궁할 때는 현리를 처벌하기도 한단다.”


간옹이 열심히 경청하는 모습을 한 번 바라본 유우가 계속해서 말했다.

“각 군에서도 속현의 자료를 취합하여 일 년 동안의 군 전체 행정 상황을 조정에 상계(上計)하는데, 도성 낙양에는 각 군의 상계리(上計吏)가 머무는 관사가 즐비할 정도다.”


“잘 알겠사옵니다. 명부!”

태수나 현령과 같은 지방관의 연임이나 승진에는 상계리의 보고 내용이 크게 작용하였으므로, 대개의 현이나 군에서는 한 해의 상황을 부풀려 보고하기 일쑤였다. 그런고로 해마다 조금씩 부풀리니 종국에는 실제보다 대여섯 배도 넘게 과장되는 경우도 있었다.


보고를 받는 측에서 문제로 삼으면 곤란하므로, 상계리는 언변도 좋아야 했고 또 은근하게 상급 기관의 담당 관리에게 뒷돈을 건네는 기술도 있어야 했다. 따라서 현령이나 태수는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을 상계리에 임명하기 마련이었다.


아무튼 상계리에 임명된 간옹은 내일부터 출사하기로 하고 일단은 집으로 향했다.


-------


작가의말

감사,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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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사 +1 24.05.24 878 16 11쪽
8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3 24.05.23 902 18 11쪽
7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24.05.22 939 15 10쪽
6 보은 24.05.21 985 21 11쪽
5 성을 바꾼 개자식이 되다 +1 24.05.20 1,028 18 11쪽
4 국연 왕수 +1 24.05.19 1,061 17 10쪽
3 국의 +1 24.05.19 1,121 17 10쪽
2 공손찬 +1 24.05.19 1,221 22 10쪽
1 노식 문하 +7 24.05.19 1,416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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