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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난세의 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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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4.05.19 17:44
최근연재일 :
2024.07.02 18:0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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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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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3,335

작성
24.05.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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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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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11쪽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DUMMY

2


머지않아 저잣거리에 위치한 점포에 도착해 보니 정말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여느 점포 다섯 개를 합쳐놓은 크기로, 그곳에는 돗자리, 바구니, 짚신 등의 제품 외에도 철관(鐵官)에서 떼어 올 듯한 제품인 무쇠솥, 농기구, 무기류 등은 물론 여타 잡제품이 무척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런 모습을 간옹 일행이 살펴보고 있는데 유비는 주인과 인사하기 바빴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는 유비가 주인을 이끌고 일행 앞에 나타나 주인장을 소개했다.

“악하당(樂何當)이라는 분으로 유주 경내에서는 알아주는 대부호이시죠.”


유비로부터 ‘악하당’이라는 성명 석 자를 듣는 순간 간옹의 머리에는 공손찬 전에 실린 글귀가 떠올랐다.


[공손찬의 총애를 받아 공손찬, 유위대, 이이자와 함께 의형제를 맺었으며, 이들은 재산을 긁어모아 부가 막대했고, 서로의 자식들을 혼인시켜 사돈 관계를 맺었다. 자신들을 한나라의 개국공신인 역상, 관영과 같은 부류라 칭하면서 비유했다고 한다.]


“이쪽은 유주의 자랑이자, 천재인 경옹이라고 내 친구요.”

유비가 자랑스러운 어투로 자신을 소개하는 데도 간옹은 악하당을 요모조모 살피는 데 열심이었다. 나이는 대략 25세 전후에 미남이라기보다는 호남형에 속하는 자였다.


머리에 기억되는 내용이 있어서인지 호감이 가지 않는 데다가 가벼워 보이는 구석도 있었다.

“험, 험!”

무안할 정도로 뚫어지게 자신을 살피는 간옹에게 헛기침으로 그의 주의를 일깨운 악하당이 말했다.


“유주의 자랑을 넘어, 당대의 천재를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이올시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한데 연치를 보아하니 장가들 연대는 한참 지난 것 같은데?”


“허허, 잘 보았수다. 열다섯에 장가를 들었으나 채 삼 년도 살지 못하고, 사산한 아이를 낳고는 어미마저 세상을 떠난 후에는, 홀아비로 지내고 있습니다.”

“공연한 말을 한 모양입니다그려.”


“아, 아닙니다. 세월이 한참 흐르다 보니, 이제는 만성이 되어 괜찮습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눈가가 촉촉해지는 악하당을 간옹은 다시 보았다. 이어 그를 이용해 먹을 생각도 연이어 떠오르자 결심을 굳힌 간옹이 물었다.


“금년 스물하나 된 나의 매씨(妹氏:손위 누이)가 있는데, 인물도 인물이려니와 성품이 참으로 참합니다. 그러니 한 번 볼 요량이 있습니까?”

“험, 험! 다른 가문도 아닌 경씨 가문의 처자라면, 내가 넘보기에는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도매금으로 처분, 아, 아니......”

무의식중에 내심을 말하고는 당황해 얼버무리던 간옹이 빠르게 뒷말을 이었다.

“비록 처자로서는 과년(過年:혼인할 나이가 지난 여자)하나, 아버지로부터 글도 배워 제법 성명 석 자는 쓸 줄 압니다. 그러니 한 번 대면해보시죠?”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린(PR) 가운데 유비가 끼어들었다.

“나 살다 살다, 남이 서는 중매는 보았으나, 제 누이 중매 서는 놈은 처음 보는군.”

“하하하.......!”


유비의 농담에 일행 모두가 대소를 터트리는 가운데 뒤늦게 악하당이 화답했다.

“나야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죠.”


이렇게 일행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유비가 싣고 온 짐들은 모두 부려져 있었다. 이에 악하당은 유비가 부른 값을 어음으로 지급했다. 그러자 간옹이 악하당에게 물었다.

“차제에 우리와 함께 탁현으로 가는 게 어떻습니까?”


“음......”

잠시 생각하던 악하당이 답했다.

“지금은 정리할 것이 있어 곤란하고, 최소 보름 내에는 한 번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이렇게 되어 일행만 다시 탁현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 * *


그로부터 보름 후.

악하당이 유비 장비와 함께 경가장을 방문했다. 이에 간옹은 귀한 손님을 맞아 금값이나 마찬가지인 비싼 차를 대접하며 그와 마주 앉았다.

“늦어 죄송합니다.”


악하당의 인사에 간옹이 답했다.

“약속은 어기지 않았으나, 너무 튕기는 것 아닙니까? 재혼인 처지에.”

속내를 들키자 무안해 얼굴을 붉히는 악하당을 보며 간옹은 생각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 작자’라고.


이번에는 누이 쪽으로 시선을 돌린 간옹이 그녀에게 말했다.

“누이도 나를 고맙게 생각해야 해.”

누이가 눈으로 물었다. ‘왜?’라고. 경옹이 답했다.

“요즘 시대에 누가 신랑 재목 얼굴이라도 보고 시집갈 수 있겠어? 그러니 감사해야지.”


간옹의 말 그대로였다. 이 시대 여자의 신분은 한마디로 비천했다. 그래서 시집을 가는 중대사조차도 집안 어른이 결정하면 끝이었다.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당대 여인들의 숙명이었다.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누이를 악하당은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누이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던 간옹이 악하당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허허, 말씀대로 실로 뛰어난 미인이십니다.”

“마음에 드셨다는 말입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좋습니다. 차제에 날짜 잡죠. 동의하십니까?”

“네.”

“좋습니다. 누이는 잠깐 나 좀 봐.”


말을 끝나자마자 간옹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누이도 따라 밖으로 나왔다. 다짜고짜 간옹이 누이에게 물었다.

“누이는 달거리가 언제야?”

누이가 부끄러움으로 홍당무가 되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끝난 지 사흘 지났어.”

“알았어. 신랑 재목은 어때? 마음에 들어?”

다시 상기된 누이가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던 그녀가 동생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아버지께는 말씀 안 드려도 되겠어?”

“나를 호적에서 판다고 하는 분이야. 그러니 파문당하기 전에 누이나 좋은 혼처 찾아주고 쫓겨나려고.”

“설마?”


“어찌 되었든 유주에서는 세 손가락에 드는 부호니, 시집가거든 잘해.”

“그런 사람이 왜......?”

“상처했대. 딸린 아이는 없고.”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


“마음이 변한 건 아니지?”

“나는 첩실로 생각했는데, 아니라니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했다니 나야말로 다행이네. 자, 이젠 어머니 있는 곳으로 가봐.”


고개를 끄덕인 누이가 사라지자 다시 거실로 돌아온 간옹이 악하당에게 말했다.

“우리 집안의 처지가 별로 잘 살지 못하다 보니, 혼수는 전혀 해갈 수 없는데, 그래도 상관없죠?”


“물론입니다. 훌륭한 매씨에게 장가드는데,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아시다시피 우리 집안이 먹고살만 하니, 그런 것은 전혀 괘념치 마시기 바랍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오늘 하룻밤만 완현에서 머무십시오. 하면 오늘 준비해 당장 내일 데리고 갈 수 있도록 조처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누이에게 무슨 흠결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니, 오해 마시고요.”

“아, 네. 알겠습니다.”


곧 간옹부터 자리에서 일어나자 유비, 장비까지 줄줄이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다. 곧 세 사람을 보내고 내실에 드니 어머니와 누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화들짝 놀랐다. 이를 못 본 체하며 간옹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누이가 평소 입던 옷가지나 좀 챙겨주세요.”

“뭐? 당장 시집 보내는거냐?”

“네.”

“아버지가 아시면 노발대발하실 텐데?”


“아버지와 같이 고르다간 누이 처녀 귀신으로 늙어 죽습니다.”

“그렇다고 혼수 장만도 안 하고 보낸단 말이냐?”

“말씀 들으셨겠지만, 신랑 재목이 유주 경내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입니다. 그래서 좀 전에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만, 나로서는 후환이 두렵구나.”

“모든 일은 제가 책임집니다. 그러니 어머니는 제 말대로만 해주세요.”

“에고, 나는 모르겠다.”

어머니의 방기(放棄)에 간옹은 누이를 재촉해 옷가지를 챙기게 했다.


그렇게 되어 누이가 모든 옷가지를 챙기자 간옹은 왕수를 불러, 나귀를 끌고 오도록 했다. 그리하여 나귀 등에 옷 보퉁이를 실은 간옹은 누이마저 불러내 함께 출타했다. 그리고 유비의 상점에 머물고 있던 악하당을 찾아내 그에게 누이를 인계해 버렸다. 끝으로 경고해 마지않았다.


“만약 누이의 눈에서 눈물이 난다면, 매형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날 것이니, 그런 줄 아세요.”

“무슨 말인지 잘 알겠네. 내가 다짐하건대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걸세.”


“지금 당장 아버지의 마음을 돌릴 순 없지만, 먼 훗날에는 다 용서하시고 떳떳이 처갓집에 오실 날도 있을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무슨 말인지 알겠네. 처남!”

이렇게 두 사람은 처남 매부 사이가 되었다.


* * *


그날 이후 간옹은 왕수와 함께 사흘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장비의 넉넉한 집에 거처를 잡고 그동안 또 하나의 사업체를 벌여놓았다. 유비 상점의 이웃한 집을 매입해, 그곳에 전당포를 차리게 한 것이다.


그런 나흘째 날 오시 무렵이었다.

말을 사러 떠났던 소쌍 무리가 돌아왔다. 즉 준마 두 필을 끌고 유비 상점에 나타난 것이다. 이에 간옹은 즉시 왕수를 불러 지시했다. 금년 15세 된 바로 밑의 여동생을 데리고 오라고. 그리고 소쌍에게 말했다.


“현덕에게 듣기론 아직 혼처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장사한답시고 외지를 떠돌다가 보니, 아직은 홀몸이올시다.”

소쌍의 대답에 만족한 표정을 지은 간옹이 다시 말했다.

“내게 예쁜 여동생이 있는데, 만나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글쎄요?”

당황한 소쌍이 결정을 못 하자 간옹이 밀어붙였다.

“데리고 나오라고 했으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거야 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소쌍을 향해 간옹이 시비 걸듯 물었다.

“경가장에 장가드는 것이 마뜩치 않습니까?”

“그럴 리가요. 사대부 집안에 그것도 탁군에서는 알아주는 명문가에 장가드는 일이야말로 꿈에서라도 바라 마지않는 일이죠.”


“그렇다면 됐습니다. 그러나 하나 걸리는 것은 혼수 한 점 장만할 수 없다는 것이죠.”

“재물이야 남부럽지 않게 있으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동생을 보고 마음에 드시면, 오늘 당장 데리고 가십시오.”

“혼례도 치르지 않고요?”

“아버지 손에 맡겨 놓으면, 황하 물이 맑아지길 기다리는 것과 매한가지입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습니다만, 그래도 될지요?”

“그렇게 하십시오.”

강하게 밀어붙인 간옹이 누이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그로부터 2각 후 누이가 나타났다. 그동안 치장이라도 했는지 예상보다 늦은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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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감사,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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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출사 +1 24.05.24 877 16 11쪽
»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3 24.05.23 901 18 11쪽
7 누이 도매금 처분 작전 24.05.22 937 15 10쪽
6 보은 24.05.21 983 21 11쪽
5 성을 바꾼 개자식이 되다 +1 24.05.20 1,026 18 11쪽
4 국연 왕수 +1 24.05.19 1,060 17 10쪽
3 국의 +1 24.05.19 1,120 17 10쪽
2 공손찬 +1 24.05.19 1,220 22 10쪽
1 노식 문하 +7 24.05.19 1,413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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