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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묘지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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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캣
작품등록일 :
2021.12.19 03:33
최근연재일 :
2022.01.18 10: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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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
글자수 :
138,214

작성
22.01.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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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B-84(5)

DUMMY

얼핏 육중해 보이는, 거대한 괴물의 팔.

하지만 내겐 연기마냥 가볍다.


-쾅!


바닥을 내려쳐보니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기며 부서졌다.

중량감은 충분.

그러면서도 충격에 형체가 일순 흐트러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갑니다.“


툭.

그저 달리듯이 앞으로 한 발 내디뎠을 뿐인데.


"흡?!“


어느새 마틸다의 코앞에 도달해 있다.

그녀의 눈에 괴물 같은 거대한 손아귀가 비친다.


"하앗!“


-쿠과과광!


마틸다가 방어 자세를 취한 채로 저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흐흣.“


마틸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입고 있던 펑퍼짐한 로브가 조금 찢겨나갔을 뿐.

겉으로는 생채기 하나조차 보이지 않는다.


"저, 저럴 수가!“


다른 놈들을 완전히 제압하고 다가온 이안.

마틸다를 본 그가 몸을 벌벌 떨며 입을 열었다.


"저건... 저건 위험합니다. 대체, 아웃랜드의 악마가 어떻게!“


아웃랜드의 악마라고?

자세히 보자, 마틸다의 휜자위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냥 핏줄 터진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저건—큭!“


이안이 입을 열기가 무섭게.

커다란 철 뭉치가 날아와 그의 머리를 부쉈다.


"?!“


폭죽처럼 터져 사방으로 비산 하는 육편과 피와 뇌수.

비현실 적인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실로 눈 깜짝할 새였다.


"역시. 그 황금 방패는 당신만을 지키는 모양이네요.“


조금 전까지의 목소리와는 달리.

남자와, 여자와, 그리고 또 다른 남자와 여자......

마치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섞여 한 입에서 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스멀스멀.

그녀의 뒤에서 웬 검고 붉은 촉수가 자라나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나는 재빨리 영기 장막을 펼쳐 세진과 옐레나를 감쌌다.

그런 직후.


-푸슈슈슛,


갑자기 쭉 뻗어온 촉수 다발이 영기 장막을 때린다.


"흣. 이건 대체 뭘까요? 왜 공격이 들어가지 않지? 이상하다? 이상하네? 왤까요? 내가 어떻게 알아!“


의문이 생기자, 다중인격이라도 된 듯 중얼거리다 버럭하는 마틸다.

그녀의 표정은 초 단위로 계속해서 바뀌고 있었다.


"저건...... 아웃랜드 친구에게 들어본 적 있어. 아셰리스의 일곱 번째 악마.“

"아셰리스?“

"수많은 원혼이 모여 만들어낸 괴물. 너무 많은 인격이 섞여 있어서 표정이나 말투가 시시각각 바뀐다고 해. 숙주를 옮겨 다니며 숨어 지낸다고 들었는데.“


우리 대화를 들었을까.

갑자기 마틸다, 아니 악마가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며 웃었다.


"크케케히히흐학. 숨어? 누가 숨어 다녀? 나? 너? 너니? 누구야. 누가 숨었어! 젠장!“


아......

그저 듣기만 할 뿐인데도.

어쩐지 정신이 혼미해진다.


"...공략 방법 같은 건 말해주지 않던가요?“

“제사를 지내야 한대.”

"제사요?“

"응. 말이 제사지, 엑소시즘에 가까워. 빛의 신관을 불러 신성한 빛으로 퇴치하면 된다나?“

"빛의 신관이라.“


그거라면 마침 적당한 놈이 있는데.


-파샤샤샤샤샥!


그렇게 말을 하는 중에도,

마틸다가 쉴 새 없이 촉수로 장막을 찔러댄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라스를 불렀다.


"라스."

-네. 진현.


라스의 영혼이 깃든 열쇠.

그 열쇠는 본래 빛의 신의 힘이 깃든 아티팩트다.


그리고 라스가 스스로 만들어낸 오리지널 기술, 심판의 빛.

영기를 연소시켜 무지막지한 빛의 힘을 얻는 그 기술을, 마틸다에게 맞추기만 한다면.


"그 심판의 빛이란 거. 혹시 나도 쓸 수 있냐?“


그렇게 운을 떼자.

갑자기 오른손에 달린 괴물의 팔이 스르르 영기로 허물어졌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


허공에 둥둥 떠 있던 둥그런 황금색 방패 역시 스르르 분해된다.

그렇게 방패는 황금색 빛무리가 되어, 다시 오른팔이 있던 자리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오.“


이윽고 황금색 빛무리가 만들어낸 건, 내가 일전에 성공시킨 검의 팔의 외형.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척 보기에도 신성해보이는 황금색 불꽃을 뿜는다는 점?


"케에에에엑! 빛! 놈이 빛을 갖고 있어!“


실시간으로 열띤 반응을 보내는 악마들이었다.

마틸다라는 가죽을 뒤집어쓴 채.

내내 표정을 뒤바꾸던 그들의 얼굴이, 일순 경악에 찬 표정으로 고정되었다.


"어떡하지? 도망! 도망가야 한다! 그래! 도망가자! 이히히. 이번에도 빛은 우릴 못 잡을걸!“


하지만.

영기 폭발로 인해 내 신체 능력은 이미 엄청나게 상승한 상태.

촉수가 거둬지는 동시에 영기 장막을 깨고 튀어나온 나는.


"누구 맘대로?“


아직 발을 떼지도 않은 악마를 향해, 빛의 검을 휘둘렀다.


-쾅. 쾅. 콰아앙!


"크흐아아아악!!!“


악마화가 진행된 단단한 팔로 어떻게든 검을 막아보지만.

상극인 속성 때문인지, 치면 칠수록 균열이 생기는 게 눈에 보인다.

게다가 빛에 쬐이는 것만으로도 움직임이 확연히 둔해졌다.


'이길 수 있어!‘


[00:04:42]


영기 폭발의 남은 시간은 4분 남짓.

계속해서 거대한 빛의 검으로 두들겨 패자,

슬슬 팔에 생긴 균열이 번져 목 주변까지 다다랐다.

조금만 더 하면!


"안되겠어! 그분께 양보하자! 양보? 그래! 우리로는 이길 수 없어!"


'양보? 그분?'


마틸다의 입에서 그런 말의 나온 찰나의 순간 뒤.

어떤 요상한 기운이 마틸다의 몸에서 확 풍겼다.


"이 멍청하고 무능한 놈들! 나는 아직 회복중이라고 누누이 말했거늘. 이딴 놈 하나 처리하지 못해서...음?“


갑자기 남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마틸다가 내 검의 팔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오호. 용사가 나타난 것인가. 시기가 영 좋지 않다만... 이또한 운명이라면 운명이겠지.“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악마가 갑자기 중2병 같은 대사를 읊기 시작했다.


'놈이 본체인가.'


"그런 걸 일일이 들어주고 있을 시간은 없거든!“


-콰앙!


빛의 검을 형성한 뒤.

안그래도 짧은 영기 폭발의 타이머가 두 배 가까이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빛의 검이 워낙 많은 영기를 잡아먹기 때문이리라.


-쾅! 콰앙! 콰과과광!


쉴새 없이 팔을 휘둘러 내리치고, 베고, 두들긴다.

악마는 이리저리 피하려 노력하지만, 속도는 내 쪽이 더 빠르다!


"큭! 용사가 벌써 이만큼이나 성장했단 말이냐!? 그럴 리가 없다. 그렇다면 그 분께서 미리 경고를 주셨을 터!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거 진짜 말 많네!“


-콰앙!


반격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로 도망 다니면서도 계속해서 입을 나불거린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파삭.

악마의 온몸으로 번진 균열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

이후, 단 한 번의 칼질로 놈은 하체를 잃고 말았다.


"자, 잠깐!“


하체와 한쪽 팔을 잃고 바닥에 널부러진 악마가 외쳤다.


"협상을 하자! 네놈이 원하는 건 뭐든 주겠다!“

"협상이라.“


회복할 시간을 버는 건가 싶었지만.

놈의 환부에 달라붙은 빛의 힘이 계속해서 타들어 가는 중이다.

아마 이대로 몇 분 지나면 완전히 소멸하고 말겠지.


"그래서. 뭐가 있는데?“

"내 둥지에 평생 모아온 보물을 숨겨 놓았다. 그걸 내어줄 테니, 이 불부터 좀 꺼다오.“


보물이라.

하지만 아쉽게도 내게 이 불을 끌 방법 따윈 없다.

지금 당장 뜯어낼 수 있는 거라면......

아. 마침 좋은 게 있다.


"영혼. 네가 가진 영혼들을 넘겨."

-야! 너 제정신이니? 악마한테 홀린 사람들을 몸에 받아 들인다고?


잠자코 있던 시은이 앙칼진 목소리로 화를 냈다.


'걱정하지마. 다 방법이 있거든.‘


영혼이야, 봉인하면 그만이지.

어떤 이유에서인지 심장에 갇혀있던 라스와 시은.

그들이 풀려남과 동시에 알게 된 요령이었다.

그렇게 하면 일상에 간접받지 않으면서도, 영혼들에게서 영기만 쪽쪽 빨아서 쓸 수 있다.

일종의 보조 배터리같은 개념인 것이다.


'저 안에 있는 게 정상적인 놈들 같지도 않은데, 굳이 영물함에 보낼 필요가 없잖아?'


"자. 어때? 여기서 죽을래, 영혼들 다 뱉을래?“

"여, 영혼을......“


놈의 눈에 잠시 고민하는 듯한 빛이 서렸다.

하지만 내 타이머는 계속해서 흘러가는 중.

영기 폭발이 끝나고 나면 아마 나는 탈진해서 쓰러질 테고, 저 불꽃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기 전에 얼른 일을 진행시켜야 한다.


"3초준다. 3, 2, ......“

"주겠다!!!!!!!! 줄테니 목숨만은!“


어지간히 명줄에 집착하는 놈이다.

놈이 손가락을 들어올린다,

그 끝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보라색 연기.

놈이 지닌 영혼들이었다.


"진작 들을 것이지.“


나는 곧바로 놈이 건넨 영혼을 받아들였다.

팔을 타고 흘러온 영혼들을 천천히 심장 쪽으로 유도한다.

그리고 모든 작업이 끝나자.


[영기 스탯이 상승했습니다.]

[영기 스탯이 상승했습니다.]


단번에 영기 스탯이 두 단계나 뛰어 올랐다.

세상에. 대체 얼마나 많은 영혼들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후우. 그럼, 선물 고맙다.“

"어어? 살려준다며... 살려준다며! 끄아아악!“


-콰직.


딱 알맞게도 영기 폭발의 타이머가 끝나기 직전.

나는 황금색 거검을 휘둘러 바닥을 기던 놈을 완전히 부서트렸다.


띠링. 띠링. 띠링.


눈동자 위로 시스템 메시지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메시지 하나.


[대악마 '아셰리스'의 일곱 번째 충복을 쓰러트렸습니다. 아셰리스가 지금부터 당신을 의식합니다.]


"허어.“


그러니까.

내가.

대악마한테 찍혔다고?


작가의말

 (ง •̀ᴗ•́)ง (ง •̀ᴗ•́)ง (ง •̀ᴗ•́)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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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내 안에 무언가가 있다(1) 22.01.18 27 2 9쪽
» B-84(5) 22.01.17 33 2 10쪽
25 B-84(4) 22.01.15 38 2 10쪽
24 B-84(3) 22.01.14 42 1 11쪽
23 B-84(2) +2 22.01.13 37 2 12쪽
22 B-84(1) +2 22.01.12 45 2 12쪽
21 캐러밴(5) +3 22.01.11 60 4 12쪽
20 캐러밴(4) +6 22.01.10 57 7 12쪽
19 캐러밴(3) +2 22.01.08 64 6 12쪽
18 캐러밴(2) +2 22.01.07 72 13 11쪽
17 캐러밴(1) 22.01.06 69 13 13쪽
16 불타는 석양 아래(5) 22.01.05 77 11 11쪽
15 불타는 석양 아래(4) 22.01.04 83 12 12쪽
14 불타는 석양 아래(3) 22.01.03 82 6 12쪽
13 불타는 석양 아래(2) +3 22.01.01 115 9 11쪽
12 불타는 석양 아래(1) +3 21.12.31 116 9 12쪽
11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5) +2 21.12.30 111 12 12쪽
10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4) 21.12.29 112 12 11쪽
9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3) +2 21.12.28 120 12 12쪽
8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2) +2 21.12.27 130 9 12쪽
7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1) +2 21.12.25 169 9 13쪽
6 로스트 에덴(5) +2 21.12.24 188 12 13쪽
5 로스트 에덴(4) +2 21.12.23 187 8 13쪽
4 로스트 에덴(3) +2 21.12.22 223 16 13쪽
3 로스트 에덴(2) +5 21.12.21 310 57 13쪽
2 로스트 에덴(1) +5 21.12.20 446 68 12쪽
1 Prologue. +19 21.12.20 560 11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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