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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묘지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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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캣
작품등록일 :
2021.12.19 03:33
최근연재일 :
2022.01.18 10: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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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8,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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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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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B-84(3)

DUMMY

때는 거슬러 수일 전.

숙소에서 남는 시간에 마법 가방의 물자를 점검하던 중.

안에서 쪽지가 끼워진 무전기 하나를 발견했다.


[아웃랜드 최고의 정보 집단, 사막매 용병단을 호출할 수 있는 무전기입니다. 암살과 정보 수집 등에 능한 자들이니, 유용하게 쓰시길 바랍니다. ps. 대금은 이미 치러 두었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설마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나는 마일스톤에게 감사하며 곧바로 사막매 용병단에 연락을 취했다.


'오늘 중으로 침투해서 접선할 거라곤 했지만.'


접선자가 누구인지, 어디서 만나는지, 심지어 그 흔한 암구호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암스트롱 중위입니다."


등에는 거검을 매고, 사령부 특유의 황색 군복을 입은 암스트롱.

그와 인사를 마친 우리는 곧바로 임무에 착수했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게 전부 마더 마틸다와 관련된 자료라는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하. 이만큼이나 조사했는데 안 나온 걸, 우리가 무슨 수로 찾아?"


옐레나가 비꼬는 투로 얘기했다.

사실 나도 비슷한 감상이었다.

라파엘을 따라 들어간 조사실에는 바닥에서부터 눈높이에 닿을만큼 쌓인 종이탑이 수십 개나 세워져 있었으니까.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예?"


팔짱을 끼고 이를 바라보던 암스트롱 중위가 입을 열었다.


"저희 사령부에도 따로 수집한 정보가 많거든요. 물론 상당 부분 겹치긴 하겠습니다만."


그러자 관자놀이를 짚고 있던 옐레나가 마침내 폭발했다.


"아니, 지금 장난하자는 거에요? 서로 정보 취합도 안해놓고 이렇게 던지듯이 일을 맡겨놓으면--"

"옐레나. 진정해요."


쥐 잡을 듯이 따지는 옐레나를 간신히 떨어뜨려 놓은 뒤.

나는 일단 종이탑 근처로 가서 대충 아무 자료나 집어 들었다.


[마더 마틸다의 86번 베이스에서의 행적]

[로스트 에덴 초기. 베이스에서 금세 두각을 나타낸 마틸다는 곧바로 자신만의 파티를 형성. 온갖 임무에 참여하며 가파른 성장을 도모했다. 그녀가 성공시킨 임무는 다음과 같다.--]


[마더 마틸다와 함께한 로스트 에덴 최초의 15인]

[플레이어들이 맨 처음 로스트 에덴의 땅을 밟았을 때. 그들은 겨우 15명에 불과했다. 때로 마더 마틸다와 협력하기도, 반복하기도 했던 그들은--]


이외에도 여러 자료집을 훑어봤지만, 당장 마더 마틸다의 실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료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 있는 자료들은 거의 마더 마틸다와 로스트 에덴의 연대기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뭐 위인전이라도 하나 내려는 겁니까? 왜 이렇게 쓸 데 없는 자료가 많죠?"

"하하하.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로스트 에덴에는 기본적으로 사법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크흠. 저희 사령부에서도 나름대로 치안에 신경을 쓰고 있긴 합니다만...... 지구에서처럼 공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맞습니다. 고작해야 사령부와 헌터 길드 양쪽에서 거부당하거나 제재를 받는게 고작입니다. 이렇듯 억제력이 부족하니, 작은 원한으로 서로를 죽이거나 하는 일도 빈번하죠."

"마틸다가 사적인 원한으로 봉변을 당했을 확률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취지에서 스펙트럼을 넓게 잡았을 뿐입니다. 사실 그럴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아니. 마더 테레사 같은 분이셨다면서요?"


미간을 한껏 찌푸린 옐레나가 참다 못한 듯 앞에 나섰다.


"한때 무법지대였던 84번 베이스에서 많은 무뢰한들을 쫓아냈습니다. 원한 관계가 없을리가 없지요."

"그럼 원한 관계나 용의자 리스트 정도만 간단하게 추려서 정리해도 되는 걸. 왜 이렇게 쌓아두기만 하는 거죠?"

"마더 마틸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런 겁니다."

"돌아가시겠네. 댁들 무슨 광신도에요? 우리가 받은 의뢰는 마틸다를 찾는 거예요. 포교활동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옐레나가 투덜거렸지만, 전적으로 맞는 말이었다.

우리가 로스트 에덴에 넘어와서 한 것이라고는 그저 괴물들 때려잡는 게 전부였다.

그런 뉴비들에게 이런 전문적인 조사 따위를 시키는데, 도움은 안 될 망정 시간이나 잡아먹게 하고 있으니.


"이대로는 의뢰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저희대로 어떻게든 해볼테니, 자료 좀 간단하게 정리해주세요."


내가 모르는 로스트 에덴의 이야기들을 접할 기회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당장 이런 곳에서 허비할 시간 따위는 없다.


곧바로 건물을 빠져나온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방 문을 열었는데.


"음?"

"히, 히익......"


웬 남녀 한 쌍이 그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 * *



"하아. 그러니까 그 쪽이?"

"예. 사막매입니다. 하하하. 이거 참, 부하들 말로는 저녘 이전엔 절대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고 들었습니다만."


아까부터 편두통을 호소하던 옐레나는 이제 양쪽 관자놀이를 동시에 짚고 있다.

세진 역시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만 쳐다 본다.


물론 그 산더미같은 자료들을 계속 뒤적거리고 있었다면 그렇게 됐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의 방에서......"

"크흠. 아무튼 이번 건은 저희 사막매들의 빼어난 일처리 솜씨로 만회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노란색 장발에 수염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호리호리한 남자는 이안.

검은 머리를 단발로 짧게 쳐낸 날카로운 인상의 여자는 에이미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일단 임무 목표부터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84번 베이스 내에 숨어있는 '스콜피온'이라는 집단에 대한 조사. 그리고 여러분들의 호위. 맞습니까?

"예. 그런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다녀도 되는 겁니까?"

"어차피 일은 부하들이 다 합니다. 저희는 플레이어인 '척'을 하면서 교란하는 동시에 최후 방어선 역할이지요. 추가로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이 자리에서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사막매 용병단은 전원이 원주민들로 구성된 집단.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거의 알려져있지 않으며, 혹여 안다고 해도 플레이어들의 의뢰는 일절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저희가 맡은 이 의뢰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는 거죠. 마일스톤 상단주의 약점이라도 잡으신 겁니까?"

"약점이라니, 자꾸 선을 넘으시네요."


옐레나가 쏘아붙이자 이안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헤실헤실 웃을 뿐이었다.


"어쨌든. 저 개인적으로는 플레이어 님들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앞으로 잘 해보죠."


이안과 에이미는 우리와 함께 일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를 더 나눈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십여 분 뒤.


쿵! 쿵! 아앙!


......옆방이었군.

무심코 세진을 보자 그녀의 머리가 거의 땅에 닿을만큼 내려가 있었다.


"하아. 무슨 원숭이 새끼들도 아니고. 나는 공방에 좀 들렀다 올게."


옐레나가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일어섰다.

공방이라면, 건틀렛을 만들기 위해 대여했다던 그 공방인가.

어쩐지 나도 가보고 싶어졌다.


"혹시 따라가도 괜찮습니까?"

"어머. 진현씨가 이제서야 나한테 관심이 좀 생겼나 보네?"

"뭐... 그렇다고 치죠."

"빈말도 할 줄 모르고. 하여간 귀염성이 없다니깐. 따라오든 말든 맘대로 해."

"저, 저도 갈래요."

"넌 안 돼."

"왜요!"

"좀 더 귀엽게 굴면 생각해 보고."

"......"


옐레나의 대답에 세진이 입을 앙 다물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어지간히 지기 싫은 모양이었다.


"그럴 줄 알았어. 내가 괜히 널 어린애라고 부르겠니?"


후훗. 즐겁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옐레나가 웃으며 문고리를 잡았다.

쿵. 쿵. 조용해지자 금세 방을 채우는 달뜬 신음소리와 벽이 부딪히는 소리.

그러자.


"어...언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세진이 외치듯이 옐레나를 부른다.


"응~ 왜?"


옐레나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 * *



"큭큭큭. 진현씨, 들었어? 세상에. 저 애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올 줄이야."


옐레나는 뭐가 그리 좋은지, 거의 세 걸음마다 한번씩 웃으며 그 이야길 꺼냈다.

그리고 세진은.


"후윽. 흑. 흐윽-"


어깨를 쉴 새 없이 들썩거리며 흐느끼고 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저 어깨를 토닥여주는 정도 뿐.


"자꾸 그렇게 받아주니까 애가 응석받이가 되지."


옐레나의 말이 맞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녀를 이대로 계속 뒀다간 파티에 악영향만 미칠 것 같다.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여기야."


우리가 도착한 곳은 작은 건물. 숙소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생각보다 뭐가 많지는 않네요?"


86번 베이스에서도 그랬다.

그녀의 공방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발명품만이 가득했을 뿐.

정작 화덕이니, 모루니, 하다못해 망치같은 것조차 보이지 않았으니까.


"여긴 게임 세계야. 그러니까 웬만한 공정은 그냥 스킬 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어."


시선을 허공에 둔 그녀가 휘휘 손을 움직이자, 작업대 위에 몇 가지 재료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건 뭐죠?“


세진이 작업대에서 뭔가를 쓱 들어 올렸다.


"어? 편지?“


눈을 동그랗게 뜬 옐레나 역시 모르는 눈치.

봉랍을 뜯자 안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의뢰를 중지하고 84번 베이스를 떠나시오. 지금 당장.]


옐레나가 편지지를 달랑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신사적이네. 다짜고짜 죽이려고 달려들 줄 알았는데.“

"호위가 붙은 걸 확인했을 수도 있고요.“

"아까 그 이안이랑 에이미라는 애들. 신뢰할 수 있는 거 맞니?“

"혹시 아웃랜드 사람들하고 그들에 대해 들은건 없었나요?“

"응. 단 한 번도. 아마 입 밖에 내는 걸 금지하고 있다거나?"


비교적 교류가 많았던 옐레나 역시 그들의 사정에 대해 빠삭하진 않은 듯했다.


"그래서. 어떡할 거야?“


지금이라도 손을 떼면 살려주겠다는 뉘앙스긴 한데.

정말로 살려둘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편지라도 남긴 걸 보면 그다지 충돌을 원치 않는 것 같기도 하고.

단순히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걸까?


'냄새가 나.‘


뭔가가 계속 뇌를 간질이는 느낌이 든다.

통찰도 로직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종류의 직감.

살면서 단 한 번.

이런 감각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쾅쾅쾅!


"젠장! 이봐! 이봐!!!!“


어디서 들어본 듯한 경박한 목소리...... 이안!


덜컥 문을 열어젖히자, 피투성이가 된 이안이 문밖에 서 있었다.


"이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사, 사막매가 전부 죽었어.“

"예?"

"이럴 시간 없어! 빨리 이, 이 미친 곳을 벗어나야 해! 나와요! 얼른!“


영문도 모르고 끌려 나온 우리는 그를 따라서 뛰기 시작했다.


"습격당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놈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사막매들을 겨우 반나절 만에 색출해서......“

"그놈들이 대체 누구죠? 스콜피온?“

"아닙니다!“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질주하던 이안의 입에서 나온 이름.

나는 그 이름을 듣자마자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ง •̀ᴗ•́)ง(ง •̀ᴗ•́)ง(ง •̀ᴗ•́)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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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불타는 석양 아래(1) +3 21.12.31 116 9 12쪽
11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5) +2 21.12.30 111 12 12쪽
10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4) 21.12.29 112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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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1) +2 21.12.25 16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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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로스트 에덴(4) +2 21.12.23 187 8 13쪽
4 로스트 에덴(3) +2 21.12.22 223 16 13쪽
3 로스트 에덴(2) +5 21.12.21 310 57 13쪽
2 로스트 에덴(1) +5 21.12.20 446 68 12쪽
1 Prologue. +19 21.12.20 560 11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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