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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묘지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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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캣
작품등록일 :
2021.12.19 03:33
최근연재일 :
2022.01.18 10: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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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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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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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캐러밴(5)

DUMMY

홉 고블린에게서 캐러밴을 구한 날 이후.


진현과 세진은 여전히 지옥같은 하루 일과를 계속 이어나갔다.

동틀녘에 일어나 대충 식사를 하고.

곧장 바이크에 올라타 적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미친듯이 사냥을 하다가도, 날씨가 쌀쌀해지는 밤에는 얼른 돌아왔다.

그런 루틴을 이어가며 달력을 두 번이나 넘겼을 때즈음.


"저기 베이스가 보입니다!"


캐러밴은 원래 베이스 근처로 다니지 않는다.

아웃랜드보다 더욱 위험하고 강력한 괴물들.

그리고 그런 괴물들보다 잔인하고 비열한 플레이어들. 혹은 레이더들.

그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일스톤은 원래 베이스에서 한나절 이상 떨어진 거리에 플레이어들을 떨궈둘 생각이었으나.....


"저희가 어떻게 은인을 황야에 버려두고 가겠습니까. 베이스까지 마중하겠습니다."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저희가 내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호의입니다. 부디 그러게 해 주시지요."

"맞습니다! 배웅하게 해주십쇼."

"우리가 어떤 사입니까! 진현님하고 형수님은 이제 저희 가족이나 마찬가집니다!"

"예끼! 아직 아니래잖아!"


껄껄껄.

거친 사막의 남자들이 호탕하게 한바탕 웃어제꼈다.

진현의 입꼬리도 함께 쓱 올라갔다.


'정이 많이 들긴 했지.'


가는 길에 챙겨 먹으라고 내준게 바이크보다 많아서 고민하던 차.


"이건 저희들이 드리는 선물입니다."


마일스톤이 두둠한 지갑처럼 생긴 물건을 건넸다.


"이건...지갑입니까?"


진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마일스톤이 껄껄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마법 가방입니다. 물건에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수납하죠. 플레이어 분들이 지닌 인벤토리보다야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부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리가요.

진현은 기쁘게 웃으며 마일스톤과 진한 악수를 나눴다.


캐러밴 사람들이 내어준 물건들을 마법 가방에 모두 옮겨 담고, 이제 정말로 떠날 시간이 되었다.


바로 그때.


"와. 어떻게 날 까맣게 잊고 있을 수가 있지?"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가 난 쪽을 향했다.

아차차.

진현이 이마를 탁. 치는 동안, 잔뜩 화가 난 옐레나가 진현 일행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정했어?"

"예. 그런데 옐레나가 원하던 대답은 아닐 겁니다."

"뭐라고?"

"저희들, 막 80레벨 넘었거든요."

진현의 대답에 옐레나가 벙찐 표정이 되어 바라보았다.

그녀가 이마를 쓸며 연신 허, 허 하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상당히 충격인 모양이었다.


"하... 어이가 없네. 그래서 계속 안 보이던 거였어? 나랑 가는 게 그렇게나 맘에 안 들었니? 얼마나 싫었으면 어떻게 두 달 만에 80레벨씩이나......"

"아뇨. 옐레나 씨는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그래? 근데 왜 그런 거야?"

"좀 대등한 입장에서 함께 하고 싶거든요."

"뭐?"

"제가 옐레나씨 밑으로 들어가 버리면,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하는 일들을 못 할 공산이 너무 크잖습니까."

"아니, 노예 계약이라던가 그런 건 농담이었--"

"압니다. 어쨌든 84번 베이스 안에서는, 동업자 같은 관계로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영기에 관한 연구에는 얼마든지 협조할 테니까요."


그렇게 말한 진현이 옐레나를 향해 왼손을 쓱 내밀었다.


"어머. 내가 언제 연구 해준댔니? 그리고. 나보고 지금 이걸 잡으라고? 하. 자존심은 죄다 긁어놓고 이제와서 하는 짓 좀 봐. 뻔뻔하기 짝이 없네, 아주."

"한씨 아저씨가 추천할 정도면, 단순히 실력만 좋은 사람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그렇죠?"

"흥. 아저씨 얼굴 봐서 잡는 거야. 그러고 보니 아저씨는......"

"......"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기억을 떠올리자, 진현과 세진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기색을 읽은 옐레나가 입으로 손을 가리며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내비쳤다.


"아. 그렇구나. 응...예상은 했지만. 미안하게 됐네."

"...아닙니다. 반드시 찾으러 갈 거니까요."

"찾으러 간다니?"


옐레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한 듯이 물었다.


'하긴. 옐레나는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니까.'


어차피 앞으로 협력하려면 이래저래 알려둬야 할 게 많을 것이다.

그러니까 말해줘도 상관없겠지.


"캐러밴 사람들 다 세워놓고 할 얘긴 아닌 것 같습니다. 좀 길거든요."

"그렇네. 그건 들어가서 들을게."


진현은 그렇게 말하곤 상단의 사람들을 향해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럼 일단 가보겠습니다. 캐러밴 여러분들도 건강하시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뵙도록 할게요."

"언제든 환영하겠습니다. 진현과 세진은 저희들의 은인이자 친우니까요."


하나하나 번갈아 가며 뜨거운 포옹을 마친 뒤.

진현 일행은 바이크 두 대에 나뉘어 타 84번 베이스를 향했다.

원래는 세진이 진현의 뒷자리에 타려고 했지만,


"나 바이크 운전 못 한단 말이야!"


라면서 옐레나가 자신이 진현의 뒤에 타겠다고 기를 쓰며 버텼다.

그러다 결국 세진의 뒤에 옐레나가 타고, 진현이 따로 한 대를 타는 식의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당신 때문이에요."

"욕심부리면 그렇게 되는 거란다~"

"오빠! 저 운전 안 할래요!"

"어머. 그럼 나랑 진현씨가 같이 타고 세진씨는 걸어서 오면 되겠네?"

"아 진짜!"


......

진현은 여자들 싸움에 끼어드는 게 아니라던 직장 상사의 말을 떠올렸다.


'그럴 땐 그럼 어떻게 하죠?'

'그냥 가만히 있어. 누구 편을 들어서도 안되고. 아무튼, 절대로 반응하면 안 돼. 알았냐?'


유일하게 믿고 따르던 직장 선배의 말씀을 따라.

진현은 말없이 묵묵히 바이크에 올라탔다.

하지만 어쩐지.

저멀리 보이는 84번 베이스가,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다.



* * *



84번 베이스는 86번의 1/5도 채 안되는 소규모 베이스였다.


베이스 사령부로 끌려간 이진현 일행은 간단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아~ 살 것 같다! 이게 얼마만의 푹신한 침대람!"


작은 숙소를 얻어 잠시 방을 함께 쓰기로 했다.

생각보다 숙소 값이 만만치 않아 공적치를 아끼자며 세진이 강력하게 주장한 탓이다.


'어차피 방이야 정말로 잠만 자는 곳이고.'


화장실이나 목욕장, 식당 같은 부대시설은 다른 곳에 따로 구비되어 있으니까.

함께 지내더라도 딱히 상관없지 않을까?


진현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다 큰 남녀끼리 선만 지키면 그만이지. 라고.


"그래서. 아까 캐러밴에서 하려던 말이 뭐니?"


옐레나가 먼저 화두를 던졌다.


"아. 그게요."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까.'


턱을 긁으며 잠깐 고민하던 진현이 이내 입을 열었다.

.

.

.

"......해서. 저희들의 목표는 일단, 한씨 아저씨와 세준이 형의 유품을 찾는 겁니다."

"정말 그런게 가능하다고? 영혼을 몸에 담아? 아니, 애초에 이 세상에 영혼이란 게 있다고? 정말로?"


옐레나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얼굴을 들이댔다.

그녀가 입은 멜빵 바지의 틈 사이로 자꾸만 골짜기 같은게 보이는 바람에, 진현은 애써 시선을 돌려야만 했다.


"네. 이상합니까?"

"이상하다기 보단... 굉장하네. 그러니까 너는 일종의 무당 같은 거고?"

"무당이라니..."

"나중엔 걸어다니는 공동 묘지라고 불러도 되겠는걸? 안에 영혼이 한둘이 아닐거 아냐. 흐흥."


'걸어다니는 공동 묘지라.'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의지할 영물이나 유품만 있으면, 영혼들이 그 안에다 따로 자신만의 방을 만들 수도 있다고 시은이 그랬으니까.


"근데 옐레나는 어쩌다 캐러밴까지 흘러간겁니까?"


옐레나 같은 비전투원이.

과연 어떻게 괴물 벌레들의 대군을 뚫고, 아웃랜드까지 살아서 넘어갔을까.

여태 바빠서 말을 꺼내지 못했지만, 줄곧 궁금하던 차였다.

그리고 옐레나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나? 나는 원래 캐러밴이랑 친했는데?"

"예?"


옐레나의 설명은 이랬다.


언젠가 무전기를 만지면서 놀고 있는데, 아웃랜드에서 송출되는 미확인 주파수를 캐치했단다.

그게 알고 보니 캐러밴이나 아웃랜드의 마을들끼리 연락을 주고받는 전파였고.

거기에다 대고 수다를 떨다, 아웃랜드의 몇몇 사람들과 친해졌다.


그러다가 미리 이상 징후를 포착한 캐러밴에서 얼른 도망치라며 얘기해 줬다는 것.


"그래서 얼른 차를 타고 뛰쳐나왔다는 말씀."

"언니 바이크는 못 탄다면서요?"

"어머. 사륜차랑 바이크랑 같니?"


세진과 옐레나의 눈에서 또다시 전류가 튀려 하자, 진현이 재빨리 끼어들어 주제를 돌렸다.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 이 베이스에 정착하실 겁니까?"

"그럴까 했는데... 84번 베이스는 너무 작은 것 같아. 사실 86번에 남은 거도 규모가 큰 편이라 남은 거거든.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축 늘어진 엘레나는 진심으로 실망한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몸을 팍 일으키며 물었다.


"아. 그럼 우리 파티할래?"

"예? 무슨 파티요?"


웬 파티?

무사 생환 축하, 뭐 이런 자축회라도 열자는 건가?

진현과 세진이 멀뚱멀뚱 바라보자 엘레나가 말을 이었다.


"아. 사실 나, 전투원이거든. 레벨도 86이야."

"예? 그런 말씀은 없으셨잖습니까."

"물어보기는 했니? 너희가 멋대로 대장장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지."

"하아......"


진현이 관자놀이를 짚으며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물어본 적은 없지만.'


그렇게 무기점을 열어놓고 활동하면, 누가 봐도 나 대장장이요. 하는 꼴이지 않나.


"한씨 아저씨가 제대로 얘길 안했나 보네. 아무튼, 나도 전투에 참여하게 해줘."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영기에 대해 연구만 해주셔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데요."

"나도 보호만 받을 생각은 없거든. 네가 말했잖니? 대등한 입장에서 함께하고 싶다고."


'어떻게 할까.'


옐레나의 전투원으로서의 자질과는 별개로, 전투에 참여하는 숫자는 많을수록 좋다.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서 아직 확답할 순 없지만......


"그럼 얼마간 함께 다니는 걸로 하시죠. 전투 시에 합이라던가, 봐야할 게 많으니까요."

"어머. 이래 봬도 내가 나름 선배인데, 못하는 말이 없네?"


그리 말하면서도, 옐레나는 웃으며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그려보였다.


"그럼 오늘은 쉬고. 내일 나가서 부족한 장비나 물자를 보충하도록 하죠. 준비가 되는 즉시 임무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아 맞아. 마력석에 영기 넣는 건 좀 어때?"


86번 베이스 시절부터 짬짬이 연습하던 마력석 물들이기.

이제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90퍼센트 정도를 진행할 수 있게 된 참이다.


진현은 가방에서 빈 마력석을 꺼내어 영기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영기가 거의 가득 찼을 때쯤.

파삭.

마력석이 영기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다.


"벽 하나만 깨면 될 것 같은데. 영 쉽지 않네요."

"아냐. 일단 지금은 이 정도면 되겠는데?"


옐레나가 부서진 마력석의 일부를 주워 눈앞에서 흔들며 말했다.


"이건 이거 나름대로 쓸 곳이 떠올랐거든."


흐흥. 옐레나가 콧바람을 불며 멜빵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뭘 하려는 거지?'


영문을 모르는 진현은, 엉덩이를 좌우로 살랑이며 방문을 나서는 옐레나의 뒷모습만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작가의말

(ง •̀ᴗ•́)ง(ง •̀ᴗ•́)ง(ง •̀ᴗ•́)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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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내 안에 무언가가 있다(1) 22.01.18 27 2 9쪽
26 B-84(5) 22.01.17 31 2 10쪽
25 B-84(4) 22.01.15 38 2 10쪽
24 B-84(3) 22.01.14 40 1 11쪽
23 B-84(2) +2 22.01.13 37 2 12쪽
22 B-84(1) +2 22.01.12 45 2 12쪽
» 캐러밴(5) +3 22.01.11 60 4 12쪽
20 캐러밴(4) +6 22.01.10 57 7 12쪽
19 캐러밴(3) +2 22.01.08 64 6 12쪽
18 캐러밴(2) +2 22.01.07 72 13 11쪽
17 캐러밴(1) 22.01.06 69 13 13쪽
16 불타는 석양 아래(5) 22.01.05 77 11 11쪽
15 불타는 석양 아래(4) 22.01.04 83 12 12쪽
14 불타는 석양 아래(3) 22.01.03 81 6 12쪽
13 불타는 석양 아래(2) +3 22.01.01 115 9 11쪽
12 불타는 석양 아래(1) +3 21.12.31 116 9 12쪽
11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5) +2 21.12.30 111 12 12쪽
10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4) 21.12.29 112 12 11쪽
9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3) +2 21.12.28 119 12 12쪽
8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2) +2 21.12.27 130 9 12쪽
7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1) +2 21.12.25 169 9 13쪽
6 로스트 에덴(5) +2 21.12.24 188 12 13쪽
5 로스트 에덴(4) +2 21.12.23 187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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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스트 에덴(1) +5 21.12.20 446 6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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