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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묘지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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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캣
작품등록일 :
2021.12.19 03:33
최근연재일 :
2022.0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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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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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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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B-84(2)

DUMMY

라파엘 튀랑.

그는 헌터 길드의 84번 베이스 지부장이었다.

멋드러지게 기른 수염을 살살 만지는게 어쩐지 아드리안을 떠올리게 했다.


"자. 한 잔씩 드시죠. 이쪽이 우유, 이쪽이 설탕입니다."


자신의 집무실로 우릴 이끈 그는 천천히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사령부와 길드의 사이가 안좋았던 건 아닙니다. 다만... 그럴 만한 계기가 있었죠."

"계기 말입니까?"

"예."


라파엘은 고개를 들어 가만히 허공을 응시했다.

다시 내렸을 땐 어쩐지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사실...... 저희 54번 베이스에는 정신적 지주라고 부를 만한 분이 계셨습니다."

"정신적 지주요?"

"예. 마더 마틸다라는 분이시죠."

"들어본 적 있어. 사실상 54번 베이스의 지배자라고 들었는데?"


옐레나가 말하자마자 라파엘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

순한 동네 아저씨같던 인상이 대번에 날카로운 집사와 같은 눈빛이 되었다.


"지배자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그분은 언제나 남을 위해 사셨습니다. 자신의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고, 모조리 남을 위해 베풀며 헌신하셨죠. 그 옛날 2차 대전에서 빈민과 환자들을 돌보신 마더 테레사에 비할만한 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듣다보니 너무 올려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세간에 알려진 마더 테레사처럼, 그런 사람이 아예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저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는가 하면.


'절대로 안 믿지.'


성선설이니 성악설 따위를 말하는게 아니다.

당장 인도의 성자라던가, 빈자의 성녀라고 불리우던 간디나 테레사 역시 어두운 일면을 가지고 있었다.


"그분이 오시기 전까지. 54번 베이스는 무법자들이 곳곳에 난무하는 무법지대였다고 합니다. 바깥에 있는 레이더나 안에 있는 플레이어나 거의 분간이 안 될 정도로요."

"그럼 그 마틸다라는 분이 직접 교통 정리를 하신 겁니까?"

"그렇죠. 그분께선 자신의 추종자들을 이끌고 베이스 내부의 불순분자를 모두 제거하셨습니다. 저역시, 앞장서서 무뢰배들을 무찌르는 그 당당한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었죠."

"그럼. 그 분이 사라졌기 때문에 지금 54번 베이스에서 다시 교통 정리가 안되고 있다, 이 말씀이십니까?"

"부끄럽지만... 예. 그렇습니다. 사령부와 길드를 비롯한 54번 베이스의 모두가 그분의 말씀을 따랐으니까요."


그렇게 된 거였나.

86번 베이스에서도 없던 아이템의 분배권 문제로 떠들썩하고, 길드와 사령부가 반목하고.

이런 불화들이 모두 마틸다라는 사람 하나가 없어져서 생겼다니.

어지간히 대단한 사람이긴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저희를 따로 부르신 이유가 뭡니까? 선교활동 같은 건 아닐테고요."

"......84번 베이스는 다른 베이스들보다 작고, 경쟁이 거의 없는 평등한 사회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일종의 공산주의네요."

"뭐... 그렇죠. 모두가 할당받은 만큼의 일을 하고, 그 보상을 공평하게 나눴으니까요."

"그니까 그 파이를 나눠주는게 마더 마틸다라는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이 사라져서 문제가 생겼다. 라는 건 잘 알겠습니다만. 그저 한탄이나 하려고 저희를 부른건 아닐텐데요."

"예. 저는 여러분께서 마더 마틸다의 행적을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그렇지.

나름 속내가 있으리라 짐작은 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그런 중요한 일을, 왜 우리에게 맡기는 걸까?


"저희는 사람 찾기 같은 걸 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알아보시는게......"

"저희 베이스는 외부인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방문이 거의 없지요."

"사람이 많아질수록 파이의 크기가 작아지니까요?"

"그렇습니다. 때문에 85번 베이스의 사람들은 곧바로 83번 베이스로 향하는 실정이지요. 하지만 이 일은 부득이하게 외부인에게만 맡길 수 있는 상황입니다."

"어째서죠?"

"저도 일단 길드에 속해있긴 합니다만, 상당히 중립에 가까운 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베이스의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죠. 지금도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는 상황에. 어느 한 쪽에 일을 맡기고, 만약...... 입에 담기도 힘든,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온 베이스가 혼돈에 빠지겠네요."


구심점의 상실로 인한 길드와 사령부의 반목.

그 것뿐이라면 그나마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게다가 아직도 옛 무법지대를 꿈꾸는 이들이 숨어 살고 있습니다. 저들끼리는 스콜피온이라고 부르지요. 저는 그들이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길드, 사령부, 스콜피온. 이렇게 삼파전이란 소리네요."

"예. 놈들은 베이스 내부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 아래에 있는 사람들 조차 믿을 수 없습니다. 대체 누가 스콜피온의 밀정인지, 저로선 감별해낼 자신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라파엘이 갑자기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보상은 섭섭지 않게 드리겠습니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마틸다님을 찾아주십시오."


중간즈음부터 말에 울먹임이 섞이더니, 기어이 테이블에 눈물이 뚝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와줄까? 하는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어쩐지 깊이 관여되어선 안될 듯한 냄새가 난다.


"진현씨가 알아서 정해. 파티장이잖아?"


일행을 향해 돌아보자 팔짱을 낀 옐레나가 쓱 어깨를 들어올렸다.

알아서 하세요, 라는 건가.

......혹시 아직도 삐져있나?


어쨌든.

수락한들 앞으로 얼마나 걸릴 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각고의 노력 끝에 80레벨 선에 도달하긴 했지만.

이는 여전히 84번 베이스 이내에선 중하위권 정도의 레벨이다.


스콜피온이라는 놈들이 어느정도 실력을 지녔을지 모르긴 몰라도,


'결코 우리보다 약하지는 않겠지.'


놈들과 반목하면서까지 임무를 받아들일 메리트가 있는가.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아무래도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에 저희는 베이스 내에서도 약자에 속하는 편입니다. 한계가 너무 뚜렷해요."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고 준비해둔 게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안에는 검은색 나비모양 브로치가 들어 있었다.


"이건......?"

"마더 마틸다께서 제게 맡긴 물품입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다음으로 베이스를 이끌어갈 인물에게 주라고 하셨지요."


받아들자 아이템의 정보창이 떴다.


[거미 부인의 애장품 머리핀]

[등급 : 전설]

[뒷골목 정부들의 대모였던 거미 부인이 애지중지하던 악세사리입니다. 악마를 받아들인 그녀의 힘 일부가 머리핀에 흘러들어 아티팩트로 변질되었습니다.]

[뒤에서 적을 공격할 경우 피해량이 대폭 증가합니다.]


"...꽤나 진심이시네요. 차라리 이걸로 상위 베이스에서 랭커라도 한 명 구해오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랭커들은 거의 전부 길드 아니면 사령부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을거라는 보장이 없지요. 물론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활동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그분들과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입니다."


허.

어쩐지 구린 냄새가 나서 거절하고 싶지만......

그림자를 타고 적의 뒤를 잡는 세진에게 너무나도 좋은 아티팩트다.

이건 놓치기 힘든데.


"길드와 사령부 역시 중립적인 인물이 조사를 맡아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강압을 걸어온다던가 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만일 생긴다면 곧바로 임무를 포기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착수금도 따로 드리도록 할테니, 부디 도와주십시오."


능력에 부치면 그만둬도 된다는 건가.

조금 해보고 안되면 그만인 임무라.

스콜피온 놈들에게 목숨이 노려지는 값으로는 조금 싼 게 아닌가 싶은데.

하지만 어쩌겠나.

당장 눈앞의 보상이 너무 탐나기도 하고.

상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인걸.


"알겠습니다. 대신 조금이라도 위험해지면 곧바로 손을 뗄겁니다."

"물론.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마틸다는 실종되기 전에 어디서 뭘 하고 있었죠?"

"그분께서는 어떤 던전의 공략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54번 베이스의 오랜 숙원과 같은 일이었죠. 그리고 던전 공략 당일. 원정대를 이끌고 나가신 뒤로는......"

"던전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저도 처음엔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죠. 여기, 사령부의 오퍼레이터가 공개한 음성 파일입니다."


-오퍼레이터. 문제가 생겼다.

-마더 마틸다. 어떤 문제입니까?

-원정대 내에서 불순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원군을 보-- #%@!%#$@#$

-마더? 이런 젠장! 빨리 사령부에 연락ㅎ


삐빅.

여기까지 입니다.


"이후 원정대의 모두에게서 연락이 끊겼습니다."

"지원군은 어떻게 됐습니까?"

"물론 사령부에선 곧바로 인원을 보냈습니다. 저 역시 길드원들을 이끌고 달려나갔지요.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분명 마지막으로 무전을 친 위치가 틀림 없을 텐데. 원정대가 숙영을 한 흔적도, 싸움을 벌인 흔적도, 하다못해 아주 작은 혈흔 조차도.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입술을 짓씹으며 이야기하던 라파엘의 입에 피가 번져 나왔다.


"곧바로 던전 내부를 탐색해봤습니다만... 내부 역시 마찬가지로 원정대가 지나간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원정대 규모의 사람들이 그냥 증발을 해버렸다. 그 말씀입니까?"

"예.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거나 했다면 분명 격한 싸움이 오고갔을 텐데. 정말 아무런 흔적도 없었습니다."

"참고로 원정대의 규모가?"

"40인이었습니다."

"허어. 아까 그 스콜피온? 이라는 놈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고 하셨죠. 마틸다를 제외한 전원이 위장한 그들이었을 확률은 없었습니까?"

"결단코 아닙니다. 놈들은 몸의 은밀한 부위에 전갈 모양 문신을 새깁니다. 저희가 그정도 확인도 없이 보낼 리가 있겠습니까."

"뭐...... 그런 걸 놓치는건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워낙 많이 봐서요. 사실은 혀 밑에 그려져 있다거나. 볼 안쪽에 숨겼다거나. 정말로 철저하게 확인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

"너무 추궁하는 듯이 말해서 미안합니다. 일단 뭐든 조심해야 하니까요."

"크흠...... 일단 받아들이신 걸로 알고. 사령부에 연락을 넣겠습니다."

"사령부요?"


안 친하다며.


"사령부에서도 감시할 인원이 붙을 겁니다. 길드에서는 제가 붙을 거고요. 사령부에서 연락이 오면 그때부터 시작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이야기를 끝낸 뒤.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이야길 나눴다.


"흠~ 진현씨, 이렇게 감정적인 사람이었나? 조금 실망하려고 그래."

"저한테 맡긴다면서요."

"맞아요. 우리 오빠한테 왜그래요?"

"어머. 그럼, 그렇게 대단하다는 대모님마저 죽인 놈들이 과연 우릴 내버려둘까? 이미 저사람과 우리가 만났다는 소식이 베이스 내에 쫙 퍼졌을 지도 모르는 마당에?"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이거."


나는 마일스톤에게 선물받은 마법 가방에서 슬쩍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마일스톤이 필요할 때가 있을거라면서 챙겨준 게 있죠."


곧바로 '그 때'가 올 줄은 미처 몰랐지만.



* * *



다음 날.

라파엘은 곧바로 웬 커다란 대검을 맨 남자 한 명을 데리고 왔다.


"반갑습니다. 암스트롱 중위입니다."


그가 미소지으며 악수를 건네왔다.

송곳니에 씌운 금니가 인상적인 남자였다.


작가의말

(ง •̀ᴗ•́)ง

(ง •̀ᴗ•́)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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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B-84(3) 22.01.14 42 1 11쪽
» B-84(2) +2 22.01.13 3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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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캐러밴(5) +3 22.01.11 60 4 12쪽
20 캐러밴(4) +6 22.01.10 57 7 12쪽
19 캐러밴(3) +2 22.01.08 6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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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불타는 석양 아래(5) 22.01.05 77 11 11쪽
15 불타는 석양 아래(4) 22.01.04 83 12 12쪽
14 불타는 석양 아래(3) 22.01.03 82 6 12쪽
13 불타는 석양 아래(2) +3 22.01.01 116 9 11쪽
12 불타는 석양 아래(1) +3 21.12.31 116 9 12쪽
11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5) +2 21.12.30 111 12 12쪽
10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4) 21.12.29 112 12 11쪽
9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3) +2 21.12.28 120 12 12쪽
8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2) +2 21.12.27 130 9 12쪽
7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1) +2 21.12.25 169 9 13쪽
6 로스트 에덴(5) +2 21.12.24 188 12 13쪽
5 로스트 에덴(4) +2 21.12.23 187 8 13쪽
4 로스트 에덴(3) +2 21.12.22 223 16 13쪽
3 로스트 에덴(2) +5 21.12.21 310 57 13쪽
2 로스트 에덴(1) +5 21.12.20 447 68 12쪽
1 Prologue. +19 21.12.20 560 11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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