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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묘지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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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캣
작품등록일 :
2021.12.19 03:33
최근연재일 :
2022.0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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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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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캐러밴(3)

DUMMY

캐러밴의 수장, 마일스톤.

그 젊고 유능한 상인은 흔쾌히 고농축 치료제를 내어줬다.

'경로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괴물들을 선제 타격해서 처치한다.' 라는 진현의 계획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진현과 세진의 낮은 레벨에 의구심을 품었지만......


"자. 이정도면 믿겠습니까?"


턱. 진현이 묵직한 주머니 하나를 마일스톤의 부하에게 건넸다.

풀어서 보자, 안에는 고블린들의 귀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


"단 한 시간만에 이만큼이나 잡아오시다니...... 하하하.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주신다면, 이번 상행은 아주 편한 여정이 되겠군요."

"분명 이보다 덜하진 않을 겁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협력하도록 하지요. 앞으로 필요하신 게 있으면, 저를 거치지 않고 캐러밴의 누구에게든 말씀하시면 됩니다."


마일스톤은 물개박수를 치며 크게 흡족해했다.

영악한 사막 고블린들은 종종 조직적으로 캐러밴을 습격하곤 한다.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잃을 게 많은 캐러밴이다보니, 자진해서 적들을 요격하는 진현과 세진의 활약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그는 약속대로 원조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원조라고 해봐야 바이크와 마력석 그리고 만일을 대비한 치료제 정도 뿐.

겨우 그정도 투자로 캐러밴의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면, 한참이나 남는 장사였다.


"후우. 유령 애들이 있으면 훨씬 편할 텐데."


바위에 털썩 주저앉은 진현이 바이크 헬멧을 벗으며 땀을 푸르르 털었다.


'물에 빠진 강아지 같아.'


시은도 생긋 미소를 지으며 옆에 앉았다.

배틀 슈트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이지, 그녀 역시 뒷목에 소금기가 보일 만큼 땀에 흠뻑 절어 있었다.


"5분 정도만 쉬고 다시 가자. 마침 캐러밴에서 2킬로쯤 떨어진 곳에 또다른 부락이 있어."


손바닥만한 레이더를 들여다보던 진현은 수통을 열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원작에 집어넣은 괴물들이 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고블린 중에서도 제법 중상위 레벨에 속하는 사막 고블린.

투창과 함정을 주로 사용하는 이 괴물들은 아웃랜드에 터를 잡고 살고 있었다.

이외에도 거대 스콜피온이나 바실리스크 등등이 보이는걸 봐선, 아마 다른 종족들 또한 비슷한 상황이리라.


벌레들에게 터를 빼앗긴 걸까?

놈들과의 힘싸움에 밀려서 결국 아웃랜드까지 쫓겨난 걸지도 모른다.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그건 뭐 아무래도 좋다.


황야의 괴물들을 잡으러 다닌지 벌써 사흘째.

마일스톤이 빌려준 이 레이더 덕에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는 고블린들을 사냥할 수 있었다.


이대로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어쩌면 황야에 있는 사막 고블린들의 씨를 모조리 뽑아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정말로 그렇게 되면 레벨업이 멈춰서 곤란하겠지만.


"지금 레벨이 몇이지?"

"68요. 오빠는요?"

"56. 그럼 둘 다 어제보다 2씩 오른 건가?"


현황을 정리한 진현이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사막 고블린의 평균 레벨은 50.

부락 단위로 무리지어 활동하는 만큼, 자체적으로 레벨이 낮게 설정돼 있다.

지금이야 레벨대가 비슷해서 경험치가 쑥쑥 들어오지만......

아마 이대로 보름정도 사냥하다 보면, 레벨차가 점점 벌어져서 얻는 경험치가 대폭 줄어들겠지.



'계속 고블린만 사냥해선 결국 벽에 부딪히고 말텐데... 좀 더 레벨이 높은 놈들을 찾아야 하나?"


그게 안된다면 양으로 승부해도 된다.

첫날에나 사막 고블린들의 전술이나 함정으로 애를 먹었지.

익숙해지고 나선 어디서 뭐가 날아올 지, 거의 미래예지 수준으로 알 지경이었다.

덕분에 놈들을 잡는 속도는 나날이 가속에 가속을 더하는 중.

레이더에 계속 잡히기만 해준다면, 하루에 3000마리 까지도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체력이 버텨주냐인데......'


날씨가 도와줘도 모자랄 마당에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뜨거운 태양빛은 쉴새없이 정수리를 지글지글 볶아댄다.

과연 그런 강행군을 2개월이나 버텨낼 수 있을까?


진현이 세진의 옆얼굴을 슬쩍 쳐다보았다.

세진은 괜찮다는 듯 애써 활기차게 웃거나 대답하곤 있지만, 강제적으로 얼굴에 드러나는 피로감은 숨길 수 없다.

나름 체력왕에 독종이라 불리던 자신조차 힘들어 죽겠는데, 오죽할까.


"? 왜요?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니. 일어나자.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툭툭 털고 일어난 진현이 레이더 화면을 응시했다.

격자무늬가 그려진 시커먼 배경 위.

커다란 초록색 삼각형이 움직인다. 캐러밴이다.

그리고 레이더 끄트머리에서부터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무수히 많은 빨간색 삼각형들.

놈들은 노골적으로 캐러밴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캐러밴을 요격하려는 놈들이 있어. 우리가 선수 쳐야지."


'단 한 마리라도 빼앗기면 아까우니까.'


바이크에 올라탄 진현은 세진이 자신의 허리를 꽉 잡은 것까지 확인한 뒤.

부아아앙-

스로틀을 최대로 올리며, 붉은 점들을 향해 황야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잠시 뒤.


'이 놈들 대체 뭐야?'


레이더를 잠깐 확인하던 진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레이더 바깥에서부터 캐러밴을 향해 움직이는 빨간 점의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

뿐만 아니라 무리의 모양새는 역삼각형을 이뤄, 뒤로 갈수록 더 많은 놈들이 몰려오고 있다.


'많아도 너무 많아. 며칠새 위기감을 느끼고 연합이라도 한 건가?'


적의 수는 어림잡아도 1000이상.

보통 50에서 많게는 300까지 무리짓는 사막 고블린의 특성을 생각하면 여러 부락을 합쳐야지 가능한 숫자다.


쿵. 쿵.


마침내.

저멀리 고블린들의 행렬이 보인다.

그런데 어쩐지 여태 보아온 고블린들과는 행색이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깃발?'


높은 장대 위로 붉은색 군기같은 게 펄럭인다.

깃발에는 하얀색으로 구불구불한 문양따위가 그려져있다.

게다가 거의 맨몸으로 활동하는 다른 사막 고블린들과는 달리, 빈약하나마 가죽으로 만든 갑옷과 투구를 걸치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고블린들의 군대를 연상케 한다.

그렇다면 떠오르는 답은 단 하나.


'왕이 직접 친정을 나섰다.'


홉 고블린.

고블린들의 우두머리가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젠장. 요며칠 너무 들쑤셨나?"


그렇다고 왕이 직접 행차하실 줄은 미처 몰랐는데.


"어떻게 해요? 캐러밴에 합류해야 할까요?"

"음......"


잠깐 바이크를 멈춘 진현이 고민에 빠졌다.


'캐러밴은 저들을 막을 수 없다.'


그 결과는 합류한다고 한들 변하지 않을거다.

베스의 가호를 받는 자신만이 노예처럼 끌려가 살아남든가 하겠지.

그렇다고 핸들을 돌려 도주하는 건?

공적치를 왕창 뺏어갔다고는 하나, 목숨을 살려준 이들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들을 버린다는 선택지는 지운다.

애초에 그게 사람 새끼가 할 짓인가 싶고.


결국 마음을 정한 진현이 세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침 적당한 방법도 떠올랐다.

아주 기발하진 않지만, 위험하긴 엄청나게 위험한 작전.


'성공시키기만 한다면......'


보스급 토벌 보상은 물론이고, 캐러밴에게도 충분한 사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캐러밴과의 관계까지 뒤집을 수도 있을 절호의 찬스.


"세진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봐."


진현은 이번 기회를 최대한 살리기로 결심했다.



* * *



"허. 홉 고블린이 어째서 이 경로에.....?"


망원경을 치켜든 마일스톤이 재빨리 깃발의 문양을 확인했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모양의 저건...... 틀림없는 왕의 표식.

그중에서도 가장 흉포하고 세가 크다고 알려진 사막뱀 부락의 고블린들이다.


마일스톤은 황망함을 가면 뒤에 숨긴채, 부하들을 불러 전투 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아마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캐러밴의 빈약한 자체 전투력으론, 저만한 고블린의 파도를 버텨낼 수 없으리라.


이진현에게 일을 맡긴게 실수였을까?

하지만 레이더상으로 여태 보아온 바, 그가 뱀사막 부락의 영지에 쳐들어간 적은 없다.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깨무는 마일스톤의 눈동자가 좌우로 요동쳤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이대로 끝나는 건가.'


회한에 잠긴 마일스톤의 어깨가 쳐졌다.

그리고 자신도 무기를 들어 전선으로 향하려던, 바로 그때였다.


"상단주님. 저, 저기!"

"음?"


갑자기 부하 하나가 호들갑을 떨며 황야 어딘가를 손으로 가리켰다.

어디선가 나타난 조그만 점 하나가 먼지구름을 피워올리며 고블린 군세를 향해 달려간다.

마일스톤이 망원경을 들어 그것이 뭔지 확인했다.


"이런 젠장!"


뜨악한 표정으로 이를 보던 마일스톤이 황급히 무전을 치기 시작했다.


"진현! 지, 지금 뭘 하시는 겁니까! 그건 자살행위입니다. 당장 캐러밴으로 복귀하세요!"


치지직. 답신은 곧바로 돌아왔다.


-괜찮습니다. 거기서 얌전히 구경이나 하시죠.

"홉 고블린의 군대입니다! 캐러밴에 합류해서 함께 막아도 될까 말까한--"

-됐습니다. 사례나 두둑히 준비해주세요.


치직. 무전이 끊겼다.


"젠장!"


웬만한 일에는 감정을 바깥에 드러내지 않는 마일스톤.

하지만 그도 죽음의 위기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엄지 손톱에서 피가 나오는 것도 모른채 잘근잘근 씹어대기 시작했다.


"젠장. 젠장. 젠장."

"사, 상단주님......"


당장 진현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자신만을 바라보며 따라온, 충직한 부하들의 불안한 눈빛이 계속해서 어깨를 짓누른다.


'나. 마일스톤 골드레인이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

'언젠가, 나와 가문이 다시 일어서는 날. 내가 반드시 너희들의 꿈을 이뤄주겠다! 그러니 너희들도 나를 믿고 힘껏 일해다오.'


뭐가 약속이냐.

뭐가 가문 재건이냐!

자신의 만용이 결국 이들을 사지로 이끌고 말았다.


비록 지하에 숨어 살았지만.

이런 상행보다는 훨씬 평화롭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던 사람들이다.

결국 고블린 따위에 짓밟혀 죽을 운명이었다면.

차라리 다른 이들처럼 지하에 숨어서 살게 하는 게 나았을 텐데.


기억 한편에 접어둔 사진첩이 촤르르륵 열린다.

수백수천에 이르는 행단을 이끌던 자랑스런 할아버지.

굳게 믿었던 친우에게 등을 찔려 돌아가신 아버지.

어떻게든 자신만은 살리기 위해 희생을 택한 어머니.

그 외 수많은 상단의 가족들......


'이런 꼴로 다시 뵙고싶진 않았는데.'


마일스톤이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망원경을 내렸다.

그리고 힘겹게 내뱉듯이 말했다.


"......모든 물자를 풀어라. 상품이든 뭐든 상관없다. 상단이 가진 무기는 무엇이든 아낌없이 활용하도록 해라."

"상단주님......"

"그리고 미안하다. 내가 너희들을 괜히 끌고나와 죽게 만들었구나."

"아, 아닙니다!"


마일스톤이 사과하자, 그를 바라보던 부하들이 고개를 저으며 제각각 입을 열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아직도 마일스톤을 향한 신뢰가 가득 들어 있었다.


"저희는 상단주님 덕에 잠시나마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미안해하지 마십쇼."

"그렇습니다 상단주님. 그 어두침침한 지하에 평생 갇혀있는 것 보다야, 바깥 세상이 훨씬 낫죠. 헤헤."

"우리 상단주님 이제야 좀 사람같네. 그렇지 않소?"

"그러게 말야. 평소엔 아주 그냥 피도 눈물도 없는 것 처럼 굴더라니. 크하하하."

"너희들......"


자신을 따르던 부하들이 되려 걱정하지 말라며 어깨를 다독인다.

비록 이들의 꿈을 이뤄주지는 못했지만......

꿈을 꾸게 해준 것만으로도.

정말 그것만으로 자신은 용서받을 수 있단 말인가?


......아니다.

그저 이들이 순박하기 때문이다.

온갖 계산과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자신과는 다르게, 아직 때 묻지 않은 사람들.

자신은 결국 마지막까지 이들의 순수를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미안함에 몸둘 바를 모르던 마일스톤.

상단을 일으킨 뒤, 처음으로 그의 눈가에 맑고 투명한 눈물이 맺히려던.

바로 그때였다.


"저, 저거 뭐야!?“


웅성웅성.

전투를 준비하던 이들의 놀란 듯한 목소리가 캐러밴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고블린의 군세를 향해 고정된 채였다.


작가의말

편안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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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B-84(3) 22.01.14 42 1 11쪽
23 B-84(2) +2 22.01.13 38 2 12쪽
22 B-84(1) +2 22.01.12 46 2 12쪽
21 캐러밴(5) +3 22.01.11 60 4 12쪽
20 캐러밴(4) +6 22.01.10 57 7 12쪽
» 캐러밴(3) +2 22.01.08 65 6 12쪽
18 캐러밴(2) +2 22.01.07 73 13 11쪽
17 캐러밴(1) 22.01.06 70 13 13쪽
16 불타는 석양 아래(5) 22.01.05 77 11 11쪽
15 불타는 석양 아래(4) 22.01.04 83 12 12쪽
14 불타는 석양 아래(3) 22.01.03 82 6 12쪽
13 불타는 석양 아래(2) +3 22.01.01 116 9 11쪽
12 불타는 석양 아래(1) +3 21.12.31 116 9 12쪽
11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5) +2 21.12.30 111 12 12쪽
10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4) 21.12.29 112 12 11쪽
9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3) +2 21.12.28 120 12 12쪽
8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2) +2 21.12.27 130 9 12쪽
7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1) +2 21.12.25 169 9 13쪽
6 로스트 에덴(5) +2 21.12.24 188 12 13쪽
5 로스트 에덴(4) +2 21.12.23 187 8 13쪽
4 로스트 에덴(3) +2 21.12.22 223 16 13쪽
3 로스트 에덴(2) +5 21.12.21 310 57 13쪽
2 로스트 에덴(1) +5 21.12.20 447 68 12쪽
1 Prologue. +19 21.12.20 560 118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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