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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묘지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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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캣
작품등록일 :
2021.12.19 03:33
최근연재일 :
2022.01.18 10: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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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8,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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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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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B-84(1)

DUMMY

다음날 아침.

나와 세진은 숙소를 나와 상가 지구로 향했다.

캐러밴에서 챙겨준 물자가 아직 꽤 남아있긴 하지만.

쭉 둘러보니 무기나 슈트의 수선 외에도 구매할 것들이 꽤 있었다.


"어허. 이 사람들아.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무기랑 슈트만 달랑 들고 임무를 받나."


가장 먼저 들린 가게 주인이 행색을 쓱 훑더니 혀를 쯧쯧 찼다,


"생체 감지 레이더나 캠핑 장비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어허. 적어도 시트 하나쯤은 챙기고 다녀야지."

"시트요?"


세진이 묻자마자 가게 주인이 턱하고 어떤 상품을 내밀었다.

커다란 팔찌처럼 생긴 물건이었다.


"이게 바로 종합 정보 단말기. CIT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가게 주인이 직접 팔에 그걸 두르고 시범을 보였다.


"여길 이렇게 누르면 홀로그램 창이 뜨지. 음성 인식도 가능하고 말야."


그가 '위성 지도'라고 운을 떼자 곧바로 홀로그램창에서 지도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렇게. 현재 위치의 정보를 알 수도 있고. 이외에도 여태 제보된 괴물들의 특징을 담은 도감이나 생체 반응 레이더, 커뮤니티 기능 등 여러 기기를 하나에 담은, 로스트 에덴 기술의 정수라고 볼 수 있지."

"와. 이렇게 좋은 걸 왜 86번 베이스에선 볼 수 없었던 걸까요?"


세진이 묻자 가게 주인이 콧방귀를 뀌었다.


"거긴 깡촌 중에서도 깡촌이야. 애초에 이런걸 살 공적치조차 없을 걸?"

"이게 얼만데요?"

"50만."

"예?"


가격을 듣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다.

레벨 100 이하의 괴물들은 일괄적으로 마리당 5의 공적치를 준다.

그렇다면...... 고블린 10만 마리 어치라는 꼴인데.


"그만한 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는 놈이야. 형편이 되면 가장 먼저 사야되는 필수품이지."


건네받아 몇번 쓱쓱 만져보니 확실히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사실 공적치도 여유가 있다.

아웃랜드에서 괴물들을 마구잡이로, 하루에 수천마리씩 잡았다.

나도 세진이도 50만쯤은 충분히 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혹시 덤터기를 쓰는 게 아닐까하는 의혹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용산에서 피같은 세뱃돈을 갈취당했던 트라우마가 떠오른다.


"이거 정가야 정가! 젠장. 깎아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단 말이다."


가게 주인도 짬밥이 있는지 그런 낌새를 눈치 챈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신용이 가질 않는데 어쩌겠는가.


"다음에 오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손님, 멈춰봐. 내가 조금 깎아줄게."


저럴 줄 알았지.

등돌려 나가려 하자마자 가격을 내리며 붙잡는다.

정가라면서요?

같은 불필요한 도발은 하지 않는다.

슬쩍 뒤로 돌아보자 가게 주인이 계산기를 꺼낸다.


"하... 이거 사실 불법에다가 거의 손해보는 건데. 여기 이정도면 어떻겠나?"


토도도독.

바쁘게 손가락을 놀린 가게 주인이 계산기를 들어보였다.


'46만 5천.'


3만 5천이라.

시작이 이정도라면, 앞으로 너댓군데만 돌아도 10만이상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캐러밴에선 내 목숨값이 10만이었는데 뭐.'


더이상 고려해볼 것도 없지.

나는 곧바로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러고 가게 몇 군데를 더 돌아본 결과.

예상대로 시트의 가격은 갈수록 싸져서 마지막 가게에선 35만에 구매할 수 있었다.


"여전히 비싸긴 해도 어쩔 수 없죠. 그나저나 오빠, 생활력이 엄청나시네요?"

"어려서부터 혼자 살면 누구나 이렇게 돼."


이후 허기나 채울까 싶어 노점상에 들렀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왔다.


"자네들은 어디 소속인가?"

"86번 베이스에서 막 도착한 참입니다."

"허어. 그렇구만. 소식은 들었는데, 생존자를 보는 건 처음이야."


할아버지가 딱하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며 굽고있던 꼬치를 뒤집었다.


"84번 베이스를 찾아온 피난민이 아무도 없었나요?"

"내가 듣기론 그래. 86번 베이스는 완전히 괴물들의 영지가 되었다더만. 그나마 높은 곳에서 일단 방위군을 보내준다니, 한시름 놓았어."

"방위군이요?"

"그래. 그것도 뭐, 랭커들이라던데."


랭커라.

한때 랭커였다던 한씨 아저씨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언젠가 구하러 갈게요 아저씨.'


세진도 같은 생각을 떠올린 것일까.

돌아오는 길에는 어쩐지 그녀의 어깨도 함께 축 쳐진 느낌이었다.

분위기를 좀 환기해야 겠는데.


"근데 옐레나는 대체 어디로 간거지?"


영기로 물들인 마력석의 일부를 가지고 나간 뒤.

그녀는 다음날 아침이 되도록 숙소에 돌아오지 않았다.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나름대로 뭔가 하고 있지 않을까요? 자기 앞가림은 잘 할 것같은 사람이니까 별일은 없겠죠."


어쩐지 쌀쌀맞은 세진의 대꾸가 돌아왔다.

부디 조금만 더 친해졌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그 의문은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해결되었다.

덜컥.

문을 열자마자, 침대 위에 녹초가 되어 늘어진 옐레나가 보였다.


"아. 어서와~~"


그녀가 흐느적거리며 이쪽을 향해 손을 휘휘 흔들었다.

어쩐지 눈이 퀭한게 간밤에 뭔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밤새 안보여서 걱정했습니다."

"흥. 안믿어 안믿거든~. 밤새도록 이거 만드느라 고생좀 했지."


웃쌰. 옐레나가 옆에 대충 널부러져 있던 가방을 들어올렸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어깨부터 손끝까지 일체형으로 이어진 묵색 건틀렛이었다.


"와...... 이걸 하룻밤에 만들었다고요?"

"뭐, 게임 세상이니까. 한 번 장착해볼래? 사이즈는 맞을거라고 생각하는데......"


받아든 건틀렛에 영기로 만든 팔을 집어넣었다.


"오."


단순히 건틀렛 하나 착용했을 뿐인데 훨씬 편한 느낌이었다.

정밀하게 팔의 형체를 유지하지 않아도, 건틀렛이 모양을 잡아주기 때문.


굳이 비유하자면.

연필로 한땀한땀 글씨를 쓰던 걸, 이제는 키보드로 타자를 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만큼 소모되는 집중력의 차이가 엄청났다.


팔을 움직이며 쓱 살펴보니 손등 한가운데 박힌 돌이 보였다.


"아. 이거 설마 어제 그 마력석인가요?"

"맞아. 나는 이제부터 영석이라고 부르려고."

"영석이라."


푸르고 투명한 마력석과 대비되는, 검고 불투명한 색의 영석.

어쩐지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이미 마나를 지닌 마법사들이 왜 굳이 마력석 박힌 스태프를 사용하는지 알아?"


옐레나가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훨씬 효율적이고 밀도있게 마력을 이끌어낼 수 있거든. 게다가 목표점을 지정할때도 훨씬 수월하지. 일종의 촉매이자 이정표라고 하면 될까?"


음.

무슨 말을 하는 지는 대충 이해했다.

그렇담 이 건틀렛에 박힌 영석 또한, 영기를 사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겠지.


"아무튼 한 번 사용해볼래?"

"그러죠. 잠깐 뒤뜰로 내려갈까요?"


나는 피곤해하는 옐레나를 이끌고 숙소를 빠져나왔다.

안그래도 오늘 큰 지출을 했는데, 방까지 부숴먹으면 곤란하니까.


"후우."


짧게 한 번 쉼호흡을 한 뒤.

팔을 옆으로 쭉 펴고, 만들어낼 형상을 심상으로 이미지한다.

그리고 영기를 일으켜 이미지대로 구축해내면--


화르륵.


건틀렛을 중심으로, 보라색 영기의 불꽃이 치솟으며 어떤 형체를 만들어 냈다.


"오오."

"와아!"


그 모습을 본 일행의 탄성이 터졌다.

내가 구축한 형상은 바로 거대한 팔.

팔꿈치 아래로는 손대신 무식하게 큰 대검이 달려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내구도인데.....'


이 정도는 건틀렛이 없던 이전에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거다.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영기가 흩어져버려서 문제였지.


마침 뒤뜰 한켠에 덩그러니 놓인 바위가 보였다.


'저걸로 할까.'


나는 영기로 만든 팔을 하늘 높이 들어올린 뒤.


"핫!"


바위를 향해 대검을 크게 내리쳤다.

콰아앙! 대지를 두드리는 폭음과 함께, 바위가 두쪽으로 갈라졌다.


"됐다!"


노이즈가 섞인 것처럼 아주 살짝 형체가 흐트러지긴 했지만,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전투에 써먹을 수 있겠지.


"와아. 이제 무기 걱정은 한시름 덜었네요?"


세진이 박수를 치면서 기뻐했다.

하긴. 사막에서 내가 부숴먹은 삽만 열댓개가 넘는다.

내게 무기가 스트레스인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겠지.


"옐레나. 정말 감사합니다."

"흥. 네가 원한게 이런거 아니었니? 내가 필요성을 증명하길 바란다면서."


팔짱을 낀 옐레나가 콧방구를 뀌며 고개를 휙 돌렸다.


"아니,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는데......"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워딩이 오해하기 딱 좋지 않나.

하지만 옐레나가 저러고 있는 걸 보니, 갑자기 을에서 갑이 된 기분이다.

좋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싱숭생숭하네.


"아. 그럼 샷건도 혹시 개선이 가능할까요?"

"아니. 그건 온전한 영석이 필요해. 지금처럼 촉매 정도가 아니라 코어로 사용하게 되면, 부하가 훨씬 많이 들어갈 테니까. 아마 영석이 버티지 못할 걸?"

"예. 꼭 만들어낼게요. 감사합니다."

"흥. 나는 이만 들어가서 자야겠다. 아웅- 누구누구씨가 심적으로 괴롭히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투덜투덜.

하지만 어쩐지 달뜬 듯한 옐레나가 먼저 숙소로 걸어들어갔다.

아무래도 그녀는 칭찬에 약한 모양이다. 기억해둬야지.


"저도 들어가서 씻어야겠어요. 오빠는 더 하실거에요?"

"응. 몇가지 더 점검할 게 남았어."

"네. 얼른 올라오세요."


방금 실험을 하면서 느껴진 게 있었다.

심장에서 확 영기가 빠져나가며, 빈 자리에 느껴진 또다른 성질의 무언가.

라스와 시은, 그리고 아드리안의 기운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아직 내 안에 갇혀있는 걸지도 모른다.


여태 어디로 갔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실마리를 잡게 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 안에 있는 거라면......'


어떻게든 끄집어낼 방법은 있을 거다.

그걸 어떻게 찾느냐가 문제겠지만.


그나저나.

아침에 사다가 마법 가방에 잔뜩 쌓아둔 삽들은 어떡하지?

......환불이 되려나.



* * *


그리고 다시 찾아온 아침.

임무를 받기 위해 헌터 길드를 찾아갔지만, 뜻밖의 난관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예? 사령부 임무가 없다니요?"

"길드에서는 더이상 사령부에서 하달하는 임무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꼭 받으시겠다면 직접 사령부를 찾아가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이후 길드 이용에 큰 제약이 생기실 수 있으니,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허어."


이건 뭐 거의 협박이잖아?


"사령부와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옐레나가 따지듯이 묻자, 난처한 표정의 안내원이 말을 이었다.


"그게......"


안내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랬다.


얼마전 사령부와 길드의 파티들이 합동으로 던전 하나를 토벌했는데.

거기서 나온 전설급 아티팩트의 소유권 문제로 다툼이 불거졌다고 한다.


베이스 사령부는 자신들이 내걸은 임무이니 사령부에 우선권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

길드의 파티장들은 자신들이 주력이 되어 토벌했으니, 자신들의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했다고.


"아니. 베이스에 이런 분쟁에 대한 매뉴얼도 없습니까? 충분히 자주 일어날 만한 일이잖아요."

"아. 그건 제가 설명하지요."


뒤에서 들려온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

돌아보자 웬 올빽머리에 갈색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반갑습니다, 86번 베이스의 생존자 여러분."


작가의말

(ง •̀ᴗ•́)ง

(ง •̀ᴗ•́)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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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불타는 석양 아래(1) +3 21.12.31 116 9 12쪽
11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5) +2 21.12.30 111 12 12쪽
10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4) 21.12.29 112 12 11쪽
9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3) +2 21.12.28 120 12 12쪽
8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2) +2 21.12.27 130 9 12쪽
7 묘지기와 도굴꾼은 한 끗 차이(1) +2 21.12.25 16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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