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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행복의 연금술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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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1.10.08 16:53
최근연재일 :
2022.01.13 18:00
연재수 :
1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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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7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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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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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9화

DUMMY

“방금 무슨 소리 안 났어?”


막 이야기를 끝낸 펠릭스는 문쪽으로 다가가, 살짝 문을 열고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펠릭스는 헛웃음을 지으며 도로 살짝 문을 닫았다.


“왜?”


“네 친구가 내 동료들한테 장난을 조금 쳤나봐.”


“아. 하긴. 다들 나를 닮아 개구쟁이들 뿐이라니까.”


“개구쟁이 나름이지. 거의 황소만한 늑대인데,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절대 장난으로 느껴지지 않을걸.”


“그렇지만, 해치지는 않아.”


“나도 알아.” 펠릭스는 일어난 김에 기지개를 쭉 켰다.


“그래서, 해리어 이야기는 그게 끝이야?”


“그렇지, 뭐.” 조금 시무룩한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는데, 내 손님한테 추근덕대는 걸 봐버려서.”


“중요한 손님인가봐?”


“그런 셈이지.”


“어떤 점에서?” 메를린은 펠릭스의 두 눈을 조금 집요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


“어떤 점이냐니. 당연히, 나한테서 귀중한 약을 사간 손님이니까. 게다가, 나는 의도치않게 그 손님한테 불완전한 약을 만들어 줘버렸다고. 다시 제대로 된 약을 만들어 줄 때까지는, 나는 그 손님한테 최선을 다해야 해.”


“펠릭스. 그건 해리어랑은 하등 상관없는 이유잖아. 정말 그 이유 때문에 해리어랑 싸운거야?”


“몰라. 그게 다야.”


펠릭스가 그대로 입을 다물어버린 탓에, 방에는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해리어랑 화해하고 싶어?”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메를린이었다.


“일단은.”


“내가 자리를 만들어 줄까?”


펠릭스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들어 메를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메를린은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하여튼, 펠릭스. 어른인 줄 알았더니.”


“고마워 메를린.”


“그래. 하지만 부르기만 할 거야. 그 뒤로는 네가 알아서 해.”


“그래도 고마워.” 펠릭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손잡이를 잡고 반쯤 돌리다가 멈춰서서 말했다. “너를 만나러 오길 잘 한 것 같아.”


“아무렴.”


펠릭스는 마저 손잡이를 돌리고 메를린의 방 밖으로 걸어나가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 메를린은 한숨을 푹 쉬다가, 조금 장난스럽게 한숨을 후후 내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괜히 소리내어 기지개를 켜고 어깨와 손목을 풀기 시작했다.




거실로 나온 펠릭스를 반겨준 것은, 커다랗고 푸르른 털의 늑대의 아래에 깔려 세상 편한 웃음을 입에 머금고 두 눈을 반쯤 감고있는 올리버와, 그 옆에 서서 어쩔줄 몰라 안절부절하는 실비아였다.


“뭣들 해요?”


“펠릭스!” 실비아는 곧장 펠릭스에게 달려와 늑대를 손가락질 했다. “어떻게 좀 해 봐요!”


“뭘요?”


“올리버가······”


“아니, 괜찮다는데도.” 올리버는 손으로 늑대의 목 언저리를 슬슬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가 늑대를 쓰다듬자 늑대도 기분이 좋은듯 그르릉하며 낮게 울었다.


“뭐, 금방 친해졌네요.”


“난 동물들이랑 가까우니까.” 계속 늑대를 쓰다듬으며 올리버가 말했다. 옆에서 경악한채 얼어붙은 실비아는 어느새 잊어버린듯, 그는 늑대와 장난치는데 여념이 없었다.


“사실, 친한 쪽은 아니지만요.”


“일리있는 말이군.” 올리버는 늑대를 슬쩍 옆으로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범벅이 된 늑대의 털을 대강 털었다. “사실, 나는 동물을 찾아 죽이는 쪽이니까.”


“그런데도 저 늑대는 그런 것쯤은 상관하지 않나봐요.”


“이놈은 나보다 강하니까. 내가 무슨 수를 쓰든, 자기를 어떻게 못 하는걸 알고 있어. 아주 똑똑하고 영악한 놈이야.”


늑대는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은 건지, 못 알아 들은 건지 얌전히 앉아 꼬리를 살랑이며 올리버를 보고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말은 잘 나눴고?”


“그래요.”


“재료는 준데?”


“물론이죠.”


“언제?”


“그건, 음. 말 안해봤네요. 아마 오늘 안이나 내일 아침 즈음에는 주지 않겠어요?”


“펠릭스! 그렇게 얼렁뚱땅 하고 나오면 어떡해요?”


여전히 팔자좋게 실실 웃고있는 펠릭스를 향해 실비아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펠릭스는 그것을 벽난로에서 튀긴 불티쯤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듯 했다.


“하지만, 사실 언제 주는지는 주는 사람 마음이잖아요.”


“제대로 시간을 잡고 계약을 해야죠.”


“친구끼리 어떻게 그래요. 낯부끄럽게. 아무튼, 실비아. 어쩌면 여기서 하룻밤쯤 머물러야 할 지도 모르니까, 당신도 너무 그렇게 예민하게 굴지 말고······”


“난 예민하지 않아요!”


뜬금없이 소리를 빽 지르는 실비아를 보고 펠릭스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아, 뭐, 그런 뜻은 아니에요. 그냥 좀 편하게 있으라고요.”


“편하게요?”


실비아는 팔자좋게 벽에 걸린 뱀과, 오두막의 구멍을 오가는 다람쥐, 새 따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편하게요?”


“뭐, 노력은 해 봐요.”


“펠릭스!”


“아니면 진정제라도 만들어 줄까요?”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뭐. 제가 어떻게 더 해드릴 방법은 없어요. 미안해요 실비아. 하루만 참아줘요.”


“아니, 그렇게 대책없이······, 내 말 안 끝났어요. 또 어디가요?”


“잠깐 근처 산책이요.” 벌써 현관문을 반쯤 열고 펠릭스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같이 갈래요?”


“아니오!”


“그럼, 수고해요.” 실비아에게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준 다음, 펠릭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대로 메를린의 오두막에서 나가버렸다.


“다들 순 제멋대로야······”


“왜.”


다시 늑대와 장난을 시작한 올리버를 돌아보고, 벽과 바닥과 천장 곳곳에 숨어있는 동물들을 돌아본 뒤, 실비아는 힘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달칵 하는 조심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사뿐사뿐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실비아가 고개를 살짝 돌려보자, 메를린이 어느새 그녀의 곁에 와서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반가워요. 그러고보니, 저는 당신 이름도 모르네요. 펠릭스가 그냥 손님이라고 얼버무렸죠? 혹시 이름이 손님이진 않을 테고. 괜찮다면 저한테 이름을 알려주겠어요?”


“아, 저. 저는 실비아라고 합니다.”


실비아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메를린도 예쁜 미소를 지으며 실비아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반가워요 실비아. 나는 메를린이에요. 펠릭스하고는 오랜 친구고, 예전에는 연금술사였죠.”


“지금은, 아니에요?”


메를린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사정이 좀 있었거든요.”


“그렇군요.”


실비아는 교양있는 귀족답게, 더이상 그녀의 불편한 사정에 대해 묻지 않고 다만 조금 심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지루하죠?”


그러나 실비아의 배려가 무색하게 메를린은 태어나 단 한 번도 비극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처럼 밝게 웃으며 물어왔다.


“네? 아, 아니오?”


“그래 보이는걸요. 혹시 달리 할 일이 없다면, 저랑 잠깐 같이 어울려 주겠어요?”


“네? 아, 할 일이 없기는 한데······”


“안 될까요?”


메를린이 똘망똘망한 눈을 반짝이며 묻자 실비아는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요. 그럼, 잠깐만이에요.”


“좋아요, 고마워요!” 손뼉까지 쳐 가면서, 메를린은 환하게 웃으며 실비아의 두 손을 덥썩 붙잡았다. “어쩌면,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네? 아, 네···...뭐······”


“그럼, 가요. 아, 올리버? 잠시 실비아를 데려갈게요. 괜찮죠?”


“잡아먹지만 마.” 어느새 다시 늑대 옆에 같이 드러누운 채, 올리버가 반쯤은 잠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물론이에요. 따라와요 실비아. 재밌는 구경을 시켜줄 테니까.”


실비아는 반쯤 메를린의 손에 억지로 이끌려, 그녀의 오두막 복도 한 가운데 문 너머에 숨겨져있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연금술사의 작업실이었다. 메를린은 잔뜩 기대한 얼굴로 실비아에게 그곳을 보여주었다. 마치 경매장의 허풍치기 좋아하는 장사꾼이 사람들의 허영심을 자극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반짝거리는 보화를 가려두었던 벨벳 천을 한 번에 휙 걷어올릴 때처럼. 그러나 실비아는 이미 펠릭스의 작업실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녀에게 연금술사의 작업실은 그 정도로 놀라운 장소는 아니었다.


“어때요?”


“아, 작업실이네요.”


한 가운에 고이 모셔진 솥과, 솥 근처의 재료들로 가득 찬 선반과 찬장, 장식장. 그리고 재료를 손질할때 쓰는 것으로 보이는 도무지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구들로 가득찬 좁은 다락방 같은 그곳이, 바로 메를린의 연금술 작업실이었다.


“여긴 그게 없네요.”


“네?”


“유리관이요.” 실비아는 솥 위로부터 시작하여 천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했다. “아, 혹시 실례였나요?”


“아니, 아니오! 세상에. 유리관이 있는 작업실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네······” 조금 기어드는 목소리로 실비아가 대답했다. “펠릭스의 작업실이오.”


“아, 펠릭스! 하긴. 펠릭스한테는 필요한 물건이네요. 하지만 저하고는 별로 인연이 없는 물건이라, 보다시피 저는 유리관은 설치하지 않았어요. 관리하기 까다로운 도구거든요.”


메를린은 그렇게 말하고 솥을 향해 곧장 걸어갔다. 그녀는 솥 안을 잠깐 들여다 보더니 솥 옆의 바닥 뚜껑을 열고 무언가 하기 시작했다. 곧 첨벙 하는 소리가 나더니, 도르래 끌어올리는 소리와 함께 물 양동이 하나가 바닥에서 올라왔다.


“세상에. 여기 우물을 만드신건가요?”


“아, 네. 물 길으러 가기 귀찮잖아요.” 태연하게 웃으며 메를린은 대답을 해 주고는 양동이의 물을 솥 안에 천천히 부어넣었다.


“약을 만드시게요?”


“그래요!” 메를린은 다시 한 양동이의 물을 퍼올려, 솥 안에 부어넣었다. “궁금하죠? 우리 연금술사들이 어떻게 약을 만드는지.”


실비아의 머릿속으로 전에 펠릭스가 선보인 죽음의 약을 만드는 악몽같은 광경이 번개처럼 번쩍였다. 그녀는 그 상상도 못 해본 기괴한 기억이 떠오르자 몸을 살짝 떨며 고개를 좌우로 거칠게 내저었다.


“아, 혹시, 제가 실수 했을까요?”


“아, 아니오!” 뒤늦게 실비아가 두 손으로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 처음 본 약 만드는 광경이 좀······”


“아, 하긴. 그럴 만도 해요.” 메를린은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펠릭스가 보여줬죠? 펠릭스는, 조금 악동같은 구석이 있으니까요. 필요 이상으로 약을 만들 때 과장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모든 약을 만들 때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아, 네. 이해해 주셔서 고마워요. 다행이네요. 그게 평범한 일이 아니라서.”


“뭘요.” 메를린은 생긋 웃으며 찬장으로 쪼르르 가 벌컥 문을 열고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뒤지더니, 실비아에게 무언가를 불쑥 건넸다.


“네? 이건······”


커다란 나무 국자가 실비아의 눈 앞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여기요.”


“네? 이걸 어디에······”


실비아는 얼떨결에 나무 국자를 받아 들었다.


“약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네에?” 화들짝 놀라며, 실비아가 말했다. 그녀는 한 박자 늦게 방금 자기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 제대로 이해하여, 다시 한번 놀라며 손사레를 치면서 황급히 메를린을 불러세웠다.



“아니, 아니오! 저는 약을 만들고 싶진 않아요! 저기, 초대해 준 것도 고맙지만, 저는, 약을 만들기는 싫은데······”



“그런 것치고는, 아직 국자를 잘 붙잡고 있네요.” 메를린이 씩 웃으며 말하자, 실비아는 뒤늦게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손님이 돼서, 주인이 준 물건을 함부로 던질 수는 없잖아요.”


“받아들었죠.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것도, 주인이 베푸는 인정을 거부하는 것은······”


“에이. 어려운 말로 자꾸 둘러대지 말아요. 그러지 말고, 이 기회에 한번 약을 만들어봐요.” 메를린은 찬장 여기저기를 열어 재료가 들어있는 유리병들을 꺼내오며 말했다. “당신도 조금은 궁금했죠?”


실비아는 무언가를 말 하기 위해서 입을 우물거리다가 끝끝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 사이에 메를린은 벌써 유리병들을 솥 옆 간이 테이블 위에 일렬로 늘어놓고 약을 만들 모든 준비를 끝마친 뒤였다.


“자, 그럼. 어디 한번 만들어 볼까요?”



기세좋게 말하며 메를린은 솥으로 다시 물 한 양동이를 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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