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51장: 강남은 언제나 강남할 뿐이다.
이 작품은 트립물도 아니고 환생물도 아닙니다.
"황상께서 최근 공식석상에서 잘 나오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현재 국내가 시끌시끌 하옵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지금 당장 뾰족한 수라도 있겠는가? 황상께옵서는 병상으로 누워있는 상태일세. 가끔 건강 상태가 괜찮아질 때도 있기는 하지만·······."
"하오나 최근 황상께옵서는 병상에 누워있는 날이 더더욱 늘어나고 있으며, 반대로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날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상태이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되니, 절도사들과 부마들이 준동을 할 수 밖에요."
궁중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후당의 황후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걱정이 안될 수가 없었다.
"후우~~~! 적어도 황상께옵서 건강상태가 호전되기만 한다면 버틸만 할 것을·······."
"그러나 지금까지 건강상태가 이상하리만큼 호전되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 궁궐 내부에 황상께서 지금 죽기를 바라는 자들 혹은 세력이 있다는 뜻이 되옵니다. 제가 처방해준 약이 이리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옵니다."
"내의에 말은 이해가 되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황에서 폐하의 병을 악화시키는 범인을 찾으려고 할 경우······· 오히려 혼란에 빠진 정국이 더더욱 혼란에 빠질 것일세. 그리고 그건 내의 그대가 이미 말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야."
"하면 황후께옵서는 어찌하겠사옵니까??"
궁중의원의 물음에 황후는 그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지금은 폐하께서 병상에서 일어나게 하게끔 하고, 더 나아가 폐하의 식단까지 내가 도맡을 수 밖에 없을 듯 싶네. 추가로 폐하 주위에 호위를 보다 강화하는 것이 좋겠어."
"병을 악화시키는 범인은 찾지 않으실 생각이시군요."
"정치적으로 위험하니 별 수가 있겠는가? 범인이 확인된다면 그때 절도사들과 부마가 범인을 잡아족칠 것이고, 절도사들은 자신들이 황상의 병을 악화시키는 역적놈을 죽였으니 마땅히 벼슬을 높여달라 혹은 큰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겠지. 그리고 우리 황실은 그런 절도사들의 요구에 따라줄 수 밖에 없을테고 말이야."
그러면서 황후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황상의 병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감시망을 강화하고, 황상 주위를 굳건하게 호위하고 지키는 것 말고는 없네."라고 말한 후에 다시 한번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런 황후의 모습을 본 궁중의원은 황후를 따라 한숨을 내쉬면서 "일단 해보는데까지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할 뿐이었다.
* * *
"후당 황제의 병이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다고?"
"예, 그러하옵니다. 폐하."
"호오? 지금까지 공식석상에서 잘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다름아닌 병상에 누워 있었던 것이었을 줄이야·······."
후당 입장에서는 실로 안타깝게도 주나라의 황제 자리에 오른 곽자의도 세작들을 통해서 후당의 내부사정이 어떠한지 이미 알아차린지 오래였다.
"하늘이 짐에게 기회를 주는 듯 싶구나. 이제 나라사정도 괜찮아졌으니, 대외적으로 국력을 투사할만한 환경이 만들어졌노라. 슬슬 칼을 갈때로 갈았으니 마땅히! 이제는 그 칼을 뽑아들어 휘둘러야 할 때가 왔도다!"
그러면서 곽자의는 그 자리에서 후당을 정벌하겠다는 뜻을 모든 대소신료들에게 밝혔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이제 중원에서 벌어지는 난세는 마땅히 종식되어야 하옵니다!"
곽자의가 황제 자리에 오르게 되면서, 자연스레 황태자로 책봉된 장남 곽요가 아버지의 말에 맞장구 치듯이 답했다.
"하오나, 폐하! 우리가 후당을 정벌하려고 한다면 필시 맥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러하옵니다. 현재 아국과 맥적은 서로 국경을 맞닿고 있는 상태이옵니다. 게다가 우리가 후당을 정벌하러 군사를 움직일 경우 필시 맥적 역시 움직일 가능성이 크옵니다."
그러나 신료들에 경우 자신들이 움직일 때에 고려 역시 그냥 두고만 볼리가 없다고 조언하였다.
"음, 맞는 말이다. 고려가 우리들이 후당을 홀라당! 하고 집어삼키는 것은 원하지 않겠지. 그렇다면 답은 하나로군."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우선 산서 일대에 무력시위를 하는 식으로 우리가 산서 지역을 노리는 것 처럼 위장을 하면서 진짜 정벌군은 그틈을 노려서 사천지역을 통해 후당을 공격하는 것이다."
황제의 그러한 말에 모든 이들은 크게 감탄하는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후당 정벌에 짐이 친정을 할 것이다."
"부, 부황?!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이제 짐도 얼마나 살 수가 있을지 알 수가 없노라. 벌써 80대 가까이 되어가고 있어."
그랬다.
현재 시점에서 곽자의는 거의 나이가 80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곽자의라는 인물은 늦은 나이에 용화국을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건국하여 황제의 자리에 오른 인물인 셈이다.
물론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황제 자리에 오른 것이 어떻게 보면 대단하다고 볼 수가 있겠지만 말이다.
"부황! 부황께서 연세가 있으시다면 소자가 대신 가겠사옵니다."
"아니다. 짐은 너를 위해서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주고자 한다. 너는 이곳 장안에 남아 짐을 대신하여 대리첨정을 해주었으면 하노라."
"부황·······!"
아버지의 그 말에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고, 그들 부자 곁에 있던 신료들 역시 황제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한편으로는 걱정하면서도 감동하였다는 듯이 눈물을 흘렸다.
* * *
그러다가 서기 777년이 되었을 때에 비로소 곽주가 기다리던 시간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후당의 황제가 죽었다고?!"
"예, 폐하!"
후당의 현 황제가 후사 없이 죽음에 따라 후당 내부에 비로소 곽자의가 기다리던 정치적 혼란이 발생하게 된 것이었다.
"하늘이 드디어 짐에게 기회를 주었다! 여봐라! 조속히 짐의 갑주와 무기를 가지고 오라!! 짐이 직접 친정을 하여 후당을 무너뜨려 중원의 난세를 종식시킬 것이니라!!"
그때 곽자의의 나이는 이미 80대였다.
신료들 중 일부가 곽자의에 친정에 대해서 반대의 뜻을 밝혔으나, 고집센 노인의 결의를 꺾을만한 신료는 당지 곽주조정 내에 한명도 없었다.
"짐은 태자가 앞으로 짊어저야할 것들을 덜어주고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반드시 후당을 무너뜨려, 후당의 영역을 아국의 영역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소신료들은 더는 짐의 친정에 대해서 반대하지 말라!"
위와 같은 호통소리와 함께 곽자의는 노년에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이는 것으로 곽주 조정의 대소신료들이 더는 간언하는 것을 막아버렸다.
"태자는 짐을 대신하여 이곳 장안에 남아 대리청정을 잘 해주기를 바라노라."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부황 폐하!"
"아울러 맥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군부대에 조속히 파발을 띄어 무력시위로 하여금, 놈들이 후당의 사정에 대해서 신경쓰지 못하게 하라!"
이윽고 곽자의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전쟁이 될 수도 있는 후당과의 전쟁에 나섰다.
"위대한 대주국의 장졸들이여!! 오늘 짐은 마지막 싸움을 하러갈 것이다!! 짐과 함께 할 사람들만 따라오라! 겁쟁이들은 필요없다! 이번 싸움은 난세를 종식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나 다를 바 없는 싸움! 짐은 그 첫걸음을 완수하기 위해서 달려나갈 것이니라!"
그렇게 곽자의는 15만 대군을 일으켜 사천 지역에서 출병을 했다.
아울러 10만 대군으로 고려와 국경을 접한 지역에다가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고려가 후당문제에 신경쓰는 것을 최소화 하는 지략적인 행동을 취하였다.
* * *
"태한 폐하! 곽주가 아국 국경 인근에 10만 대군을 배치하고 국경을 넘으려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옵니다."
"뭣이?!"
"이거 예상을 못했군요. 설마 곽주가 후당이 아닌 우리 대고려국을 먼저 노릴 줄이야·······?!"
곽자의의 전략은 실로 잘 먹혀들어갔는데, 일단 10만이라는 숫자가 당시 중원 기준으로도 그리 만만한 숫자는 아니었기 때문에 대씨고려측은 굉장히 긴장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곽주가 국경 근처에 10만 대군이나 되는 병력을 동원했더라면 혹시 산서 지역을?!"
"하지만 곽자의가 비록 늙었다고 한다지만 뭔가 이상하옵니다. 우리 고려보다는 후당을 노릴 줄 알았는데?!"
"혹시 우리가 후당을 지원해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일종의 시선 돌리기 전략은 아닐까요?!"
몇몇 신료들은 지금 곽주의 행보가 사실은 고려가 후당문제로 시선을 집중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 아니냐? 는 주장을 하였다.
실제로 이건 곽자의의 진짜 전략이기도 하였으니 그런 주장을 한 신료들의 말은 옳은 것이기는 했다.
하지만 10만이라는 숫자가 어디 그냥 뉘집 가축 숫자 세는 숫자였던가?!
"설령 곽주가 우리 대고려국이 후당으로부터 시선을 집중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경 인근에 10만이나 되는 병력을 배치했다고 해도, 우리 대고려국은 후당을 대상으로 군사적 지원하기가 난해하게 되었소."
"그렇소이다. 산서가 뚤리면 그 다음에는 하북과 산동이 곧바로 위협받게 될 것이오. 그리고 자연스레 우리 대고려국은 기껏 오국전쟁 시절에 얻은 화북 지역을 상실하게 되는 셈이지요!"
"화북 지역은 비록 전쟁으로 인하여 상당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기는 하지만, 피해만 복구한다면 엄청난 물산이 나오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곳을 상실할 경우 아국 경제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지금 우리 국경 인근에 배치된 곽주의 10만 대군이 단순히 무력시위를 하기 위해서 배치된 군대인지, 아니면 정말로 산서 지역을 포함한 화북 지역을 정벌하기 위한 군대인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옵니다."
결국 대씨고려 조정에서는 후당 문제가 아닌 국경 인근에 배치된 곽주군의 행보에 대해서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후당에게 있어서 사형선고나 다를 바 없었으니·······.
* * *
"이곳이 이릉인가?"
"예, 폐하. 한때 촉한의 황제 유현덕이 관운장과 장익덕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동오를 정벌하려고 했다가 패배한 장소로 유명하지요."
"그래, 그건 짐도 들어서 알고 있네. 그러나 이제 이곳 이릉은 패배의 장소로 불리지 않을 것이니라. 왜냐하면 유현덕은 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웠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패배할 수 밖에 없었으나, 나 곽자의는! 대의(大意)를 위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그렇게 곽자의는 15만 대군과 함께 이릉에서 전투를 치뤘다.
그때가 곽주와 후당간의 공식적인 첫 전투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릉에서 벌어진 첫 전투는 너무 싱겁게 끝났으니·······
덜컹~!
"어서 들어오십쇼!"
"엥?!"
당시 곽주의 군대는 이릉성에 주둔해 있는 후당의 군대와 공방전을 치룰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이릉성을 담당하는 후당군의 지휘관이 난데 없이 이릉성의 성문을 활짝! 열어주고 항복해버리는 사건을 일으켰다.
"혹시 함정인가?!"
처음에는 곽자의도 이 광경을 보면서 함정이라고 의심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항복을 청한 이릉성의 지휘관이 사정을 설명하니 비로소 함정이 아님을 알 수가 있었다.
"이곳 이릉을 포함하여 다스리는 절도사가 백성들에게 착취를 하니 도무지 못살겠습니다. 게다가 저희들은 싸울 힘도 없어서 더 이상 피해를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항복하고자 합니다."
뭐라고 말해주면 좋을지 알 수가 없는 현 상황으로 인하여 곽자의를 포함한 곽주군 전체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으나·······.
"어흠! 어흠! 예로부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좋다고 병법서에 나와 있노라. 그러니 무혈입성한 것으로 치도록 하자."
위와 같은 곽자의의 말과 함께 곽주-후당 전쟁에 있어서 첫 전투는 곽주군 측의 승리로 끝났다.
시대 배경은 7세기 중후반 부터 시작하며,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가 승리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걸어가게 되는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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