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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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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45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8.13 06:44
조회
114
추천
1
글자
7쪽

작업 본능

DUMMY

"어? 사장님, 오늘은 현금으로 계산 안 하세요?"



카운터 앞에 선 여사장이 카드를 받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신평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지난 번에는 40대 정도로 보였었는데 오늘 보니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인다.


오똑한 코에 커다란 눈망울이 왕년에 남자 꽤나 울렸을 법한 얼굴.



"아...아. 그때 현금으로 하면 몇 % 더라?"


"에이, 지난 번에 20% DC 해 드렸잖아요."


"오늘은 그냥 카드로 좀 합시다. 내가 깜빡했네. 사장님이 현금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사장님. 그냥 한번 해 본 소리에요. 농담이에요, 농담."



그녀가 단말기에 카드를 긁으며 스스로 대충 싸인을 하자 뒤에 서 있던 성동이 혀가 꼬인 소리를 냈다.



"꺼억, 여기 얼마 나왔어요?"


"지난 번이랑 비슷하게 나왔어요. 사장님도 앞으로 우리 가게 자주 놀러 오세요."



성동은 취중에도 이런 곳에서는 로얄 살루트 21년산 한 병을 얼마에 파는지 궁금했지만 두 번 묻지는 않았다.



"야, 임마. 얼마인지가 뭐가 중요해. 그냥 재밌게 놀았으면 됐지."



처음 이곳에 들어와서 메뉴판을 보던 성동이 농담으로 로얄 살루트를 한 병 사라고 하자 신평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주문을 했었다.


바텐더가 술을 가지러 가자 성동이 놀라며 그를 쳐다봤지만 신평은 과자만 집어먹으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통장잔고에 6천만 원이 남아 있다.


잠시후 성동은 그 위스키를 온더락으로, 신평은 바텐더가 레몬주스와 시럽을 섞어서 주는 것을 받아서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위스키를 병으로 시키자 잠시 후 또 다른 바텐더가 한 명 더 다가오더니 성동에게 말을 걸었는데 지난 번과 똑같은 상황이다.


마침 성동이 좋아하는 시원한 글래머 스타일.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언더붑을 입은 미모의 젊은 여성이 바로 앞에서 웃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성동 역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신평은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가 왜 짤렸는지 궁금했지만 그는 지금 회사에서 짤렸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파트너와 대화를 나누며 두 시간 만에 위스키를 한 병을 다 비웠다.


잠시 후 밖으로 나온 그들은 후덥지근한 날씨에 피부가 끈적거리자 다시 현실로 돌아온 것을 깨달았다.



"야, 무슨 돈벼락 맞았냐? 갑자기 나이트를 쏘지 않나, 오늘은 바까지..."


"나도 가끔은 사야지. 맨날 얻어만 먹냐?"


"뭔가 수상해. 솔직히 말해봐. 토토 크게 터졌지?"


"토토 같은 소리. 요즘에 누가 그런 거 하냐. 쪽팔리게."


"아무튼 오늘 잘 먹었다. 다음엔 내가 한 번 산다."


"나중에 퇴직금은 나오냐?"


"몰라, 임마."



마침 빈 택시 두 대가 차례로 다가오자 신평은 손을 들어 보이더니 먼저 온 택시에 올라탔다.



----------------------------------------------------



다음날(금요일) 오전 9시.


알림

입금 3,000,000,000원 굿네이버스

잔액 3,058,770,520원

오전 9:00


문자메시지 알림음에 눈을 뜬 신평은 머리맡에 놓인 스마트폰을 들어 입금내역을 확인했다.


어제 과음을 한 데다 수면제까지 먹고 잔 그는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어지럼증이 느껴지자 화장실로 가다가 잠시 멈춰섰다.



"아, 죽겠네."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나온 그는 냉장고 문을 열어 물병을 꺼내더니 미친 사람처럼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런 어지럼증은 처음이다.



"아, 씨팔, 양주에 무슨 약을 탔나?"



잠시 후 PC 앞에 앉아 '수면제와 술'을 검색한 그는 술이 수면제의 진정효과를 증가시켜 자칫 잘못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의사가 이런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갑자기 또다시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낀 그는 PC를 끄고 침대 위로 올라가 누워 눈을 감았다.


막 잠이 들려고 하던 차에 눈을 번쩍 뜬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머리맡에 놓인 스마트폰을 들었다.


알람을 오후 2시로 맞춘 그는 다시 몸을 눕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오늘은 30억을 입금하는 날이다.



----------------------------------------------------



그날 오후 3시. 신한은행 노원역 지점.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던 신평은 4번 창구에서 자신의 대기번호가 깜박이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또 4번 창구.


3일 연속 같은 창구다.


3일 동안 50억이 넘는 금액을 후원하는 자신을 그녀가 어떻게 생각할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번호표를 다시 뽑을 수는 없다.


그가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4번 창구로 걸어가자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본 여직원은 인사를 하려다가 깜짝 놀라며 얼른 시선을 돌렸다.



"주세요."



그가 신분증과 통장을 창구 안으로 밀어넣자 곧이어 창구 안에서 입금전표가 나왔다.


기계적으로 전표를 작성한 그가 그것을 다시 창구 안으로 밀어넣었는데 금액만 두 배 늘었을 뿐 모두 같은 내용이다.


입금전표를 확인한 그녀는 잠시 몸을 움직이지 않다가 그를 힐끔 쳐다보면서 천천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오늘은 30억이다.


그녀가 긴장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자 신평은 그녀에게 불쑥 말을 건넸다.



"우리 무슨 인연 아니오?"



순간 그녀는 깜작 놀라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네?"


"아니, 이거 한두 번도 아니고...우리 병원도 같은 병원 아니오?"



정확히 말하면 세 번이고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같은 병원에 다닐 수 있지만 그녀는 그의 말에 공감한 듯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


"나중에 밖에서 만나면 아는 체나 합시다."


"예?"



후줄근한 옷을 입고 와서 매일 굿네이버스에 억 단위로 송금하는 이 사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려던 그녀에게 신평은 결정타를 날렸다.



"오늘 끝나고 커피나 한잔할래요? 세 번이나 봤는데..."


"네?"


"시원한 아이스 커피?"



신평은 뜬금없이 그녀에게 작업을 걸고 있는 자신 스스로에게 놀랐다.



"......"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로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송금확인증을 창구 밖으로 내밀었다.



"사...삼십억 정상적으로 이체되었습니다."



평소보다 두세 배는 오래 걸렸다.


신평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송금확인증을 뒤집어 볼펜으로 자신의 폰번호를 적어서 창구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러고는 그가 인사도 없이 가버리자 그녀는 송금확인증 뒷면에 적힌 전화번호를 한참동안 들여다봤다.


잠시 후 고개를 든 그녀는 그가 은행 안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송금확인증을 반으로 접어 지갑 속에 끼워 넣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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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보이지 않는 손 22.08.25 89 0 8쪽
20 암운 22.08.23 93 0 8쪽
19 연애 세포 22.08.21 101 1 7쪽
18 돈귀신 22.08.19 105 1 7쪽
17 사랑도 구라다 22.08.17 119 1 8쪽
» 작업 본능 22.08.13 115 1 7쪽
15 기자정신 22.08.11 120 0 8쪽
14 인연 +1 22.08.09 128 1 7쪽
13 한도초과 22.08.07 135 1 8쪽
12 자기 합리화 22.08.04 142 1 10쪽
11 두 시간에 백만 원 22.08.02 141 1 8쪽
10 모히또 한잔 22.07.30 144 1 8쪽
9 메소드 연기 22.07.28 150 1 9쪽
8 무전유죄 22.07.26 147 1 9쪽
7 아래층에 사는 여자 22.07.22 157 1 7쪽
6 정신과 상담 22.07.20 166 1 10쪽
5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9 0 9쪽
4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2 2 8쪽
3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5 1 8쪽
2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5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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