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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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42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7.11 05:03
조회
204
추천
1
글자
8쪽

2만 원짜리 자존심

DUMMY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한 신평은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고 한참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알림

입금 20,000원 굿네이버스

잔액 29,340원

오전 9:00



어제 TV를 보다가 굿네이버스 후원계좌에 1만원을 입금한 것은 기억이 나지만 다시 자신의 계좌로 2만원이 들어온 이유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굿네이버스에서 후원계좌를 관리하는 직원이 실수로 자신에게 돈을 송금한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다시 카카오페이로 접속하여 최근입금계좌로 등록되어있는 신한은행 후원계좌로 다시 2만원을 이체시켰다.



"세상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네. 참 나."



이체를 한 후 잔액이 다시 9,340원 으로 바뀌자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제 야간 대리운전 알바를 못했으니 오늘은 아침부터 퀵서비스 알바라도 해야한다.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나온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형님, 일하는 중이세요?"


"네. 오늘 혹시 자리 펑크난거 있나 싶어서..."


"아 그래요? 네 10시까지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형님."



전화를 끊은 그는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서둘러 옷을 챙겨입었다.


이렇게 당일날 급하게 배달자리를 구하는 일은 물류센터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더욱이 일급으로 수당이 나오는 당일알바는 지원자가 넘쳐나기 때문에 일종의 '빽'이 있어야 자리를 구할 수 있다.


이 물류센터의 형님과는 일하다가 싸우며 친해진 케이스다.


처음에 일당을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광고를 보고 갔다가 사무실에서 다음날 아침에 정산을 해주겠다고 해서 크게 싸웠던 것이다.


치고받고 싸우다가 결국 경찰서까지 가서 겨우 화해를 하고 그날 밤 같이 술을 마시며 친해졌다.



"아, 맞다. 담배 살 돈을 깜박했네."



현재 통장잔액이 9,000원 정도이니 아침에 도시락과 컵라면을 사먹으면 담배를 살 수가 없다.


조금전까지 잔액이 29,340원 이었던 것을 떠올린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잠시 후.


편의점에 들어간 그는 여학생 알바생에게 작은 손인사를 하고 도시락 진열대로 향했다.


이 여학생은 주간 알바를 한 지 얼마 안되서 아주 친절하다.


도시락과 컵라면을 카운터에 올린 그는 멤버십 카드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잔액 좀 확인해 주시겠어요?"


"5,470원입니다."


"아, 그럼 도시락은 멤버십 카드 적립된 걸로..."


"아, 그럼 담배랑 컵라면은 이 카드로 할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담배는 멤버십 적립금으로 구매할 수가 없다.


알바생은 그가 달랑 만원어치를 사면서 체크카드와 적립카드를 동시에 내밀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단말기에 멤버십카드를 꽂았다.


신평은 쪽팔렸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알바생한테 잘 보이려고 하루종일 담배를 안 피울수는 없는 것이다.


창가 테이블에 앉아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운 그는 나갈 때는 그녀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몸이 천근만근이 된 상태로 원룸으로 들어온 그는 침대에 드러누워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짓도 더 나이를 먹으면 할 수가 없다.


내년 상반기 공채에는 어디든 무조건 합격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습관적으로 리모컨을 집어들어 TV전원을 켰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그는 프로야구 중계화면이 나오자 볼륨을 높였다.


요즘 그는 스포츠 토토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서 각 구단의 전력을 직접 분석하고 있는 중이다.


잠시 후면 베이스볼 투나잇이 방송할 시간인데 얼마전부터 전력분석을 위해 시청하기 시작했는데 요즘엔 박지영, 김선신, 김희주 아나운서를 보는 것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인터넷으로 다시보기를 할 수 없어 반드시 본방사수를 해야하는 프로그램이다.



----------------------------------------------------



다음날 아침.


스마트폰 알림음에 눈을 뜬 그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림

입금 40,000원 굿네이버스

잔액 40,340원

오전 9:00



어제 2만원을 이체시킨 후 하루만에 4만원이 입금되었다.



"아니, 이것들이 진짜.."



굿네이버스 직원중 누군가가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한 그는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곧바로 굿네이버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네 감사합니다. 굿네이버스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뭐 좀 문의 좀 하려는데요?"


"네 말씀하십시오. 회원님."


"제가 그쪽 후원계좌로 돈을 입금하는데 왜 자꾸 저한테 다시 입금시키는 겁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회원님."


"그러니까 제가 그저께 TV광고를 보다가 그쪽 후원계좌로 입금을 했어요. 그런데 어제 아침 다시 저한테 입금이 되었단 말입니다. 그리고 어제 다시 입금하니까 오늘 또..."


"아, 네. 잠시만요. 회원님. 후원하신 분 성함이랑 금액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후원하신 분이 본인 맞으신지요?"


"네, 맞아요."


"후원하신 분 성함과 금액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름은 신평이고 토요일에 만원, 어제 이만원 입금했어요."


"성함이 신자 평자 맞으신지요? 외자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회원님."


"......"



친절하고 밝은 상담원의 목소리에 화가 다소 누그러진 그는 TV앞에 놓인 전자담배를 집어들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님. 그저께 만원. 어제 이만원 일시후원 하신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그 돈이 저한테 다시 입금되었단 말입니다."



그는 후원한 금액의 두 배가 입금되었다는 사실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아. 회원님. 무언가 착오가 있으신거 같은데 저희는 후원하신 분께 후원금을 돌려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예? 그래요?"


"네, 그렇습니다. 회원님."



그는 자신의 계좌에 돈이 입금된 것을 가지고 그녀에게 계속 따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일단 전화를 끊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제가 다시 확인해 볼게요."


"네, 감사합니다. 항상 후원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그녀가 끝까지 상냥함을 잃지 않고 응대해주자 그는 화가 다소 풀린 상태로 전화를 끊을수 있었다.



'미치겠네. 이거. 누가 장난치는 거야?'



그는 누군가가 입금자명을 바꾸어 자신에게 송금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보았지만 자신이 후원한 사실은 굿네이버스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 결국 굿네이버스의 후원금을 관리하는 직원 중 누군가가 자신의 사비를 털어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 셈인데 이것은 곧 자존심의 문제다.


그는 카카오페이에 접속해 다시 그 후원계좌로 18,180원을 입금한 후 스마트폰을 침대에 내동댕이쳤다.



"아니, 도대체 어떤 놈이 나를 무시하는 거야?"



누군가가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고 확신한 그는 다시 스마트폰을 집어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어. 통화가능해?"


"오늘 저녁에 시간되냐?


"그럼 오늘 간만에 한 잔 할까?"


"그래. 7시에 다시 전화할게."



전화를 끊은 그는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는데 머리를 안감은지 3일이 넘었다.


오늘 밤에 혹시 여자를 만날지도 모르니 머리를 감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옷을 벗어던지고 화장실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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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돈귀신 22.08.19 105 1 7쪽
17 사랑도 구라다 22.08.17 119 1 8쪽
16 작업 본능 22.08.13 114 1 7쪽
15 기자정신 22.08.11 120 0 8쪽
14 인연 +1 22.08.09 128 1 7쪽
13 한도초과 22.08.07 135 1 8쪽
12 자기 합리화 22.08.04 142 1 10쪽
11 두 시간에 백만 원 22.08.02 141 1 8쪽
10 모히또 한잔 22.07.30 144 1 8쪽
9 메소드 연기 22.07.28 150 1 9쪽
8 무전유죄 22.07.26 147 1 9쪽
7 아래층에 사는 여자 22.07.22 156 1 7쪽
6 정신과 상담 22.07.20 165 1 10쪽
5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9 0 9쪽
4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2 2 8쪽
3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5 1 8쪽
»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5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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