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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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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44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7.22 04:54
조회
156
추천
1
글자
7쪽

아래층에 사는 여자

DUMMY

수면제를 처방받고 나온 그는 터덜터덜 걸으며 거리의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끼리끼리 모여서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다.


'저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점심시간이니 기분이 좋겠지.

저 사람은 한 달에 얼마나 벌까.

자기 이름으로 된 집은 있을까.

통장잔액은 얼마나 될까.'


그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 이리저리 휘청이며 걷다가 여러가지 생각들을 해 보았다.


자신은 비록 지금 정신과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아 가는 신세지만 내일 아침이면 공돈 4,000,000 원이 통장으로 들어올 것이다.


최종 목표로 정해 둔 금액은 200억.


200억이 생기면 곧바로 이민을 갈 것이다.


재산이 많으면 이민을 가는데도 유리하다.


미국이나 캐나다, 혹은 호주로 건너가 큰 건물을 하나 사서 매달 월세를 받아먹으며 편하게 살 생각이다.


동남아로 가서 하인을 거느리며 왕처럼 사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치안이 문제다.


몇 백 만 원만 있으면 돈으로 사람을 사서 누구를 죽일 수도 있는 후진국들.


그런 나라에서 돈 자랑하며 살다가 재수가 없으면 칼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치안만큼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수준인데.


오늘 오전 9시 정각. 신평은 자신의 계좌에 4,300,000 원이 들어오자 혼자서 미친 놈처럼 춤을 추었다.


아래층에 사는 어떤 젊은 여자가 올라와 시끄럽다고 항의를 해서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입금되는 순간의 그 희열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머릿속에서 엄청난 양의 도파민이 분비가 될 것이다.


300,000 만원만 남겨놓고 4,000,000 원을 다시 후원계좌로 입금시켰으니 내일 아침이면 8,000,000 원이 들어온다.


계좌잔액이 오백을 넘긴 것이 얼마 만인가.


원룸 건물 앞에 도착한 그는 현관으로 들어서다 1층 복도에서 어떤 젊은 남녀가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며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싸움구경은 항상 재미있다.


하지만 자신은 지금 싸움 구경을 할 상태가 아니다.


일단 잠을 자야하는 것이다.



'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계단을 천천히 오르던 그는 잠시 놀라더니 다시 계단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아침에 층간소음 때문에 항의하러 왔던 그 여자이다.


그녀와 마주서 있는 남자가 대화를 하면서 이쪽으로 살짝 몸을 틀자 신평은 깜짝 놀랐다.


어제 그 일수직원이다.


저 착하게 생긴 놈이 자신을 벤츠승용차의 대머리에게 안내했던 것이다.


오늘 1시에 만나 5만 2천원을 주기로 한 것이 생각 난 신평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12시30분.



'저 놈들은 점심도 안먹나?'



병원가는 길에 은행에 들러 현금 6만을 찾아두었기 때문에 지금 건네주면 된다.


후드티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그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의 대화가 점점 또렷이 들려왔다.



"아니, 그렇다고 집에다가 전화를 하면 어떻게 하냐구요?"


"연락이 안되니까 그런 거잖아요."



이 젊은 직원의 얼굴은 어제 그 착한 얼굴이 아니다.



"핸드폰이 고장나서 전화번호를 모르는 걸 어떻게 해요?"


"그건 그 쪽 사정이고. 약속한 사람이 이틀동안 연락이 없는데 아가씨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어떻게 하긴. 기다려야지. 이제 우리 엄마까지 다 알았는데 어떻게 할 거냐구?"



거의 울상이 된 그녀가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선 누군가에게 계속 전화가 걸려오는 듯 쉬지 않고 벨이 울리고 있었다.


신평이 다가가자 그 직원은 그를 보더니 인상을 펴면서 아는 척을 했다.



"어? 사장님 집에 계셨습니까?"


"아니,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아, 아무 일도 아닙니다."



신평이 지갑에서 6만 원을 꺼내주자 그는 두 손으로 돈을 받더니 허리에 두른 지갑에서 8천 원을 꺼냈다.



"아니, 그거는 그냥 내일 꺼 미리 받았다고 치시고..."



그 직원과 잠시 싸움을 멈춘 그녀는 순간 신평을 힐끔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근데 이 분도 그쪽이랑 거래하는 거에요?"


"아, 네. 이 건물에 저희랑 거래하는 분들이 몇 명 더 계십니다."


"그래요? 그런데 듣자하니 뭐 연락이 안되서 집에 전화하고 어쩌고 하던데...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 이 분이 이틀동안 계속 연락이 안되서 저희가 자택으로 연락한 겁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틀 밀렸다고 집에다가..."


"하루 더 연체되면 전액 상환을 해야 해서 저희가 급하게 연락을 드린 겁니다."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에게 쏘아붙였다.



"아니, 그런 얘기는 처음부터 해 줬어야죠. 겨우 이틀 밀렸다고 가족한테 전화를 해? 내가 그동안 꼬박꼬박 갚은게 얼만데?"



그녀가 다시 따지기 시작하자 일수직원은 신평에게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은 이제 그만 들어가 보십시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내일도 1시입니다."



신평은 자신이 이 일에 끼어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단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녀의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벨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암튼 오늘 것까지 7만 8천 원 얼른 줘요. 나도 빨리 가 봐야 하니까."



신평은 계단을 오르면서 겨우 7만 8천 원 때문에 시달림을 당하고 있는 그녀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8천원 더 줘야죠."


"아, 참. 또 열받게 하네. 8천 원 내일 줄테니까 오늘은 그냥 그거 받고 가요."


"아니, 근데 이 아가씨가 진짜...내가 8천원 때문에 사무실에서 욕 먹는거 니가 알아?"



그 직원이 갑자기 반말을 하며 큰 소리를 치자 신평은 계단을 오르다가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뭐? 니가? 이 자식이 지금 어따 대고 반말이야?"



그녀도 지지 않겠다는 듯 고함을 지르자 1층 복도 원룸안에 있던 사람들 몇 명이 문을 열고 나오기 시작했다.



"어이, 이봐요? 아저씨!"



신평이 계단 난간에 몸을 걸치고 큰 소리로 외치자 복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쳐다봤다.



"아까 내가 8천 원 남겨 놓은거 있잖아. 그거로 줬다치고 그냥 가요. 아침부터 시끄럽게 진짜..."



일순간 1층 복도가 조용해지자 그녀의 스마트폰에서 다시 요란한 벨소리가 울렸다.


순간 지금이 아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신평은 머쓱해져서 몸을 돌려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방으로 들어온 그는 전자담배를 입에 물면서 창문을 활짝 열었다.


태어나서 두 번째로 또 누군가에게 후원을 해 주었다.


창가에 서서 한참동안 담배를 피던 그는 배터리가 다 되어 연기가 나오지 않자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냉장고를 열어 물병을 꺼낸 그는 약봉지 속의 약을 하나 꺼내 뜯어서 입 안에 털어 넣고 물을 마셨다.


이제 당장 잠을 자야한다.


어제 인터넷에서 '수면제'를 검색하다가 수면부족이 죽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운 그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는 아래층에 사는 여자의 얼굴을 잠깐 떠올렸지만 정신이 점점 흐려지더니 곧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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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사랑도 구라다 22.08.17 119 1 8쪽
16 작업 본능 22.08.13 114 1 7쪽
15 기자정신 22.08.11 120 0 8쪽
14 인연 +1 22.08.09 128 1 7쪽
13 한도초과 22.08.07 135 1 8쪽
12 자기 합리화 22.08.04 142 1 10쪽
11 두 시간에 백만 원 22.08.02 141 1 8쪽
10 모히또 한잔 22.07.30 144 1 8쪽
9 메소드 연기 22.07.28 150 1 9쪽
8 무전유죄 22.07.26 147 1 9쪽
» 아래층에 사는 여자 22.07.22 157 1 7쪽
6 정신과 상담 22.07.20 166 1 10쪽
5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9 0 9쪽
4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2 2 8쪽
3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5 1 8쪽
2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5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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