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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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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43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7.20 02:56
조회
165
추천
1
글자
10쪽

정신과 상담

DUMMY

혼자서 와인 반병에 탕수육 세트를 다 먹은 신평은 바닥에 널브러진 1회용 용기들을 발로 한쪽으로 치우고 침대에 올라갔다.


생각해 보니 배달 음식을 마지막으로 시켜먹은 게 6개월 전이다.


와인을 사고 남은 25,000원에서 24,000원짜리 탕수육세트를 시켜 먹으니 이제 딱 천 원이 남았다.


침대에 벌렁 드러누운 그는 천장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편의점 와인을 마셔보니 매형이 줬던 고급 와인이랑 별 차이가 없다.


매형이 자신을 속이고 싸구려 와인을 줬거나 자신의 미각이 와인의 깊은 맛을 구별해 내지 못하거나 둘 중에 하나다.


그는 찢어진 눈 때문에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매형의 얼굴을 잠시 떠올리다가 눈을 감았다.


조금전에 1,750,000 원을 추가로 입금시켰으니 오늘은 총 2,150,000 원을 입금했다.


두 번으로 나누어 입금시킨 것이 다소 마음에 걸렸지만 당장 계좌에 1,750,000 원이 들어있는 마당에 내일 오전까지 기다릴 수 없는 것이다.


이 행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기에 하루하루가 귀한 시간들이다.


40,000원이 입금된 월요일부터 삼 일 동안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술을 마셔도 잠이 오지 않고, 눈을 감으면 자꾸 잡생각이 든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다리를 덜덜덜 떠는 버릇이 생겼다.


누워서 무엇을 생각할 때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달달 떨리는 것이다.


만약 내일 4,300,000원이 계좌에 입금된다면 더 큰 금액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몇 천만 원 아니 몇 억...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는 천 원짜리 지폐로 비행기를 접다가 비행기를 바닥으로 날려버리고 머리맡에 있는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안녕하십니까. 굿네이버스 고객센터 상담원 박은수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네. 다름이 아니고 제가 후원을 좀 하려는데 그...얼마까지 후원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서요?"


"아 그러십니까? 감사합니다. 후원금액은 상한선이 없고 연간 천만 원 이상을 기부하시면 더 네이버스 클럽에 등재되십니다."


"그럼 한 번에 1억 아니 10억 이렇게 후원할 수도 있나요?"


"아, 네? 물론입니다."


"그럼 100억 이나 1,000억...아니...1조도?"


"......"



친절하게 대답하던 상담원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네. 회원님. 상한선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무슨 클럽인가 그거는 안들어도 되는거죠? 천만 원이 넘어도."


"더 네이버스 클럽 말씀이십니까, 회원님?"


"네, 더 네이버스."


"연간 후원금액이 천만 원이 넘으면 감사의 뜻으로 저희가 특별히 예우해 드리고 있습니다. 회원님."


"그러니까 그 예우를 안 받아도 되는거죠?"


"네?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회원님."



상담원은 또다시 누군가와 대화를 짧게 나누더니 말을 이었다.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회원님이 원하시면 등재가 안되십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더 궁금하신 점 없으신가요?"


"예. 그리고 이 통화가 혹시 녹음 되는 중인가요?"


"네,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모든 상담 내용은 자동으로 녹음이 되고 있습니다. 회원님."


"아, 그래요? 일단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상담원 박은수 였습니다."



전화를 끊은 그는 괜히 전화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신중하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했다.


자신의 휴대폰 번호가 노출될 거라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이런 젠장. 술 먹고 이런 뻘짓을..."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참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다 바닥에 놓여있던 와인병을 집어들었다.



----------------------------------------------------



다음날 오전 8시 55분.


밤새 한숨도 못 잔 그는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스마트폰을 침대위에 올려놓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하느님 아버지,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이시여..."



만약 오늘 4,300,000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자신은 일수빚을 갚지 못하고 조폭들에게 끌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지도 모른다.


장기가 팔리고 각막이 없어질 수도 있다.


두 손을 모아 미친듯이 기도를 하던 그는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울리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알림

입금 4,300,000원 굿네이버스

잔액 4,305,520원

오전 9:00



----------------------------------------------------



두 시간 후.



"저기...수면제를 좀 처방 받으려고 왔는데..."



선글라스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접수창구 앞에 선 신평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병원에 처음 오시는 건가요?"



젊은 여자 간호사가 친절하게 말하자 그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럼 여기 이거 좀 작성해 주시겠어요?"



간호사가 종이 한 장을 내밀자 그는 그 종이를 힐끔 내려다보더니 옆에 놓여있던 볼펜으로 순식간에 모든 항목을 다 작성했다.



"네, 감사합니다. 저쪽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30분 후.



"신평님, 1번 진료실로 들어가 주세요."



대기실 소파에 앉아 다른 손님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던 그는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네, 여기!"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로 쏠리자 그는 황급히 1번 진료실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진료실 문을 닫은 그가 긴장한 채 의자에 앉자 나이가 지긋이 들어보이는 남자 의사가 그를 쳐다보았다.



"선생님, 안경하고 모자는 벗으셔도 됩니다."



의사가 밝은 표정으로 말을 건네자 그는 안경과 모자를 벗었다.



"여기 티슈 있습니다."



그의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 것을 본 의사가 각 티슈를 건네자 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고맙습니다."


"허허, 잠시 숨 좀 돌리십시오."


"......"


"수면제를 처방 받으시려 한다구요?"


"예."


"그동안 수면제를 복용하셨습니까?"


"아...아뇨."


"혹시 정신과는 처음 오시는 건가요"


"네."


"아, 그러시군요. 긴장하지 마시고 증상을 한번 말씀해 보시겠어요?"


"그냥 밤에 잠이 안옵니다."


"갑자기 잠이 안오시는 건가요? 아니면 예전부터..."


"며칠 전부터 잠이 안옵니다."


"혹시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 네? 그게..."


"괜찮습니다.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상담기록은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됩니다."



신평은 거짓말을 하면 정신과 전문의인 그가 바로 눈치챌 거라는 생각에 한참동안 망설였다.



"저기......"


"괜찮습니다. 있는 그대로 말씀해 주셔야 정확한 진단을 해 드릴 수가 있습니다."


"비밀 보장이 되는 거 확실한 거죠?"


"네, 걱정마시고 말씀해 보세요. 환자 본인과 의사 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기...그러니까 제가 지난주 토요일에 어느 회사에다가 송금을 했었습니다."


"아, 그러신가요? 무슨 일로 송금을 하셨죠?"


"그...그러니까 그냥 송금할 일이 좀 생겨서..."


"아, 그러시군요. 그래서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그 금액의 두 배가 되는 돈이 제 계좌로 들어왔습니다."


"아, 정말인가요? 허허, 그것 참. 기분이 좋으셨겠네요."


"아뇨. 누가 저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습니다."


"화가 나셨다구요?"


"예. 그래서 제가 받은 돈을 그대로 다시 송금했습니다."


"아...왜 다시 그 돈을 송금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냥 기분이 안좋았습니다."


"그냥 기분이?"


"그런데 다음날이 되니까 또 그 금액의 두 배가 들어오는 겁니다."


"또 요?"


"예."


"그래서요?"


"다시 그 돈을 그대로 송금시켰습니다."


"아..."


"그 이후로 밤에 잠이 안옵니다."


"언제까지 그런 일이 있었죠?"


"오늘도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오늘도 본인의 계좌로 두 배의 돈이 들어왔다는 말씀이시요?"


"예."


"혹시 금액이 아주 많나요?"


"어제 2,150,000원을 입금시켰더니 오늘 4,300,000원이 들어왔습니다."


"아..."



의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말을 들어주자 신평은 점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잠이 안오는 이유는 뭘까요?"


"모르겠습니다. 돈을 이체시킬 때마다 돈이 혹시 두 배로 안들어오면 어쩔까봐 불안합니다."


"음. 이런..."


"술을 마시고 며칠 밤을 새어도 잠이 안옵니다."



의사는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진료기록부에 필기체 영어로 무언가를 열심히 적었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송금을 할 생각이십니까?"


"예."


"혹시 얼마까지 송금할 계획인지 알 수 있을까요..."


"돈을 최대한 많이 끌어모아서...한 삼백억 정도 모으면 끝낼 생각입니다."


"혹시 가족분들과 같이 사시는지요?"


"아뇨. 혼자 삽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수면제를 나흘치 처방해 드릴테니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면제는 원래 나흘치 밖에 처방이 안되나요?"


"약을 처음 드시는 거라 몸의 반응을 지켜봐야 합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신평은 뭔가 찜찜한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수면제를 처방 받은 것에 만족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안녕히 계세요."


"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신평이 진료실 밖으로 나가자 의사는 진료 기록부에 무언가를 계속 쓰더니 간호사가 들어오자 기록부를 건네주며 짧게 말했다.



"오늘은 일단 수면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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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돈귀신 22.08.19 105 1 7쪽
17 사랑도 구라다 22.08.17 119 1 8쪽
16 작업 본능 22.08.13 114 1 7쪽
15 기자정신 22.08.11 120 0 8쪽
14 인연 +1 22.08.09 128 1 7쪽
13 한도초과 22.08.07 135 1 8쪽
12 자기 합리화 22.08.04 142 1 10쪽
11 두 시간에 백만 원 22.08.02 141 1 8쪽
10 모히또 한잔 22.07.30 144 1 8쪽
9 메소드 연기 22.07.28 150 1 9쪽
8 무전유죄 22.07.26 147 1 9쪽
7 아래층에 사는 여자 22.07.22 156 1 7쪽
» 정신과 상담 22.07.20 166 1 10쪽
5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9 0 9쪽
4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2 2 8쪽
3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5 1 8쪽
2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5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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