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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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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35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8.02 05:14
조회
140
추천
1
글자
8쪽

두 시간에 백만 원

DUMMY

"아, 정말이에요? 하하"



신평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젊은 바텐더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크게 웃었다.



"하하, 정말 웃기다. 그래서요?"



벌써 모히또를 일곱 잔째 마신 신평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벌써 술에 취해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신업이 잘 아는 곳이라 해서 들어온 이 모던 바는 연예인 뺨치게 예쁜 젊은 여종업원들이 언더붑(상의를 짧게 해 가슴 아랫 부분이 드러나도록 한 패션)을 입고 남자 손님들과 대화를 하며 함께 술을 마셔 주는 곳이다.


바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분위기에 홀려버린 신평은 신업이 어떤 바텐더와 아는 척을 하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다소 긴장한 채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에 별다른 내용이 없고 주제도 없다는 것 알아 챈 그가 혼자 덤덤하게 모히또를 홀짝거리고 있을 때 저쪽에서 또 다른 바텐더가 한 명 이 이쪽으로 다가왔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귀여운 얼굴의 그녀가 그에게 말을 걸어주자 그때부터 그의 입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 귀여운 바텐더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며 가끔씩 크게 웃어주자 그는 신이 나 벌써 한 시간째 쉬지 않고 떠들고 있다.


그녀가 자신도 한 잔 마셔도 되냐고 물었을 때 그는 고개를 끄덕였는데 나중에 메뉴판을 보고 칵테일들이 대부분 한 잔에 이만 원이 넘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깟 이만 원이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그 아줌마가 뭐라고 한 줄 알어?"


"뭐라고 했는데요?"


"북한에서 왔대. 자기는 탈북자래. 크하하."


"하하하."



옆에 앉은 신업은 그와 마주보고 서 있는 바텐데와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신평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슬쩍 옆을 쳐다봤다.



"너 무슨 얘기하냐?"


"예전에 형님 그 아줌마랑 진지하게 생각했잖아요. 그 탈북자 아줌마. 하하."



신업은 갑자기 헛기침을 하더니 구둣발로 그의 다리를 툭툭 쳤다.



"야, 내가 언제 그랬어?임마."


"형이 직접 그랬잖아요? 진지하게 재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신업은 갑자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자신 앞에 서 있는 바텐더의 눈치를 보았다.


이 바텐더는 자신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유학파 사업가로 알고 있다.



"그만해. 임마."


"왜요? 재밌는데. 그래서 나중에 이 형이 뭐라고 했냐면..."


"어허, 야!"



순간 말을 뚝 멈춘 신평은 그가 그 앞에 서 있는 바텐더에게 무언가를 많이 숨기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하. 알았어요. 알았어."


"그런데 오빤 무슨 일 하세요?"



신평 앞에 서 있던 귀여운 바텐더가 갑자기 신평에게 직업을 물어보자 신업은 마침 잘 되었다는 듯 큰 소리로 내뱉었다.



"이 친구, 백수 건달이잖아. 내 밑에서 한 번씩 일 해."


"어머, 정말요?"



바텐더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놀라는 척하자 신평은 모히또 잔을 들더니 신업을 쳐다보았다.



"형님, 제가 언제 형님 밑에서 일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야, 너 저번주에도 와서 일 했잖아. 임마. 상하차 작업."


"......"



갑자기 확 열이 오른 신평은 손에 든 모히또를 원샷하더니 그를 노려보았다.



"형님."


"오빠 왜 그래요?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얼음물 한 잔 드릴까요?"



신평 앞에 서 있던 바텐더가 그의 눈치를 살피다가 그에게 얼음물을 건네자 신평은 얼음물을 받아서 벌컥벌컥 마시더니 바 위에 탁하고 내려놓았다.



"에이, 술 맛 다 떨어졌네.나 먼저 가요. 여기 전부 계산해 줘요."



신평이 의자에서 내려와 카운터로 걸어가자 그와 대화를 나누었던 바텐더가 쪼르르 그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오빠, 화난 거 아니죠? 나중에 혼자 오세요."


"알았어요. 여기 전부 얼마에요?"



그가 바지 주머니에 있는 오만원권 다발을 꺼내자 카운터에 있던 여자 사장이 활짝 웃었다.



"어머, 손님. 현금으로 계산하시게요?"


"예, 현금 밖에 없어요."


"어머, 감사해라. 그럼 제가 20% DC 해 드릴게요. 그럼 구십 팔만 원입니다."


"뭐? 예? 얼마?"


"현금으로 해서 구십 팔만 원입니다. 손님."



신평은 고개를 돌려 자신이 앉아 있었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이만 원짜리 모히또를 7~8잔을 마셨고 이 바텐더가 위스키 같은 것을 딱 두 잔 마셨다.


그래 봤자 20만 원 안팎인데 그럼 옆자리에서 100만 원치의 술을 마셨다는 소리다.



"제 일행이 뭐 시켰나요?"


"조니워커 블루 주문하셨습니다."


"예?"


"조니워커 블루 바틀로 주문하셨네요."



현금이 아니었으면 돈이 모자랐을 판이다.


그는 굳은 얼굴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오만원권 다발을 모두 내밀었다.



"이거 스무 장."



지금 장면은 거스름돈 이만 원은 그냥 놔두라고 말하고 멋있게 나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금 당장 택시비도 모자랄 판이다.


그가 말없이 가만히 서 있자 여사장은 옅게 미소를 지으며 계산대에서 이만 원을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다음에 또 오세요."



그때 저쪽에서 신업이 몸을 비틀거리며 카운터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야, 어디가? 임마."



신평은 그가 다가오자 거스름돈을 받으며 재빨리 밖으로 나왔다.


이제 그와의 관계는 완전히 끝났다.


----------------------------------------------------


잠시 후.


택시 조수석에 앉은 신평은 초조하게 미터기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미터기 요금이 20,000 원이 되면 바로 내려야 한다.


지금 자신의 수중에 있는 돈은 딱 이만 원.


내일 아침 9시가 되면 계좌로 2억이 들어올 테지만 그때까지 자신의 전 재산은 2만 원이다.


아직 12시가 안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 그는 미터기 요금이 19,000 원이 되자 안전벨트를 풀며 기사에게 말했다.



"됐습니다. 그냥 여기에서 내릴게요."



다행히 10분 정도만 걸으면 집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대로변에 내린 그는 술기운에 약간의 어지럼을 느끼며 집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늘은 집에 가서 꼭 수면제를 먹어야 한다.


딱 한 번 밖에 안 먹었으니 삼일치가 남아 있다.


신경을 곤두세운 채 며칠 잠을 못 잤더니 몸이 망가진 기분이 든다.


걷는 도중에 한 번씩 마주치는 젊은 남녀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다.


저들도 택시비가 없어서 걸어가고 있을까.


자신은 오늘 처음 보는 귀여운 젊은 여자와 즐겁게 대화를 하고 100만 원을 지불했다.


100만 원으로 두 시간 동안의 즐거움을 산 것이다.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바지 주머니에서 전자담배를 꺼냈다.



잠시 후.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 그는 아침에 계좌로 196,000,000 원이 들어오면 백만 원을 남겨놓고 모두 이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냉장고 문을 열어 생수병을 꺼냈다.


약 봉투에서 수면제 한 봉지 꺼낸 그는 입에 약을 텋어넣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



다음날(월요일) 오전 9시.


알림

입금 196,000,000원 굿네이버스

잔액 196,005,520원

오전 9:00


몽롱한 정신으로 후원계좌에 195,000,000 원을 이체하려던 그는 갑자기 걸려 온 전화에 화들짝 놀랐다.


모르는 번호다.


갑자기 불길한 기분이 든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천천히 누르고 스마트폰을 귀에 갖다 댔다.



"......"


"여보세요?"


"......"


"여보세요?"


"누...누구쇼?"


"아,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저는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 황성주 라고 합니다."


"......"


"혹시 신평 회원님 아니십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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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2×2×... (최종회) 22.09.04 11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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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여자의 질투 22.08.30 86 1 7쪽
21 보이지 않는 손 22.08.25 88 0 8쪽
20 암운 22.08.23 93 0 8쪽
19 연애 세포 22.08.21 100 1 7쪽
18 돈귀신 22.08.19 104 1 7쪽
17 사랑도 구라다 22.08.17 119 1 8쪽
16 작업 본능 22.08.13 114 1 7쪽
15 기자정신 22.08.11 120 0 8쪽
14 인연 +1 22.08.09 128 1 7쪽
13 한도초과 22.08.07 135 1 8쪽
12 자기 합리화 22.08.04 142 1 10쪽
» 두 시간에 백만 원 22.08.02 141 1 8쪽
10 모히또 한잔 22.07.30 144 1 8쪽
9 메소드 연기 22.07.28 150 1 9쪽
8 무전유죄 22.07.26 147 1 9쪽
7 아래층에 사는 여자 22.07.22 156 1 7쪽
6 정신과 상담 22.07.20 165 1 10쪽
5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9 0 9쪽
4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1 2 8쪽
3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5 1 8쪽
2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4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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