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NH

더 블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26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8.09 03:00
조회
127
추천
1
글자
7쪽

인연

DUMMY

두 시간 후.



"자, 여기."



신평이 현금 6만 원을 건네자 그 여대생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돈을 받았다.



"나머지 5,000원은 그냥 차비로 하시고...날씨도 더운데."



그가 차비까지 챙겨주자 그녀는 그를 쓱 한번 쳐다보더니 몸을 일으켰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다리에 쥐가 났는지 그녀는 일어서다 갑자기 멈추어 자신의 다리를 주물렀다.


첫 복권을 긁기 시작한지 약 2시간 만에 550장을 모두 긁었다.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총 당첨 금액은 21만원.


방바닥에는 낙첨된 복권들과 동전으로 긁어낸 은박지 가루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엉망진창이다.



"저기, 손 좀 씻고 갈게요. 화장실이..."


"아, 그래요? 화장실 저기."



그녀는 두 손을 들어올리고 화장실에 들어가자 신평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질끈 감았다.


화장실 청소를 안 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수건걸이에 입고 벗어던진 팬티도 몇 장 걸려 있을 것이다.


잠시 후 그녀는 화장실을 나오더니 책가방을 들고 그에게 인사를 했다



"저, 가 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요. 고생했어요. 조심히 가요."



그녀가 문을 닫고 나가자 신평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으며 전자담배를 입에 물었다.


두 시간 동안 피지 못했다.



----------------------------------------------------



잠시 후. 박재순 신경정신과의원.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시세를 검색하던 신평은 자주색 포르쉐 타이칸 GTS 이 1억8천만 원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제원을 살펴보았다.


전기차인데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300km밖에 되지 않는다.


조금전 보았던 벤츠는 비슷한 가격에 780km 가 넘는다.


대리기사를 하면서 가장 탐이 났던 차가 자주색 포르쉐 타이칸인데 성능이 너무 떨어진다.


그래도 역시 벤츠는 벤츠다.



"이경 님! 1번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간호사가 1번 진료실에서 나오면서 크게 외치자 신평은 자신도 모르게 번쩍 고개를 들었다.


신한은행 4번 창구의 그 여직원이다.


진료실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본 신평은 오늘 아침에 보았던 그녀의 밝은 얼굴을 떠올렸다.



'저 여자가 무슨 일로...'


'은행업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나처럼 불면증?'



온갖 상상을 하던 그는 잠시 후 진료실에서 그녀가 나오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하필 자신이 정면으로 보이는 맞은편 의자에 앉더니 약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후, 다시 1번 진료실에서 간호사가 나왔다.



"신평 님! 1번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좀 어떠셨습니까?"


"수면제를 처음 먹어서 그런지...약발이 아주 제대로 받았습니다. 네 번 다 잘 잤습니다."


"아, 그래요? 다행이군요."


"그런데 자고 일어날 때 뭔가 좀 개운하지가 않은데 원래 그런가요?"


"아, 그건 흔히 있는 증상입니다. 몸에 약기운이 아직 남아서...


"아, 예."


"지난 번의 그 환각 상태는 좀 어떠십니까?"


"예? 환각 상태?"


"그때 본인의 계좌에 두 배로 돈이 들어온다는..."


"아...아...그거요?"


"......"


"아...그때는 잠을 너무 못자서 정신이 좀 나갔던 거 같습니다. 내가 미친 놈이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오늘 처방을 좀 해드리려 했는데..."


"예? 아...아닙니다. 수면제로 족합니다."


"그러세요?"


"예."


"......"


"그런데 제가 요즘 좀 바빠서 병원에 자주 오기가 좀 힘든데 약을 좀...한꺼번에 받을 수 있을까요?"


"약을 계속 드시면 내성이 생겨서 안 좋습니다. 가급적 약 먼저 드시지 말고 그냥 잠을 청해보세요."


"아..."


"이번에는 일주일치를 드릴테니 매일 드시지 말고...잠이 많이 안 올 때만 드셔보세요."



신평은 어차피 며칠만 있으면 목표액에 도달할 것이라는 생각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날(목요일) 오전 8시 59분.


양팔을 흔들며 흐느적흐느적 춤을 추던 신평은 9시 정각이 다가오자 PC 모니터를 보면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오"


"사"


"삼"


"이"


"일"



정확히 9시가 되어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울리자 그는 얼른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았다.



알림

입금 1,560,000,000원 굿네이버스

잔액 1,560,000,520원

오전 9:00



계속 춤을 추던 그는 음악이 끊기자 숨을 헐떡이며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야."


"잘 있지."


"그래."


"어."


"아냐, 김치는 이제 보내지 마. 냉장고에서 냄새만 나고...먹지도 않아."


"그래."


"아, 또 또 그 소리. 이제 그런 거 안 한다니까. 내가 지금..."


"아 진짜, 돈 부쳐 달라고 전화한 거 아니라니까, 진짜."


"그래."


"아, 오랜만에 전화했더니..."


"그렇다고."


"에이 씨, 처음으로 집에 돈 좀 보내려 했더니 기분만..."


"그래. 돈."


"왜? 난 돈 부치면 안 되나?"


"아, 참. 아침부터 진짜 열 받네."


"됐어."


"무슨 대박이야? 대박은."


"그렇다니까. 계속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말고."


"그래, 좀."


"계좌번호 외우고 있어?"


"그럼 통장은 있어?"


"......"


"뭐, 한 일 억 정도."


"일 억!"


"일 억 이라고!


"에이 씨, 끊어. 앞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



버럭 화를 내며 전화를 끊은 그는 책상으로 다가가 전자담배를 집어 들었다.


아직도 가족에게 신뢰를 못 받고 있다.



----------------------------------------------------



그날 오후 3시. 신한은행 노원역 지점.


번호표를 들고 앉아 있던 신평은 4번 창구에서 자신의 번호가 깜박이자 투덜거리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 씨팔. 또 4번."



4번 창구로 다가가던 그는 그녀가 오늘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어색한 표정을 짓자 속으로 뜨끔한 기분이 들었다.


이 여자도 어제 병원에서 자신을 알아본 것이 틀림없다.



"어서오세요."


"송금 좀 합시다."


"신분증하고 통장주세요."



신분증과 통장을 창구안으로 밀어넣자 어제처럼 입금전표가 창구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15억을 이체한다.


입금전표를 모두 작성한 그가 전표를 창구안으로 밀어넣자 그녀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짓다가 애써 태연한 척 키보드를 두드렸다.



"시...십오억 맞습니까? 고객님."


"예, 맞아요. 십오억."


"......"


"......"


"정상적으로 이체되었습니다."



그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며 송금확인증을 창구 밖으로 내밀자 신평을 힐끔 그녀를 쳐다보았다.



"어제는 우리 못 봤던 걸로 합시다. 병원에서."



그가 송금확인증을 구겨서 주머니에 넣고 창구를 떠나자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만지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더 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0×2×2×2×... (최종회) 22.09.04 110 2 9쪽
23 신한은행 VVIP 22.09.01 90 0 9쪽
22 여자의 질투 22.08.30 86 1 7쪽
21 보이지 않는 손 22.08.25 88 0 8쪽
20 암운 22.08.23 92 0 8쪽
19 연애 세포 22.08.21 100 1 7쪽
18 돈귀신 22.08.19 104 1 7쪽
17 사랑도 구라다 22.08.17 118 1 8쪽
16 작업 본능 22.08.13 114 1 7쪽
15 기자정신 22.08.11 120 0 8쪽
» 인연 +1 22.08.09 128 1 7쪽
13 한도초과 22.08.07 134 1 8쪽
12 자기 합리화 22.08.04 141 1 10쪽
11 두 시간에 백만 원 22.08.02 140 1 8쪽
10 모히또 한잔 22.07.30 143 1 8쪽
9 메소드 연기 22.07.28 150 1 9쪽
8 무전유죄 22.07.26 147 1 9쪽
7 아래층에 사는 여자 22.07.22 156 1 7쪽
6 정신과 상담 22.07.20 165 1 10쪽
5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8 0 9쪽
4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1 2 8쪽
3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5 1 8쪽
2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4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3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