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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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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27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7.30 03:50
조회
143
추천
1
글자
8쪽

모히또 한잔

DUMMY

일요일 아침 8시 45분.


신평은 향냄새가 진동하는 방에 우두커니 서서 책상 위에 놓인 양초의 불꽃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책상위에는 비록 작은 바나나 한 송이만 달랑 놓여 있지만 향을 피워서 그런지 제법 경건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장례식장에 다녀오는 길에 동네 편의점에 들른 그는 바나나 한 송이와 양초와 향, 와인 한 병을 샀다.


술은 백화수복을 사려다가 이왕이면 고급 술이 좋겠다는 생각에 '더 아톰, 샤도네이(화이트 와인)'를 다시 한 병 산 것이다.


이제 15분 후에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아니 자신의 남은 인생이 한 방에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례식장에 입고 갔던 검은 정장을 지금까지 입고 있지만 갑갑하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어제 오후 6시쯤 대머리에게 공증각서와 차용증을 넘겨주고 현금1억을 건네받은 그는 바로 은행에 가서 ATM 에 모두 입금시켰다.


5만원짜리 2,000장을 입금시키는데 30분 정도가 걸렸는데 5,000,000만 원씩 20번을 입금시켰다.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그가 들고 있는 현금 다발을 보더니 옆줄로 옮겨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며 그가 입금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조금 구겨진 지폐가 기계에 걸릴 때마다 다시 입금을 하느라 30분 동안 기계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은행 마감 시간을 생각하지 못했던 그는 뒤늦게 후회했지만 그 무식한 대머리가 만 원짜리 만 장을 안 가져온 게 그나마 다행이다.


집에 돌아와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후원계좌에 102,000,000 원을 이체시킨 그는 몇 시간 동안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밤늦게서야 장례식장에 들러 천만 원을 부의함에 넣고 왔다.


장례식장을 나온 그는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는데 원룸이 있는 동네까지 왔을 때 어느덧 해가 뜨기 시작했다.


6시간을 넘게 걸어온 것이다.


책상 위에 스마트폰을 정성스럽게 올려놓은 그는 눈을 감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만약 9시에 204,000,000 원이 자신의 계좌로 들어오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이다.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동안 겪었던 온갖 일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갈 때 갑자기 스마트폰에서 요란하게 벨이 울렸다.


눈을 번쩍 뜬 그는 양초앞에 있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인상을 찌푸렸다.


현재 시각 8시 57분.



"왜 전화했어?"


"내가 송금할 때 전화한다고 했잖아?"


"그래. 이 자식아. 끊어! 중요한 순간에 전화질이야."



전화를 끊은 그는 다시 스마트폰을 양초앞에 정성스럽게 올려놓고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기도를 했다.



"하느님 아버지,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이시여. 저에게 기회를 주소서. 딱 한 번만...딱 한 번만."



그 순간 스마트폰에서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눈을 번쩍 치켜뜨고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알림

입금 204,000,000원 굿네이버스

잔액 204,005,520원

오전 9:00


----------------------------------------------------


두 시간 후.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온 그는 휘파람을 부르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팬티차림으로 침대에 누운 그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어. 나야."


"자식아, 남자 새끼가 왜 그렇게 진득함이 없냐. 지금 당장 계좌번호 보내. 문자로."


"그래 임마. 1억 5백 보낼거야. 내가 언제 거짓말 하는거 봤냐?"



대머리를 알게 된 지 5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대로 막 말을 뱉어냈다.



"야, 임마. 내가 은행에 몸소 가서 그 무거운 1억 5백만 원을 들고 와야 하냐?"


"니네 형님한테 내가 바쁜 사람이라서 있어서 현금으로는 못 가지고 간다 그래."


"자식아. 하루만에 500을 거저 받아 처먹고 그거 하나 부탁 못하냐?"


"그래."


"그놈한테 올 때 편의점에서 들러서 '히츠 썸머브리즈' 하나 사 오라고 해. 돈 줄테니까."


"전자담배야."


"브래지어가 아니고 브리즈, 임마."


"그래, 거기 볼펜 같은 거 있으면 받아 적어."


"히! 츠!"


"썸! 머!."


"브리즈!"


"그래. 12시오라고 해. 나 약속 있으니까."


"그래. 끊는다."



전화를 끊은 그는 몸을 일으켜 책상 앞에 앉아 후원계좌에 98,000,000 원을 이체하고 스마트폰을 침대 위으로 휙 던졌다.


그 안경 놈이 오면 현금카드를 주고 은행에 가서 1억 600만 원을 찾아오게 시킬 것이다.


100만 원 중 담배 심부름 값으로 만 원을 주고 99만 원을 받아서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잠시 후.


원룸앞에 서 있던 신평은 멀리서 검정색 비닐봉투를 들고 걸어 오는 안경을 발견하고 팔을 흔들었다.



"어이, 여기!"



그가 다가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담배와 5만 원권 20장을 건네자 신평은 인상을 찌푸렸다.



"야! 다 5만 원짜리로 가져오면 내가 담배값을 어떻게 주냐?"


"담뱃값 안 주셔도 됩니다."


"그래? 하긴 너네 형님이 하루 만에 500을 벌었는데 너한테 담뱃값 안 주겠냐?"



신평은 담배와 현금 다발을 건네받으며 그가 들고 있는 검정 비닐봉투 안을 힐끔 쳐다봤다.



"야, 이게 뭐냐? 싼티 나게."



비닐봉투 안 비타500 박스에 5만 원권 다발이 꽉꽉 채워져 있는 것을 본 신평은 비닐봉투를 툭툭 쳤다.



"급하게 오느라 가방을 안 가져와서..."


"그래 더운데 고생이 많다. 잠깐 사진 좀 찍을게."



신평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서 비닐봉투를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을 촬영하자 그가 깜짝 놀라며 외쳤다.



"아니, 지금 뭐하는 겁니까?"


"임마 내가 너한테 돈을 줬다는 증거는 남겨놔야지. 니가 그 돈 들고 토끼면 어떡해?"



그의 모습과 비닐 봉투 안을 대충 동영상으로 촬영한 신평이 카메라를 끄자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런데 형님이 앞으로 또 돈 쓰실 일 없냐고 물어보던데..."


"누가? 대머리 형님이 아님 그 위에 형님이?"


"사무실에 계시는 형님이..."


"돈 맛을 보더니 아주 환장을 했구만. 한 천억 정도 있으면 좀 빌려 달라고 전해."


"......"


"앞으로 열심히 살아라."


"......"


"여자들 등쳐먹지 말고"



그가 말없이 몸을 돌려서 걸어가자 신평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방금 줬어."


"그래."


"사무실에 돈 세는 기계 있지? 정확히 1억 5백 이니까 확인 잘 해."


"그래."


"너도."


"그래."


"야, 임마. 내가 왜 너랑 술을 먹냐? 앞으로 볼 일 없으니까 연락하지 말고..."


"그래. 임마. 나 이사 갈 거야."


"응. 그래. 끊자."



전화를 끊은 신평은 전자담배를 물고 다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신업이 형님. 접니다."


"일요일인데 뭐 하십니까?"


"그래요?"


"그럼 오늘 저녁에 시간되겠네?"


"아니, 뭐 그냥 며칠 전에 한 약속도 있고..."


"그럼 칵테일 바 같은데 가서 몰디..아니 모히또 같은 거 한잔할까요? 아님 와인 바?"


"아, 그래요?"


"그럼, 당연히 거기로 가야죠. 술맛은 다 똑같으니..."


"예, 그럼 한 8시쯤에 전화 때리겠습니다."


"예예."



그는 스마트폰에서 인터넷 구글창을 열어 '칵테일 이름'을 검색했다.


아는 칵테일이라곤 얼마전 케이블TV에서 봤던 영화에 나온 '모히또' 밖에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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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기자정신 22.08.11 120 0 8쪽
14 인연 +1 22.08.09 12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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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자기 합리화 22.08.04 141 1 10쪽
11 두 시간에 백만 원 22.08.02 140 1 8쪽
» 모히또 한잔 22.07.30 144 1 8쪽
9 메소드 연기 22.07.28 150 1 9쪽
8 무전유죄 22.07.26 14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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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8 0 9쪽
4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1 2 8쪽
3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5 1 8쪽
2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4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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