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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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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30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8.04 07:30
조회
141
추천
1
글자
10쪽

자기 합리화

DUMMY

신평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맞는데...무슨 일입니까?"


"아, 네. 다름이 아니라 회원님 덕분에 주연이네 후원금액이 목표액에 도달해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예? 목표금액?"


"네. 그렇습니다. 회원님께서 몇 차례나 거액을 후원해 주셔서 주연이네가 이제 좋은 환경에서 잘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평은 일단 그가 송금 오류 문제로 전화를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이 사람의 말투는 지금 심상치가 않다.


더이상 후원을 하지 말라는 뉘앙스다.



"아니, 도대체 그 목표금액이 얼마요?"


"네? 아 그건 그 위기가정의 사정에 따라서 다른데. 보통 1억은 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모금액이 1억을 넘은 경우가 처음이라..."


"아니, 요즘에 달랑 1억으로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 수 있소?"


"예?"


"게다가 그 할머니는 무슨 청소일 같은 거 하시지 않소?


"예. 맞습니다만..."


"그 나이 드신 분이 청소일을 하면서 어떻게 주연이를 뒷바라지 한단 말이오?"


"아, 그건..."


"그거고 뭐고 난 그냥 계속 주연이한테 후원하고 싶소."


"네? 그럼 앞으로도 더 후원할 의사가 있으시다는...'


"당연하죠. 그깟 몇 푼 후원했다고..."


"아, 그러십니까? 아이구, 그럼..."



놀란 본부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애써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아, 그러면 회원님. 저희가 주연이한테만 지원을 할 수가 없어서 그런데..."


"......"


"후원하실때 주연이 이름을 빼주시면 저희가 더 힘든 위기 가정에..."


"뭐요? 지금 주연이를 이대로 그냥 방치 하겠다는 거요?"


"네?"


"친구들이 분식집에 가는데 돈이 없어서 혼자 집에 왔다고 하지 않소."


"아, 그건..."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공부를 못한다는 말을 듣고 내가 세 시간을 울었소."


"아, 선생님, 그런데 그게..."



자신의 호칭이 갑자기 회원님에서 선생님으로 바뀌자 신평은 더욱 몰아붙였다



"당신들이 지금 달랑 1억 주면서 잘 살아보라고 방치하는거 아니오?"


"아...그게 아니라..."



본부장이 신평의 기세에 눌려 쩔쩔매다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아, 저희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그럼 저희가 내부 회의를 좀 하고 다시 연락을..."


"회의는 또 무슨 회의요! 당신들 지금 내 후원을 거부하는 거요?"


"아..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그럼 뭐요? 내가 주연이한테 후원하겠다는데 당신들이 왜 자꾸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요?"


"아, 그건 회사에서 정해 놓은..."


"그리고 당신들 이 번호는 어떻게 알고 전화한거요?"


"아, 그건 선생님이 워낙 거액의 후원금을 보내주셔서...저희가 더 네이버스 클럽에 등재시키는 과정에서..."


"이보쇼."


"네?"


"내가 분명히 며칠 전에 콜센터 직원한테 거기 등재시키지 말라고 했는데...


"아, 그 내용은 저도 전달받았습니다."


"황 본부장 이라고 하셨소?"


"아, 네. 황성주 나눔마케팅본부장 입니다."


"황 본부장님. 전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조용히 기부 하고 싶소. 무슨 클럽 같은데 등재되서 생색내고 싶지 않다는 말이오."


"네 그 뜻은 저도 충분히..."


"그리고 난 앞으로도 계속 주연이에게 후원할 예정이오. 다른 아이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아, 네. 그런데 내부 규정이..."


"난 주연이가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단 말이요. 남들한테 떵떵거리면서..."



최종적으로 100억까지 이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목표금액이 정해지면 안된다.


이제 겨우 2억을 이체하려던 참인 것이다.



"선생님 그러면 잠시 만나뵐 수 있을까요? 제가 만나 뵙고 자세한 내용을...


"하, 참. 사람을 왜 이렇게 귀찮게 하시오."



신평은 그가 만나자는 말에 당황하여 얼른 그의 말을 잘랐다.



"그..그럼 오늘 말고 내일 만나든지 합시다.


"아, 선생님. 그러면 제가 내일 선생님 계신 곳으로 방문하겠습니다."


"이곳으로? 아니오. 내가 그쪽으로 찾아 가겠소."



자신이 보증금 300짜리 원룸에 사는 걸 보여주면 안 된다.



"아, 그래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어렵게 전화를 끊은 신평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후원 계좌에 원래대로 '주연'의 이름을 넣어서 195,000,000 원, 주연의 이름을 빼서 5,000 원을 이체했다.



내일 아침에 10,000원이 더 들어온다면 그를 만날 필요가 없다.



----------------------------------------------------



다음날(화요일) 오전 9시.


알림

입금 390,000,000원 굿네이버스

잔액 391,000,520원

오전 9:00



주연의 이름을 빼고 이체한 금액 5,000원이 다시 입금되지 않자 그는 초조한 마음에 방안을 계속 왔다갔다가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다행히 4억 가량이 들어왔지만 10,000 원이 더 입금 안 된 것은 충격이다.


결국 "주연'이라는 단어를 붙여야만 두 배가 되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그는 서둘리 옷을 챙겨입었다.


지난 토요일 날 장례식장 갔을 때 입었던 그 정장이다.



잠시후.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회관 마케팅 본부장실.


한 직원의 안내로 본부장실에 들어서자 본부장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환한 얼굴로 악수를 청했다.



"아이구 반갑습니다. 선생님. 황성주라고 합니다."


"아, 예. 신평입니다."



악수를 하던 신평은 소파에 어린 여학생 한 명과 할머니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라며 본부장의 얼굴을 쳐다봤다.



"여기, 인사하세요. 할머니. 이 분이 지금까지 후원해 주신 그 분이세요."



할머니가 소파에서 일어나서 인사를 하자 신평은 화들짝 놀라며 허리를 숙였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예? 아..아닙니다. 할머니, 그냥 앉으세요."



신평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자 본부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여학생을 가리켰다.



"이 학생이 주연이 입니다."


"안녕하세요."



착하게 생긴 한 여학생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자 신평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같이 고개를 숙였다.



"자,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선생님."



본부장은 신평에게 자신의 옆자리를 권하더니 소파에 앉자마자 그에게 말했다.



"어제 말씀하신 그 부분은 선생님의 뜻대로 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사회에서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 그...그래요?"



신평은 계좌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뛸듯이 기뻤지만 차마 겉으로 내색할 수는 없었다.



"아, 그거 잘 되었네요."


"그리고 할머니께서 선생님을 꼭 만나 뵙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모셨습니다. 바쁘신데 앞으로 따로 만나 뵐 기회가 많이 없을 거 같아서..."


"아, 그래요? 잘 하셨습니다. 저도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는데..."



신평은 우선 계좌문제가 다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할머니와 주연이를 바라보았다.



"주연아, 지금 사는 집은 안 불편해?"


"네. 아저씨가 도와주신 덕분에 좋은 데로 이사갔어요. 괜찮아요."


"그래? 다행이네. 집에 책상은 있지?"


"네."


"컴퓨터는?"


"컴퓨터는 아직?"


"뭐? 집에 컴퓨터도 없어? 아니, 본부장님. 이거 어떻게 된겁니까? 집에 컴퓨터가 없다니..."


"아, 이번주 안으로 컴퓨터도 들어갈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연아."


"네."



주연이가 예의 바르게 대답하자 신평은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지만 어쨋든 결국 이 학생이 잘 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그는 본부장이 자신이 어제 아침 2억 가까이 더 후원한 것을 모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집에 돌아가 4억 원가량을 또 이체해야 한다.



"아저씨, 이제 그만 도와주셔도 되요. 할머니랑 제가 예전보다 훨씬 편해졌어요."


"뭐? 아냐, 무슨 소리야? 얘가 큰 일 날 소리하네. 그런 말 하면 안 돼."


"......"


"학교에서 친구들이 너 막 놀렸지? 걔들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 해. 아저씨가 도와주면 걔들한테 꼭 복수해. 니가 아직 어려서 모르겠지만 이 세상은 돈 없으면 얼마나 비참한데..."


"......"



할머니와 주연이는 더이상 후원을 할 수 없게 될까 봐 입에 거품을 물고 설득을 하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너 집도 강남쪽으로 옮겨야 해. 혹시 학원은 다니니?"


"아뇨."


"뭐? 요즘 같은 시대에 학원도 안 다녀? 걱정 마. 이 아저씨가 과목별로 개인 과외 다 붙여줄게."


"예?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니긴...그리고 너 혹시 운동이나 음악, 미술 이런 거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좀 고급스럽고 돈...아니 비용이 많이 들어서 보통 애들이 못하는 거...뭐 발레나 피겨 스케이팅? 첼로? 뭐 이런 거 하고 싶은 거 없어?"


"네, 괜찮아요. 아저씨."


"아니야, 너 요즘에는 뒤에서 팍팍 밀어줘야 성공하는 시대야. 그리고 할머니."



할머니는 신평이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놀라서 그를 쳐다봤다.



"할머니는 이제 일하지 마세요. 뭐 장사..아니지 연세가 많으시니까 부동산 하나 가지고 계시면서 세나 받으면서 편하게 사셔야 해요. 본부장님 부동산쪽에 아는 사람 있으면 좀 알아봐 주세요. 이제 할머니도 고생하시면 안되요."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주연이와 할머니가 갑자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자 본부장은 헛기침을 하며 안경테를 바쁘게 만지작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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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2×2×... (최종회) 22.09.04 11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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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암운 22.08.23 9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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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돈귀신 22.08.19 104 1 7쪽
17 사랑도 구라다 22.08.17 119 1 8쪽
16 작업 본능 22.08.13 114 1 7쪽
15 기자정신 22.08.11 120 0 8쪽
14 인연 +1 22.08.09 128 1 7쪽
13 한도초과 22.08.07 134 1 8쪽
» 자기 합리화 22.08.04 142 1 10쪽
11 두 시간에 백만 원 22.08.02 140 1 8쪽
10 모히또 한잔 22.07.30 144 1 8쪽
9 메소드 연기 22.07.28 150 1 9쪽
8 무전유죄 22.07.26 147 1 9쪽
7 아래층에 사는 여자 22.07.22 156 1 7쪽
6 정신과 상담 22.07.20 165 1 10쪽
5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8 0 9쪽
4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1 2 8쪽
3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5 1 8쪽
2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4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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