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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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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25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7.13 06:46
조회
194
추천
1
글자
8쪽

여자보다 중요한 것

DUMMY

"너 오늘 어디 선 보러가냐?


말끔하게 차려입고 머리에 왁스까지 바른 신평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신업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오늘 간만에 친구 좀 보기로 했어요."


"여자친구?"


"참, 형님도. 제가 여자친구가 어디 있습니까?"


"근데 옷차림이 왜 그래?"



항상 추레한 옷을 입고 다니던 그가 오늘은 신경써서 제법 세련되게 차려입은 티가 난다.


그는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거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구레나룻을 다듬으며 말했다.



"유비무환 아닙니까. 남자를 만나지만 어쩌다 여자를 만나게 될 수도 있고...아님 말고..."



성동을 만나서 한잔하게 되면 그가 2차로 나이트클럽이나 바에 가자고 할지도 모른다.


그는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지만 술을 마시면 가끔 충동적으로 다른 여자를 찾는 것이다.


그가 좋은 데를 가자고 하면 조금 튕기는 척하다가 마지못해 따라가주면 된다.


그렇게 되면 보통 그가 술값을 다 계산한다.


오늘 하루종일 죽도록 노가다를 해서 일당을 받았지만 통잔잔고는 10만원이 될까 말까이다.



"아, 맞다. 헬멧을 써야 하지? 아, 이 놈의 정신머리..."



거울을 보던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무슨 큰 일이 난 것처럼 신업을 쳐다보았다.



"형님, 혹시 오늘 여기 작업인원 펑크 난 거 없습니까?"


"왜? 머리 때문에?"


"헬멧쓰면 머리가 엉망이 되거든요. 아, 왜 내가 헬멧 생각을 못했지?"



그는 아침부터 머리스타일을 잡느라고 30분이나 투자를 했었다.



"허, 나 참."



신업은 피식 웃으며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책상위의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난데. 오늘 혹시 상하차 인원 모자란데 있어?



"그래? 알았어. 내가 지금 한 사람 보낼게. 곧 갈거야."



그가 1분만에 통화를 끝내자 신평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



그날 저녁. 강남역 근처 호프집.



"그러니까 말이야 가령...가령이야. 이건."



성동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채 마주앉은 신평의 말을 가만히 들었다.



"니가 누구한테 돈을 보냈다고 치자. 계좌이체로."


"어."


"그런데 그 사람이 너한테 그 다음날 그 두 배를 보내 주는 거야."


"어."


그래서 니가 또 돈을 보냈어. 좀 더 많이."


"어."


"그러니까 그 사람이 또 두 배를 보내 주는 거야."


"......"


"그런데 그 사람은 너랑 잘 모르는 사이야."


"그래서?"


"근데 그 사람이 내가 보내는 족족 두 배를 보낼 거 같은 느낌이 들어."


"......"


"너 같으면 어떻게 하겠냐?"


"미쳤냐?뭔 소리야?"



권성동은 뜬금없이 신평이 술을 마시다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자 그를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했다.



"야, 너 술 이거 먹고 왜 그래? 요즘에 와인 먹는다더니 술 많이 약해졌네."


"나 술 안 취했어. 임마."


"너희 매형 요즘에는 장사 잘 되냐?나도 와인 한번 얻어먹어 보자. 화이트로."


"야, 내 말 잘 들어 봐.""


"싼 것도 괜찮아. 처음에는 싸구려부터 배운다 했지?"


"야!"


"......"


"지금 나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야."



성동은 그가 정말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짓자 무안해져 자신의 술잔에 스스로 술을 따랐다.



"거 참. 돌겠네."



그는 성동의 손에서 소주병을 뺏더니 그의 술잔에 술을 가득히 따라주었다.



"난 문과 나왔지만 넌 이과 나왔잖아. 너 컴공이지? 이과적으로 한번 생각해봐라 이거야."



술을 한번에 입으로 털어넣은 성동은 말없이 새우깡 두 개를 집어들면서 말했다.



"너 2를 열 번 곱하면 얼만지 아냐?"


"열 번?"


"2, 4, 8..."


"천이 넘어."


"그래? 잠시만 8, 16, 32..."


"야 됐고. 너도 옛날에 수학 배웠잖아. 거듭제곱은 어마무시한거야."


"그래?"


"그러니까 니가 말했던 그 짓 열 번 만하면 천 배가 되니까 만원 가지고서 천만원 벌면 돼."


"열 번에 천만원?"



정신이 번쩍 든 신평은 한참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손가락으로 셈을 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천 곱하기 천 하면 백만..백만에다가 천을 곱하면..."


"야, 너 지금 꽐라된 거 같은데 술은 됐고 간만에 나이트나 가자. 가볍게 홀에서 맥주로 입가심이나 하자."


"......"


"야?"


"......""


"나이트 가자고."


"월요일에 무슨 나이트야?"


"오늘이 월요일이냐?"


"......."


"그럼 헌팅포차 가서 한잔 더 하자."


"나 참, 있는 놈이 더 하다더니. 너 무슨 약 먹냐? 힘이 남아 도나보네."


성동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혼자 카운터로 향했다.



----------------------------------------------------



잠시 후. 강남역 근처 헌팅포차.



"야, 두 명 왔다."



이제 막 들어온 두 명의 여성이 대각선 방향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자 성동은 몸을 앞으로 바짝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봐 봐. 너 뒤쪽 옆에."



신평은 건성으로 뒤를 슬쩍 돌아보더니 무심한 표정으로 1700cc 생맥주 병을 들고 자신의 컵에 가득 따랐다.



"둘 다 별로네."


"야, 너 왜 그래? 임마."


"......"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나 하고. 지가 술 마시자고 불러놓고."


"미안해. 오늘 하루종일 물류센터에서 노가다 했다고 했잖아."


"야, 누구는 일 안했냐? 에이, 진짜 김빠지네."



성동은 그가 평소처럼 의욕을 보이지 않자 화가 난 듯 컵에 남아있는 맥주컵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야 나 딱 하나만 더 물어보자."


"아, 참. 이 자식 사람 더럽게 피곤하게 하네. 또 그 이야기야?"


"내가 이번 주말에 나이트 룸 쏠테니까 오늘은 좀 쉬자. 내가 피곤해서 그래. 임마."



성동은 그가 나이트 룸을 쏜다는 말에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정말이야?"


"그래."


"이번주 금요일? 토요일?"


"니 마음대로 정 해."



주말에 나이트 룸을 잡으면 최소 50만원은 깨진다.


하지만 홀보다 훨씬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양주을 마시며 대화를 할 수가 있고 미리 아는 웨이터에게 팁을 좀 쥐어주면 새벽까지 쉬지않고 부킹을 할 수 있다.


그가 나이트룸을 쏜다는 것은 분명 그가 스포츠토토에 크게 당첨되었거나 로또같은게 한방 터졌다는 의미이다.


성동은 벌써부터 마음이 들떴지만 애써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그에게 말했다.



"물어볼 게 뭔데?"



신평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야, 어떤 회사에서 전산상 에러가 나서 특정한 사람한테 특정한 시간에 돈을 이체시키는 일이 이론적으로 생길 수 있냐?"


"왜 어떤 회사에서 너한테 돈을 막 입금시키냐?더블로? 막 백만원 넣으면 이백만원 나오고?"



신평은 속으로 뜨끔했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그의 얼굴을 계속 빤히 바라봤다.



"하, 나 참. 생길 수 있겠지. 누가 프로그램에다가 그렇게 입력을 해 놓으면."


"누가 입력을 안했는데 생긴다면..."


"해킹을 당했거나 지 혼자서 에러가 났겠지."


"......"



갑자기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낀 신평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났지만 음악소리에 묻혀 성동은 들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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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2×2×... (최종회) 22.09.04 110 2 9쪽
23 신한은행 VVIP 22.09.01 90 0 9쪽
22 여자의 질투 22.08.30 86 1 7쪽
21 보이지 않는 손 22.08.25 88 0 8쪽
20 암운 22.08.23 92 0 8쪽
19 연애 세포 22.08.21 100 1 7쪽
18 돈귀신 22.08.19 104 1 7쪽
17 사랑도 구라다 22.08.17 118 1 8쪽
16 작업 본능 22.08.13 114 1 7쪽
15 기자정신 22.08.11 120 0 8쪽
14 인연 +1 22.08.09 127 1 7쪽
13 한도초과 22.08.07 134 1 8쪽
12 자기 합리화 22.08.04 141 1 10쪽
11 두 시간에 백만 원 22.08.02 140 1 8쪽
10 모히또 한잔 22.07.30 143 1 8쪽
9 메소드 연기 22.07.28 150 1 9쪽
8 무전유죄 22.07.26 147 1 9쪽
7 아래층에 사는 여자 22.07.22 156 1 7쪽
6 정신과 상담 22.07.20 165 1 10쪽
5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8 0 9쪽
4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1 2 8쪽
»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5 1 8쪽
2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4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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