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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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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46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7.26 05:31
조회
147
추천
1
글자
9쪽

무전유죄

DUMMY

금요일 오전 8시 50분.


알람소리에 눈을 뜬 신평은 벌떡 일어나 냉장고로 가서 물병을 꺼내어 병째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으아, 시원하다."



어제 수면제를 먹고 겨우 잠이 들어서 새벽에 잠깐 깨어나 컵라면을 먹고 난 후에 바로 또 잠이 들었었다.


겨우 수면제 몇 알을 먹었는데 약발이 너무 잘 받는다.


중간에 컵라면을 먹은 시간을 빼도 거의 19시간을 잔 셈이다.


하지만 잔 시간에 비해서 별로 개운하지는 않다고 생각한 그는 스마트폰에 충전기를 꼽고 일어나 허리를 가볍게 좌우로 돌렸다.


너무 오래 누워 있었더니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다.


냉수를 마셔도 여전히 정신이 몽롱함을 느낀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 힘차게 찬물로 세수를 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동안 갑자기 스마트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드디어 9시가 되었다.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낀 그는 수건을 내팽개치고 침대 위에 올려져 있는 스마트폰을 보았다.



알림

입금 8,000,000원 굿네이버스

잔액 8,005,520원

오전 9:00



그는 미친 사람처럼 몸을 흔들며 혼자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제처럼 방방 뛰지는 못했는데 아래층 그 아가씨가 또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지갑에도 현금 20만 원이 넘게 들어있다.


그는 한참동안 막춤을 추다가 힘이 빠져서 침대위에 털썩 드러누웠다.


가쁜 숨을 고르던 그는 침대 머리맡에 있던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몸을 일으켰다.


누군가와 이 기쁨을 공유해야 한다. 아니 공유하고 싶다.



"아, 예. 할머니. 204호 입니다."


"예예.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전화를..."


"그러니까 지금 전화를 하고 있잖아요. 거참, 성질도 급하시지..."


"이번달 꺼까지 석달치 한꺼번에 계좌로 쏠테니 확인하세요."


"예? 아니. 계좌로 입금한다구요. 입금! 입금!"


"예."


"그리고 죄송해서 3만 원 더 보내니까 나중에 손녀 과자나 한 봉지 사주시든지..."


"예. 아 참. 그리고 여기 혹시 전세..아..아닙니다."


"아니요. 그건 아니고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는 월세를 전세로 돌렸을 때 보증금을 얼마나 받을 것인지 물어보려다 순간 자신은 이제 곧 집을 살 수 있는 입장이라는 것을 깨닫고 전화를 끊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잠시 생각하던 그는 어디론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형님, 출근하셨습니까?"


"하하, 요새 제가 좀 바빠서..."


"아이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양야치도 아니고."


"암튼 그거 가불로 하지 말고 빌린 거로 해서 제가 지금 계좌로 쏘겠습니다. 문자로 계좌번호 좀 보내주십시오."


"하하, 형님 제가 지금 당장 일을 할 처지가 못됩니다."


"아뇨. 뭐 큰 일이 난 거는 아니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술 한잔 살테니 기다리고 계십시오."


"예. 형님."



전화를 끊은 그는 침대 머리맡에 있는 전자담배를 집어들고 또다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통화되냐?"


"아, 이번주 나이트 가기로 했잖아. 임마."


"그래."


"오늘 갈래? 내일 갈래?"


"그래? 좋아. 그럼 한 9시까지 나 좀 태우러 와라. 10시로 룸 예약해 놓을테니까."


"오늘은 내가 쏘잖아, 임마."


"그래."


"야, 그래도 거기가 요즘 강남에서는 최고야. 전에도 펩시맨한테 팁 좀 쥐어줘서 지겹도록 부킹했잖아. 근데 걔 아직 거기서 일하나?"


"그래. 그리고 제발 옷 좀 잘 입고 와라. 머리에도 왁스도 좀 처바르고."


"그래. 알았다."



전화를 끊은 그는 계속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더이상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 후원금을 보낼 시간이다.



"가만있자, 월세 120에 나이트 100잡고..."



지금 800만 원이 통장에 들어있으니 600만 원 정도는 후원할 수 있다.


800만 원을 몽땅 넣으면 내일 1,600만 원이 된다는 생각에 잠시 고민했지만 이미 성동에게 큰소리쳐 놨던터라 오늘 딱 하루만 놀겠다고 마음먹었다.


600만 원을 이체한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앞 의자에 앉아 PC 전원을 켰다.


구글에 접속한 그는 '아이파크 시세'를 검색했다.


'타워팰리스' '한남더힐'을 차례로 검색하던 그는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천천히 의자를 뒤로 젖히며 천장을 바라봤다.


'200억에서 딱 100억만 더'


----------------------------------------------------


다음날 토요일 새벽 5시.



"여기도 이제 한물갔구만."



신평과 성동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휘청거리면서 나이트 입구에서 나왔다.


웨이터에게 5만원이나 쥐어줬지만 부킹은 예전처럼 많이 들어오지 않았고 들어온 여자들도 대부분이 꽤 나이 들어 보이는 아줌마들 뿐이다.



"요즘엔 클럽에 가야 한다니까. 이게 뭐냐?"


"야, 우리는 거기 가면 바로 입뺀이야?"


"입뺀? 그게 뭔데?"


"입구에서 뺀찌. 임마."


"이런 제길. 못 생기고 나이 들면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구나. 이 더러운 세상."


"야, 나 대리 불러서 가야 하니까. 넌 어서 택시 타고 가. 자식아. 딴 데로 새지 말고"


"하, 나도 얼마 전까지 대리기사 였는데...인생사 정말 새옹지마 야."



신평이 피식 웃으면서 하늘을 바라보자 성동은 흐리멍덩한 눈을 겨우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누가 들으면 너 엄청 성공한줄 알겠다. 요새 뭐 토토 큰 거 한방 터졌냐?"


"토토는 무슨...야, 요즘에 누가 그런 거하냐? 쪽팔리게."


"거기다 니가 나이트 룸을 다 쏘고...참 살다보니 별일이네."


"별일같은 소리하고 있네. 앞으로 기대해라. 예전의 나를 잊어 달란 말이다."


"뭐? 이런 미친..."



그때 어떤 젊은 남자가 다가오더니 성동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손님. 대리 부르셨죠?"


"어? 벌써 왔어요? 저기 주차장으로 갑시다."


대리기사가 먼저 주차장쪽으로 걸어가자 성동은 그를 따라가며 신평에게 말했다.


"나 먼저 간다. 암튼 오늘 술 잘 마셨다. 메이드는 못했지만."


그가 주차장 쪽으로 완전히 들어가 안 보이게 되자 신평은 도로에 서 있는 빈 택시에 올라탔다.



잠시후.


택시에서 내린 신평은 해가 뜨고 날이 서서히 밝아오자 인상을 찌푸리며 원룸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계단을 오르려던 그는 1층 복도 안쪽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뭐야? 저건."



104호 앞에는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고 구급대원들과 몇몇 경찰들이 방을 들락날락거렸다.



"아저씨, 저기 무슨 일입니까?"



불길한 느낌이 든 그는 계단 근처에서 현장을 구경하던 한 중년남성에게 물었다.



"사람이 죽었대요."


"예?"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술기운이 확 달아난 신평은 복도로 내려와 사람들이 모여있는 안쪽으로 걸어갔다.



"저기, 아주머니. 무슨 일입니까?"


"어휴, 104호에 살던 아가씨가 죽었대요."


"예? 왜요?"


"몰라. 나도 자다가 소리 듣고 방금 나왔어요."



그때 구급대원들이 104호 안에서 흰색 천에 덮힌 시신이 눕혀진 들것을 들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좀 비켜 주세요! 나갈게요! 저리 비키세요!"



들것이 빠르게 옆으로 지나가자 신평은 놀란 표정으로 옆에 있던 경찰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자, 이제 다들 들어가세요."



사복을 입은 형사 한 명이 사람들에게 소리치면서 104호 입구에 서 있는 경찰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그의 손짓을 본 경찰들은 104호 현관문을 닫더니 현관문 앞에 폴리스라인을 쳤다.


멍한 표정으로 서 있던 신평은 마지막으로 현장을 벗어나는 그 사복형사를 잡고 물었다.



"형사님, 제가 여기 바로 위층에 사는 사람인데 어떻게 된겁니까? 제가 어제까지만 해도 저 아가씨랑 대화를 나눴는데..."


"뭐요? 정말입니까?"


"그래요. 그제 아침에는 저 아가씨가 제 방으로 찾아오기도 했었습니다. 시끄럽다고."



형사는 순간 매서운 눈길로 신평의 위아래를 훓어보더니 주머니에서 명함을 하나 꺼냈다.



"이 건물에서 저 아가씨랑 알고 지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던데...나중에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명함을 받은 신평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가 몸을 돌리려 할 때 황급히 물었다.



"그런데 저기...형사님. 사인이 뭡니까? 타살입니까, 자살입니까?"



형사는 그를 쳐다보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한테 문자를 보내고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소. 과다출혈이오."



그가 원룸건물 밖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을 멍하게 지켜보던 신평은 갑자기 어지럼을 느끼며 휘청이다가 벽에 겨우 몸을 기댔다.


젊은 일수쟁이와 대머리의 모습이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자 그는 몸을 바로 세우며 주먹을 쥐었다.



"이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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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사랑도 구라다 22.08.17 119 1 8쪽
16 작업 본능 22.08.13 115 1 7쪽
15 기자정신 22.08.11 120 0 8쪽
14 인연 +1 22.08.09 128 1 7쪽
13 한도초과 22.08.07 135 1 8쪽
12 자기 합리화 22.08.04 142 1 10쪽
11 두 시간에 백만 원 22.08.02 141 1 8쪽
10 모히또 한잔 22.07.30 144 1 8쪽
9 메소드 연기 22.07.28 150 1 9쪽
» 무전유죄 22.07.26 148 1 9쪽
7 아래층에 사는 여자 22.07.22 157 1 7쪽
6 정신과 상담 22.07.20 166 1 10쪽
5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9 0 9쪽
4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2 2 8쪽
3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5 1 8쪽
2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5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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