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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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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34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8.07 07:18
조회
134
추천
1
글자
8쪽

한도초과

DUMMY

다음날(수요일) 오전 11시.



알림

입금 780,000,000원 굿네이버스

잔액 780,700,520원

오전 9:00



11시가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깬 신평은 계좌에 입금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780,000,000 원을 다시 후원계좌로 이체하다가 갑자기 인상을 썼다.


1회 최대 이체한도가 1억이라 연속으로 1억씩 이체를 하다가 여섯 번째에서 오류가 난 것이다.


모바일 이체한도가 1일 최대 5억 원이라는 메시지를 본 그는 머리를 박박 긁었다.



"아 놔, 이런 젠장."



5억 원이 넘는 금액은 은행에 가서 직접 이체를 해야한다.



"뭐 이런 개같은 규정이 다 있어?"



책상에 앉아 PC 인터넷으로 한참동안 이체한도를 알아보던 그는 혼자 궁시렁거리다 결국 옷을 대충 챙겨 입고 원룸 밖으로 나왔다.



잠시 후. 신한은행 노원역 지점.


4번 창구 위에서 자신의 대기번호가 뜨자 신평은 대기의자에서 일어나 4번 창구로 다가갔다.


장장 1시간을 기다렸다.



"어서오세요, 고객님."



창구 여직원은 밝은 표정으로 반바지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창구로 다가오는 신평을 바라보았다.


그는 창구에 오자마자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니, 이거 창구를 좀 늘리든지 해야지, 은행 한 번 왔다가 날 새겠소."


"아, 고객님.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손님들이 좀 몰리는 시간입니다. 죄송합니다. "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창구 여직원의 명찰에는 '이경'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가 상냥한 목소리로 양해를 구하자 신평은 반바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면서 물었다.



"스마트폰으로 이체 하는데 원래 하루에 5억까지 밖에 안됩니까?"


"네, 5억이 넘으면 창구에서만 가능합니다."


"아니 뭐 이런 규정이 다 있어요? 매일 5억 이상 이체하는 사람들은 매일 와야 하겠네?"



후줄근한 옷차림에 떡진 머리를 하고 있는 그가 대뜸 1일 이체한도 5억에 대하여 불평을 하자 그녀는 순간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여전히 웃음 띤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고객님. 그건 모든 은행들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더 큰 금액을..."


"아, 그럼 됐고. 그럼 이 계좌에 있는 금액에서 2억 8천을 이체해 주쇼."


"네, 그럼 신분증, 통장 주시고 여기에 받는 분 계좌번호랑 성함 적어주세요."



스마트폰을 보면서 창구 옆에 꽂혀 있는 볼펜으로 열심히 입금전표를 작성한 그는 입금전표를 창구 안으로 밀어넣었다.


입금전표를 확인하던 그녀는 순간 고개를 들어 힐끔 그를 쳐다봤다.


이 놈팽이 같이 생긴 놈이 지금 굿네이버스에 2억 8천만 원을 후원하려 한다.


말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던 그녀는 신분증과 통장, 송금확인증을 창구밖으로 내밀면서 웃음 띤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정상적으로 이체되었습니다. 고객님."


"고마워요. 그런데 여기는 언제 사람이 가장 없습니까?"


"보통 점심시간이랑 마감시간에 손님이 많이 몰리는 편입니다."


"그래요? 알았어요."


"네 감사합니다.안녕히 가십시오 "



송금확인증을 구겨서 반바지 주머니에 넣은 그가 슬리퍼를 질질 끌며 은행 밖으로 나가자 그녀는 한참동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음 고객을 맞이했다.


----------------------------------------------------


잠시 후. 원룸 근처 편의점.



"스피또 1000, 60만 원치."


"예?"



하루도 빠짐없이 편의점을 드나들며 도시락과 담배를 사 가는 그는 편의점 알바생들 사이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커피 한 캔을 사 가면서도 꼬박꼬박 포인트 적립을 하고 자신이 기분이 안 좋으면 반말을 하면서 이상한 것으로 꼬투리를 잡는다.


도시락과 커피 하나를 집어 온 그가 현금 65만 원을 내밀자 알바생은 무심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복권은 한 번에 10만 원밖에 구매가 안 되는데요."


"에이, 그런게 어딨어? 그냥 내가 여섯 번 왔다고 치고 줘요. 보자, 60만 원이면 몇 장이야?"



모든 복권은 1인당 10만 원이 구매상한이지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번 사면 구매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


더 이상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그는 심심풀이로 오늘 하루 종일 즉석복권을 긁기로 마음 먹었는데 조금전 은행 ATM에서 통장에 있는 남은 잔액 70만 원을 모두 현금으로 뽑았다.



"안돼요. 제가 나중에 사장님한테 혼나요."


"여기 사장님 나랑 잘 알어. 학생도 나 알잖아. 매일 오는데..."


"카메라가 있어서 걸리면 벌금 물어야 해요."



알바생이 CCTV 핑계를 대며 거절했지만 그도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아 참, 학생. 나 지금 배고파 죽겠어. 그냥 좀 해 줘. 앞으로는 이렇게 많이 안 살게."


"안돼요."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하자 심기가 불편해진 그는 우선 10만 원치만 달라고 하더니 편의점 문밖을 6번 들락거리며 기어이 60만 원어치를 사고야 말았다.


모두 600장.


편의점 구석에 앉아 허겁지겁 도시락을 다 먹은 그는 즉석복권 600장이 가득 담긴 비닐봉투를 들고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



원룸 바닥에 앉아 50장 째를 긁던 그는 손이 저려오자 동전을 바닥에 던지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아, 이것도 일이네. 노동이야."



처음에 열심히 긁던 그는 조금씩 팔이 아파오면서 1등에 당첨돼도 겨우 5억이라는 생각이 들자 서서히 흥미를 잃었다.


침대 위에서 남아 있는 복권 550여 장을 내려다보며 전자담배를 피우던 그는 잠시 후 책상 앞에 앉아 PC 전원을 켰다.



1시간 후.



"여보세요."


"예, 맞아요. 게시판 보고 전화하셨죠?"


"그냥 와서 동전으로 긁기만 하면 되요. 장당 100원 해서 모두 55,000원이에요."


"예, 대충 550장쯤."


"예?"


"아, 우리집으로 오셔서 긁어야 하는데..."


"그래도 제가 봐야 하잖아요."


"아, 그럼 제가 현금으로 선불로 드릴께요."


"그래요? 그럼 주소를 문자로 찍어 드릴테니까..."


"그런데 뭐하는 분이세요?"


"아. 그래요?"


"알았어요. 와서 전화주세요."



잠시 후 원룸건물 앞에 서서 멀뚱멀뚱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쳐다보던 그는 멀리서 여학생이 한 명이 걸어오면서 스마트폰을 귀에 갖다대는 것을 보았다.


동시에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벨이 울리자 그는 통화버튼을 누르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기요! 여기!"



스키니 청바지에 반팔 티를 입은 그녀는 책가방까지 들고 있어 전형적인 여대생 모습이다.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신평을 쳐다보던 그녀는 그가 건성으로 인사를 하며 건물안으로 들어가자 잠시 망설이다가 그를 따라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자, 이렇게 현관문을 열어 놓으면 되잖아요. 그치?"



그녀가 원룸 안으로 들어오기를 꺼려 하자 신평은 현관문을 활짝 열어둔 채 작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원룸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바닥에 어지럽게 흩여져 있는 복권들을 보더니 크게 한숨을 들이켰다.


생각보다 꽤 많다.


학교 공강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알바자리를 검색하던 그녀는 우연히 '복권 긁기 알바'라는 제목의 글을 보게 되었는데 동전으로 복권을 긁기만 하면 1장당 100원씩 총 55,000원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글쓴이가 남자라는 사실에 조금 망설였지만 한 장을 빠른 속도로 10초 동안 긁어도 총 5,500초, 대략 1시간 반이면 끝나는 일이다.


시급으로 따지면 삼만 원이 넘는다.


바닥에 앉은 그녀는 그가 건네주는 500원짜리 동전으로 복권을 긁기 시작했다.


당첨된 복권들은 바로바로 그에게 건네줘야 했는데 대부분 꽝이었지만 30분 정도 지났을 때 1만 원 짜리가 하나 당첨되자 신평은 활짝 웃으며 복권에 입을 맞추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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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사랑도 구라다 22.08.17 119 1 8쪽
16 작업 본능 22.08.13 114 1 7쪽
15 기자정신 22.08.11 120 0 8쪽
14 인연 +1 22.08.09 128 1 7쪽
» 한도초과 22.08.07 135 1 8쪽
12 자기 합리화 22.08.04 142 1 10쪽
11 두 시간에 백만 원 22.08.02 140 1 8쪽
10 모히또 한잔 22.07.30 144 1 8쪽
9 메소드 연기 22.07.28 150 1 9쪽
8 무전유죄 22.07.26 147 1 9쪽
7 아래층에 사는 여자 22.07.22 15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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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9 0 9쪽
4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1 2 8쪽
3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5 1 8쪽
2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4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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