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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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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33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7.18 05:16
조회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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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DUMMY

몽롱한 정신으로 침대에 누운 그는 한참동안 천장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방금 40만원을 후원계좌로 이체시킨후 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웠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평소 같았으면 눈감 만으면 곯아떨어질 상태인데 지금은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내일 오전 9시에 만약 80만원이 들어온다면 본격적으로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매일 두 배씩 돈을 불리는 것도 좋지만 이 믿기지 않는 꿈만 같은 기회가 왠지 곧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기분에 점점 초조해지는 것이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오늘처럼 짜릿한 하루를 보낸 적은 없다.


로또 4등 보다, 스포츠 토토의 100만원짜리 잭팟보다 백 배는 더 짜릿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 꿈만 같은 일이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 이상하게도 조바심이 자꾸 생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이것이 누가 나한테 미끼를 던지는 거라면...'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어서 돈을 다시 뱉어내야 한다면...'



온갖 잡 생각이 끊이지 않고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자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푼돈이나 만지면서 아등바등 살아야한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스마트폰안의 연락처를 뒤지다가 머리를 푹 숙여 생각했다.


과연 누가 나에게 목돈을 빌려줄 수 있을까?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결국 아무도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와인이 떨어졌다.


며칠 사이에 와인 세 병을 다 마신 것이다.


편의점에서 싸구려 와인을 판다는 것을 떠올린 그는 방을 나서려고 반바지를 입다가 움찔 동작을 멈추었다.


조금전 40만원을 이체하여 지금 통장에 달랑 8,520원만 남아 있는 것이다.


그 싸구려 와인들 중 제일 싼 게 얼마인지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한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런 썅...'



가장 싼 와인이 9,900원.


1,400원이 모자라 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편의점 멤버십 앱에 접속하여 포인트 적립금액을 확인했다.


사용가능한 포인트 1,500원.


편의점에 가서 카드 두 장을 내밀며 체크카드에서 8,500원, 적립카드에서 1,400원을 결제하라고 말을 해야 한다.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오른 그는 욕을 내뱉으며 슬리퍼를 신었다.


화가 난 그는 현관 문을 거칠게 열어 쾅하고 닫았는데 그때 문틈에 끼어 있던 작은 명함 하나가 팔랑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 당일대출, 무직자 신불자 업소여성 가능.



뒷면에는 100만원, 300만원, 1,000만원을 빌렸을 때 100일 동안 하루에 갚아야 하는 금액과 '공식등록업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평소에 길을 걷다 무심코 그냥 밟고 지나갔던 이 광고.


그는 그 자리에서 명함에 찍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아, 예. 제가 광고를 보고 전화 드렸는데요.


- 예.


- 제가 일용직 알바를 하는데 혹시 대출이 가능합니까?


- 무슨 알바 하십니까?


- 퀵서비스랑 대리운전이요.


- 혹시 부동산 있으십니까?


- 아뇨.


- 보증인 있으십니까?


- 아뇨.


- 집은 자가,전세,월세 중 어떻게 되십니까?


- 월세요.


- 보증금은 얼마나 되죠?


- 300 인데요


- 일단 서류 준비하시면 심사해서 결과 알려드리겠습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 그런데 얼마까지 되나요?


- 많아야 200 정도 승인날 거 같습니다.


- 이자는...아니 일단 진행해 주세요.


- 이 번호로 준비해야 할 서류 문자 보내겠습니다.


- 근데 오늘 바로 돈이 나오나요?


- 심사가 한 30분 정도 걸리고 승인되면 바로 지급됩니다.


- 네, 일단 알겠습니다.



그가 전화를 끊자 10초도 안되서 문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 신분증 컬러복사본(앞뒤), 주민등본등본, 원초본, 인감증명서, 월세계약서 사본, 인감도장.



"달랑 200 빌리는데 뭐가 이리 복잡해."



그는 다시 원룸으로 들어가 책상 서랍에서 인감도장을 꺼내어 밖으로 나왔다.



----------------------------------------------------



두 시간 후.


흰색 벤츠 승용차가 원룸 건물 앞에 멈추자 뒷좌석에서 인상이 좋고 안경을 쓴 20대로 보이는 사내 한 명이 내렸다.


그 사내는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원룸 입구에 서 있는 신평을 보더니 머리를 작게 숙였다.



"어휴, 사장님, 반갑습니다. 연락 주신 분이시죠?"


"아...예."



그가 반갑게 인사를 하자 신평도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서류 다 준비되셨죠?"



신평이 준비한 서류들을 내밀자 그는 서류를 받고 대충 훓어보더니 벤츠 승용차를 가리켰다.



"더운데 에어컨 있는 차 안에서 접수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네."



신평은 그를 따라 벤츠 승용차로 가서 뒷좌석에 올라탔다.


앞쪽 조수석에서 덩치가 큰 대머리 한 명이 몸을 돌리며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아이고, 어서 오이소. 사장님. 많이 덥지예?"



신평은 '사장'이라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인사를 했다.



"아, 네. 좀 덥네요."


"여기 있습니다. 실장님."



그를 안내해 온 사내가 앞쪽으로 서류들을 내밀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대머리가 그것들을 받더니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꼼꼼히 살폈다.


대출 심사가 시작된 것이다.


차안에 에어컨을 너무 강하게 틀어 신평은 한기까지 느꼈지만 말없이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그는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앞쪽 대머리의 목에는 걸려있는 굵은 체인 금목걸이를 보며 순금인지 아닌지가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다.


꽤 오랜 침묵이 흐른 후 대머리가 입을 열었다.



"예전에 이거 해 보셨습니꺼?"


"아니요. 처음인데..."


"필요하신 금액이 200 이라고 하셨지예"


"예."


"선이자 10% 떼고 이자 30% 해서 50일 동안 매일 5만 2천원씩 나오네예."


"......"



180만원을 받아서 50일동안 총 260만원을 갚아야 한다.


광고 명함에 적혀 있던 내용과 완전히 다르다.



"아니, 명함에는 연이율 20%라고 적혀 있던데..."


"요새 누가 20% 로 해줍니꺼? 다들 광고만 그래 하는 거지예."


"......"



말도 안되는 살인적인 이자율에 그는 황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거 빨리 갚으면 좀 이자율 좀 낮아집니까?"


"이자는 회사에서 정해 놓은 거라 바꿀 수가 없습니더."


"그럼 내일 당장 갚아도 260만원이란 말인가요?"


"예."



대머리가 거침없이 대답하자 신평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 대신 첫 거래만 잘 해주시면 다음에는 좀 낮춰 드릴게예. 한도는 높이 드리고."


"그럼 매일 5만 2천원씩 이체하면 되는 거죠?"


"계좌이체는 안되고 저희가 이쪽으로 매일 올깁니다. 그때 현금으로 주시면 됩니더."


"예?"


"그라고 3일 연체되면 일시불로 다 납부하셔야 되고예."


"아니, 계좌이체는 왜 안되죠?"


"계좌이체 하시려면 카드를 두 개 만드셔서 하나를 저희한테 주셔야 합니더. 그런데 첫 거래는 무조건 현금입니더."


"......"



신평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하실거라예?"


"예."



신평이 짧게 대답을 하자 대머리는 조수석 서랍을 열더니 흰 종이와 볼펜을 꺼내 뒤쪽으로 넘겼다.



"이제 여기다 가족들 성함하고 연락처. 그리고 친척, 친구들 연락처 10개만 적으시면 됩니다."


"예?"


"연체만 안하시면 연락안합니더. 그리고 상환 끝나면 폐기할 거라예. 걱정 마이소"



신평 옆에 앉아 있던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딱딱한 받침대를 받쳐주자 신평은 멍한 표정으로 흰 종이위에서 볼펜을 잡았다.


어머니, 아버지, 누나, 매형의 연락처들를 다 적은 그는 나머지 6명을 머릿속에서 추려냈다.



-권성동, 백은종, 황교익, 강신업, 김빈, 김소연.



마지막 두 명은 그의 옛 여자친구이다.


10명의 연락처를 다 적은 신평이 종이와 볼펜을 앞으로 건네주자 대머리는 허리에 찬 지갑에서 5만원권 뭉치를 꺼내더니 180만원을 의자 뒤로 건넸다.



"잘 부탁합니데이. 사장님."



180만원의 현금 다발을 들고 차에서 내린 신평은 흰색 벤츠가 떠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단 두 시간만에 180만원을 만들었다.


그는 찝찝한 기분을 떨쳐내려는 듯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편의점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ATM 에 175만원을 입금한 그는 곧바로 냉장고로 가서 '더 아톰, 샤도네이(화이트 와인)'한 병을 꺼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예정이다.



"이만 오천 원입니다."



남자 알바생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무심하게 말하자 신평은 계산대 위에 5만원권 지폐를 올려놓았다.



"적립카드 같이 주세요."



그는 항상 적립을 하는 VIP 손님이다.



"그냥 계산해."



음료수 한 병을 사면서도 매번 적립을 하던 그가 멤버십카드를 꺼내지 않자 알바생은 '로또 4등 사건'이후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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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돈귀신 22.08.19 104 1 7쪽
17 사랑도 구라다 22.08.17 119 1 8쪽
16 작업 본능 22.08.13 114 1 7쪽
15 기자정신 22.08.11 120 0 8쪽
14 인연 +1 22.08.09 128 1 7쪽
13 한도초과 22.08.07 134 1 8쪽
12 자기 합리화 22.08.04 142 1 10쪽
11 두 시간에 백만 원 22.08.02 140 1 8쪽
10 모히또 한잔 22.07.30 144 1 8쪽
9 메소드 연기 22.07.28 150 1 9쪽
8 무전유죄 22.07.26 147 1 9쪽
7 아래층에 사는 여자 22.07.22 156 1 7쪽
6 정신과 상담 22.07.20 165 1 10쪽
»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9 0 9쪽
4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1 2 8쪽
3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5 1 8쪽
2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4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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