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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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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22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8.11 06:44
조회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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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기자정신

DUMMY

은행문을 열고 나오던 신평은 스마트폰에서 알림음 울리자 걸음을 멈추고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어제 알바했던 학생인데요..혹시 복권들 또 있으세요? 제 친구도 하고 싶다구 그래서ㅠ


-이제 없어요 나중에 생기면 말할게요



짧게 답장을 보낸 그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피식 웃었다.



"요즘 대학생들은 그저 쉬운 일만 하려고.."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자신이 지금 그녀를 비난할 입장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헛웃음을 지었다.



"저기요. 실례합니다."



갑자기 뒤에서 누가 자신을 부르자 그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안경을 쓴 20대 후반 정도의 젊은 여자다.



"혹시 굿네이버스에 후원하시는 분...이시죠?


"예?"



신평은 이 처음 보는 여자가 어떻게 자신이 정체를 알았는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 그녀를 쳐다봤다.



"아니, 누...누구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전 국민일보 기자 이예솔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지갑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어 내밀자 신평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명함을 받았다.



"선생님께서 굿네이버스 위기가정 아동에게 거액을 매일 기부하신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예?"



그는 도대체 어떤 작자가 자신의 후원 사실을 신문사에 제보했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선생님, 바쁘신 것 같은데 혹시 걸으면서 좀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예? 아...아니 그런데..."



그가 어쩔 줄 몰라 머뭇거리다가 겨우 걸음을 떼자 그녀는 그를 따라 걸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혹시 지금도 후원을 하고 나오시는 길인가요?"



그녀가 은행 안에서부터 자신을 지켜봤을 거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지만 그는 묵묵히 걸으며 이 상황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저기요. 전 그냥 아무도 모르게..."


"네, 저도 선생님 마음 다 압니다. 하지만 저희도 선생님 같은 훌륭한 분들을 세상에 널리 알려서....


"저..저기 제가 지금 일이 좀 있어서...나중에..."


"국내 한 위기가정에 집중적으로 거액을 후원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 계기가..."



그는 그녀를 매몰차게 무시하면 혹시 어떤 추측성 기사를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나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출내기 기자인 듯 취재하는 태도가 심하게 적극적이다.



"아니, 그냥 티비보다가 어떤 여중생이 할머니랑 둘이서 어렵게 산다길래...


"아, 티비광고를 보고 첫 후원을 시작하셨군요."


"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후원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혹시 다른 곳에도 후원하시는 데가 있으신가요?"


"아뇨."


"아, 그러시군요."


"선생님, 실례지만 혹시 다른 직업이 있으세요?"



돈이 떨어질 때마다 낮에는 퀵서비스, 밤에는 대리운전을 했었다.



"아니...뭐 그냥 조그만 사업 같은 거를 한번 해 보려는..."


"아, 사업을 하시는군요."



그녀가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지자 그는 필요한 대답만 가려서 하느라 온 정신이 팔렸다.


어느새 원룸 건물에 도착한 것을 깨달은 신평은 속으로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집 앞까지 와 버렸다.



"기자님, 이제 그만합시다."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자 그녀는 원룸 건물을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 건물 주인이시군요."


"예? 아..아니에요."


"혹시 세입자들에게도 어떤 선행을 베푸시는지..."



그때 갑자기 어떤 아줌마가 원룸 건물에서 나오자 둘은 동시에 그 아줌마를 바라봤다.


그녀가 저 아줌마한테 인터뷰 요청을 하면 큰일이다.



"저...저기요. 기자님. 전 사실 여기에 세 들어 살아요. 그러니 이제 그만 좀 합시다."


"네? 원룸에 세 들어 사신다구요?"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안경테를 쓱 밀어 올리며 그를 바라봤다.


자신이 보증금 300에 월세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면 이 여자는 까무러칠 것이다.


게다가 월세가 두 달치 밀려 며칠 전에 해결했다.



"저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그녀도 대충 취재가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스마트폰 녹음 앱을 끄고 그를 바라봤다.



"선생님. 원룸에 세 들어 사시면서 위기가정 아동에게 매일 후원을 하시다니 정말 감동이에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이제 그만 가보십쇼."


"네, 취재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가 꾸벅 고개를 숙이자 신평은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며 그녀에게 말했다.



"웬만하면 기사 올리지 마세요. 저 그럼 앞으로 후원 안 합니다."



그녀가 힐끔 뒤돌아보더니 엄지를 척 내밀고 그냥 가 버리자 그는 벌레 씹은 표정을 지으며 계단을 올랐다.



----------------------------------------------------



그날 저녁.



"오늘 퇴근 언제 하냐?"


"뭐? 진짜?"


"짤린 거야? 니가 그만둔 거야?"


"아니, 아무리 개판이 돼도 그렇지..."


"그래?"


"그럼 니가 개판으로 만든거네."


"어."


"그래?"


"그럼 오늘 내가 한잔 살테니까 나와"


"소주말고 양주로."


"그래."


"일단 그냥 와. 내가 쏠테니까."


"그래, 임마."


"내가 아는 데가 있어."


"하 참. 이제 너까지 나를..."


"그래."


"내가 문자로 위치 찍어 줄테니까 거기로 와. 8시까지."


"그래. 알았어."



잠시후. 청담동 XX 모던바.



"어머, 어서오세요. 사장님."



신평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카운터 앞에 서 있던 여사장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반겼다.



"아, 오늘은 다른 친구분이랑 오셨네?"



성동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언더붑을 차림의 젊은 여자 바텐더들을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야 야, 니가 이런 데도 아냐?"


"얼마전에 한번 와 봤는데 괜찮더라고. 저기 가서 앉자."



그가 앞장서서 안쪽으로 걸어가자 성동은 다소 충격을 받은 듯 멍한 얼굴로 그의 뒤를 따랐다.



"어! 오빠. 오셨어요?"



귀여운 얼굴을 한 바텐더가 신평을 보며 아는 척을 하자 성동은 또다시 놀란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야, 임마. 뭐하냐? 앉어."



성동이 무언가에 홀린 표정으로 신평의 옆에 나란히 앉자 그녀는 신평에게 메뉴판을 건냈다



"혹시 지난번에...그 조니워커 키핑 돼 있나요?"


"아, 잠시만요."



그녀는 옆쪽으로 걸어가더니 지난 번 신업과 대화를 나누었던 그 바텐더와 잠시 얘기를 주고받다가 다시 돌아왔다.



"오빠, 그때 오빠 먼저 가고 나서 남은 거 그 아저씨가 다 드시고 갔셨대요."


"그래요? 이런 쓰레기 같은..."



100만 원짜리 위스키 750ml 한 병을 혼자 다 처마신 것이다.



"오늘은 가벼운 걸로 드세요. 오빠."



그녀가 눈웃음을 치며 말하자 그는 성동을 쳐다봤다.



"양주 뭐 좋아하는 거 있냐? 아니면 칵테일?"



신평이 메뉴판을 건네자 성동은 앞에 서 있는 그녀의 눈치를 보더니 메뉴판을 천천히 살폈다.



"오빠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그때 많이 화나셨죠?"


"아, 그때 얘기는 하지마요. 지금도 그 생각하면...아 갑자기 열받네."



지난 번 이 곳에서 신업이 자신을 상하차 작업 임시 직원이라고 굴욕 준 것이 떠오르자 신평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가씨, 그 사람 유학파 사업가 아닌 거 알죠?"


"응? 누구? 그때 그 아저씨?"


"그래요. 그때 나랑 같이 왔던 변태같이 생긴 사람"


"전 그 분 잘 몰라요. 올 때마다 저기 있는 저 언니랑 맨날 얘기하다 가셔서..."



그녀는 팔을 들어 손가락으로 멀리 보이는 한 바텐더를 가리켰다.



"그럼 나중에 저 언니한테 그 사람 사업가 아니고 물류센터 노가다 직원이라고 말해줘요."


"예? 하하."



유학파 사업가 행세를 하며 한 바텐더에게 꾸준히 작업을 걸고 있는 그 놈은 개망신을 한번 당해봐야 한다.


옆에서 메뉴판을 보던 성동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자 그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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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2×2×... (최종회) 22.09.04 110 2 9쪽
23 신한은행 VVIP 22.09.01 90 0 9쪽
22 여자의 질투 22.08.30 86 1 7쪽
21 보이지 않는 손 22.08.25 88 0 8쪽
20 암운 22.08.23 92 0 8쪽
19 연애 세포 22.08.21 100 1 7쪽
18 돈귀신 22.08.19 104 1 7쪽
17 사랑도 구라다 22.08.17 118 1 8쪽
16 작업 본능 22.08.13 114 1 7쪽
» 기자정신 22.08.11 120 0 8쪽
14 인연 +1 22.08.09 127 1 7쪽
13 한도초과 22.08.07 134 1 8쪽
12 자기 합리화 22.08.04 141 1 10쪽
11 두 시간에 백만 원 22.08.02 140 1 8쪽
10 모히또 한잔 22.07.30 143 1 8쪽
9 메소드 연기 22.07.28 149 1 9쪽
8 무전유죄 22.07.26 147 1 9쪽
7 아래층에 사는 여자 22.07.22 156 1 7쪽
6 정신과 상담 22.07.20 165 1 10쪽
5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8 0 9쪽
4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1 2 8쪽
3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4 1 8쪽
2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4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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