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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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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aekmirr
그림/삽화
JNH
작품등록일 :
2022.07.08 02: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9: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338
추천수 :
21
글자수 :
86,559

작성
22.07.15 07:18
조회
181
추천
2
글자
8쪽

고(故) 이건희 회장

DUMMY

원룸에 들어온 신평은 냉장고를 열어 생수병를 꺼내더니 물을 병째로 벌컥벌컥 마셨다.



"아, 졸라 시원하네."



생수병을 책상위에 내려놓은 그는 PC전원을 켜고 책상앞에 앉았다.


오늘 소주에 맥주까지 꽤 마셨지만 이상하게 취하지가 않는다.


낮에 일을 할 때까지만 해도 성동을 어떻게 잘 꼬셔서 오늘 하룻밤을 진탕 놀아보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그와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니 후원금이 두 배가 되어 되돌아오는 것이 아무래도 사람의 소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것이다.


PC가 켜지자 그는 인터넷 창을 띄워 검색창에서 '굿네이버스 연봉'을 검색했다.


사회복지법인인 이 중견기업 사원들의 평균연봉은 4,700만원이다.


대학을 졸업하여 어렵게 이 회사에 입사한 직원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다.


또한 계좌이체를 하면 받는 사람은 보내는 사람의 계좌번호를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계좌번호를 아는 누군가의 소행으로 봐야하는데 중요한 것은 자신이 기부를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이 모든 의문들은 내일 아침 9시가 되면 조금 풀릴 것이다


PC모니터에서 현재 시각을 확인한 그는 바지와 양말을 벗어던졌다.


이제 겨우 11시 30분.


이 정신 상태로 잠이 올 리는 없고 내일 아침까지 무언가를 해야 한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게임 사이트에 로그인하여 자신의 포커머니를 확인했다.


7조6천억.


이 곳에서 자신은 '신'이다.


몇십억 몇백억 가진 놈들을 한방에 올인시킬 수도 있고 그들을 살려줄 수도 있다.


운이 좋아 돈을 좀 많이 따면 포커머니를 현금화할 수도 있다. 물론 푼돈이지만.


최고등급만 입장할 수 있는 채널에 들어간 그는 다른 '신'들과 포커게임을 시작했다.



----------------------------------------------------



다음날 아침 8시 55분.


화장실에서 거울을 들여다본 그는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봐도 못생긴 얼굴이다.


화장실 전등이 지나치게 밝아서 얼굴의 지저분한 모공까지 다 보인다.


충혈된 눈과 눈 밑의 다크써클 그리고 하루 사이에 자라난 수염은 영락없는 놈팽이의 얼굴이다.


이제 5분 남았다.


계좌로 36,360 원이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편의점에 가서 아침을 사 먹고 잠을 잘 것이다.


오늘 밤에는 대리운전을 해야한다.


밀린 월세를 최대한 빨리 모아야 하는 것이다.


집주인 할머니의 전화는 이미 수신거부를 해놓았지만 연락이 안되면 직접 찾아올 수도 있다.


한참동안 멍하니 거울을 보며 서 있던 그는 방에서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울리자 깜짝 놀라며 부리나케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알림

입금 36,360원 굿네이버스

잔액 58,520원

오전 9:00



그의 머릿속에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이려운 시절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다 마지막에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생각이 끊겼다.



"이런 젠장, 됐어! 됐어!"



그는 침대위에 올라가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며 소리를 질렀다.


옆방에서 벽을 쾅쾅두드리자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재빨리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환경미화원들이 형광색 옷을 입고 거리에 널부러져 있는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는 것을 본 그는 그 중 한 명에게 달려가 그를 끌어안으며 크게 소리쳤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미화원 아저씨."



어떤 미친 놈이 자신을 끌어안으며 고맙다고 울부짖자 그 환경미화원은 그를 떼어 내며 그의 위아래를 훑었다.



"뭐하는 거야? 이 양반이."



새벽에 가끔씩 취객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거나 음식을 건네준 적은 있어도 이렇게 끌어앉으며 울부짖는 사람은 처음이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가 계속 고맙다며 연거푸 인사를 하자 그 환경미화원은 청소도구를 챙겨들더니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



한 시간 후.



"아니, 어떻게 집에 십만원이 없어?"


"그게 아니라니까."


"내일 아침에 다시 보낸다고 했잖아."


"아니야, 나 이제 그런거 안 해."


"아니, 그래도 집구석에 단돈 십만원이 없다는게 말이 돼?"


"됐어. 에이, 끊어."



고향집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에게 십만원을 빌리려 했던 그는 어머니가 또 복권을 하냐며 몰아붙이자 한참동안 실랑이를 하다가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런, 제길. 쪽팔리게 누구한테 십만원만 빌려 달라고 할 수도 없고."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옷을 급하게 챙겨입고 원룸을 나와 택시를 잡았다.



"아저씨, 동묘앞 역이요. 6번출구."



평소에 타지 않던 택시를 타고 물류센터에 도착한 그는 헐레벌떡 사무실에 들어갔다.



"형님!"



신업은 그가 반바지 차림에 벌게진 눈을 하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뭐야? 무슨 일이야?"



신평은 그제서야 자신이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아니,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니구..."


"아침부터 그 꼴은 뭐야?"


"아. 지금 일하러 온 게 아니라 형님한테 부탁을 좀 할 게 있어서..."


"부탁?"


"예."


"나한테?"


"예. 형님."


"뭔데?"


"제가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런데 가불 좀 땡겨주십시오...한 삼일치만."


"가불?"


"예. 내일 칼같이 돌려 드리겠습니다."



일당제로 가끔씩 와서 일하는 그가 가불을 해 달라고 하자 신업은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그의 발을 쳐다봤다. 슬리퍼를 신고 왔다.



"내일 준다고?


"예, 형님."


"야, 내일 줄거면 뭐하러 빌려?"


"예?"


"아 그럼 모레...아니 한 삼일 있다가 드리겠습니다."


"뭐야? 나 참."



신업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자 그는 바지 주머니를 뒤지다가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풀었다.



"형님, 그럼 제가 이 시계 맡기겠습니다."


"롤렉스는 아니지만 꽤 비싼 겁니다."


"됐어. 그럼 나중에 소주나 한잔 사."


"아이고, 소주를 어떻게 먹습니까? 양주 사겠습니다. 형님."



신업은 갑자기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시계까지 맡기겠다는 그의 말에 하는 수 없이 책상 서랍을 열어 현금 다발을 꺼냈다.



"아 형님 혹시 계좌이체 안됩니까?"


"왜? 현금은 안돼?"


"아뇨. ATM기에 입금하기가...아니 그냥 현금으로 주십쇼. 제가 가면서 입금하죠. 뭐."



신업이 현금 다발에서 5만원권 5장을 뽑아내자 신평은 책상앞으로 다가가 공손히 두 손으로 현금을 받았다.



"고맙습니다. 내일..아니 삼 일 후에 드리겠습니다. 이자는 양주로."



그가 돈을 받고 황급히 사무실을 나가자 신업은 현금 다발을 다시 서랍에 넣으며 말없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



다음날 오전 9시.



알림

입금 200,000원 굿네이버스

잔액 408,520원

오전 9:00



어제 한참동안 고민을 하다 우선 10만원만 후원계좌로 이체했던 그는 오늘 오전 9시 정각에 정확히 20만원이 입금이 되자 떨리는 손으로 냉장고에서 와인을 꺼냈다.


아침이지만 맨 정신으로 버틸 수 없는 것이다.


오늘은 계좌에 있는 40만원을 모두 이체시키리라고 마음먹은 그는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를 뽑아 병째로 와인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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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당일대출 무직자 가능 22.07.18 179 0 9쪽
» 고(故) 이건희 회장 22.07.15 182 2 8쪽
3 여자보다 중요한 것 22.07.13 195 1 8쪽
2 2만 원짜리 자존심 22.07.11 204 1 8쪽
1 굿네이버스 22.07.10 24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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